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텐아시아=최보란 기자]썸과 밀당, 인스턴트식 사랑이 만연한 요즘 배우 김동욱은 은기를 통해 사랑의 열정을 되새기게 했다. 조선 연애 사극을 표방한 JTBC 드라마 ‘하녀들’은 사연을 품었지만 결국 시청자들에게 신분과 계급을 뛰어 넘는 위대한 사랑의 힘을 일깨웠다. 그 가운데에서 김동욱이 연기한 김은기는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순정을 보여줬다. 그의 순애보는 다앙? 색깔의 사랑을 보여줬던 ‘하녀들’ 속에서도 유독 반짝반짝 빛났다. ‘조선의 로맨스남’으로 돌아온 김동욱에게서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Q. 제대 후 첫 드라마 복귀작이었다. 오랜만에 드라마에서 김동욱을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하녀들’에 정이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종영 한 소감이 어떤가.
오랜만에 돌아온 드라마 촬영 현장이 반가운 느낌이었다. 겨울 사극이라 추위 때문에 고생은 좀 했지만, 즐겁게 촬영했다. 김은기가 양반 자제 역할이라 고생이 덜 할 것 같지만 알고보면 비단 옷이 더 춥다. 오히려 하녀들 옷이 더 따뜻하다더라.
Q. 모처럼 ‘순정’, ‘순애보’라는 표현에 어울리는 사랑을 보여준 캐릭터였다. 사랑에 몸 바치는 은기라는 인물은 같은 감정을 겪어보지 않고 쉽게 소화하기 힘들 것 같다.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열렬한 사랑의 기억이 있지 않을까. 나 또한 어린 시절 ‘이 사람을 왜 이렇게까지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뜨거운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있다. 그런 경험이 있기에 은기에게 공감하고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은기만큼 다정하고 자상하지는 못하다. 그 정도로 집착하지도 않고.(웃음)
Q. 은기가 죽음을 맞으리라는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나.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떠난 은기의 마지막이 아쉽지는 않은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촬영 시작할 때는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극이 흘러 가면서 전개상 ‘아, 은기가 죽음을 맞겠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은기의 죽음이 아쉽지는 않다. 그로인해 해결되고 이어진 사건들이 있다. 전체 맥락에서 그래야만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 것 같다.
김동욱
Q. 인엽(정유미)의 품에서 감춰온 진심을 모두 털어 놓고 숨을 거두는 마지막 장면이 많은 시청자들을 울렸다.은기의 죽음이 마지막 촬영분이었다. 그래서 감정선을 결말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 아무래도 마지막 장면이었고, 속내를 모두 얘기했던 장면이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많은 것을 감내했던 은기가 솔직하게 감정을 다 털어냈고, 감정의 절정이었던 대목이기에 아직도 여운이 남았다.
Q. 연애 사극이라고 표현할 만큼 사랑이 주된 줄기였지만, ‘하녀들’이라는 제목만큼 계급과 신분에 대한 이야기도 관전 포인트였다. 최근 갑을관계에 대한 단상이 사회적으로도 많은 화제가 됐었고.
작가님이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 주셨고, 마침 요즘 상황과 맞물려 공감을 자아낸 것도 있는 것 같다. 배경이며 주인공의 사연이 갑과 을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는 설정이었다. 그렇지만 저는 사랑 이야기로 알고 작품을 선택했고, 맡은 부분에 충실하게 연기하고자 애썼다. 저 또한 다양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한다.
Q. 작품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을 하는 편인가.
그냥 책을 읽는 기분으로 시놉시스를 본다. 제가 맡을 캐릭터도 물론 중요하지만, 한 권의 책을 읽듯이 쭉 살펴본 뒤 재미있고 끌리는 이야기를 찾는다. 이번 ‘하녀들’도 하루 아침에 신분이 뒤바뀐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무척 흥미로웠다.
Q. 사실 은기도 본인이 인엽보다 상전이었기 때문에 더 거침없이 사랑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반대로 은기의 집안이 누명으로 몰락했다면 인엽을 향한 사랑을 드러낼 수 있었을까 싶다.
은기에게는 상관 없었을 것이다. 만약 은기가 하인의 신분이 됐다면 양반인 인엽에게 다 버리고 도망가자고는 하지 못했겠지. 하지만 은기는 자신만의 방식대로 계속 사랑을 지켰을 거라고 믿는다. 은기라면, 어떤 형태로든 사랑을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김동욱
Q. 은기가 보여준 순정은 어쩌면 현대물이라면 공감을 얻기 어려웠을 지도 모르겠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했기에 더 애틋하게 와 닿은 것 같다.현대물이었다면 이렇게까지 공감을 얻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그런 순수한 사랑이 많이 사라졌다는 말이다. 요즘은 ‘썸’, ‘밀당’ 그런 말들이 있지 않나. 그런 표현이 없을 때는 그것을 사랑으로 가는 한 단계로 봤는데, 그 과정을 표현하는 특정한 단어가 생김으로써, 그 관계에 한계가 정해져 버리는 것 같다. 슬픈 얘기다.
Q. 은기가 어찌 보면 부럽기도 하다. 목숨도 아깝지 않은 사랑을 만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사랑에 있어서 은기 같은 열정이 남아있나, 아니면 이제는 편안한 만남을 원하나.
드라마 속 같은 사랑을 하고도 싶고, 받고도 싶다. 열정과 편안함을 두고 보자면, 둘 다 인 것 같다. 은기처럼 열정적인 사랑을 해보고 싶기도 하면서 동시에 함께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랑을 해 보고 싶다.
Q. 모처럼 순수한 사랑을 보여준 은기, 많은 시청자들이 그리워 할 것 같다. 김동욱에게 은기는 어떤 모습으로 남았나.
사실 캐릭터에 오래도록 젖어있는 타입은 아니다. 그냥 어느 날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고, 상황이 생각나면 문득 그러워지는 것 같다. 은기도 마찬가지일 것. 은기를 통해 한 사람을 열렬하게 사랑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어 행복했고, 언젠가 나도 모르게 그런 은기를 연기했던 내 모습이 문든 그리워 질 것 같다.
최보란 기자 ran@
사진. 구혜정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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