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비밀의 문’ 캡처
‘비밀의 문’이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지난 9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 의궤살인사건(이하 비밀의 문)’ 마지막회에서는 이제훈이 정조로 깜짝 재등장, 이선(이제훈)이 못 다이룬 꿈을 이루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이선은 관서에 서재를 세운 것이 발각돼 역모죄를 뒤집어 쓰고 목숨을 잃었다.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이하는 이선을 바라보며 영조(한석규)는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
방송 말미에서는 정조의 뒷모습과 함께 “아비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는 서가를 지어라”라는 이선의 마지막 바람이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왔다. “인재들 가림 없이 모아 불가능한 꿈을 이루게 만들어라. 그것이야 말로 아비의 원수를 가장 크게 갚는 것이다”라는 끝나고 이선과 꼭 닮은 정조가 모습을 드러내며 생전 아비의 꿈을 이뤄내는 모습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비밀의 문’은 강력한 왕권을 지향했던 영조와 신분의 귀천이 없는 공평한 세상을 주창했던 사도세자의 갈등을 다룬 드라마로, 500년 조선왕조의 가장 참혹했던 가족사로 평가되고 있는 역사에 살인사건이라는 궁중미스터리를 입혀 방송 전부터 흥미를 유발했다.
무엇보다 ‘비밀의 문’은 ‘왕의 귀환’이라 불리는 명품배우 한석규의 안방극장 복귀, 20대 대표 배우 이제훈이 군 제대 후 첫 번째로 선택한 작품으로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지난 2011년 SBS ‘뿌리 깊은 나무’에서 의로운 군주 세종대왕의 인간적인 면모를 섬세한 연기로 능수능란하게 표현해내며 숱한 화제를 낳았던 한석규는 이번엔 영조를 새롭게 재탄생시켰다. 권력을 지키고자 애쓰는 자신의 뜻과는 반대로 백성들을 위한 공평한 세상을 꿈꾸는 세자 이선(이제훈)과 끊임없이 대립, 갈등하며 긴장 백배의 극 전개를 이끌었다.
이제훈은 그간 영화나 드라마에서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던 세자 이선 역할을 맡아 사도세자를 재조명 받게 했다. 그의 아내인 혜경궁 홍씨가 기록한 한중록에는 흉악한 병에 걸린 광인으로, 사관의 기록인 영조실록에는 15세에 대리청정을 시작하여 28세에 이르기까지 정사를 무리 없이 끌고 간 왕재로 기록됐다. 제작진은 후자쪽의 기록에 치중해 이선을 그려냈으며 이제훈은 안정된 연기로 이선의 새로운 모습을 표현해냈다.
‘비밀의 문’은 이처럼 한석규와 이제훈의 이상적인 조합과 더불어 몰입도 높은 이야기 전개, 촘촘한 연출력을 바탕으로 방송 직후부터 대작 탄생의 예감을 안겼다. 의문에 쌓인 신흥복 살인 사건과 맹위의 등장 등이 긴장감을 자아내며 힘입는 전개를 보여줬다. 하지만 ‘비밀의 문’은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판세를 뒤집을 만큼 흡인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서서히 시청자들에게서 멀어졌다.
‘비밀의 문’은 역사적으로 시청자들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을 좀 더 흥미롭게 펼쳐내기 위해 초반 내용을 추리극 형식으로 풀었다.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진실에 접근해 가는 이선을 지켜보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하지만 이 과정이 극 중반까지 이어지며 몰입도를 흐트러뜨렸다. 느슨한 전개를 채우기 위해 서지담(김유정)이라는 인물을 투입했다. 지담을 통해 사건이 박차를 가하는 듯 하다가 그녀가 위협을 받으면서 위기를 그리기도 하고 이선과 미묘한 로맨스 요소까지 더했지만, 시청자들을 다시 끌어들이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선과 서지담의 추리 게임이 지루하게 이어진 가운데 중후반부 마침내 본격화된 영조와 정조의 갈등, 왕권과 권신들간의 권력 다툼도 힘을 잃었다. 후반부에 다다라서야 비로소 이선이 신분 질서의 개혁을 주장하며 이를 위해 애쓰는 모습은 뒤주 속 죽음이라는 예정된 결말을 앞두고 설득력을 많이 상실했다. 초반 맹위에 집착하다 결말에 이르러서야 이상과 신념을 펼쳐내는 이선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주기 보다는 죽음을 자조하는 행위처럼 느껴지게 했다.
이선은 극 초반 맹위의 진실을 쫓다가, 중후반에는 비현실적인 꿈을 품은 이상주의자가 됐다가, 마지막은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뒤주에 들어간 효자로 시시각각 변화했다. 결국은 사도세자의 재해석에 있어서 어느 하나 완벽하게 초점을 맞추지 못했고, 이야기의 흐름도 일관성을 잃고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제2의 뿌리깊은 나무’를 꿈꿨던 이들에게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었다.
‘비밀의 문’ 후속으로는 다시는 오지 못할 이 세상을 건너가면서 인생과 작별하는 남자, 대검찰청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 박정환 검사의 생애 마지막 6개월 기록을 그린 드라마 ‘펀치’가 방송된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 ‘비밀의 문’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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