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A 지민
AOA 지민
AOA 지민

걸그룹 AOA 지민이 아이돌에 대한 선입견을 조금씩 깨고 있다. 흔히 아이돌은 음악성과는 거리를 두고 생각해 왔다. 기획사가 만들어준 노래와 춤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랩을 하는 멤버의 경우, 노래를 못해서 랩을 한다는 인식까지 있었다. 그래서인지 AOA 지민이 처음 Mnet ‘언프리티 랩스타’에 참가한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였다. 지민의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든 것은 결코 아니다. 지민은 독특한 음색과 리듬감 있는 플로우로 아이돌 중에서도 눈에 띄는 래퍼이자 노래 실력도 수준급이다. 그러나 언더그라운드에서 내공을 쌓은 여성 래퍼들과 싸움에서 지민이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걱정과 기대가 함께 섞였다.

우려했던 대로 지민의 등장에 함께 출연하는 래퍼들은 “아이돌?”이라며 미심쩍은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언프리티 랩스타’ 1회 자기소개 싸이퍼에서 지민이 당황한 모습으로 랩을 하는데 실패하기도 했다. 지민은 결국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자신을 향한 시선과 부담감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민은 자기소개 싸이퍼 이후 달라졌다. 아이돌로서 오랜 공연 경험과 더불어 직접 AOA 노래들에 랩메이킹을 했던 실력이 점점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언프리티 랩스타’는 여성 래퍼들의 서바이벌 전쟁이지만, AOA 지민의 성장기이자 아이돌을 향한 세상의 선입견에 맞서는 도전기이기도 하다. 그 도전과 성장은 흥미롭게 이어지고 있다.

Q. 첫 회가 나간 뒤 반응이 뜨거웠다. 소감이 어떤가?
지민 :
그때 당시 정신이 너무 없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첫 방송 때 단체 그룹 채팅을 하면서 다 같이 봤는데 새록새록 기억나기 시작했다. 서로 “저때 진짜 힘들었어”라며 이야기했다.

Q. 첫 회 때 많이 힘들어 보였다. 하하.
지민 :
다른 스케줄로 3일 밤샌 뒤 첫 촬영을 갔다. 또 가서 24시간을 찍었다. 이 프로그램은 뭐하는지 안 알려준다. 그날 그날 알려주고, 하기 직전에 알려준다! 그날도 그냥 참가자들 만나는 자리라고 알고 갔는데 다음 날 아침에 촬영이 끝났다.

Q. 즉석 자기소개 싸이퍼에서도 당황한 티가 많이 나던데.
지민 :
당시 자기소개 때 생각도 못하고, 할 것도 없었다. 내가 지금까지 썼던 랩이라고는 AOA에 맞는 노래 가사밖에 없다. 진짜 아무 준비 없이 첫 촬영을 갔던 것인데 랩을 시킬 줄이야.. 항상 방송에서 카피 랩이나 타이틀곡 랩만 보여드렸지 자기소개 싸이퍼할 일이 없었고, 멘붕인 상태로 말도 안되는 랩을 보여드렸다. 그 부분을 방송에 안 보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는데 나갔다. 작가님께서 봤냐고 문자가 왔는데 정말 귀엽다고 해주셨다.

Q. 뒤에 100초 싸이퍼 영상을 찍을 때는 활약이 대단했다.
지민 :
차라리 그런 거 하는 게 낫다. 하하. 모든 미션에도 공연을 하든 뭔가 보여주는 게 낫더라. 나는 가수인가보다. 하하.

Q. 또, 첫 인사할 때는 어색하고 기싸움을 하는 듯 보였는데 싸이퍼 영상을 촬영할 때는 한결 친해진 모습이었다.
지민 :
다들 오래 촬영할 줄 몰랐던 상황이어서 멘붕이었다. 어느 먼 곳의 펜션을 빌려서 촬영했는데 그때 진짜 추웠다. 난방도 안 되고.. 서로 힘드니까 많이 친해졌다.

Q. 멤버들이 없어서 더 힘들었겠다.
지민 :
항상 멤버들하고만 다녔는데 이번에 혼자 다녀와보니 멤버들의 소중함을 느꼈다. 나는 애들이 없으면 안 되는구나. 이 프로그램은 정말 많은 걸 느끼게 한다.

Q. 그래도 배울 점이 많을 듯하다.
지민 :
수록곡에 내 소개를 할 수 없지 않나.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연습도 많이 됐다. 데뷔하면 솔직히 연습하기가 힘들고, 하는 음악도 한정되는데 그 친구들 만나서 배우는 점이 정말 많다. 배틀이고 미션이다 보니 어쨌든 뭔가 해야 하는데 그 뭔가를 내가 하고 있다.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AOA 지민
AOA 지민
AOA 지민

