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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에서는 매주 10장의 앨범을 선정해 ‘요주의 10음반’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싣고 있다. 지난 2013년 12월 30일부터 2014년 12월 22일까지 총 33번의 기사를 통해 330장의 앨범을 소개했다. 그 중 2014년 결산과 함께 30장의 팝 음반을 골라봤다.

세인트 빈센트 ‘St. Vin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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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지난 7월 24일 열린 세인트 빈센트의 공연은 2014년 최고의 내한공연으로 꼽힐 것이며, 그리고 이 앨범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는 세계 주요 매체에서 올해 최고의 앨범으로 기록될 것이다. 아름다운 외모, 살벌한 기타 연주, 아방가르드하면서도 팝적인 작곡 등 이질적인 요소들을 한 몸에 지닌 세인트 빈센트는 이미 록계의 아이콘, 내지 괴물로 자리하고 있다. 4집은 세인트 빈센트 역대 최고의 앨범을 꼽히며 그녀의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해주고 있다. 아방가르드한 측면은 첫 앨범부터 이미 보여졌다. 이번 앨범은 세인트 빈센트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팝적인(대중적인) 측면과 황금분할을 이루고 있다. 무릇, 명반이라는 것이 아티스트의 순수예술과 대중의 기호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질 때 탄생하는 법. 그런 면에서 이 앨범에 담긴 매혹적인 팝들은 세인트 빈센트에게도, 우리에게도 중요한 지점이 돼줄 것이다. 세인트 빈센트의 역사적인 첫 내한공연을 보지 못한 이들은 이 앨범은 한, 오만 번 정도 무한반복하시길.

프린스 ‘Art Official 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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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의 서른세 번째 솔로앨범. 프린스는 최근 이 앨범과 3인조 여성 록밴드 써드아이걸과 함께 발표한 ‘플렉트럼일렉트럼(PlectrumElectrum)’을 동시에 발표했다. 천재 중의 천재 프린스의 앨범을 두 장이나 들어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여태껏 프린스의 행실을 욕하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그의 음악을 까는 사람도, 기사도 본 적이 없다. 마이클 잭슨도 프린스의 재능을 질투했고, 대중음악계에서 역사상 콧대 높다 할 수 있는 마일스 데이비스조차도 프린스에게 찬사를 보냈다. 잡설은 차치하고, 음악을 이야기하자면 프린스는 지난 40여 년간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인 (R&B, 록(더 정확히는 제임스 브라운과 지미 헨드릭스)의 혈통을 크게 벗어난 적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의 아이콘으로 회자되는 이유는 그 일정한 음악 안에서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아이디어들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아트 오피셜 에이지(Art Official Age)’는 가사상태에서 깨어난 뒤 자신이 45년 후의 완전히 달라진 미래 세계에 와 있음을 깨달은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콘셉트 앨범으로 소울, R&B를 기반에 두고 현대적인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오르가즘이 느껴질 정도로 섹시한 사운드(3초만에 죽여주는 ‘펑큰롤(FUNKNROLL)’을 비롯해 전곡 그렇다)를 듣다보면, 이게 과연 58년 개띠의 음반이 맞는지 의심해보게 된다. 이 앨범 전까지 소울 앨범 중 가장 진보적인 음반은 아마도 자넬 모네의 ‘더 아치안드로이드(The ArchAndroid)’라 할 수 있을 텐데, 아마도 프린스는 그것을 의식하고 이번 콘셉트 앨범을 SF적인 느낌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예상해본다.

마이클 잭슨 ‘X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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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데, 요새 마이클 잭슨의 ‘러브 네버 펠트 소 굿(Love Never Felt So Good)’을 무한 반복해서 듣고 있다.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마이클 잭슨이 살아 돌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커다란 감동이 밀려왔다. 이것은 전성기의 마이클 잭슨, 그러니까 그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의 목소리였다. 과거의 향취를 머금고 있는 이 곡은 오히려 최근에 나온 음악들보다 더 설득력이 있고, 우리가 잊고 지내던 음악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것만 같았다. ‘엑스케이프(Xscape)’에 수록된 8곡은 1983년부터 1999년 사이에 녹음된 곡들로 팀발랜드를 비롯한 프로듀서들은 원곡이 지닌 매력을 최대한 살려냈다고 한다. 사후 1년 만에 나왔던 ‘마이클(Michael)’의 경우 화제성에 비해 음악적 평가가 가히 좋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팬들이나 평단이 모두 반기는 추세다. 이는 사후 5년이라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곡들을 찾고 편곡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곡이 ‘인빈시블(Invincible)’과 가까운 시절에 녹음돼 그 당시 스타일이 특히 두드러지기도 한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치는 격의 앨범.

잭 화이트 ‘Lazaret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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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화이트의 음악은 확실히 화이트 스트라입스를 뒤로 하고 솔로로 나서면서 훨씬 깊어지고 있는 사실이다. 블루스, 포크 등의 루츠음악들, 즉 과거의 음악들을 재현한다고 해서 깊어진다는 것이 아니다. 잭 화이트는 분명히 팝음악의 원류인 과거의 유물과 같은 루츠음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이는 존 메이어가 최근 컨트리에 경도된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잭 화이트와 비슷한 길을 가는 팀은 블랙 키스(The Black Keys) 정도가 있을까?(둘의 사이가 안 좋다는 것이 재밌다) 전작인 솔로 1집 ‘블런더버스(Blunderbuss)’에서 클래식 록의 전형을 들려준 잭 화이트는 2집 ‘라자레토(Lazaretto)’에서는 록의 뿌리들을 이리저리 난도질해 이어붙인 듯한 변종의 음악을 선사한다. 전작이 그저 예스러움에 충실했다면, 이번에는 새로운 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표독스러운 기타 연주는 각각의 노래에 막강한 에너지를 실어주고 있다.(노래 실력은 점점 늘어 가끔 로버트 플랜트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미 그랬지만, 이번 앨범을 통해 잭 화이트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록 뮤지션의 위치를 공고히 할 것이다.

