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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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이정화 기자] 요즘 이철우는 시청자들의 취향 저격에 나섰다. Mnet ‘하트어택’에서 티파니와 함께 MC를 맡아 SNS 세대들에게 ‘핫’한 트렌드를 알려주며,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다양한 면면을 드러낸다. 웃고, 얘기하고, 움직일 때 빚어지는 특유의 자연스러운 에너지는 은은하게, 브라운관 너머로 전달된다. 과장되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발견되는 편안함이다. 실제로 그는 보통 사람보다 1.2배 정도 느린 속도로 말을 하며, 행동도 ‘날쌘돌이’라기 보단 나무늘보 쪽에 가까운 듯했다. 서두르는 법 하나 없어 보이는 그였지만 차분한 정서로 둘러싸인 외피를 거둬내고 나면, 감춰뒀던 단단한 알맹이가 얼굴을 내민다. “처음부터 모델만 하겠다고 하지 않았다”며 “여러 가지로 해보고 싶다. 해볼 수 있을 때 해야지”라는 욕심을 툭, 귀여운 눈웃음과 함께 던져 놓는 식이다. 작년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를 통해 모델로서의 가치를 당당히 증명해냈던 모습이 오버랩 되던 그 순간,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걸어갈 이 남자에게 ‘하트’를 톡, 눌러 응원을 보내고 싶어졌다.

Q. Mnet ‘하트어택’에서 티파니와 MC를 보고 있는데, 어떤가.
이철우 :
진행하는 건 아직 생소해서 많이 배우는 중이다. 2, 3회 때 까지만 해도 감도 잘 안 오고 그랬는데 이제는 말만 좀 (힘주어 발음하며) ‘빨리’ ‘정확하게’ 하면 될 것 같다. (웃음) 야외에서 얘기하며 하는 촬영은 괜찮은데 스튜디오에서 하는 건 처음이다 보니 어색하다. 그래도 많이 나아지고 있다. 나아지고 있을 거다. 그럴…걸요? 하하.

Q. 말이 조금 느린 편이지 않나. 아까 보니 걸음에서도 여유가 묻어 나더라.
이철우 : 좀 느리다. 여유는… 그것도 내가 느려서 그런 걸 거다. (웃음)

Q. 고향이 혹시 경상도인가? 말할 때 약간 사투리가…
이철우 : (놀라며) 사투리? 친한 태은이 형이나 (조)민호 형이나, 다 경상도라서 그런가. 태은이 형 말투를 따라 하다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태어난 곳은 강원도인데 서울에서 오래 살았다.

Q. 모델 일을 시작할 때부터 ‘모델만 하겠다’가 아니라, 여러 가능성과 길을 열어둔 걸로 안다.
이철우 : 처음부터 모델만 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로 해보고 싶은 게 많다. 해볼 수 있을 때 해야지. 후에 다른 어떤 걸 하더라도 지금 해보는 것들이 다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Q. 연기 수업도 받고 있다고.
이철우 : 아… 어렵다. 그런데 또 재미있다. 동작도 크게 해야 하고, 연기할 땐 정말 여러 가지 것들이 필요하더라. 내가 조용히 얘기하고 감정 표현도 잘 안 해서… 이것만 어떻게 좀 뚫으면 될 것 같은데…

Q. 특히나 표출하기 어려운 감정이 있나.
이철우 : 다 어렵지만, 화내는 게 힘들다. 화내라고 하면 목소리만 커지니 그 감정이 잘 보이질 않더라. 평소에 내가 누군가에게 화를 내 본 적이 별로 없다. 보통은 화가 나도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짜증 날 때야 있지. ‘아~졸려’ 이런 거. (웃음)
사진.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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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화가 나 본 적이 없다고?
이철우 :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지 화가 나는 건 아니다. 그럴 땐 그냥 친구들을 만나서 웃고 떠든다. 좋은 사람들이랑 있으면 된다. 아니면 “갈래?” 이래서 갑자기 여행을 가든가. 이것도 뭐 갈 사람이 있으면 가는 거고. 하하하.

