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연구가 홍성란과 개그우먼 양해림(왼쪽부터)
요리연구가 홍성란과 개그우먼 양해림(왼쪽부터)
요리연구가 홍성란과 개그우먼 양해림(왼쪽부터)

뚱뚱하다는 이유로 남들에게 또 스스로에게도 많은 변명을 만들며 살아야 했다고 고백하는 개그우먼 양해림이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12kg을 뺀 양해림은 그러나 자신을 다이어트 성공자라고 부르는 것에는 주저한다. 아직 빼야 할 살이 더 많다고 말하는 그는 자신의 인생에 소소한 성공이 크게 부풀려지는 것을 쑥스러워했지만, 그가 최근 펴낸 책 ‘렌틸콩 다이어트 레시피'(청림life, 2014)에서 말했듯 지난 50일은 그의 인생에 있었던 수많은 50일 중에 의미있는 50일이었다. 그 결과, 아무나 하지 못하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도 내지 않았나. 무엇보다 건강을 차츰차츰 찾아가는 것, 그것이 양해림의 인생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

렌틸콩은 최근 이효리 등 수많은 셀레브리티의 사랑 속에 대중에 알려지고 있는 식품이다. 건강한 음식이라는 인식은 또렷하게 박혀있지만, 어디서 구할 수 있고 어떻게 먹어야 하며 또 어디에 좋은지는 잘 알려져있지 않다.

우연히 한 방송국으로부터 연락을 받아 렌틸콩 다이어트에 참여하게 된 양해림 역시도 처음에는 “렌틸콩인지 렌즈콩인지 그게 뭐야?”라는 마음이었지만, 수많은 다이어트에 실패한 경험자인 그는 결국 이 콩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제는 렌틸콩 전도사가 되어 남자친구와 데이트 하기 전에는 꼭 렌틸콩 쉐이크를 챙긴다며 기분좋게 웃는다.

스스로의 다이어트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양해림은 살이 빠져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진정으로 어여뻐 보였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코미디언이 되기 이전부터 또 코미디언이 되고서도 참으로 열심히 살아온 양해림의 삶이 그저 뚱뚱한 몸매만으로 평가절하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이 자연스레 생겨났다. (인터뷰에는 양해림과 함께 ‘렌틸콩 다이어트 레시피’를 출판한 요리연구가 홍성란 씨도 동석했다)

요리연구가 홍성란과 개그우먼 양해림(왼쪽부터)
요리연구가 홍성란과 개그우먼 양해림(왼쪽부터)
요리연구가 홍성란과 개그우먼 양해림(왼쪽부터)


Q. 처음 다이어트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사실 코미디언으로서는 뚱뚱한 몸매가 캐릭터로 도움이 될 법도 하잖아요. 일례로, 이국주 씨는 살 뺄 생각이 전혀 없다는 말을 여러차례 하기도 했었고요. 그 캐릭터로 성공을 하기도 했잖아요.

양해림 : 방송 프로그램 작가로부터 ‘렌틸콩 다이어트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 전에는 갑작스럽게 심장 이상을 느끼고 병원에 갔더니 지금 제 나이 대에 나타날 수 없는 고혈압에 부정맥, 당 수치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며 ‘걸어다니는 폭탄’, ‘병원 문을 나서 바로 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말까지 들었던터라 이제는 날씬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덜컥 들더라고요. 그래서 블로그에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공언해둔 상태였던터라 곧장 승낙했죠. 또 말씀하신대로, 예전에는 뚱뚱한 것이 내 캐릭터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다 살 빼기 싫어 만들어낸 핑계일 뿐이에요. 뚱뚱했을 때도 그닥 한 것이 없어요. 그럴 바에야 날씬하고 건강을 지키는 것이 낫죠. 그리고 이국주 선배의 성공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그 분이 어느 날 갑자기 잘 된 것이 아니에요. 정말 노력을 엄청나게 하는 분이죠. 단지 몸매 때문에 아니라, 노력 때문에 빛을 본 것이라고 생각해요. 반면, 저는 노력을 하지 않고 핑계만 대는 사람이었죠.

Q. 이번 다이어트 책자는 홍성란 요리연구가와 함께 내게 됐어요. 두 분 인연이 재미있다면서요.
양해림 : 한 아침 프로그램에서 지난 6월께 만난 적이 있었어요. 그 때는 장어를 함께 구었었는데, 이렇게 다이어트로 다시 만나게 되니 신기하더라고요.
홍성란 : 저도 정말 신기한 인연이다 싶었어요. 제가 몇 달 전 저염식 다이어트 레시피 책을 냈던 것을 보고 출판사에서 연락을 한 건데, 이렇게 해림 씨와 만나게 됐어요. 만나서 참 좋았고 신기했죠.

