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새 앨범 ‘유지(UZ)’를 소개해 달라.어반자카파[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어반자카파, 특이한 그룹이다. 이름도 독특한데 성격은 더욱 독특하다. 밴드를 연상시키는 그룹명이지만 알앤비 넘버를 주로 부른다. 심지어 90년대 이후 찾아보기 쉽지 않은 혼성 보컬 그룹. 헌데 가장 특이한 건 이들이 꽤나 대중적인 그룹이라는 점이다. 비주류의 요소를 고루 갖춘 이들은, 발표하는 곡마다 차트 상위권에 랭크되며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 28일 발표된 ‘유지(UZ)’도 마찬가지다. 래퍼 빈지노가 피처링한 선공개곡 ‘겟(Get)’은 지난 22일 발매된 후 지니에서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타이틀곡 ‘둘 하나 둘’ 역시 올레뮤직, 다음, 지니 등 주요 음원차트에서 상위권에 안착해있다. 주류인 듯 주류 아닌 주류 같은 이들. 결국 음악의 힘 앞에서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는 무의미한 것이었다.
순일 : ‘유지’는 어반자카파(Urban Zakapa) 앞 두 글자를 따서 지은 제목이다. 선공개곡 ‘겟’과 타이틀곡 ‘둘 하나 둘’을 비롯해 총 5곡이 들어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즌인 만큼 기존 정규앨범보다 밝은 노래 위주로 넣었다.
용인 : 원래 우리 노래들 중에 우울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다양한 색깔의 음악을 담아봤다.
Q. 첫 곡은 ‘보통의 연애’, 끝 곡은 ‘불안한 연애’다. 트랙 배열에 신경을 썼나?
순일 : 앨범 전체를 들었을 때 흐름이 잘 넘어가도록 배열했다. 딱히 첫 트랙과 끝 트랙의 제목을 맞췄다기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쭉 들었을 때 이질감 없이 넘어가도록 만들었다.
Q. ‘겟’을 선공개한 이유가 있나?
용인 : 우리가 신나는 노래를 자주 부른 편은 아니었다. ‘뷰티풀 데이(Beautiful Day)’(2012) 이후로 처음이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니까, 시원한 노래 들려드리면 좋을 것 같았다.
Q. 빈지노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현아 : 전화해서 막무가내로 해달라고 졸랐다. 감사하게도 흔쾌히 응해주시더라.
용인 : 우리 셋 모두 빈지노의 팬이다.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 왜 사람들이 빈지노, 빈지노 하는지 알겠더라. 가사도 좋고 랩도 정말 잘한다.
현아 : ‘겟’에는 빈지노의 분량이 가장 많다. 랩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은 곡이 나와서 빈지노에게 부탁을 했다. 요즘 워낙 바쁘시니까, 지인으로서 미안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평소에 빈지노를 무척 좋아해서 꼭 같이 해보고 싶었다.
Q. 가사 콘셉트는 함께 상의한 건가?
현아 : 보컬 부분을 먼저 녹음해서 보내드렸다. 빈지노가 거기에 맞춰서 가사를 써왔다.
Q. 다른 가수들과 콜라보레이션을 많이 한다. 본인 앨범 작업과는 어떻게 다른가?
용인 : 어반자카파 앨범은 우리가 곡을 다 쓰고 디렉팅도 우리끼리 본다. 그래서 외부 작곡가의 곡을 받는 OST나 콜라보레이션 작업은 완전히 다른 것 같다. 다른 분의 곡을 소화해내야 하고 다른 보컬 혹은 래퍼와 결과물을 내야하기 때문에 색깔도 다르다. 신선하고 즐겁다.
어반자카파
Q. 세 사람 모두 노래도 하고 곡도 쓴다. 파트 분배는 어떻게 하나?현아 : 곡을 만들어 놓고 나면 ‘이 부분은 이 친구가 해야지’하는 그림이 나온다.
용인 : 이젠 암묵적으로 계산이 나온다.
Q. 그럼 서로 보컬 스타일도 잘 알고 있어야겠다.
현아 : 그렇다. 용인 같은 경우에는 목소리가 굉장히 특이하다. 말하는 목소리와 노래하는 목소리가 비슷해서 말만 해도 ‘박용인이네’ 생각할 정도다. 순일은 보기 드문 미성을 가지고 있고 남자 음역과 여자 음역을 다 소화할 만큼 음역대가 넓다.