벡 ‘Morning Ph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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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의 6년 만의 새 앨범. 1994년 ‘멜로우 골드(Mellow Gold)’로 데뷔한 이후 매 앨범마다 자기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대로 펼쳐 보이며 이제는 고고(孤高)한 존재로 자리 한 벡. 벡은 항상 새로운 것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델타 블루스 등의 과거의 음악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신보에서는 모던포크에 다가갔다. 벡은 2002년 앨범 ‘시 체인지(Sea Change)’에서도 포크를 제대로 시도한 바 있다. 그 12년 사이에는 그리즐리 베어, 멈포드 앤 선즈, 플릿 폭시스 등의 포크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접근을 취하는 팀들도 인기를 얻었다. 벡의 팬이라면 ‘모닝 페이즈’를 듣고 ‘시 체인지’로의 회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앨범재킷도 언뜻 비슷하다) 하지만 사운드적인 면에서 전통적인 질감도 더 잘 표현돼 있고 동시에 새로운 느낌도 든다. 전통과 새로움, 이 두 가지의 이질감을 섞은 것이 결국은 벡이 아니던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벡이 자신이 좋아하는 닐 영에게 다가간 앨범이 아닐까 한다. 2014년에도 버펄로 스프링필드와 같은 광활한 아름다움이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앨범.

블랙 키스 ‘Turn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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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키스의 정규 8집. 블랙 키스는 최근 앨범들이 모두 ‘올해의 앨범’ 후보에 오를 정도로 평단의 극찬을 얻고 있다. 이제 록 마니아라면 ‘닥치고 들어야 할’ 밴드가 된 것 같다. 지난 앨범인 ‘엘 카미노(El Camino)’(텍사스 오스틴에 가니 ‘엘 카미노’라는 술집이 있더라)는 3개의 그래미상을 거머쥐었으며 미국에서 플래티넘을 기록했다. 댄 아우어바흐(기타, 보컬), 패트릭 카니(드럼) 2인조인 블랙 키스는 크림, 레드 제플린과 같은 올드 록의 향취를 지니면서도 트렌디한 사운드를 놓치지 않는다. 올드 록도 시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까? 이번 앨범에도 오랜 파트너인 프로듀서 데인저 마우스가 참여했다. 지난 작에 이어 리얼 악기로 촘촘하게 다진 바탕에 적당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가 섞여 매우 스타일리시한 느낌을 준다. 특유의 안개가 뿌옇게 낀 듯한 사운드도 그대로. ‘피버(Fever)’와 같은 곡을 보면 이펙팅이 꽤 걸린 편이지만, 전반적으로 블랙 키스의 ‘황토색’ 사운드는 유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앨범재킷은 역대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듯.

샘 스미스 ‘In The Lonely H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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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남성 싱어송라이터 샘 스미스의 데뷔앨범. 샘 스미스는 앨범 발매 전부터 공연 활동으로 이미 실력을 인정받았다. BBC선정 “2014년 올해의 사운드”, 2014년 브릿 어워드에서 비평가상을 수상했으며, 앨범 발매 후에는 ‘가디언’ ‘빌보드’ ‘피치포크’ 등 다른 성향의 매체에서 일관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샘 스미스는 2012년 디스클로저의 곡 ‘랫치(Latch)’에 보컬로 참여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기존의 피처링 곡이나 싱글에서는 R&B 풍의 보컬을 들려줬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건 데뷔앨범 ‘인 더 론니 아워(In The Lonely Hour)’는 단순히 하나의 장르로 묶이지 않는다. 고풍스러운 느낌부터 트렌디한 팝까지 아우르고 있는 이 앨범(‘Good Thing’ 단 한곡만 들어봐도 이 앨범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은 샘 스미스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샘 스미스는 남성 보컬의 음악을 거의 듣지 않고 여성 디바들의 노래를 따라부르며 노래 연습을 해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스미스의 노래에서는 마치 카스트라토와 같은 치명적인 매력이 느껴진다.

AC/DC ‘Rock or B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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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DC의 컴백 소식과 함께 신곡 ‘록 오어 버스트(Rock or Bust)’를 듣고 “정말 록에서 저거 이상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AC/DC를 대할 때면 가슴이 뜨거워지면서도 항상 가슴 한켠이 아쉽다. 해외에서는 기본 10만 명을 앞에 두고 공연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앨범을 판매한 록밴드이지만 국내에서는 찬밥신세이기 때문이다. 뭐, 한국이란 나라가 핑크 플로이드, AC/DC의 신보가 라이선스로 발매 안 돼 수입반으로 사야 하는 나라가 아니던가? ‘록 오어 버스트’에 담긴 록은 그런 아쉬움을 저 멀리 날려버릴 정도로 강렬하다. 브라이언 존슨은 환갑이라는 나이를 씹어 삼킨 금속음이 보컬을 들려주고 있고, ‘악동’ 앵거스 영의 기타는 기름진 톤과 함께 간결한 리프로 사운드를 꽉 채우고 있다. 마치 “이것이 록이다 이 자식들아”라고 훈계는 아니고, 정답을 던져주는 듯하다. 말이 필요 없다. 음악을 듣고 앨범 속에 새겨진 ‘In Rock We Trust’라는 문장을 보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아쉬운 소식이지만 신보는 밴드의 41년 역사상 처음으로 멤버 말콤 영의 부재 하에 녹음된 앨범이다. 병으로 활동할 수 없는 말콤 영의 빈자리는 말콤과 앵거스 영 형제의 조카인 스티브 영이 대신한다. 하지만 앨범 속지에는 앵거스 영의 SG기타와 말콤 영의 그래치 기타가 함께 놓여져 있다.

