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미생’ 포스터
tvN ‘미생’ 포스터
tvN ‘미생’ 포스터

신드롬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블TV tvN 금토드라마 ‘미생’ 제작 뒷이야기와 원작자 윤태호 작가의 작품에 대한 변이 공개됐다.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대중의 공감을 이끄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문화콘텐츠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로 꼽힌 ‘미생’을 주제로 한 좌담회가 진행됐다.

웹툰으로 시작해 만화책과 드라마로 이어지며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된 ‘미생’은 문화 콘텐츠의 상생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혔다. 원작자 윤태호 작가는 ‘미생’ 기획 기간이 4년 7개월에 달한 점을 언급하며 한국 만화가들이 폭넓은 사고를 가질 것을 당부했다. 드라마 ‘미생’을 기획한 이제문 PD도 “충분한 기획 기간과 다양한 사고, 자유로운 제작환경이 보장된 가운데 ‘미생’의 탄생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Q. 웹툰을 드라마화하겠다는 결정적 이유는

이제문PD: 다른 소재로 한국 드라마에 새로운 얘기를 해 보고 싶었던 소망이 컸다. 한국 사회 가장 많은 직업인 회사원, 화이트칼라의 얘기를 해 보고 싶다는 점에서 대기업을 무대로 해보고 싶었다. 처음에는 원작 ‘미생’을 보고 반대했다. 무척 재미있고 좋은 작품인데 각색하는 과정에서 그 매력이 상실될 것으로 봤었다. 그런데 도저히 이걸 안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철저한 공감이 들더라. 나 또한 ‘미생’ 중 한 명이니까.

Q. 한국의 많은 드라마가 기승전 ‘연애’로 귀착된다. 소위 전문직 드라마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직장을 배경으로 한 일반직 직장의 드라마에 대한 모험이 있었을 것 같다.

이제문PD: 윤태호 작가가 가신 길을 그대로 갔다. 과외 수업을 받지 못했다. 연재 때문에 너무 바쁘셔서 윤 작가가 취재하신 경로를 그대로 밟았다. 종합상사 회사원들을 만나고, 바둑기사들을 봤다. 많은 충격을 받았다. 어느 시점에서 이야기가 막혔을 텐데 윤 작가님이 어떻게 푸셨나를 알 수 있었다. 두 명의 보조작가를 한 무역상사의 인턴 사원으로 출근시켰다. 그 공기를 알고 나니 대본이 달라지고 전문 용어를 쓰는 타이밍도 달라지더라. 만화에서 이런 장면을 그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취재를 했을까, 하는 부분에 혀를 내둘렀다.

지금까지의 드라마가 주로 감정에 호소했다면, ‘미생’은 다른 재미를 준 것 같다. 각자 하는 일이 있고 전문용어를 쓴다. ‘회사원들인데 재밌네, 사랑하지 않아도 재밌네’하는. 성취하고 노력하려 하는 것에 신선함을 느끼신 것 같다.

Q. 윤태호 작가의 경우 드라마 ‘미생’ 방송 후 달라진 점이 있나

윤태호 작가 : 다른 일로 작업의 방해를 많이 받고 있고(웃음) 취재할 때 용이해졌다. 지금 연재중인 작품이 목포 인근 도굴꾼들 이야기인데 ‘미생’ 작가라고 하니 다른 설명 필요 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더라. 미생을 하면서 얻은 수익들로 인해 헬리캠을 띄워 촬영도 할 수 있었다. 그런 비용을 활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미생’의 취재 노하우와 드라마화되는 과정에서 서로 많은 논의를 하는 와중에 ‘미생’을 좀더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보는 시간도 갖게 됐다. 그렇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경계심도 갖게 됐다. 만화는 그 결과로 많이 발전할 수 있지만 과정은 소박해야 한다. 드라마, 영화화된다고 해서 내 일 자체의 성격이 바뀌면 안 되겠단 생각을 했다.

tvN ‘미생’ 좌담회
tvN ‘미생’ 좌담회
tvN ‘미생’ 좌담회

Q. ‘미생’의 성공 여부를 점쳤었나

윤태호 작가: 드라마란 힘든 일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을 잘 하기 위해 헤쳐나가는 사람들은 그 안에 드라마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후배 작가들도 독자들이 요구하는 바에 대해 폭을 넓히는 사고 방식을 충족시켜주는 작품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올해를 웹툰 해외 진출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에 맞추려면 인간 자체로 자기 자신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스스로 세계인이라는 생각으로 온 지구인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Q. ‘미생’을 쓸 때 가장 고려했던 점이 있었다면

윤태호 : 자극의 수위를 낮추려고 무척 노력했다. 만화 쪽에서 어떻게 드라마화하느냐를 생각할 때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Q. 드라마화할 때는 어떤 점이 가장 많이 논의된 지점인가

이제문PD : 원작에 비해 배역들을 키우는 과정이 있었다. 예를 들어 장백기는 원작에서는 잠깐 등장하는데 드라마에서는 주요 인물로 드러난다. 배역들이 정해지고 그들이 저절로 성장해가면서 소소하게 갈등이 깔리다보니 이야기가 정해졌다. 어느 순간 인물을 선택하느냐 사건을 선택할 것이냐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사건을 따라가는 쪽을 택했다. 최대한 원작으로 그대로 구현해보다는 데서는 이의가 없다.

Q. ‘미생’에 대한 해외 반응은 어떤가

이제문PD : 중국에서 대단히 반응이 격하다고 들었다. 중국 CCTV에서 이례적으로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14분 정도 방영한 적도 있고, 동남아 쪽에서도 반응이 있다고 들었다. 미국에서도 월스트리트로 가면 가능할 것 같다고 하더라. 그런 반응을 보니 우리가 너무 스스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 세일즈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원소스 멀티 유즈가 가능한 ‘미생’같은 콘텐츠가 나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윤태호 작가: ‘미생’은 4년 7개월에 달하는 기획 과정을 거친 작품이다. 작품의 숙성 과정을 거치면서 보완하고 다듬는 시간을 거칠 수 있었다. 시간에 쫓기면서 작품의 기획 의도가 달라지는 부분을 예방할 수 있었다.

이제문 PD: 회사에서 충분한 시간을 주며 자유로운 제작 환경을 마련해 준 것도 ‘미생’같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기본에 충실한 작품이 있다면 ‘미생’같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작품도 나와서 전체가 어우러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제공.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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