Q. 촬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지민 :
주제를 주고, 알아서 써와야 하는데 막 갑자기 일이 일어난다. 처음 미션도 갑자기 아침에 모아놓고 싸이퍼 공개하고 인기투표하고 그 다음에 이번에 트랙은 지코 트랙입니다라고 말한 뒤 지코 ‘터프쿠키’의 가사를 쓰라고! 연습을 하다가 갑자기 지코랑 클럽에서 공연한다고…. 하하. 여덟 마디 정도까지는 외우기 싫은데 16마디 넘어가면 힘들다. 또 맨날 하루만에 다 해야 하니까 암기력을 많이 키웠다. 머리를 너무 안 쓰다가 쓰니까… 하하. 여러 방면에서 많은 분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Q. 지코와의 클럽 공연은 어땠나?
지민 :
폭발할 뻔했다. 그냥 계속 가사만 잊어버리지 말자고 생각했다. 가사를 잊어버리면 잘하든 못하든 안 좋아 보이니까. 가사만 계속 생각했는데 나는 무대 체질인가보다. 막상 무대에 올라가니 정말 재미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AOA를 알고 계셨다. ‘사뿐사뿐’ 활동하고 밖에 나가본 게 그때가 처음이었다. 우리 인지도가 쌓였다는 것에 놀랐다. 1위를 하고, 음원 성적이 좋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그때 알게 됐다. 내가 AOA 옷을 안 입었는데도 알아보다니.. 진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꼈다.

Q. 클럽 공연도 처음이었을 텐데 공연에 대한 재미도 느꼈겠다.
지민 :
진짜 재미있었다. 고등학생 때는 노래를 했는데 밴드를 했었다. 밴드로 돈 받고 공연도 하고 그랬는데 그때 이후로는 처음 공연이어서인지 옛날 생각도 나고 재미있었다.

Q. 래퍼들은 믹스테이프도 많이 만든다. 이제 믹스테이프를 만들어 볼만 한데.
지민 :
키썸이라는 동생이랑 많이 친해졌는데 우리 만들어 놓은 가사가 아까우니 이거 끝나고 모아서 믹스테이프를 내자고 이야기했다. 기회가 되거나 회사에서 허락만 해주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물이 올랐을 때, 열정이 차 올랐을 때 보여드려야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창작에 제대로 입문한 것 같다. 예전에 했던 것은 그냥 곡에 맞춰 썼다면 지금은 진짜 많이 생각하고 배우고 느낀다.

AOA 지민
AOA 지민
AOA 지민

Q. 그런데.. 왜 ‘언프리티 랩스타’에 출연했나? 아이돌이라는 선입견과도 싸워야 하고, 여러 가지 힘든 점이 처음부터 보이는 프로그램이었다.
지민 :
하하. 맨 처음에 ‘쇼미더머니’라고 들었다. 활동이랑 겹치면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고, 잘해도 욕을 먹을 수 있는 곳인데 나가서 잘할 자신이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아이돌로서 난 이렇게 풀어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너무 힘들었다. 활동 끝나고 연말 시상식에 해외 콘서트에 잠을 1시간도 못자던 상황이었다. 비행기 안에서 메이크업하고 내리자마자 스케줄을 갈 정도였다. 시상식마다 안무도 다르고, 그것도 연습도 못하고, 콘서트 개인무대도 준비해야 했고,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는데 일만 많아서 너무 싫어서 울기도 했다. 맨날 밤새고… 그러다 멤버들을 만났는데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렸다. 멤버들한테 나는 리더고, 든든한 존재고, 내가 자존심이 센 걸 아는데 내가 자존심도 다치고, 그동안 힘들었다고 생각하면서 걱정을 많이 해줬다.

Q. 첫 방송을 앞두고 우는 모습이 담긴 티저도 공개됐었다.
지민 :
멤버들이 그 티저 보고 또 울었다. 그 정도로 감수성이 풍부한데 첫 방송을 보고는 너무 재미있다고 하더라. 이미 지난 일이다.

Q. 자기소개 싸이퍼는 안타까웠지만, 그 뒤에는 잘 해내고 있다. 칭찬도 받았다.
지민 :
나오는 분들이 다 힙합하는 분들이니까 나에 대한 것을 잘 모른다. 나는 다른 분들보다는 실력이 잘 알려지지 않은 래퍼라서 기대치가 낮았다. ‘생각보다 잘하네’라고 생각해주신 것 같다.

