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시간 근무 근무 근무…’JTBC ‘꽃들의 전쟁’ ‘달래 된, 장국’2013년 3월 종합편성채널 JTBC ‘꽃들의 전쟁’ 발전차 기사 2명 교통사고 사망, 2014년 4월 JTBC ‘달래 된, 장국’ 의상 스태프 2명 교통사고 사망, 2014년 12월 JTBC ‘하녀들’ 세트장 화재로 스크립터 1명 사망 사고, 2015년 1월 MBC ‘화정’ 섭외 스태프 돌연사 사망…. 최근 몇 년 사이에 드라마 스태프들과 관련한 대형 사고, 사망 사건이 연이어 벌어졌다.
사고의 원인이나 정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사망 또는 사고의 면면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열악한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과 적지 않은 부분 연관돼 있음을 잘 알 수 있는 사고다. 타이트한 촬영 일정과 장시간 근무, 안전이 우선시되지 않은 환경 등이 이같은 드라마 스태프들과 관련한 사고를 지속적으로 불러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최근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는 드라마 스태프들에 대한 처우나 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일고 있다. 제도적으로 제작 환경 개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 제고가 절실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지점은 어떤 부분이 있을까.
90% 이상이 정규직이 아닌 프로젝트별로 드라마 제작사와 계약을 맺고 근무하는 드라마 스태프들은 대부분의 프로젝트에서 ’24시간 근무’ 조항에 따라 일을 하게 된다. 하루 8시간 근무는 꿈도 꿀 수 없고 제작 현장에서 밤낮없이 대기하며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지는 것. 짧게는 4~5개월, 길게는 10개월 정도로 계약을 맺는 가운데 근로 기간 내내 ’24시간 대기조’가 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얘기다.
프리랜서로 근무하는 한 15년차 드라마 제작 스태프는 “섭외 스태프들의 경우 하루에 1500km까지 운전해봤다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라며 “일반 근로계약 조항처럼 하루 8시간 근무를 고수할 경우 드라마 제작사들이 기본 근무시간 외 휴일이나 심야에는 더 많은 수당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24시간 계약을 밀어붙이고 있어 과로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시한 폭탄을 안고 사는 느낌도 종종 든다”라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2011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방송영상 제작스태프의 근로환경 개선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방송 분야 스태프들의 월 평균 임금은 약 159만원에 평균 근로시간은 10.4시간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실제 빡빡한 촬영 일정을 이어가는 미니시리즈 촬영 현장의 경우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장시간 근무를 이어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 사고, 상해시 보험 보장도 열악
제작 현장 특성상 때로는 위험에 노출된 채 일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고시 보험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사례도 왕왕 있다. 통상적으로 드라마는 촬영 1~2개월 전부터 장소 헌팅이나 소품 제작 등 준비 작업에 돌입하지만 제작사는 촬영을 시작하고 나서야 스태프들에 대한 상해 보험에 가입해 제대로 된 보장이 이뤄지지 않은 현장의 분위기가 여전히 존재한다. 제작사 입장에서 보험 계약은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신경을 쓰지 않는 사례도 있다.
한 대형 드라마 제작사 제작PD는 “통상적으로 촬영 전 보험 계약은 필수적인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보험 계약이 제작사별로 다르게 진행되고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을 시 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밝혔다. 즉 촬영장에서 사고가 빚어졌을지라도 촬영 전이고 보험에 들지 않은 상태라면 스태프들은 사고 보장을 받을 수 없는 사례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 방송 스태프 표준근로계약서 제정 가능할까
대안으로 나서고 있는 지점은 표준계약서 지정이다. 이는 드라마 시청률이 보장되지 않은 경우 스태프들의 임금이 미지급되는 등 일련의 사태를 막기 위한 방송사들의 지급 보증 제도와 함께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히고 있다.
표준근로계약서는 스태프들의 4대 보험 의무가입, 연장근로 대가 지급, 부당한 임금저하 금지 등이 명시된다. 21일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문화컨텐트산업 종사자 근로조건 보호방안’을 발표했다. 영화계에서는 최근 1000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 ‘국제시장’이 표준근로계약서를 도입해 시급제, 12시간 초과근무 방지, 초과 근무 시 시급 가산, 4대 보험 적용, 주1회 휴식 등을 보장했다. 전체 스태프들을 대상으로 이같은 표준근로계약서를 도입해 이행한 것은 ‘국제시장’이 처음으로 3억원 가량의 제작비 상승이 있었지만 현장 스태프의 근로조건이 현저히 개선됐다.
최근 방송스태프들 또한 지난해 9월 방송스태프노조설립추진위원회(위원장 유광욱)를 만들어 노조 설립 총회를 열었다. 최저 임금 보장과 6시간 수면 보장을 골자로 근로 조건이 우선 과제로 꼽은 데 이어 방송계 표준근로계약서 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대부분 프리랜서로 일하는 계약직 방송 스태프들의 여건상 노조를 전임해 입장을 대변할 담당자 등을 구하는 부분도 과제로 나선다.
20대에 방송 일을 시작해 올해로 20년차가 됐다는 한 제작 스태프는 “방송계에 꿈을 안고 들어온 20~30대 젊은 인력들이 최소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근로조건이 보장되지 않아 현장을 떠나는 경우가 많아 방송 인력이 점차 고령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가적으로 한류 등 콘텐츠 산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만큼 시스템을 안착하는 문제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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