Q. 자, 이제 렌틸콩에 대해 들려주세요. 정말 소문대로 그렇게 대단한 음식인가요.
양해림 : 처음에 아침방송 작가님께서 렌틸콩 이야기를 하실 때는 가장 먼저 ‘그거 맛있어요?’라고 물어봤었어요. 그 이전에 닭가슴살로 다이어트를 해보려고 했는데 그 비린 맛 때문에 포기한 적이 있었거든요. 저도 따로 인터넷으로 찾아봤는데 정보가 많지 않아요. 하지만 당시에는 건강 때문에 더 이상 바닥으로 떨어지면 안되겠다는 마음에 덜컥 하겠다고 한 거죠. 작가님께 렌틸콩을 한 자루 받아와서는 ‘자, 너의 실체를 알아보자’ 하는 마음으로 살펴봤죠.

Q. 렌틸콩에 실체는 무엇이던가요.
양해림 : 일단은 렌틸콩은 여러가지 색깔이 있어요. 녹색, 주황색, 그리고 갈색이 있죠. 처음에는 그 차이를 몰라 한꺼번에 삶아버렸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콩 별로 각자 다른 특징이 있어 시간차를 두고 삶아야 하더라고요.
홍성란 : 맞아요. 렌틸콩은 색깔에 따라 조리법이 달라요. 도정을 전혀 하지 않은 브라운은 스프용이고, 한 번 정도 도정한 그린 렌틸콩은 살짝 데쳐 샐러드용으로, 또 완전히 도정을 마친 레드 렌틸콩은 삶아 먹는 요리에 사용하면 돼요. 하지만 콩이 다 그러하듯 독성이 있으니 모두 꼭 익혀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Q. 건강에 좋던가요 보다 맛있었는지가 일단 가장 궁금하네요.
양해림 : 나쁘지 않았어요. 그리고 인도향을 살짝 느꼈죠.
홍성란 : 특유의 향이 있는데 예민한 분들만 눈치채는 정도죠.
양해림 : 맞아요. 전 예민한 여자예요.

Q. 결국 숱한 다이어트 실패 끝에도 렌틸콩으로는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요.
양해림 : 배고프지 않아요. 맛도 좋지만 포만감이 있어요. 또 건강식이라고 하니까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도 들죠. 가장 좋은 점은 살을 뺀 것보다도 렌틸콩 덕분에 혈압도 정상, 콜레스테롤 수치나 당 수치도 떨어졌다는 점이에요.

요리연구가 홍성란과 개그우먼 양해림(왼쪽부터)
요리연구가 홍성란과 개그우먼 양해림(왼쪽부터)
요리연구가 홍성란과 개그우먼 양해림(왼쪽부터)

Q. 12kg을 뺀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인 것 같아요.
양해림 : 그렇지만 제 몸무게에서는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에요. 아직도 밖에서 파는 옷은 못입어요. 그렇지만 예전에 사두고 작아서 못입은 블라우스가 들어가 기뻤어요. 저처럼 고도 비만인 분들은 살을 빼고 나면 ‘발가락이 보인다’라고 말씀하시는데 저도 이번에 그걸 느꼈어요. 과거에는 체중계에 올라가도 숫자가 잘 안보였거든요. 하지만 어느 날부터 자연스럽게 체중계 숫자가 보이는데 어색하면서도 행복하더라고요.

Q. 그렇게 무언가에 성공하고 나면 삶 전반에 자신감도 생기게 되죠.
양해림 : 맞아요. 자신감은 생겼어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민망했죠. 12kg를 감량했다고 기사화도 됐지만, 솔직히 성공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책임감도 들었어요. 이번에 책을 낸 것도 ‘저 다이어트 성공했습니다’라며 낸 것은 아니고, 렌틸콩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는데 주변에서 다들 렌틸콩으로 다이어트를 했다고 하면 요리법을 궁금해하시거든요. 그래서 만들게 됐어요. 만약 성공기를 쓰라고 했다면 절대 못 만드는 정도죠.

Q. 다이어트를 하면서 운동도 병행했나요.
양해림 : 제가 무릎 연골도 안 좋고 디스크도 있는데다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때문에 과한 운동을 하면 호흡곤란이 와요. 개인 PT를 하러 갔는데 지금 당장은 근력 운동을 하기가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기초 체력이 안돼서 혈압상승이 찾아오거든요. 그래서 기초체력을 다지는 방식으로 시작했어요. 하지만 전 아직도 운동은 싫어요. 자전거를 타면서도 꾀가 생겨 아프다며 내려오기도 하죠.

