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은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달리고 싶은 남자다. 2PM의 인기를 가속도 삼아 남을 추월하고 싶은 생각도, 아이돌이라는 이름에 무임승차해 기본 코스를 어물쩍 넘어가고 싶은 생각도 없다. 찬성은 그저 진심이 시키는 대로 힘주지 않고 달리고 싶을 뿐이다. 최근 1-2년 동안 달라진 게 있다면, 음악과 연기를 대하는 명확한 태도다. 그저 앞만 바라보고 거침없이 달려온 청춘은 이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멈춰 서서 정확히 들여다보게 됐다. 찬성의 진짜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Q. 홍콩에서 열린 ‘엠넷아시안뮤직어워드 마마(MAMA)’에 참석하고 돌아오자마자 바로 인터뷰다. 2PM 월드투어가 영화 홍보랑 겹치기도 했고. 이런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20대를 살게 될 거라 상상했나.
찬성: 전혀.(웃음)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Q. 지금의 바쁜 생활은 뭘 위한 것 같나. 미래를 위한 투자? 즐거운 일? 아니면 스케줄이니까 해야 하는 일?
찬성: 내가 소화하는 스케줄에 모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 없이 몸만 혹사시키면 힘들어 질 테니까. 그리고 ‘이쪽 일을 해 나가는 것이 내 삶의 목표’라고 생각하는 시점에 있기 때문에 더욱 더 내게 주어진 일에 집중하는 중이다.
Q. 그 말은 ‘가수라는 직업이 내가 걸어갈 길’임을 이제야 느꼈다는 의미인가?
찬성: 그런 생각이 명확해지는 시기라는 말이 더 정확할 거다. 벌써 데뷔 9년차다.(2PM으로서는 7년) 9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몸이 고될 때는 생각이 부정적으로 흘러갔다. 스태프들에게 서운함을 느낄 땐 ‘이 사람들이 정말 나를 위해주는 사람들인가’ 라는 생각도 했었다. 어느 순간, 그런 고민들이 다 부질없다는 걸 알았다. 부정적인 생각들이 오히려 나를 갉아먹는 독이더라고.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걸 깨달은 후,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변했다.
Q. 부정적인 생각이 부질없다는 걸 깨달아도, 그 생각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어떤 계기가 있었던 건가.
찬성: 회사에 멘탈케어를 해주는 심리학 선생님이 계시다. 멘탈케어는 연습생부터 직원까지 모든 JYP 식구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내가 워낙에 낙천적이다. 선생님을 처음 뵌 날, 심리상태를 자가 진단하는 체크리스트에 응했다. 체크한 걸 쭉 보시더니 “요즘 일하는데 행복하죠?” “네” “불만 없죠?” “네” “특별히 케어할 건 없고, 심리학 쪽에 관심이 있다고 했으니 같이 공부나 해 봅시다” 하시더라. 그때부터 선생님과 심리학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3년 정도 됐다. Q.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 건 타인의 심리가 궁금해서인가, 본인을 알고 싶어서인가.
찬성: 둘 다다. 평소 나 자신에 대한 물음이 많았다. ‘내가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그때 그런 생각을 왜 했지?’ 하는 고민들이 주기적으로 찾아왔다. 그러다가 선생님에게 조언을 듣고, 추천해 주신 책도 읽으면서 엉켜있던 생각들이 많이 정리가 됐다.
Q. 타인을 대할 때도 조금 편해졌나? 타인의 심리를 파악한다거나.
찬성: 아직은 다른 사람의 심리를 들여다 볼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보다 깊게 이해하게는 됐다. 가령 누군가가 굉장히 특이한 행동을 했다고 치자. 그럼 ‘저 사람도 저걸 통해 위로를 받는 거겠지’ 생각한다.
Q. ‘이 일이 내가 걸어갈 길’ 임을 느낀 게 불과 1,2년 밖에 안 됐다고 했는데, 그럼 그 전에는 가수가 아닌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건가.
찬성: 그런 생각 자체가 아예 없었다. 그냥 열심히만 했던 것 같다. 이제 다르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태도가 보다 명확해졌다.
Q. 그 길에는 연기도 있을 텐데, 사실 가수보다는 배우가 먼저다.
찬성: 맞다. ‘거침없이 하이킥’이 있었으니.
Q. 최근 두 달 동안 ‘레드카펫’ ‘덕수리 5형제’ 두 편의 영화로 찾아왔다. 영화 한 편의 감흥이 식기도 전에 다른 영화가 개봉한 셈인데, 아쉬울 수도 있고 반대로 공격적이어서 좋기도 할 것 같다. 어느 쪽인가.
찬성: ‘7급 공무원’(2013)을 끝내고 그해 늦여름에 바로 ‘레드카펫’을 찍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덕수리 5형제’ 촬영에 들어갔고. 사실 두 영화가 이렇게 가깝게 개봉할 줄 몰랐다. 개봉이 미뤄지길래 ‘올해는 안하나 보다’ 했다. 두 영화 모두 이렇게 개봉을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Q. 첫 영화 ‘레드카펫’에서는 에로영화 현장 막내 스태프 대윤을, ‘덕수리 5형제’에서는 포기를 모르는 넷째 수근을 연기했다. 두 인물 모두 코믹하고 어리버리한 구석이 있다. 캐릭터 분위기가 달랐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개인적으로 했다.