Q. FNC엔터테인먼트에는 노래로 오디션에 합격했다고 들었다. 랩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민 :
처음 가수가 되고 싶다고 느꼈던 것은 힙합 가수에 피처링하는 여자를 보고 나서 였다. 양동근 선배님 노래 중 ‘청춘’에 나나라는 어떤 여자 보컬이 피처링했다. 목소리가 특이한 분인데 그 분과 에픽하이 선배님 노래 들으시면서 그런 노래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듣는 음악들도 힙합을 선호했다. 그 뒤에 컨츄리 장르에 빠져서 노래를 하게 됐다. 노래를 하다가 어렸을 때 꿈이 있어서 그런지 랩을 내가 직접 하니까 재미있더라. 리드미컬한 노래만 연습하다 보니 발라드가 안 되는 보컬이었는데 랩을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랩에 너무 빠져 사니까 노래와 랩이 발성이 달라 무엇을 주로 해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그때 팀원들이 들어오면서 초아 언니나 유나 같이 노래 잘하는 멤버들이 있고, 랩을 잘하는 멤버가 없으니 내가 이쪽에서 잘한다고 하니까 이것을 해야겠다고 그때부터 생각했던 것 같다.

Q. 지민의 힙합 입문곡은 무엇인가?
지민 :
제이지! 비욘세 때문에 제이지를 들었다. 어렸을 때는 외국 아티스트들보다 양동근 선배님을 좋아했다. 핸드폰에 사인도 있다! 용화 오빠 피처링 때문에 회사에 왔을 때 사인을 받았다. 연습생 때는 니키 미나즈를 좋아했다. 비슷하다는 소리 많이 들어서 좋은데 니키 미니즈 노래 전곡을 다 카피했다.

Q. ‘언프리티 랩스타’를 통해서 힙합의 매력도 많이 느꼈을 것 같다.
지민 :
내 이야기를 하는 게 매력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내 이야기를 한 것이 남으니까 뿌듯하다. 진짜 내 이야기, 나 밖에 쓸 수 없는 이야기니까. AOA를 하면서도 노래를 받아서 가사를 쓰는데 내 이야기라기보다 작곡가의 이야기, AOA 콘셉트에 맞춘 이야기다. 물론 무대에서는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몰입해서 부르지만, 이번엔 리얼 내 이야기니까.

Q. 그렇다면 솔로곡 발표 계획도 있나?
지민 :
아직은 AOA가 좋다. 이것을 하면서 느꼈다. 내가 AOA인 이유가 있구나.

AOA 지민
AOA 지민
AOA 지민

Q.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지민 :
아이돌을 우습게 생각 안했으면 좋겠다. 아이돌은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고, 진짜 다 잘하는 친구들이다. 요즘엔 운동, 공부도 잘해야 한다. 연습생 시간을 보낸 친구들이면 뭐든 다 잘 견디는 것 같다.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들인데 저평가된다. 보여드릴 수 있는 게 한정됐다. 아이돌 친구들이 혼자 곡 쓰는 거 들어보면 대단한 친구들도 많다. 다들 잘됐으면 좋겠다. 아이돌이라고 색안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들 열정이 있다.

Q. 아이돌에 대한 자부심도 느껴진다. 주변 아이돌의 반응은 어떤가?
지민 :
용화 선배님이 너무 막 필사적으로 하지 말고, 즐기면서 하라고 말해주셨다. 첫 방송을 하고 난뒤 ‘아육대’에 갔는데 만나는 모든 가수마다 힘내라고 하더라. 특히 나인뮤지스, 루나, 전효성 선배님들이 “지민 씨 괜찮아요? 진짜 분위기가 그래요?”라며 격려해줘서 감사하다. 모든 아이돌이 다 내 편이 된 것 같았다. ‘아육대’ 든든했다. 역시 내편이 있어! 여기가 나의 무대. 나의 고향! 하하.

Q. 마지막으로, AOA 지민으로서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지민 :
일단 AOA로서도 앨범이 나올 예정이니 더욱 많은 사랑을 받고 싶다. 설현이도 영화도 개봉했고, 예능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고, 초아 언니도 열심히 하고 있고, 유나 찬미 혜정이 민아는 휴식기 다지면서 열심히 트레이닝하고 있다. 요즘 멤버들이 다음 앨범에 진짜 더 뭔가 보여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시 보컬, 랩, 연기 레슨도 받고 있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다음 앨범에는 조금 더 성숙한 모습,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작년에 쉴 틈 없이 앨범을 발표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 진짜 열심히 해서 나올 것이다. 해외 활동도 앞두고 있어서 언어 공부도 하고 있다. 이번 연도는 진짜 더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다. 기대해 달라.

프리티 랩스타② 걸그룹 래퍼 열전, 래퍼 감상 가이드북

프리티 랩스타③ 아이돌 래퍼에 대한 편견을 깨라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