Q. 남자친구인 김경진 씨도 엄청나게 응원을 해줬을 듯 한데요.
양해림 : 맞아요. 늘 응원해주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남자친구도 이제 렌틸콩을 즐겨 먹어요. 뭐 사실, 건강한 음식을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긴 해요. 산삼이나 홍삼같이 맛 없는 것도 먹거든요. 이제는 렌틸콩 쉐이크를 챙겨달라고 말하기도 하죠.

Q. 그런데 혹시 중간에 포기할 뻔 한 적은 없었을까요.
양해림 : 있었어요. 어느 순간 살이 빠지지 않아 좌절하고는 배달음식을 시켜 마구마구 먹었던 적이 있어요. 그렇게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포기했다며 자포자기 하고 있는데 성격이 직설적인 동생이 와서 욕을 해주더라고요. 같이 욕을 하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됐죠.

Q. 하하하. 굉장히 재미있어요. 이렇게 만나서 이야기 해보면 정말 엄청 밝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사실 책에서는 뚱뚱해서 느껴야했던 여러 우울한 상황들도 많이 있어요.
양해림 : 이번에 그 에피소드들을 쓰면서 괜히 서러워서 울기도 했어요. 전 MBC 공채 개그우먼인데 방송국에 가면 활발해져요. 하지만 밖으로 나오기만 하면 움추러들었죠.

요리연구가 홍성란과 개그우먼 양해림(왼쪽부터)
요리연구가 홍성란과 개그우먼 양해림(왼쪽부터)
요리연구가 홍성란과 개그우먼 양해림(왼쪽부터)

Q. 참, 개그우먼은 어떻게 된 건가요.
양해림 : 고등학교 재학 중에는 주변에서 개그맨 해보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는데, 집안 형편이 안좋아서 취업을 나가야했어요. 산업체에서 사람들을 관리하는 일을 했는데 돈은 제법 벌었지만 사는 것이 재미가 없더라고요. ‘인생 딱 한 번 사는데 하고 싶은 것 하고 살자’는 마음에 어느 날 상경을 했고, 처음에는 뭔지도 모르고 코미디언 극단에 들어갔죠. 그곳에서 익힌 것은 분위기 였어요. 그 생활을 하던 중 공채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굳혔죠. 원래는 MBC ‘무한도전’의 또라이 콘테스트에 나가려고 준비하는데 MBC ‘팔도모창대회’가 열리더라고요. 연습삼아 나가볼 까 했는데 1차에 합격했고, 욕심이 생겨 ‘무한도전’에서 하려던 것을 선보였죠. 대상을 받았어요. 이후엔 MBC 공채 시험이 나서 보러 갔더니 당시 ‘팔도모창대회’의 PD님이 계시더군요. 결과적으로는 합격을 하긴 했는데, 뭐 그 때 일 때문인 것인지는 아직 여쭤보지 못했어요.

Q. 요즘은 연기에도 도전하고 있어요. SBS 드라마 ‘청담동 스캔들’에 출연 중이잖아요.
양해림 : 처음에는 엄청 혼도 많이 났어요. 이 길은 내길이 아닌가 싶은 순간도 많았죠. 너무 긴장이 돼서 식은땀이 흐르고 가슴이 두근두근하는 날이 계속 됐거든요. 혼도 엄청 났었죠. 어떻게 극복해야하나 싶었는데 제가 잘 하는 것이라고는 성격 뿐이더라고요. NG가 날 때마다 ‘다음에는 잘 할게요. 죄송합니다. 감독님’ 하면서 넘어갔었죠.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사람은 역시 적응을 하는 동물인가봐요.

Q. 슬슬 연기에도 재미를 느끼게 됐나요.
양해림 : 최근에 감독님께서 ‘너 캐스팅한 것 후회 안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제가 잘 한다는 뜻은 아닐테고 발전하고 좋아지는 것이 눈에 보이셔서 그런 말씀을 해주신 듯 해요. 그 말을 듣고 울컥했죠. 하지만 울지는 않았어요(웃음).

Q. 자, 끝으로 렌틸콩이 어디에 좋은지 구체적으로 들려주신다면요.
홍성란 : 일반적인 콩에 비해서 식이섬유가 많아요. 예전에는 구하기가 힘들지만 요즘은 마트에 가도 쉽게 구할 수 있죠. 영양소가 일반 콩보다 훨씬 많은데다 밥으로 대체해도 되고요. 또 어떤 요리에 함께 써도 괜찮아 질리지도 않죠.

# 홍성란 요리 연구가는 대학에서 미술 디자인을 전공, 이후 일본 도쿄 세이신조리학교에서 푸드코디네이터 공부를 했다. 현재는 요리 연구가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는 ‘Foodras’s 365 저염식 레시피’가 있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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