찬성: 나도 신경이 쓰인 부분이다. 사람들이 ‘저 친구는 연기 톤이 비슷하네’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그런 얘기를 들으면 많이 속상할 것 같은데, 주변 지인들이 내 연기의 부족함을 대놓고 얘기하진 않을 것 같다.(웃음) 정확한 피드백을 얻으려고 노력중이다.
Q. 만약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는 쪽인가.
찬성: 두 개가 같으면 가장 좋을 텐데,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면 좋아하는 걸 선택할 것 같다. 변수는 있다. 다른 사람의 의지에 의해서 내가 잘 하게 된 것이냐, 내 의지에 의해서 잘하게 된 것이냐의 차이인데, 만약 내 의지에 의해서 잘 하게 된 것이 있다면 그걸 선택할 거다. 그럴 경우엔 좋아하는 건 취미로 하는 게 낫다고 본다.
Q. 명쾌한 답이다. 연기는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 중 어느 쪽인 것 같나.
찬성: 연기는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 잘 하는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웃음)
Q. 욕심이 많은 편인가.
찬성: 욕심은 많은데 승부욕은 없다.
Q. 중요한 포인트 같다. 승부욕은 왜 없을까.
찬성: 아까 얘기한 것의 연장선일 수 있는데, ‘다른 사람보다 잘 해야 하고, 결과도 좋게 나와야 해’라는 생각들이 나를 망가뜨린다는 걸 알게 됐다. 나만 열심히 하는 게 아닌데, 누구나가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는데, 그걸 이기겠다고 눈에 불을 켜는 게 과연 맞나 싶기도 했다. 그리고 사실, 결과는 노력에 비례하지 않지 않나.
Q. 그…그렇지. 비례하지 않지.
찬성: 내가 죽어라 노력한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물론 매순간마다 노력은 한다. 다만 결과에 기대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이다.
Q. 너무 빨리 깨달은 거 아닌가. 스물다섯 이른 나이에 득도를 하다니.(웃음)
찬성: 엇! 또 그렇게 되나.(웃음) Q. 심리학적에서는 어떻게 바라보는 게 건강하다고 하나. 열심히 해도 안 된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말이다.
찬성: 인정을 해야지.
Q. 인정을 하면 바뀌는 것 같나.
찬성: 나는 그랬던 것 같다. 연기자도 그렇고 가수나 화가도 그렇고 본인이 지닌 색을 통해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라는 걸 보여주는 직업들이다. 그들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사람들이 그 빛깔을 알아봐 줄 때 일 텐데, 그 시기가 오지 않는다고 해서 낙담하거나 본인의 재능을 망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생각인 거다. 그럼 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질 게 뻔하니까.
Q. 그런데 어쨌든 연예계는 승부욕을 요하는 곳이다.
찬성: 맞다. 많은 사람들이 돋우지. 흥을.(웃음)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Q. 가수가 되기 전의 당신은 어땠나.
찬성: 태권도를 했었다. 검도도 살짝 했었고. 어릴 땐 딱히 꿈이 없었다. 왜 초등학교 때 ‘꿈을 적어 보세요’ 이런 거 하지 않나. 그때, 단 한 번도 내 의지로 뭔가를 적어낸 적이 없다. 짝꿍이 “나는 대통령이 될 거야” 하면 “나도, 대통령!’, “과학자가 될 거야”하면 “나도, 과학자” 따라 쓰고 그랬다. 그런데 어릴 때 다들 대통령, 과학자 그런 걸 꿈꾼다는 게 이상하지 않나?
Q. 주입식 교육의 폐해지.
찬성: 그땐 그게 이상하다는 생각조차 못했는데, 지금은 내가 정상이었구나 싶다.(웃음)
Q. 팀 내 막내다. 막내는 크게 두 가지 인 것 같다. 막내이기에 더 개구지게 행동하거나, 반대로 막내 취급을 받기 싫어서 일부러 어른스럽게 행동하거나. 당신은 어느 쪽인 것 같나.
찬성: 둘 다 아닌 것 같다. 팀 분위기가 워낙 친구 같다. 민준(준케이)/택연/쿤 형이 “내가 형이니까 너희가 맞춰야 해” 이러지 않는다. 우리 막내들도 “내가 동생이니까~” 이런 말을 하지 않고. 물론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예의는 지킨다. 기본적인 선을 지키면서 친구같이 지내고 있다.(계속)
2PM 찬성을 오후 2시에 만났다 (인터뷰②)
*찬성의 인터뷰와 사진은 텐아시아가 발행하는 매거진 ‘10+Star’(텐플러스스타) 1월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is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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