푸 파이터스 ‘Sonic Highw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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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 파이터스의 정규 8집. 푸 파이터스가 첫 앨범을 발표했을 때를 똑똑히 기억한다. 너바나의 광신도들은 푸 파이터스의 1집을 들으며 너바나와의 공통점을 찾기 바빴다. 하지만 푸 파이터스는 매 앨범마다 출중한 음악을 선보이며 너바나라는 꼬리표를 떼고, 그래미 11관왕, 2천만장 앨범 판매고 등의 성적과 함께 자신들의 힘으로 왕좌를 거머쥐게 됐다. 그러고 보면 데이브 그롤도 참 ‘난 사람’인 듯. 매 앨범 실망시키는 법 없었던 푸 파이터스의 강렬한 행보는 ‘소닉 하이웨이스(Sonic Highways)’에서도 유효하다. 데이브 그롤은 ‘8’이라는 숫자를 기념하고 싶었나보다. 미국을 대표하는 8개 도시에서 일주일간 생활하며 곡을 만들고 녹음을 했으며, 앨범과 같은 제목의 다큐멘터리 8편의 구성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콘그리게이션(Congregation)’과 같은 곡이 딱 푸 파이터스 스타일이라 할 수 있을텐데, 이 곡은 푸 파이터스의 일종의 확장판처럼 들린다. 기타리스트 개리 클락 주니어가 함께 한 노래 ‘왓 디드 아이 두?/갓 애즈 마이 위트니스(What Did I Do?/ God My Witness)’는 약간 서던 록 풍의 흥이 느껴지기도 한다. ‘서브테레니언(Subterranean)’은 ‘그런지’ 그 자체인 곡. 그나저나 이 슈퍼 밴드의 공연을 내년쯤에는 한국에서 봐야 하지 않을까? 바래 본다.

비욘세 ‘Beyo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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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비욘세의 시대에 살고 있다. 비욘세의 새 앨범은 14개의 곡, 17개의 뮤직비디오로 구성돼있다. 즉, 곡보다 뮤직비디오가 더 많은 것이다. 이는 ‘나는 음악을 본다’는 주제 아래 보는 음악으로 승부를 거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이다.(수록곡 중 두 곡은 음원으로 발표되지 않고 뮤직비디오로만 감상할 수 있다) 실제로 음반은 오디오 CD와 비주얼 DVD로 이루어져 있다.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Thriller)’와 같이 영화와 같은 뮤직비디오가 만들어진 적은 있지만 수록곡보다 더 많은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것은 이번 사례가 처음이다. 지금으로써는 최고의 팝스타인 비욘세이기 때문에 가능한 프로젝트다. 이런 프로젝트의 위험성은 영상이 음악을 먹어버릴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더라. 17개의 뮤직비디오의 30초짜리 프리뷰 영상을 차례로 보는데 영화와 같은 영상이 눈을 붙잡고, 이어 죽여주는 음악이 귀를 설레게 했다. 비욘세가 이런 초유의 프로젝트를 한 이유는 바로 음악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결과론적으로 말해서, 비욘세의 앨범 ‘비욘세(Beyonce)’는 최근 들었던 음반 중 가장 큰 임팩트를 전했다.

퍼렐 윌리엄스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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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렐 윌리엄스가 8년 만에 발표하는 솔로 2집. 지금 퍼렐은 1인자의 길을 걷고 있다. 퍼렐처럼 프로듀서의 직함을 가진 이가 음악과 패션 등 팝 컬쳐의 아이콘으로 자리했던 적이 또 있었나? 90년대의 1인자 베이비페이스와 같은 이들의 영향력은 어디까지나 음악 안에 있었다. 하지만 퍼렐은 다르다. ‘걸’이 나오기 전까지 세 개의 곡이 기대감을 최고조로 올렸다. 퍼렐이 피쳐링한 로빈 시크의 ‘블러드 라인스(Blurred Lines)’와 다프트 펑크의 ‘겟 럭키(Get Lucky)’, 그리고 퍼렐 자신의 곡 ‘해피(Happy)’가 그것이다. 신보에서 퍼렐은 모든 범위에서의 여자들에 관한 경의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한다. 그래서 할 이야기가 많았다고. 자세히 말하자면 여자들의 눈, 입술, 몸매, 곡선들에 대한 감탄에서 이번 앨범이 시작됐다고 한다. 그런데 보통 대부분의 음악이 여기서 시작하지 않나? 퍼렐의 엉큼함은 물론 멋진 음악으로 귀결됐다. 기존에 퍼렐이 해온 트렌디하고 미니멀한 R&B들에 비해 고전적인 맛이 훨씬 더 배어나온다. 작 퍼렐의 첫 빌보드 넘버원 곡인 ‘해피’는 수십 번을 연속으로 들어도 질리지 않는 곡. 저스틴 팀버레이크, 다프트 펑크, 마일리 사이러스, 앨리샤 키스 등 스타들이 게스트로 참여했는데, 그럼에도 앨범을 지배하는 것은 퍼렐의 ‘쿨’한 그루브.

