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그것도 아이돌 걱정이라 했다. 하지만, 어디 그렇기만 한가. 삶에 지친 누군가에게 꿈과 희망, 행복을 전할 수 있는 이들이 바로, 무대 위에서 노래와 춤으로 반짝반짝 빛을 내는 아이돌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자타칭 아이돌 박애주의자인 텐아시아의 두 기자가 모여 이들에 대해 얘기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아이돌과 관련된 것이라면, 세상을 시끌시끌하게 만들었던 이슈든, 소소하지만 의미 깊은 것이든 상관없이 자유롭게 회담을 펼칠 예정이다. 네 번째 주제는 아이돌 자체 제작 리얼리티다. 현재 빅스, 비투비, 방탄소년단, 나인뮤지스, 러블리즈 등의 아이돌 그룹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방탄밤’
# ‘반전 매력’? 아이돌 그 자체의 매력이정화 : 요즘 아이돌 그룹이 워낙 많다 보니, 그룹 하나하나, 멤버 개인개인의 매력을 다 다뤄줄 수 있는 프로그램의 수가 그에 못 미치죠. 그러다 보니 그룹의 매력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해당 아이돌의 기획사가 아예 자체적으로 리얼리티를 만들고 있어요.
박수정 : 아이돌 팬들이 가장 선호하는 콘텐츠 중 하나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죠. 빅스나 방탄소년단은 예전부터 ‘빅스티비’, ‘방탄밤’이라는 자체 제작 리얼리티를 공개해왔고, 최근에 나인뮤지스는 ‘나뮤캐스트’를, 레인보우는 ‘레인보우 생쇼’를 공개했어요. 비투비나 러블리즈도 포털사이트와 제휴해서 자체 제작 리얼리티를 만들고 있죠.
이정화 : 자체 제작 리얼리티가 아이돌 그룹이라면 필수적으로 거치는 관문처럼 여겨지기도 하네요.
박수정 : 아이돌이 자신의 매력을 꼽을 때 단골로 등장하는 멘트가 ‘반전 매력’인데, 그 ‘반전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에요. 리얼리티는 ‘입덕 장치’로도 많이 사용되고, 아이돌의 개성을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가장 좋은 창구가 되어주거든요.
이정화 : 비투비 같은 경우만 봐도 사실 실력파 그룹으로 유명한데, 알고 보면 그 실력 이면에 굉장한 개그감이 숨겨져 있다는 걸 자체 제작 리얼리티를 통해 알 수 있어요.
박수정 : 맞아요. 비투비는 ‘너의 멜로디가 되어줄게’라는 콘텐츠를 통해 자신들의 음악적 실력을 알리고 있고, 동시에 예능감도 넘쳐나는 영상을 만들죠. 나인뮤지스의 경우도 ‘모델돌’이라는 수식어와 센 콘셉트 때문에 도도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나뮤캐스트’나 ‘스제N’을 통해 비글미를 발산해요. 저리 키 크고 몸매 좋은 언니들이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예요. 빅스의 켄도 ‘빅스티비’를 통해 ‘오또카지송’을 만들어 냈을 정도로 뛰어난 예능감을 자랑했죠. 그 잘생긴 외모로…!
이정화 : 켄은 틈만 나면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켄 티비’를 만들어달라고 할 정도로 예능감이 많은 멤버에요. 이런 것들이 다 자체 제작 리얼리티를 통해 드러날 수 있는 매력들인 거죠. ‘빅스티비’ 같은 경우 시즌 1은 매주 방송되다가 100회를 끝으로 종료된 이후 최근 다시 시즌 2가 시작돼서 격주로 공개되고 있어요. ‘빅스티비’의 좋은 점 중 하나가 무대 위의 콘셉츄얼한 빅스 외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거였죠. 그런데 시간이 흐르며 성장하는 빅스처럼 ‘빅스티비’도 성장과 변화의 시기를 맞이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그들만의 자연스러우면서도 잔잔한 유머는 묻어있죠. 2주에 한 번 공개되기 때문에 시즌 2는 처음 시작부터 멤버들의 참여를 더 늘리는 형태로 포맷을 잡았어요. 라비가 직접 ‘빅스티비 2’의 로고송을 작사작곡 한 것부터 그렇죠. 그래서 현재 ‘빅스티비’는 이들의 ‘반전 매력’뿐만 아니라 빅스의 활동을 시작하고 정리하는, 갈무리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기도 해요.
박수정 : 음, 반전매력이라고 뭉뚱그려 이야기하긴 하지만, 그룹마다 어떤 반전매력을 지니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묘미 같네요.
이정화 : 반전이라는 것이 무조건 망가지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니깐요. 우리가 항상 보던 면이 아닌, 다른 방향에서 바라볼 수 있을 때 보게 되는 모습도 반전의 일종인 거잖아요. 방탄소년단은 무대 위에서는 힙합 카리스마를 마구 뿜어내는데 ‘방탄밤’에 공개되는 짧은 영상 속에선 걸그룹 댄스를 춘다거나 노래를 따라 부른다거나 멤버가 짓궂게 자는 멤버를 찍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무대 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나인뮤지스의 ‘나뮤캐스트’
# 공백기를 채워주는 매우 훌륭한 ‘떡밥’박수정 : 자체 제작 리얼리티가 한 번 방송되고 나면 커뮤니티에 수많은 ‘움짤’이 게시되기도 하죠.
이정화 : 저 또한 그런 것들을 통해 아이돌 그룹의 색다른 모습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팬이 아닌 사람들을 영업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는 것 같아요.