Q. 그런 성격이 이쪽 일을 할 때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
이철우 : 스트레스를 많이 안 받으니깐.

Q. 일단은 화내는 연기부터 해결해야 할 거고. (웃음)
이철우 : 그래서 운전을 할까 생각 중이다. 최근에 주변에 차를 산 분들이 있는데 그 옆에 앉아 있다 보면 욕이 자연스레 나오더라. 하하. 옆에만 있어도 그렇더라고. 차를 몰고 강남 쪽을 일주일만 다니면 좀 화를 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Q. 아니면, 짜증났던 기억들을 조금씩 모아 둬 보는 건 어떤가.
이철우 : 못 모은다. 다 까먹는다. (웃음) 자고 일어나면 진정이 많이 돼서 그때 다시 생각해 보면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간다.

Q. 보통은 신인 시절의 서러움 같은 것들 때문에 ‘잘 될 테니 어디 한 번 두고 봐라’ 식의 마음이 드는 경우도 많은데 말이다.
이철우 : 그런 일을 겪으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나고 나면 까먹을 거다.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한 상대가 누군지는 기억하지만 그 감정은 잊는다. 그 사람이라고 또 그렇게 나쁜 사람도 아닐 거 같고. 그런데 진짜 나쁜 사람이라면 다음에 만났을 때도 또 내게 그러겠지? 그러면 그때 가면 화가 나지 않을까? 아직까지 그런 경험은 없었다.
사진.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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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15 F/W 서울패션위크 때 촬영된 영상들을 보니 사람들이 엄청 몰려 들더라.
이철우 : 아무래도 패션위크니깐 그랬을 텐데 평소에는 안 그렇다. 만약에 나를 아는 분이면 “어, 이철우네” 이러는 게 다다. 게다가 내가 걸어 다닐 때 주위를 잘 안 봐서… 친구랑 있으면 얘기하면서 가거나 혼자서는 그냥 핸드폰을 하며 간다. 누가 부르지 않는 한은, 직진! 하하. 그래서 (핸드폰 보는 동작 하며) 이러고 있다가 아는 사람이 옆에 있는데도 그냥 지나간 적이 있다. (웃음)

Q. 서울패션위크 때 선배 모델 김원중이 “철우야 너만 믿는다”라며 자신의 브랜드 87MM 런웨이에 서는 당신에게 신뢰를 보여 주기도 했다.
이철우 : ‘하트어택’ 1회였을 거다. 근데… 그냥 하는 말이지, 말. (일동 폭소) 농담이고, 좋은 형이다.

Q. 선배에게 잘하는 후배인가?
이철우 : 못하진 않는 것 같다. 그런데 형들이랑만 다니다 보니 동생들을 대하는 게 어려워 졌다. 아무래도 형들이랑 있으면 알아서 다 해주니깐… 형들이 뭔가 더 편하기도 하고 말도 더 잘 통하는 거 같다.

Q. 집에선 첫째 아닌가?
이철우 : 그렇긴 한데 사회에선 동생인 게 편하다. 누나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주변의 형들을 보면 누나들이 되게 잘해주더라.
사진.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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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것도 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웃음) ‘하트 어택’ 얘기를 좀 해보면, 방송에서 피규어를 좋아하는 모습이 나왔다.
이철우 : 피규어라기 보다, 프라모델이다. 피규어는 한정판 같은 것만 사는데, 돈 주고 사서 세워 놓는 것 보다는 내가 만들어서 놓는 게 더 좋다.

