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KBS MBC SBS 등 올해 지상파 방송 3사 연예대상이 30일 SBS를 마지막으로 모두 마무리됐다. 영예의 대상의 주인공은 유재석과 이경규가 낙점됐다. 유재석은 KBS2 ‘해피투게더’로 2005년 이후 9년 만에 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장수 프로그램을 이끈 은근한 저력이 결국 9년 만에 다시 대상을 받는 영예를 얻게 한 것. MBC에서도 방송 10년을 앞둔 ‘무한도전’으로 대상을 수상, ‘유느님’의 진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특히 MBC의 경우 최초로 실시간 문자 투표를 통해 대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유재석은 총 67만여 표 중 44만여 표를 얻으며 압도적인 수치로 정상의 자리에 등극했다.
유재석의 대상은 30일 SBS 연예대상에서 한번 더 기대됐지만 이날 대상은 이경규에게 돌아갔다. SBS ‘붕어빵’과 ‘힐링캠프’의 MC로 오랜 시간 활약해 온 공을 인정한 결과다. 이로써 이경규는 SBS에서 그간 ‘무관의 설움’을 딛고 첫 대상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외 수상부문은 방송 3사 모두 여느 해처럼 ‘골고루 나누기’에 주력한 듯해 보인다. 각 방송사마다 ‘베스트 팀워크상’ ‘최고의 시청률상’ ‘최우수 아이디어상’ 등 다양한 부문을 마련해 한 해 화제가 된 프로그램에 아낌없는 시상을 펼쳤다. 특히 SBS는 무려 28개 부문에 걸쳐 시상을 진행했다.
이경규
SBS가 올해 ‘런닝맨’ ‘정글의 법칙’ ‘K팝스타 4′ 등 몇몇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예능에서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음에도 다양한 상을 마련해 연말 격려의 장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MBC 또한 “공동수상을 지양하겠다”는 당초 의지와는 달리 공동수상이 남발되면서 수상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평을 받았다. 수상 내역 또한 우정상과 각 부문을 버라이어티, 뮤직 토크쇼, 가수, 특별 부문 등으로 나누는 등 지나치게 많은 상으로 시상식의 빛이 바랬다.수상과는 별개로 의도치 않게 올해 연예대상의 주인공 격으로 자리한 사람도 있다. 바로 개그맨 김준호다. 최근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연예기획사 코코엔터테인먼트의 공동대표가 거액의 공금을 횡령, 미국으로 도주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를 향한 후배 개그맨들의 무한한 응원 메시지가 쏟아진 것.
27일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 후보로 오르기도 한 그는 후배 김준현으로부터“형님은 우리에게 있어 영원한 대상이고, 내 인생의 롤모델”이라는 지지 발언을 듣고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김준호(위)와 김준현
30일 SBS 연예대상에서도 김현정, 홍윤화, 이국주 등 코코엔터테인먼트 소속 개그맨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이들은 입을 모아 “내가 힘들 때 가장 힘이 돼 줬던 분”이라고 김준호에 대해 언급하며 “똘똘 뭉쳐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내자”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특히 이들은 횡령 사건으로 출연료와 계약금 등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도 김준호에 대한 믿음을 보여줘 더 뭉클함을 자아냈다.수상의 의미에 의문을 자아내게 하는 지나치게 많은 수상 내역과 공동 수상 등 시상 방식은 여전히 개선되지는 않았다. 방송 사상 최초로 트리플크라운 기록이 기대됐던 부분도 실현되지는 못했다.
이같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올해 방송 3사 연예대상은, 특히 지난 5월 세월호 사건 이후 웃음을 잃어버린 안방극장에 유쾌함을 자아내는 활력소로 한 해를 달려온 예능인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축제의 장으로서의 역할에 일단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KBS, SBS 방송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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