레너드 코헨 ‘Popular Pro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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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너드 코헨의 13집. 영어를 잘 못하는 나 자신이 가장 불만스러울 때 중 하나가 레너드 코헨, 밥 딜런과 같은 이들의 노래를 들을 때다. 팝을 좋아하는 많은 이들이 “음악만 들어도 좋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레너드 코헨을 들을 때에는 절반을 놓치는 기분이 든다. 앨범의 부클릿을 보니 그가 구두를 닦는 모습이 보인다. 이유가 궁금해 속지를 읽어보니 첫 곡 ‘슬로우(Slow)’에 나오는 가사 ‘구두끈을 졸라매고 있지만, 뛰고 싶진 않아’라는 가사와 관계가 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자, 이제 음악을 들어보자. 여든의 코헨의 음색은 여전히 지성적이면서도 어두운 취향이 잘 나타난다. 수록곡들은 음반 프로듀서를 맡은 패트릭 레너드와 함께 공돋으로 만들었다. 코헨은 음악은 낡기는커녕 꽤 현대적인 스타일을 들려주고 있다. 다행히도 속지에는 전곡의 가사가 한글로 번역돼 있다. ‘내 심장이 썩는 것을 막으려고 심장을 얼게 놔뒀어요’라고 노래하는 ‘올모스트 라이크 더 블루스(Almost Like The Blues)’와 같은 노래 가사를 읽어보는 것 자체만으로 숙연해진다. 노년에도 세상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거장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얼마나 큰 축복인가.

로열 블러드 ‘Royal Bl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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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이 록답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꼭 레드 제플린처럼 해야 진짜 록밴드라는 말은 아니지만, 2010년대의 록밴드들은 록의 정수가 완성된 60~70년대에서 너무나 멀어졌다. 그래서 로열 블러드와 같이 클래식 록의 이디엄을 간직한 밴드가 더욱 환영받는 것이리라. 영국 브라이튼 출신의 마이크 커(보컬, 베이스)와 벤 대처(드럼)로 구성된 2인조 밴드로 로열 블러드는 데뷔앨범 ‘로열 블러드(Royal Blood)’를 영국에서 약 6만5,000장 팔아치우며 UK 앨범차트 1위로 데뷔했다. 이는 지난 3년간 가장 많이 팔린 록 데뷔앨범의 기록이라고 하니, 올해 최고의 신인 밴드의 등장을 알린 셈이다. 비슷한 편성의 팀으로 화이트 스트라입스, 블랙 키스를 떠올릴 수 있는데 로열 블러드는 보다 원초적인 색을 지니고 있다. 이들 2인조와 다른 점은 프론트맨 마이클 커가 기타가 아닌 베이스를 다룬다는 것. 마이클 커는 이펙터를 이용해 베이스로 기타 소리를 충실히 재현한다. 로열 블러드와 같이 굉음을 토해내는 록밴드는 앨범으로만 감상해서는 그 진가를 알기 힘들다. 몸값이 더 오르기 전에 어서 로열 블러드의 내한을 추진하라.

브루스 스프링스틴 ‘High Ho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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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스프링스틴은 전작 ‘레킹 볼(Wracking Ball)’에서부터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와 함께 했다. 둘은 닮았다. 블루스 스프링스틴은 미국의 블루칼라를 대변한 ‘보스’, 톰 모렐로는 진보적 메시지를 강렬한 뉴 메탈 사운드 위로 설파한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출신의 기타리스트로 미국에 원정투쟁을 간 콜트·콜텍 노동자들과 직접 만나 연대를 하기도 했다. 음악적으로나 사상적으로 궁합이 맞는 둘이 아닌가. ‘하이 호프스(High Hopes)’는 기존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곡, 다른 가수의 곡을 재해석한 일종의 커버 송 컬렉션 앨범이다. 2008년에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밴드 ‘이 스트릿 밴드’에 참여한 탐 모렐로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1995년 EP ‘블러드 브라더스(Blood Brothers)’의 수록곡 ‘하이 호프스’를 편곡하자고 제안했고, 앨범 ‘하이 호프스’ 작업은 여기서 시작을 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과거에 발표한 싱글 ‘아메리칸 스킨(41 샷)(American Skin(41 Shots), 아프리카 이민자 아마두 디알로에게 41발을 발사해 사망하게 한 경찰관들에게 무죄판결을 내린 사건을 고발한 곡)’과 같은 보석과 같은 노래를 탐 모렐로의 기타와 함께 다시 들어볼 수 있는 것은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팬이 아닌 이들에게도 축복이 될 것이다.

