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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거나 시크한 성격은 아니에요”(웃음)

이종석 박신혜 김영광 이유비 등 20대 청춘 스타들이 대거 캐스팅됐던 SBS ‘피노키오’는 의외의 보석을 발견한 드라마로 자리했다. 극중 기재명(이종석)의 형 기하명 역할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윤균상은 방송 직후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는 등 신예 배우로서는 예상치 못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잘못된 보도로 인해 가족을 잃은 살인범이자 십수년 만에 동생을 만난 아픔을 지닌 복잡다단한 내면 연기를 신예치고는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면서 ‘피노키오’가 발견한 최대 수확이라는 평가를 얻은 것. 모델 출신다운 훤칠한 키를 지닌 그는 그러나 드라마 속 기재명보다는 훨씬 밝고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녔다.

Q. ‘피노키오’의 기하명은 미스터리하기도 하고 복잡다단한 감정선을 지니고 있어 연기하기 녹록지 않았을 것 같다.
윤균상: 시놉시스를 보고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착하고 똑똑한 사람이 분노하고 살인을 저지르기까지의 감정은 어떤 걸까?’란 생각에 빠져 있다 보니 참 힘들고도 외로운 시간이었다. 초반에 방송이 나간 후 반응이 좋아 얼떨떨했다. 반응에. 사실 나는 만족스럽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했다. 가장 좋았던 말은 ‘오늘 기재명때문에 울었다’는 댓글이었다. 내 연기를 보고 누군가 감정적인 동요를 느낄 수 있다는 부분에 뭉클했다.

Q. 주인공이 아니었음에도 극중에서는 주인공만큼이나 임팩트 있는 역할이었다.
윤균상: 대본을 볼 때마다 ‘재밌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감정적으로 이게 표현이 될까?’ 라는 생각도 들고. 재명의 대사를 읽다 보면 저절로 화가 나고 슬펐던 적이 많다. 모든 장면이 슬픔이 묻어났지만 가장 와 닿았던 장면은 아무래도 맨홀 살인사건 장면이었던 것 같다. 처음으로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이었지만 충격 속에서도 재명은 악다구니를 쓰지 않고 조용히 얘기했다. 그게 얼마나 더 무서웠을지 감정 이입이 되더라. 시청자 분들도 결국 재명이 살인범으로 밝혀지면서 반응의 정도가 강했던 것 같다. 나 또한 연기하면서 짜릿한 느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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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특히 극중 재명의 감정은 세 번에 걸쳐 변화했다.

윤균상: 초반에 슬픔과 복수심을 느끼는 재명, 중반에 동생을 만난 후 감정의 소용돌이에 맞닥뜨리는 모습, 그리고 자수를 하면서 어느 정도 짐을 내려놓은 모습이 있었다. 가장 어려웠던 건 십수 년 만에 동생을 만난 감정선을 표현하는 부분이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 나타났지만 기쁘면서도 분노가 남아 있는, 그런 복합적인 감정이 정말 어렵더라. 처음엔 혼자 고민하다 대본을 읽으면서 감정이 생기고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보니 차차 완성이 돼 갔다. ‘실제 나라면 어떨까’로 가정해봤다. 피치 못할 안타까운 사연으로 동생을 오랜만에 만났고, 살인범으로 눈 앞에 있다면 어떨지를 그려봤다.

Q. 동생 역할을 맡은 이종석과의 호흡도 중요했을 것 같다.
윤균상: 실제 내 동생은 되게 무뚝뚝한데 종석이는 애교도 많이 부려서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나중에는 정말 친동생처럼 느껴져서 감정을 다 쏟아낼 수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 종석이를 만난 건 굉장한 행운이었다. 내가 종석이보다 키가 약간 커서 종석이가 “나보다 큰 배우랑 연기하는 건 처음이다”라며 “형이랑 있으면 수치스럽다”고 그러더라. 하하.

