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블러드’ 방송화면
SBS ‘블러드’ 방송화면
SBS ‘블러드’ 방송화면

판타지 의학드라마라는 신선한 시도로 관심을 모았던 ‘블러드’가 때 아닌 연기력 논란으로 인해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 방송을 시작한 KBS2 월화드라마 ‘블러드'(극본 박재범, 연출 기민수, 제작 IOK미디어)는 국내 최고 암병원 태민병원을 중심으로 불치명 환자들을 치료하고 생명의 존귀함과 정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뱀파이어 외과의사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 판타지 메디컬 드라마다. 지난 2013년 방송돼 큰 사랑을 받았던 KBS2 ‘굿 닥터’의 박재범 작가와 기민수 PD가 다시 뭉친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베일을 벗은 ‘블러드’는 단 1회만에 판타지를 위한 치밀한 밑밥 작업을 마치면서 빠른 전개로 몰입도를 높였다. 믿고 보는 작가로 신뢰감을 굳힌 박재범 작가는 생소한 장르임에도 탄탄한 전개로 이해도를 높였다. 인물들의 탄생 배경과 각각의 인물이 지닌 가치관, 관계 등도 첫 회부터 명확하게 드러나며 긴장감을 더했다.

하지만 4회가 지나도록 시청률을 좀처럼 오를 줄 모른다. 인터넷상에서 화제는 다른 드라마들 못잖게 뜨거운데 왜일까. 이는 드라마의 무리한 설정과 배우들의 연기를 두고 벌이는 네티즌의 설전에서 비롯된 화제기 때문이다. 방송 시작전부터 일부 시청자들사이에서 제기됐던 주연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우려가 뚜껑을 연 뒤 더욱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 어설픈 CG와 생뚱맞은 로봇의 등장도 도마에 올랐다.

‘블러드’는 방송 전부터 모델 출신의 신인 연기자 안재현이 주인공이자 천재적인 뱀파이어 의사인 박지상 역에 발탁돼 화제가 됐다. 안재현은 신인임에도 SBS ‘별에서 온 그대’와 ‘너희들은 포위됐다’ 등에서 개성있는 외모와 안정적인 연기로 눈길을 모았다. 이에 ‘블러드’를 통해 ‘굿 닥터’의 주원을 잇는 남자 배우의 탄생을 기대케 했으나,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도도한 종합병원 상속녀인 여의사 유리타 역을 맡은 구혜선도 과거 수차례 시달렸던 연기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구혜선은 까칠하고 오만한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하이톤의 목소리와 억양이 독특한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캐릭터에 대한 연구와 고민의 흔적이 엿보임에도 불구, 시청자들사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연기력을 평가할 정확한 기준은 없다. 하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이들의 연기가 부자연스러우며 극에 몰입할 수 없게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블러드’는 뱀파이어라는 판타지와 의학 드라마를 오고 가는 장르물을 소화해야 하는 만큼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력이 요구되는 드라마. 그러나 초반 배우들의 연기는 시청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듯하다.

박지상과 유리타의 연기와 케미는 이번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극 초반에는 의사로서 서로 다른 신념을 내세우며 갈등을 일으켰던 두 사람이 점차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큰 줄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케미를 발산하기도 전에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면서 ‘블러드’의 앞날이 잔뜩 흐려졌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논란이 새로운 장르적 시도에 대한 적응기일거라 믿으며 ‘블러드’의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400년간 지구에 머물러온 우주인(‘별에서 온 그대’), 7개의 인격을 지닌 다중인격자(MBC ‘킬미, 힐미’)의 이야기는 현실감 없는 독특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결국 어떤 스토리라도 전개 방법과 배우들의 연기, 연출의 힘이 조화롭다면 성공할 수 있음이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는 점에서 ‘블러드’의 희망은 완전히 꺾이지 않았다. ‘블러드’가 이번 논란을 이겨내고 의학 드라마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작품으로 남을지, 판타지 의학 드라마는 시기상조였다는 아쉬움으로 남을지 두고 볼 일이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oa.co.kr
사진. ‘블러드’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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