시아 ‘1000 Forms of F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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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각광받는 여성 뮤지션 중 단연 색깔 있는 이가 바로 시아(Sia)다. 국내에는 이 앨범에 실린 ‘원투뜨리원투뜨리드링크’란 가사가 반복되는 노래 ‘샹들리에(Chandelier)’를 기점으로 빠르게 알려지다 보니 신인으로 알고 있는 이들도 있는데, 시아는 이제 데뷔 20년, 나이 마흔을 바라보는 엄연한 중견 뮤지션이다. 일종의 대기만성형 뮤지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니요, 리아나, 카일리 미노그 등 팝스타들의 앨범에 작곡가 및 프로듀서로도 활동했으며 2011년에는 데이빗 게타의 싱글 ‘타이타니움(Titanium)’으로 본인의 목소리를 알려나갔다. 시아 본인은 상업적인 성공에 별 관심이 없다고 하는데, 이번 앨범을 통해서는 빌보드차트 정상에 오르는 등 대단한 성공을 이루고 있다. ‘샹들리에’ 외에도 매력적인 곡들이 삼태기로 있으니, 반드시 앨범으로 들어볼 것. 이제 시아의 조금은 우울한 스타일은 후배 여성들에게 어느새 ‘워너비’의 모습이 돼가고 있는 것 같다.

라나 델 레이 ‘Ultraviol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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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나 델 레이는 현재 팝 신에서 가장 섹시한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단순히 벗어재껴서 야하다는 것이 아니다. 라나 델 레이는 눈빛과 목소리의 떨림만으로 상대방의 체온을 급상승시키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그게 안 되는 이들이 옷을 벗는 것이겠지. 오해하지 말길. 팜므파탈적인 매력은 라나 델 레이 음악에 있어서 향신료 정도에 지나지 않으니까. 2012년에 데뷔한 라나 델 레이를 처음 접했을 때에는 마치 케이트 부쉬와 같은 불길한 매력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점점 들을수록 라나 델 레이는 나름의 깊이 있고 몽환적인 음악을 선사하고 있다. 새 앨범에는 블랙 키스의 댄 아우어바흐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그래서인지 몇몇 곡에서는 록 성향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것이 기존의 라나 델 레이의 색을 헤치거나 하지 않는다. 팝 컬럼니스트 성문영은 앨범 속지에서 “오히려 이 앨범에서야말로 라나 델 레이에 대해 늘 언급되던 시네마틱 사운드를 제대로 짚어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외 수록곡 전부에서 록의 옷을 희한하게 껴입은 60년대 필 스펙터의 월 오브 사운드 향취를 느낄 수 있고, 이는 전성기 데이빗 린치 감독 영화의 사운드트랙만큼이나 위험하고 퇴폐적이며 초현실적인 감각을 새삼스레 일깨운다”고 설명하고 있다.

카사비안 ‘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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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비안이 데뷔앨범 ‘카사비안(Kasabian)’을 발매한지 10주년을 맞았다. 즉, 이들이 브리티시 록의 유행을 살짝 바꿔 놓은 지 10년이 지나다는 말이다. 애시드 하우스 등 전자음악의 어법이 강하게 반영된 카사비안의 데뷔앨범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후 그러한 스타일의 록밴드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마치 샬라탄스의 21세기 버전과 같은 섹시한 멜로디도 카사비안의 매력. 정규 5집인 새 앨범의 타이틀 ‘48:13’은 전체 러닝타임을 뜻한다. 앨범재킷 역시 수록곡 러닝타임으로 심플하게 이루어져 있다. 무엇보다 핑크색이 카사비안과 잘 어울린다. 신보의 음악들은 초기 작품들을 연상시킬 정도로 댄서블하고 경쾌하다. 첫 싱글 ‘이제(Eez-eh)’는 애시드 하우스의 성향이 잘 드러나는 곡. 아주 신나고, 죽여주는 곡이다. 이외에 ‘S.P.S’와 같이 낭만적인(다소 오아시스스러운) 곡도 있다.

린킨 파크 ‘The Hunting Pa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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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킨 파크가 ‘록’으로 돌아왔다. 언제 록이 아닌 적이 있었나? 아니 이번엔 진짜 록이다. 주지하다시피 린킨 파크는 콘, 림프 비즈킷과 같은 뉴 메탈 밴드들이 인기가 한풀 꺾일 무렵인 2000년 벽두에 혜성과 같이 등장해 뉴 메탈에 일렉트로니카가 가미된 하이브리드 록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이 형들 때문에 밴드에 DJ들이 출몰하기 시작한 것. 허나 6집 ‘더 헌팅 파티(The Hunting Party)’는 다르다. 디제잉의 비중이 현저히 줄고, 강력한 메탈 기타 리프가 이를 대신하고 있다. 마이크 시노다는 한 블로그에서 ‘요즘엔 진정한 록이 없고 다 후지다. 그래서 진짜 참담하다’라는 글을 읽고 느낀 바 있어 유행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야겠다 마음먹었다. 그래서 ‘15세의 자신들이 듣고 싶을 만한 음악, 15세의 자신들에게 영감을 줄만한 음악’을 만들고자 했다고. 그것이 바로 이 앨범의 헤비한 록 사운드인 것이다. 블로그 질이 이처럼 생산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이번 앨범은 오랜 협력자인 프로듀서 릭 루빈과 결별하고 밴드가 직접 프로듀싱을 한 첫 앨범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그 선택이 옳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콜드플레이 ‘Ghost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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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플레이의 정규 6집. 밴드의 리더 크리스 마틴이 배우 기네스 펠트로와 이혼을 공식 발표한 직후 나온 앨범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 앨범은 크리스 마틴의 이혼과 함께 회자되고 있는 중이다. 크리스 마틴은 앨범 발매 전 가진 인터뷰에서 “내면적이고 개인적인 앨범이지만, 누군가는 이 앨범을 듣고 공감할 것이다. 상처받은 앨범 같지만, 사실은 굉장히 기쁜 앨범이기도 하다. 고통을 감내한 후의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긴, 음반에 음악가의 삶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에 이러한 음악적 변화를 가타부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초기에 자신들만의 멜로디를 확립하고 근작들에서 화려한 사운드의 실험을 보여줬던 콜드플레이는 ‘고스트 스토리즈(Ghost Stories)’에서 한결 차분해졌다. 전반적으로 내부로 침잠하는 사운드를 들려주지만, 그 결 하나하나는 역시나 풍성하다. 싱글로 공개된 ‘매직(Magic)’ ‘미드나이트(Midnight)’, ‘어 스카이 풀 오브 스타스(A Sky Full Of Stars)’에 잘 나타나듯이 사운드 메이킹 면에서는 일렉트로닉적인 면이 짙어졌다. 앰비언트 성향의 ‘미드나이트’는 제임스 블레이크의 앨범에 실려도 어색하지 않을 듯. ‘어나더 암스(Another’s Arms)’와 같은 사색적인 곡도 멋지다. 이 또한 멋진 변신이 아닐까?