Q. 연기하면서 가족들 생각도 자연스레 많이 했을 것 같다.
윤균상: 동생이 살가운 성격은 아니다 보니 내가 다가가려해도 어려운 면이 있었다. 먼저 연락하고 챙기려고 하는데 많이 부족한 형이다. 가족들에게 가장 미안함이 있었다. 연기한다고 벌이도 없이 몇년 동안 지내고 있다는 부분이 마음에 걸렸었다. 주위 친구들이 취직도 하고, 결혼도 하면서 스스로 위축됐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작품으로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뿌듯한 형, 아들이 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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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드라마는 MBC ‘신의’ 케이블TV tvN ‘갑동이’ 이후 세 번째인데 극 초반을 이끌어가야 하는 역할이라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 같다.

윤균상: 어마어마했다. 방송에서 이렇게 큰 역할을 한 건 처음이었다. 감독님과 작가님이 엄청난 모험을 하신거다.(웃음) 그런 부담감때문에 연습도 더 많이 하고 생각도 많았다. 사실 드라마하는 내내 어서 끝나길 바라기도 했다. 끝나면 시원할 것 같았는데 되게 서운하더라. 이젠 아무도 안 불러주시고 촬영장에서 매일 보면 사람들도 못 본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참 허전했다.
촬영장 분위기가 좋았다고.

Q. 극중 재명이 밝은 캐릭터는 아니라 실생활에도 영향을 줬을 것 같다.
윤균상: 난 원래 그렇게 어둡거나 시크한 사람이 아닌데 그렇게들 많이 보시더라. 가끔 만나는 친구들도 ‘너 너무 차분해졌다’고 했다. 아마도 애정이 많이 갔던 캐릭터라 깊이 빠져 있었나보다.

Q. 실제로는 어떤 캐릭터인가.
윤균상: 한 쪽으로 치우치진 않는다.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에선 밝은 모습이 많고 처음 뵙는 분을 만나거나 좀 불편할 땐 착한 재명이의 모습? 연기라는 게 내 안에 있는 모습에서 나오는 거니 나 또한 여러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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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연애할 때는 어떤 남자인가?

윤균상: 다정다감하고 귀여운 편인 것 같다. 하하. 만나면 밝아지는 사람을 좋아한다. 연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항상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살다 보니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밝고 유쾌한 사람이면 좋을 것 같다.

Q. 작품엔 어떻게 캐스팅됐나?
윤균상: ‘피노키오’의 조수원 감독님을 ‘갑동이’를 하면서 처음 만났다. 막내 형사 역할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캐릭터였는데 그 모습을 감독님이 좋게 봐 주셔서 오디션 기회를 주셨다. 몇 차례 오디션 끝에 감독님이 정말 큰 결심을 하시고 내개 역할을 맡겨 주셨다.

Q. 원래 연예계 데뷔는 모델로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윤균상: 사실 스무 살 때 딱 1년 반 동안 컬렉션 무대에는 세 번 서 본 게 다인지라 ‘모델 출신’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부분이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모델 활동을 하다 연기가 하고 싶어져서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우기 전에 군대를 다녀왔다. 2010년 제대 후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고, 지금 소속사에 들어온 지는 4년 차다.

Q. 하고 싶은 연기가 있을 것 같다.
윤균상: ‘피노키오’ 속 재명은 많이 외로웠던 친구라 진한 우정이야기나 말랑 말랑한 로맨틱 코미디가 욕심이 난다. 허우대 멀정하고 다정다감하지만 실수투성이인 ‘사랑스러운 허당’같은 캐릭터에 욕심이 난다. 배우로는 박해일 선배를 정말 좋아한다. 어떤 걸 봐도 박해일 선배는 어떤 작품 속에서도 그답게 연기를 하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고 멋있다. 마스크가 선하고 개구지면서도, 냉소적이고 차가운 느낌도 있다. 그런 선배들을 보면 나이를 빨리 먹고 싶기도 하다.(웃음)

Q. ‘피노키오’로 ‘연기자 윤균상’의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했다. 올해 목표가 궁금하다.
윤균상: 한번 더 윤균상이라는 배우를 알릴 수 있는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 가끔 지하철, 버스에서 나를 알아보시면 재밌고 신기하더라. 아 그리고 올해 연말엔 작년 연말보다 좀더 뿌듯한 마음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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