용인 : 현아는 보컬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어떤 노래를 써도 그 곡에 최대한 잘 맞게 노래를 불러준다. 다양한 색깔의 목소리를 가졌다. 순일이의 미성은 남자들 사이에서 찾기 힘든 목소리다.
순일 : 사실 우리 노래를 들어보면 용인의 파트가 적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용인의 목소리가 존재감이 뚜렷하다. 다소 심심할 수 있는 노래도 용인이 부르면 흐름에 맞게 전환이 된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아는 워낙 노래를 잘하고 디바 같다. 중저음에 고음, 하이노트까지 소화한다. 안 되는걸 되게 하니까 같이 노래를 하면 편하다. 또 곡을 이해하는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다.
Q. 정서적인 교류도 중요할 것 같다.
현아 : 서로의 경험이나 감정에 대해 파악을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레코딩을 할 때도 구체적인 인물이나 상황을 설명해주며 진행한다.
용인 : 사실 기분이나 감정을 아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추상적으로 설명하는 것 보다는 구체적인 경험을 설명해주는 것이 이입에 더 좋다. 감정이 확 와 닿으니까. 외부 보컬 디렉터가 오면, 우리의 평소 감정을 잘 모르니 추상적인 지시만 하게 되지 않나. 그것보다는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는 우리끼리 디렉팅을 보는 게 더 좋다. 워낙 친하니까 가능한 일이다.
순일 : 노래를 할 때, 감정적인 하모니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 비밀도 없다. 그런 것들이 노래에 고스란히 묻어 나오는 것 같다.
Q. 서로 감정의 기류가 다르면 앨범 작업이 힘들기도 하겠다. 예를 들어 누구는 연애해서 행복한데 다른 멤버는 이별해서 괴롭다거나.
현아 : 오,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특이하게, 우리가 연애를 하면 다 같이 하고 헤어지면 다 같이 헤어진다. 누구 한 명이 우울하면 다 같이 우울하고. 그런 시기가 비슷하게 온다.
Q. 멤버들끼리 부딪히는 일은 없나?
현아 : 우리가 중, 고등학교 때 만나서 같이 성장했다.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에 늘 적응이 돼 있어서 부딪히는 일은 거의 없다.
용인 : 오히려 일 때문에 만나는 관계면, 많이 부딪히거나 싸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는 애초에 친구로 만났기 때문에 괜찮다.
Q. 멤버 외에도 가수 윤하와 친분이 돈독하더라. 어반자카파에게 윤하란?
현아 : 앞 동 여자. 동네 주민이다. 바로 앞 동에 산다.
순일 : ‘뭐해’. 매일 뭐하냐고 물어본다.
현아 : 같은 곳에 일정이 있으면 괜히 윤하네 차를 타고 온다. 하하.
어반자카파
Q. 작년 11월에 정규앨범이 나오고 또 미니 앨범을 냈다. 다작을 하는 것 같다.현아 : 다작이라기보다는 꾸준히 하려고 한다. 쉬고 싶을 때는 확 쉬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최대한 작업해서 결과물을 내고 싶다. 그 나이 대에 가질 수 있는 느낌이나 감정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Q. 지금은 2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는 나이다. 어떤 생각이 드나?
현아 : 세상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연애에 있어서도 사소한 문제보다 크게, 현실적인 문제들을 생각한다. 진로에 대한 고민도 달라진다. 스무 살 때 고민했던 것보다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걸 느낀다.
Q. 20대 초반에 어반자카파를 결성하고, 소속사도 없이 앨범을 제작했다. 어린 나이에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다.
용인 : 어떻게 보면 어리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결정이다. 지금 다시 팀을 만들어서 처음부터 다시 하라고 하면…(웃음). 세상을 알고 나면 도전할 수 없었을 것 같다. 나이도 어리고 서로 좋아하는 음악관도 뚜렷해서 팀을 결성할 수 있었다.
순일 :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어린 나이에 ‘나는 이거 아니면 안돼’라고 생각하기 어렵지 않나. 고민도 물론 많았지만, 우린 음악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세 사람이 만날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다. 벌써 7년 차가 됐다. 운도 좋고 열심히도 했다.