릴리 알렌 ‘Sheez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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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 페리가 으르렁 돼도 리리(리한나)는 꿈쩍 안 해. 퀸 비(비욘세)가 다시 나타났네. 로드는 피비린내를 맡고, 널 죽여줄 준비가 됐어. 걔는 건드리면 안 돼, 이제 갓 데뷔했는데 우리 모두 가가(레이디 가가)를 구경하고, 하하 하고 웃지, 지가 순교자라도 되는 양 예술에 목을 매네. 디바들의 세계에서 2인자가 되어서는 안 되지. 그 왕관 이리 내놔. 내가 너의 구세주 ‘시저스(Sheezus)’가 될 꺼야’ 이 가사는 릴리 알렌의 3집 타이틀곡 ‘시저스’에서 발췌한 것이다. 릴리 알렌은 이처럼 강단이 있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다. 얼굴은 귀엽지만, 그 안에는 맘에 안 드는 남자 싸대기를 갈길 것 같은 성질이 느껴진다. 2005년 마이스페이스를 통해 이름을 알린 후 여러 히트곡을 내며 하나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앨범 제목은 카니예 웨스트의 ‘이저스(Yeezus)’에서 따왔다. 전반적으로 일렉트로 팝 성향의 곡들이 흐르는데 멜로디는 ‘역시 릴리 알렌’이라고 엄지를 치켜 올릴 만하다. 사실 ‘시저스’ 가사는 자신감 결여를 회복하기 위해 쓴 곡이라고. 릴리 알렌도 그런 면이 있구나.

파올로 누티니 ‘Caustic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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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파올로 누티니의 음악을 들었을 때 당연히 흑인일 거라 생각했다. 그것도 꽤 나이가 든 베테랑 R&B 뮤지션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파올로 누티니가 1987년생의 백인으로 스코틀랜드 태생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조스 스톤 등장 이후 오랜만에 충격을 받았다. 블라인드 테스트로는 도저히 백인이라는 것을 맞출 수 없는 음악이었던 것. 10대 때부터 이름을 알린 파올로 누티니는 두 장의 정규앨범을 통해 평단의 찬사와 상업적 성공을 거머쥐며 승승장구했다. 정규 3집 ‘코즈틱 러브(Caustic Love)’는 무려 5년 만의 신보다. 1~2집의 성공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파올로는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잠시 음악을 떠나 목공일을 했다고 하면서 자신을 다잡았다고 한다. 신보를 들어보면 파올로의 선택이 옳았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이 앨범에서 파올로는 50~60년대 고전적인 소울부터 모던한 접근법에 이르기까지 보다 진화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소울의 고전적인 미감을 살리면서 이렇게나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는 것은 자넬 모네 이후 오랜만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음악은 파올로 누티니를 더욱 독보적인 존재로 끌어올렸다. 이번 내한공연을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더티 룹스 ‘Loopif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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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무서운 신인으로 떠오른 밴드 더티 룹스의 데뷔앨범. 더티 룹스는 일반적인 록밴드와는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 조나 닐슨(보컬, 건반), 헨리 린더(베이스), 아론 멜러거드(드럼) 세션 연주 생활이 무료해 팀을 결성하게 된다. 보통 세션 맨 출신들이 밴드를 만들면 연주는 화려하나 음악이 팝의 관성에 머무르는 경우가 있는데 더티 룹스는 기발함 그 자체다. 이들의 가장 큰 강점은 대중성. 아바, 맥스 마틴을 배출한 나라의 밴드인 만큼 전 곡의 멜로디가 대중적이다. 그럼에도 여기 저기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낭중지추처럼 도드라진다. 데뷔 전부터 스티비 원더, 퀸시 존스, 데이빗 포스터 등의 거장부터 아비치, 아담 리바인 등 최근 잘나가는 뮤지션들이 찬사를 보냈다는 사실이 수긍이 갈 정도. 세 명이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내기 때문에 편곡에 대한 아이디어가 상당하다. 전반적으로 곡들이 댄서블하다. 완전히 새로운 음악은 아니고, 왕년의 티어스 포 피어스, 홀 앤 오츠와 같은 출중한 연주자들이 결성한 팀들의 사운드가 떠오르기도 한다. 케이팝과 협연을 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주다스 프리스트 ‘Redeemer of Sou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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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다스 프리스트의 새 앨범 ‘리디머 오브 소울즈(Redeemer of Souls)’ CD 재킷을 펼치는데 마치 성경책을 펴는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주다스 프리스트는 2012년 초 내한했을 당시 국내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대규모 월드투어를 중지하고 새 앨범을 한 장 더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6년 만의 신작인 ‘리디머 오브 소울즈’가 바로 그 앨범인 것이다. 정규 17집으로 롭 헬포드와 함께 주다스 프리스트를 상징하는 멤버인 K. K. 다우닝이 빠진 상태에서 만든 첫 앨범이기도 하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 ‘리디머 오브 소울즈’는 주다스 프리스트 본인들이 팬들을 위해 만든 앨범이라고 밝힌 만큼 초기 사운드에 충실하다. 제목부터 주다스 프리스트다운 ‘메탈라이저(Metalizer)’에서 롭 헬포드의 포효를 들으면 아직 주다스 프리스트가 건재하고도 남는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오감을 자극하는 중후함이 바로 정통 헤비메탈 아닌가? 역시 명불허전.