박수정 : 맞아요. 나인뮤지스 4편 ‘그녀들만의 연말파티’를 보면 성아가 “‘나뮤캐스트’로 다시 돌아온 팬도 있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팬을 새로 입덕시키고, 기존 팬을 재입덕시키는 좋은 수단인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 홈 파티를 열던 모습은 너무 내숭이 없어서 정말 어떻게 촬영되는지 현장에서 직접 구경해 보고 싶기도 해요. 하하. 또 나인뮤지스나 레인보우 같은 경우, 1년 이상의 공백기를 갖고 있어서 팬들이 이들의 소식에 목말라 있는데 이렇게 리얼리티를 통해서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가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팬덤을 유지하는 것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이정화 : 방탄소년단이 올해 초 ‘상남자’ 국내 활동을 마무리하고 해외 공연을 갔을 때에도 ‘방탄밤’은 꾸준히 업데이트되었던 게 팬덤을 유지할 수 있게 한 유효한 전략이었던 것처럼 말이죠. 길진 않은데 사소하지만 재미있는 것들이 꽤 있어서 애정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데에 좋은 영향을 줬다고 봐요.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건 당연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계기를 마련해서 계속해서 자극을 주는 건 중요하죠. 심정적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웃음을 주고, 그런 것들을 앞에서 ‘떡밥’이란 말로 표현하긴 했지만, 결국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거리’들이 꼭 있어야겠죠.
박수정 : 그런 글도 많이 봤어요. “나 오늘 팬 됐는데, 리얼리티 뭐 봐야 되냐”는 질문! 그만큼 리얼리티는 한 그룹의 매력을 알리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는 거죠. 공백기뿐만 아니라 갓 데뷔한 그룹에도 리얼리티는 홍보와 영업의 좋은 수단이 돼요. 2014년에 데뷔한 위너의 ‘위너티비’, 갓세븐의 ‘리얼 갓세븐’, 러블리즈 ‘러블리즈 다이어리’ 등, 무대나 노래를 통해 관심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리얼리티를 보게 되더라고요. 예능이나 다른 방송에 신인들이 출연할 수 있는 게 한정적이니까 자체 제작이 매력을 널리 알릴 수 있는 활로를 개척해 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것들을 다 떠나서, 해외 팬들, 해외에 거주하거나 아예 외국인 팬들 같은 경우엔 일반 방송보단 유튜브로 올라오는 자체 제작 콘텐츠에 접근하기도 쉬울 거에요.
러블리즈의 ‘러블리즈 다이어리’
# 효과적인 자체 제작 리얼리티는 어떻게?박수정 : 지금까지 자체 제작 리얼리티의 좋은 점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런 좋은 점이 더욱 효과적으로 발휘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정화 : 말 그대로 ‘리.얼.리.티’잖아요. 억지로 뭔가를 만들려고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아, 이건 항상 말은 쉽고 실천하기는 참 어려운 건데… 진정성이 있어야죠. 인위적인 감정 세팅은 팬들뿐만 아니라, 그냥 호기심에 보는 사람에게도 그다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거에요. 그리고 아이돌에게 주어지는 상황 그 자체도 커다란 틀만 잡아야 부담스러워 보이지 않을 거예요.
박수정 : 리얼리티를 그야말로 리얼리티답게, 잘 만들어내는 그룹이야말로 인기를 얻는 것 같아요. 리얼리티를 한다고 해도 무조건 인기를 얻는 게 아니고, 주어진 환경 안에서 자신들의 매력을 얼마나 잘 드러내느냐가 재미를 좌우하는데 정상급 그룹의 데뷔 초기 리얼리티를 보면 팬이 아닌 사람이 봐도 호감을 주는 리얼리티가 많아요.
이정화 : 물론,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 멤버들의 매력이 잘 살 수 있게, 어떤 상황일 때 아이돌의 매력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지 기획사 측에서도 연구를 많이 해야겠죠.
박수정 : 방송의 경우 자막이나 편집 기술이 화려한데 자체 제작은 그 정도 수준까지는 아니잖아요. 하지만 기획사들이 엄청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말하고 넘어가고 싶네요. 모 기획사 직원한테 들었는데 영상 담당자의 다크서클이 발끝까지 내려왔다고… 하하.
이정화 : 하하하.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방송보다 시스템적으론 열악하지만 자유로운 포맷으로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멤버들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소재를 찾는 걸 더 다양하게 해 볼 수 있을 거예요.
박수정 : 맞아요. 심의도 없으니까 조금 더 화끈하게!!
글. 이정화 lee@tenasia.co.kr,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방탄밤’ 캡처, ‘나뮤캐스트’ 캡처, ‘러블리즈 다이어리’ 캡처
[SNS DRAMA][텐아시아 뉴스스탠드 바로가기]
[EVENT] 뮤지컬, 연극, 영화등 텐아시아 독자를 위해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 클릭!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