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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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한혜리 기자] 50부작 대하드라마 MBC ‘화정'(극본 김이영, 연출 김상호 최정규, 제작 (주)김종학프로덕션)은 중반을 기점으로 큰 변화를 맞는다. 드라마를 이끌던 광해가 퇴장하고 인조의 시대가 펼쳐진다.

25일 ‘화정’은 현장 공개 및 기자간담회를 통해 역사적인 세대 교체를 알렸다. MBC 용인 드라미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차승원, 이연희, 김재원이 참석했다.

전체 50부작 중 28회를 마지막으로 하차하는 광해 역의 차승원은 “이제 ‘화정’은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를 맞는다. 광해의 기가 꺾이고 인조와의 세대교체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능양군(김재원)과 서인 세력의 성장 후 광해가 왕위에서 내려오게 되는 인조반정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로인해 ‘화정’은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차승원은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광해와 지금의 광해가 큰 변화를 이루지 않고 잘 달려왔다. 내 나름대로는 시청자들에게 광해를 잘 전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드라마를 이끌어오던 차승원은 촬영을 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으로 ‘화정’ 속 여러 캐릭터들을 다양하게 활용하지 못했던 것을 꼽았다. 또 그는 “광해가 왕위에 오르기까지 과정도 더 자세히 그려져야 했다. 힘을 불어넣어야 했던 이야기의 초점이 약간 빗나간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능양군(훗날 인조) 역의 김재원이 차승원의 바톤을 이어받아 남은 회차를 이끌어나간다. 인조는 광해를 왕위에서 끌어내리게 되는 인조반정을 일으켜 16대 군왕의 자리에 오른다.

드라마 중간에 투입돼 새로이 극을 이끌어간다는 데에는 큰 부담감이 따르는 법이다. 이에 김재원은 “부담을 떠나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다. 부담을 가지기 시작하면 시청자들에게 연기를 선보이지 못할 것이다. 앞에서 잘 이끌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화정’에서 선보이는 인조는 그동안의 인조 캐릭터와는 달리 야심이 가득한 권력지향형 인물로 그려진다. 촬영장에서 ‘비열하게 연기하라’는 감독의 요구처럼 , 복수심으로 광해와 정명(이연희)을 왕위에서 끌어내리는 인조는 악역에 가까운 모습이다.

김재원은 “대본 받았을 때 내가 생각했던 인조랑 전혀 달라 당황했다”고 밝혔다. 이어 “어려운 역사를 시청자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 조금의 캐릭터 변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내가 연기하는 인조는 ‘사이코 패스’라고 보면 된다. 앞으로 남은 회차에서 욕 먹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현장은 매우 화기애애했다. 스태프들과 출연자들은 서로 역할의 이름으로 ‘광해 형’, ‘인조 오빠’, ‘우리 공주님’ 등 살가운 애칭으로 돈독한 사이를 과시했다. 김재원은 이런 현장 분위기를 월화극 1위의 비결로 꼽기도 했다. 김재원은 “촬영 현장 분위기가 진짜 좋다. 선배인 차승원이 현장을 편하게 만들어준다”며 “즐겁게 촬영한 것이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정명공주 역할을 맡은 이연희 역시 “선배님들과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좋은 기회다. 즐거운 현장 분위기가 연기를 하는 나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연희는 또래 출연자인 서강준과 한주완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이연희는 “그 중 서강준은 나의 부마 역할이라 짠하고 안쓰럽게 느껴진다. 현장에서도 막내인 친구라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해줄까 고민한다”고 밝혔다. 차승원은 “서강준이 연기를 참 잘하더라. 내가 23살 땐 그렇게 연기 못했다”고 덧붙여 현장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연희는 남장을 하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중반 이후부턴 공주로서 신분을 되찾고 광해 차승원 대신 인조 김재원과 맞서게 된다. 왕족으로 돌아온 이연희는 역할의 변화를 위해 “아역들을 보며 많이 공부했다. 차승원 선배님 연기를 보며 왕족의 위엄을 배우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출연자들의 역할에 대한 애정은 매우 깊었다. 특히 광해에 남다른 애정을 보인 차승원은 “다양한 자료를 접하며 알지 못했던, 또는 알고 있던 광해를 접목시키려 노력했다”며 “내가 생각한 광해는 참 외로운 사람이다”고 말했다.

차승원은 “광해는 나라를 이끌어가는 왕이기도 하지만 편전에 고립된 인물이다. 가족들 역시 일찍 죽는다. 그런데도 광해는 63세까지 살았다. 참 외로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승원은 “얼마 전 능행 신이 있었는데, 바로 옆이 광해 실제 묘지였다. 관리가 안되고 있더라”며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광해는 강한 인물이다. 나는 그렇게 접근해선 안될 것 같았다. 나라를 위해서 모두가 반대하더라도 밀고나가야 하는 광해의 외로운 면을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광해가 물러나고 야심가 인조가 극을 이끈다. 인조는 자신보다 커지는 왕족 정명공주의 세력을 없애기 위해 정명공주와 끊임없이 부딪칠 예정이다. 이제 중반에 접어든 ‘화정’은 세대교체라는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광해의 퇴장과 동시에 새로 등장하는 인조와 정명공주 대립에 관심이 집중된다.

혼돈의 조선시대 정치판의 여러 군상들이 지닌 권력에 대한 욕망과 이에 대항하여 개인적인 원한을 딛고 연대하는 광해와 정명. 그리고 그런 정명이 인조정권하에서 권력과 욕망에 맞서 끝까지 투쟁하는 이야기가 펼쳐질 사극 ‘화정’의 이후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 진다.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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