데미안 라이스 ‘My Favourite Faded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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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라이스의 3집. 1집 ‘O’와 2집 ‘9’을 통해 데미안 라이스는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어보였던 모던포크의 방식을 통해 팝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다. 기존의 풍성한 오케스트레이션 편곡 방식과는 다른, 여백을 살려둔 채 통기타에 현악으로 색감을 더한 사운드는 놀라운 흡입력으로 청자를 빨아들였고, 무엇보다 데미안의 남루한 보컬이 여성들을 매혹시켰다. 신보는 무려 8년 만이다. 데미안은 공허함 때문에 신보 작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고 한다.(하긴 내한공연 때 모습도 공허해 보이더라) ‘9’ 투어를 마치고 데미안 라이스는 여행을 다녔고, 아이슬란드에서는 몇 년 동안 머물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신보에서는 북유럽의 풍광을 머금은 듯한 곡들이 다수 수록돼 있다. 특유의 애처롭고 음유시인, 방랑자와 같은 감성은 여전하다. 데미안 라이스는 주로 혼자서 작업을 해왔다. 이번에는 프로듀서로 릭 루빈이 참여했는데 기존 데미안 라이스의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릭 루빈은 새로운 길을 제시하기보다는 그저 데미안의 다시 창작을 할 수 있도록 북돋았다고 한다. 덕분에 우리는 조금 늦었지만, 기대에 부응하는 반가운 앨범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제이슨 므라즈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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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므라즈의 정규 5집. 언젠가부터 제이슨 므라즈는 우리에게 인기 가수 이상의 무언가가 돼가고 있는 것 같다. 국내에서 그리 인지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성실한 내한공연을 통해 팬덤을 늘려간 그는 어느새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팝스타가 됐다. 최근에는 환경운동을 벌이면서 음악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긍정의 아이콘으로 다가오고 있기도 하다. 신보는 므라즈의 오랜 음악적 동반자인 밴드 레이닝 제인의 멤버들과 함께 녹음한 작품으로 일종의 밴드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아임 유어스(I’m Yours)’와 같은 달콤한 곡은 없으며 각 곡들은 자연의 풍광이 느껴질 만큼 스케일이 크다. 새 앨범에 대해 음라즈는 “치유를 다루는 노래들이다. 또한 사랑에 대해서도 노래한다. 신념에 대해서도. 환경에 대한 우리의 역할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무언가를 받아들이고, 온정을 나누며, 또는 무언가를 떠나보내는 것에 대해서도 노래한다. 내가 오랫동안 써왔던 것들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음악을 국내 팬들이 좋아할지는 의문이지만, 므라즈는 더 거대한 뮤지션이 된 것 같다.

베이스먼트 잭스 ‘Ju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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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닉 / 하우스 계열의 거물인 영국의 듀오 베이스먼트 잭스의 정규 7집. 펠릭스 벅스톤과 사이먼 래트클리프가 만난 것이 1994년이니 벌써 결성 20년차가 된 셈이다. 베이스먼트 잭스는 국내 페스티벌 출연진이며, 이들의 곡 ‘핫 앤 콜드(Hot ‘n Cold)’가 국내에는 휴대전화 광고 배경음악으로 쓰이기도 했다. 베이스먼트 잭스의 멤버 펠릭스 벅스톤은 여자친구가 한국인이어서 그런지 한국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여자친구는 새 앨범에 수록된 ‘하우스 신(House Scene)’에 보컬로 참여했으며 이번 신곡 뮤직비디오에는 한국인 영화감독 이권이 연출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번 앨범에서는 장르적인 특성에 몰두하기보다는 세계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글로벌한 성향을 들어내려 했다고 한다. 때문에 기존 앨범에 비해서는 팝적인 성향이 강한 편이다. 앨범 제목 ‘훈토(Junto)’처럼 스페인어로 ‘함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베이스먼트 잭스는 신작을 통해 모든 인류가 연결돼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물론 메시지를 몰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곡들이 담겼지만 말이다.