Q. 만드는 걸 좋아하는 건가? 옷 리폼도 직접 하던데.
이철우 : 옷은 ‘만든다’기 보다는 나만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란 생각에서 하는 거다. 프라모델은 요샌 거의 못하고 있긴 한데 시간이 있을 때마다 한다. 프라모델마다 그레이드가 다 있다. 내가 하는 건 제일 끝에서 바로 전 단계. 제일 끝에 건 가격도 세고 우리나라엔 별로 예쁜 게 없어서 전 단계 거로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아예 날을 잡고 한다.

Q. 얼마나 걸리나?
이철우 : 마음 먹고 아침부터 하면 그날 저녁 쯤? 한, 열 시간 정도 걸리지 않나 싶다. 계속 앉아 있으면 허리 아프니깐 좀 일어나서 한 바퀴 돌고 그 다음에 또 만들고 밥도 먹고. 하하.

Q. 제일 위에서 아래 단계면 잘하는 거 아닌가?
이철우 : ‘잘하고 말고’랄 게 없는 게 설명서가 다 있다. (웃음) 조그마한 부품이 많아서 그걸 하나하나 자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다. ‘쪼가리’ 같은 게 붙어 있으면 안 되거든.

Q. 집중력이 좋은 편인가 보다.
이철우 : 거기에 집중하면 다른 생각이 안 드니깐 좋다. 그래서 위닝 같은 게임도 좋아한다. 핸드폰 게임도 하긴 한다. 옛날부터 하던 거는 ‘클래쉬 오브 클랜’. 사람들이 하도 많이 해서 시작했는데 이젠 나만 하고 있다. (웃음) 뭔가 해놓은 게 아까워서 끝까지 한 번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그거랑 ‘세븐나이츠’, ‘드래곤스트라이커’도. 아, 그런데 캐릭터 모으는 게 너무 힘들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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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방송에서 ‘뇌섹남’과 ‘심쿵남’ 특집도 했었다. 이철우는 어떤 남자인가, 궁금했다.
이철우 : 그냥, ‘남자’다. 하하. 그런 ‘무슨무슨 남’은 다 오글거린다. 그래서 그때 촬영하면서 정말 힘들었다. 친한 사람들 앞에서 하려니 굉장히 민망하더라.

Q. 그럼 질문을 바꿔서, 이철우가 생각하는 자신의 매력은 뭔 것 같나.
이철우 : 흠… 내가 일단은 키가 크잖아. 하하. 그리고 소위 말하는 모델 같지만은 않게 생겼으니깐 그런 것도 어떻게 보면 매력이지. 그렇죠?

Q. 동의를 구하는 건가? 맞다. (웃음) 그럼 몇 가지 단어에 해시태그(#)를 붙여 이철우를 설명한다면 어떤 것들이 등장할 수 있을까?
이철우 : 음… #즐거움 #여유 (한참 생각하다) #욕심? 그리고 #맥주! 하하. 항상 여유를 갖고 싶다. 그래서 조급해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또 욕심이 있다 보니 조율을 잘 하려고 노력하고. 너무 바쁘다 보면 여유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든 꼭 그걸 가지려고 한다. 이틀이든 삼일이든 여행을 간다든가 아니면 집에서 계속 쉬거나. 날씨 좋은 날 혼자 커피숍에 가서 가만히 앉아 핸드폰 게임도 하고 책도 보고 커피도 마시는, 그런 여유로움을 즐기는 걸 좋아한다. 바다 앞에서 맥주 마시면서 바다 구경하는 것도 참 좋고. 낮에 바다 앞에서 마시는 거 좋아한다.

Q. 그런데 욕심과 여유는 서로 상충되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또, 여유를 실천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거고.
이철우 : 반대되는 거지만 욕심만 너무 가지다 보면 내가 못 살겠으니 그런 여유를 가지려고 하는 거다. 하하. 그런데 아무리 바빠도 틈은 있을 거다. 아마도? 하하. 아이돌들은 쉬는 시간이 없다고 하긴 하던데. 잠도 못 자서 차에서 두 시간씩 자고 그런단다. 그런데 난 아이돌은 아니잖아. 만약에 나중에 연기를 하게 돼도 작품이 끝나고 나선 시간이 있지 않나. 그러니 당연히 참을 수 있다. 일이 좋아서 하는 거니깐.