Q. 소속사에 들어가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현아 : 셋 다 회사에서 트레이닝을 받은 적도 있다. 그런데 회사에 들어가면 프로듀서가 있고 그 분의 방향대로 따라가게 되지 않나.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게 확실하니까 ‘돈 좀들이면 되지 않을까? 사비로 하자’고 생각했다. 당시 내가 인맥이 있어서 유통사 계약을 맡아 진행했다. 수익을 낼 거라는 생각은 안 했다.
용인 : 앨범을 내고, 3개월 후부터 카페에서 우리 노래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6, 7개월 지나고 나서는 미니홈피 배경음악 1위를 하더라.
Q. 맞다. 데뷔 이후로 쭉 승승장구한다는 느낌이다. 불안함이 생기지는 않았나?
현아 : 잠깐 생겼다가 없어졌다. 멤버들이 서로 무척 듬직하게 잘 지켜줬다. 활동 초반부터, ‘인기는 한번 올라가면 언젠가 당연히 떨어지는 거니까 실망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용인 : 현아가 1집 활동 때부터 순일이나 나한테 매번 얘기했다. 인기에 연연하면 상처를 받을 수 있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우리 갈 길 가면 된다고. 그런 얘기를 많이 들어서 지금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현아 : 지금은 수천 명의 관객들이 우리 공연을 찾아오지만 관객들이 적게 오는 날도 분명히 올 거다. 그런데 그걸 두려워하면 ‘이 노래를 사람들이 좋아할까’라며 음악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 같다. 그래서 항상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하려고 한다.
Q. 혼성 보컬그룹, 흔치 않은 형태의 팀이다. 닦이지 않은 길을 간다는 느낌도 있었겠다.
현아 : 팀을 처음 만들 때부터 없는 걸 하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합도 없는 조합, 음악도 최대한 없는 색깔로 하려고 했다.
순일 : 닦여있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게 우리한테는 장점이 됐다. 비슷한 팀이 있다면, 그들과 비교가 되거나 따라한다는 평가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은 ‘어반자카파 같은 색깔은 어반자카파 밖에 없는 것 같다’고 평가해주시니까, 우리한테는 좋은 면이 많았다.
용인 : 세 멤버 모두 보컬인 경우가 흔치 않다. 게다가 셋 다 색깔도 다르다. 음악 자체가 독특하지 않아도 셋이 레코딩을 하면 우리들의 색깔이 되어 나온다. 그래서 우리끼리도 신기할 때가 있다.
Q. 사람들의 반응도 살피나?
현아 : 어느 순간부터 악플이 생기더라. 처음에는 충격을 받아서 휴대폰도 못 봤다. 그런데 이젠 극복이 된다. 일단 최대한 리뷰나 댓글은 안 보려고 하고 점점 면역력도 생긴다. 봐도 아무렇지 않다. 이젠 우리끼리 얘기한다.
용인 : 사람이라는 게, 다양하고 많은 것들을 다 좋아할 수는 없지 않나. 작품이 많아질수록 반응이 갈릴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수요미식회’ 하차 기사에 악플이 많았다. 사실 그 때는 새벽에 잠도 못자고, 악플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는 걸 이해하게 됐다. 사실이 아닌 일들이 사실인 양 댓글에 달리니까.
Q. 그러고 보니 박용인은 ‘수요미식회’에도 출연했고 레스토랑도 운영한다. 음식에 일가견이 있나?
용인 : 음식 먹는 걸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레스토랑 운영은 그냥 조용히 가려고 한다. 처음에는 기사도 나고 했는데, 이젠 잘 모르겠다. 이건 기사로 내셔도 된다.
Q. 다른 멤버들은 음악 외에 관심 가지는 분야가 없나? 예술계 종사자들이라 감각이 예민할 것 같다.
순일 : 현아는 글 쓰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 여행에 관심이 많다. 일주일만 시간이 나도 어디든 가려고 한다. 영화도 자주 보고 드라마도 좋아한다. 술도 좋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좋다. 일상적이고 소소한 경험들이 소중하다. 예술가라고 특별한 것만 하면, 사람들과 공감대 형성이 안 되지 않을까. 20대를 열심히 즐기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게 다 작품에 반영되는 것 같다.
Q. 이번 활동 계획은?
순일 :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같은 음악 방송이나 라디오 방송 위주로 나갈 것 같다. 많이는 안 할 것 같고. 9월부터 전국 투어 공연에 들어간다. 방송 끝나자마자 투어준비를 할 것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플럭서스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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