슬립낫 ‘.5 : The Gray Chap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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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의 뉴 메탈 밴드 슬립낫의 6년 만의 신보로 정규 5집이다. 슬립낫은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콘, 림프 비즈킷, 데프톤즈과 같은 뉴 메탈 밴드들이 헤비니스 신을 장악하고 있던 1999년에 혜성과 같이 등장했다. 이후 한층 헤비한 사운드로 팬들을 사로잡으며 메탈 신의 새로운 강자로 군림하게 된다. 물론, 슬립낫의 인기에는 가면을 쓴 나름의 신비주의도 한 몫 했다. 슬립낫은 보컬, 드럼, 베이스, 기타 두 명에 퍼커션 2명과 DJ 등 아홉 명의 멤버로 이루어져 있다. 데뷔앨범 ‘슬립낫(Slipknot)’은 평단의 찬사와 함께 로드러너 레이블 최초의 플래티넘 앨범을 기록했고, 2집 ‘아이오와(Iowa)’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2010년에는 베이시스트 폴 그레이가 갑작스레 사망해 해체설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신보를 통해 건재함을 보여줬다. 밴드 특유의 음산함과 파괴적인 매력이 살아있는 첫 싱글 ‘네거티브 원(Negative One)’을 비롯해 폴 그레이를 추모하는 ‘굿바이(Goodbye)’, 육중한 그루브가 일품인 ‘사캐스트로페(Sarcastrophe)’ 등을 들려주고 있다. 아니, 들려준다는 표현보다는 귀에 쑤셔 박아준다는 표현이 더 알맞겠다.

핑크 플로이드 ‘The Endless R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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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플로이드의 20년 만의 신보. 정확히는 1994년에 데이빗 길모어, 릭 라이트, 닉 메이슨 3인 체제로 만들어진 ‘더 디비전 벨(The Division Bell)’ 앨범 세션 당시의 공개 되지 않았던 음악을 편곡 및 프로듀싱해 공개하는 앨범으로 2008년에 사망한 릭 라이트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 즉, 20년 만이라는 타이틀을 달고는 있지만 새로 만든 앨범은 아닌 것. 팬들이라면 과연 이 앨범이 핑크 플로이드의 ‘완벽한’ 디스코그래피에 포함되기에 충분한 음악인지에 궁금증이 쏠릴 것이다. ‘더 엔들레스 리버’는 기본적으로 ‘더 디비전 벨’의 음악을 이어가고 있다. 핑크 플로이드 멤버들이 원곡에 새로 보컬을 입히지 않고(보컬 곡은 ‘라우더 댄 워즈(Louder Than Words)’ 한 곡뿐이다) 연주곡을 위주로 앨범을 채운 것을 보면 원래 녹음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려 한 것으로 보인다. 서막을 여는 ‘씽즈 레프트 언세드(Things Left Unsaid)’의 뒤로 이어지는 ‘이츠 왓 위 두(It’s What We Do)’의 광활한 신디사이저와 깊은 기타 벤딩 소리, 그리고 ‘아니시나(Anisina)’의 평온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핑크 플로이드다. 뭐,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나?

마마스 건 ‘Cheap Ho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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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밴드 마마스 건의 정규 3집. 마마스 건은 선수들이 모인 밴드다. 단순히 연주를 잘하는 수준이 아니라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공연의 달인’이랄까? 앨범을 듣고 먼저 반했고 2011년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처음 보고 너무 잘해서 놀라 자빠질 뻔했다.(과장이 아니다) 이들은 1~2집에서 록과 펑키한 애시드재즈의 중간쯤에 위치한 음악을 선보였고 때문에 자미로콰이와 비교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을 때 영국 애시드재즈 뮤지션와의 상관관계를 묻자 이들은 고개를 저었고, 특정 장르로 제한한 것에 대해 섭섭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일까? 3집에서는 음악적인 변신이 느껴진다. 큰 틀을 잡고 있던 펑키한 그루브가 완화되고, 보다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인다. 퀸의 노래와 같은 오페라적인 록도 있고, 80년대 팝적인 느낌의 곡들, 이지리스닝, AOR 풍의 곡에 이르기까지 친근한 어법들이 느껴진다. 멤버들이 일류 세션맨이자 교편을 잡고 있는 이들이라 웬만한 장르는 소화 가능하겠지만, 이 앨범은 단지 장르의 재현이 아니라 상당한 음악적 탐구가 수반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결과적으로 마마스 건의 음악적 반경은 자연스레 커졌다. 이런 욕심쟁이들 같으니라고.

테일러 스위프트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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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내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정규 5집. 테일러 스위프트는 최근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스포티파이’에 음원 제공을 거부하는 등 무료로 앨범을 뿌린 유투와는 반대의 자세를 취했다. 결과적으로 새 앨범 ‘1989’는 미국에서만 일주일 만에 128만7000장이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앨범시장이 살아있던 90년대에나 볼 수 있었던 숫자다. 사실 테일러 스위프트는 데뷔 후 몇 년 간 미국 내 최다 앨범판매, 에어플레이 차트 집계 2년 연속 미국 내 최다 방송횟수 기록, 그리고 그래미 7관왕(고작 24살인데) 등 화려한 숫자를 기록해왔다. ‘1989’의 판매량은 테일러 스위프트이기에 가능한 숫자이겠지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긴 90년대만 돌아봐도 최다 음반 판매의 주인공은 컨트리 가수 가스 브룩스가 아니던가? 역시 금발의 미녀가 컨트리를 하니 미국의 백인들의 엄청난 지지를 얻는 것은 당연한 것이리라. 물론 테일러 스위프트는 컨트리 외에도 다양한 음악을 해왔다. 신보에서는 본인이 전곡의 작사 작곡에 참여했으며 맥스 마틴을 비롯해 다양한 히트 작곡가들이 함께 했다. 덕분에 어느 정도 컨트리의 색을 거의 드러내고 트렌디한 댄스 넘버들을 다수 만나볼 수 있다. 앨범에는 테일러 본인이 곡을 만든 과정을 음성으로 남긴 트랙도 담겼다.

아듀! 2014, 결산 요주의 30음반 ① 당신의 가슴을 움직인 음반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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