Q. 어떤 상황이 와도 다 즐거운 마음으로 하겠다?
이철우 : 그렇다. 그런데 또 내가 잠에 약해서… 한 여덟 시간은 자야… (일동 웃음) 잠을 못 자는 게 며칠 정도면 괜찮을 텐데 몇 달이면 힘들 거 같다. 그래도 뭐 어떡해. 하면 하는 거지! 하하.

Q. 왠지 장난기도 좀 많은 거 같다. 방송에서 아이돌처럼 꾸미는 어플을 사용하면서 티파니 얼굴 사진에 수염을 그리지 않았나.
이철우 : 친해지면 자주 (장난을) 친다. 방송에서 한 건 백 프로가 아니다. 누나가 화낼까 봐 무서워서 도를 지키고 있다. 하하. 완전 더 친해지면 그때 가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한 15회쯤 가면? 하하.

Q. 프로그램을 통해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자신의 성향이나 취향이 있을까.
이철우 : 스튜디오 촬영만 있었으면 모를 수도 있었을 텐데 야외가 있으니깐 아마 곧 다 나올 거다.

Q. 방송에서 외발전동휠을 탔던 거나, 볼링을 하던 걸 보니 운동도 곧잘 하는 것 같더라.
이철우 : 외발전동휠 같은 경우는 보통 한 시간씩 연습해서 탄다고 했다. 사장님이 직접 가르쳐 주셨는데 10분 정도 연습했다. 태은이 형은 한 번에 탔다고 하던데… 하하. 운동은 오래 달리기 빼고는 다 좋아한다. 피트니스 센터에서도 런닝머신 위에선 절대로 안 뛴다. 재미가 없다. 농구 같은 구기 종목은 하려면 재미있게 할 수 있다. 수영도 달리기 느낌이라 싫은데, 서핑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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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간 인터뷰 했던 것들을 보면 공유와 강동원을 좋아한다고 하던데, 여전한가?
이철우 : 공유 씨를 예전부터 좋아했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을 보고 꽂혔다. 중학생 때 나왔었던 거 같은데 지금도 계속 보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본다. (웃음) 그걸로 (연기) 공부를 하기도 하고. 그냥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더라.

Q. 그 정도면 기억에 남는 대사도 있겠다. 이철우가 꼽는 명장면은 뭔가.
이철우 : 너무 많다. (생각하다 갑자기 웃으며) 아니다, 말 하면 안 되겠다. 야하다.

Q. 뭐길래? 은찬이랑 한결이가 키스하던 장면?
이철우 : 아니, 아니. (웃음) 첫날밤 장면. 한결이가 “너 들어오면 집에 안 보낸다” 라고 했는데 그때 은찬이가 딱 들어가서! 하하하. 뭔가 대리만족 하는 기분이었다. (일동 폭소)

Q. 하하하. 3년 쯤 시간이 흘렀을 때, 사람들이 이철우란 이름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올랐으면 좋겠나.
이철우 : 지금은 모델인데 그때는 연기자로 인식되면 좋겠다. 연기자 겸 모델, 모델 겸 연기자. 이런 이미지였으면 좋겠다.

Q. 3년 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철우 : (수줍게 미소 지으며) 3년이면… (연기로) 화도 낼 수 있겠죠?

Q. 하하. 더 빨리 6개월 만에 될 수도 있고. 올해 계획은?
이철우 : 일단은 연기하는 게 목표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드라마를 해야겠다는 것보다 작은 것들이라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덜컥 뭔가를 해 버리면 좀 무서워질 것 같아서, 촬영장을 경험해볼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싶다. 일단은 연습을 많이 해야 하고. 그러다가 좋은 기회가 온다면 아무리 부담되어도… 해야지! (웃음)

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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