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석의 주옥같은 노래로 엮은 뮤지컬 ‘그날들’이 다시금 우리 곁에 찾아왔다. 흥미로운 건 김광석 노래가 ‘사랑했지만’, ‘거리에서’,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등 주로 남녀의 사랑과 이별을 다루고 있는데 반해, 이 작품은 반전요소가 있는 미스터리물이라는 것. 더욱이 20년이라는 시간 격차를 두고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두 개의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뮤지컬 ‘그날들’에 나오는 곡들은 극중 장면 상황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만큼 이 작품의 각본이 세련되고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걸 의미한다.
영화 그 이상의 매력

이 공연이 여타 뮤지컬의 소재와 큰 차이를 보이는 건 청와대, 안기부, 경호실 등 소위 실제 권력기관이 등장한다는 것. 그래서일까. 정학과 무영을 비롯한 주요 등장인물은 물론이거니와 앙상블로 나오는 배우들 거의 모두 검은색 정장을 하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모습들은 직업상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주인공 정학과 무영의 속 깊은 대사를 들어보면 두 사람의 소탈한 성격과 따뜻한 인간애가 느껴진다. 그리고 그러한 감성에 연정(戀情)이 보태져서, 무영은 목숨을 걸고 그녀를 보호하게 된다.
한편 경호원이 임무를 맡은 여성을 보호하다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은 영화에도 종종 등장한다. 가장 기억나는 작품으론 케빈 코스트너와 휘트니 휴스턴이 주연한 ‘보디가드’(1992)가 있는데, 뮤지컬 ‘그날들’에 나오는 경호원과 차이점이 있다. 뮤지컬에선 권력기관에 속한 경호원인 반면, 영화에선 사설경호원으로 등장한다는 것. 게다가 코스트너가 열연한 경호원은 자신이 보호하기로 한 여성과 사랑해선 절대 안 된다는 일종의 프로(?) 의식도 지니고 있다. 이와는 달리, 뮤지컬 속 경호원 무영은 그녀를 위해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고, 그 결과는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부분이 관조적이고 애잔한 삶의 의식을 담아낸 김광석의 노래와 잘 녹아들고 있다.
그리고 뮤지컬 ‘그날들’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이건명과 김승대 그리고 신다은 등 주요등장인물의 연기호흡이 매끄럽다는 점. 특히 이건명의 혼신을 다한 열창은 탄성을 자아낼 만하다. 전작 ‘프랑켄슈타인’에서 보여준 미친 가창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앙상블이 펼치는 무술동작을 가미한 군무도 아주 역동적이고 화려하다.

한편으로 ‘그날들’은 실제 역사가 아닌 가상의 사건을 소재로 한 것인바, 따질 필요가 없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열창과 화려하고 역동적인 군무만으로도 관객을 충분히 설레게 하는 공연, 바로 ‘그날들’을 본 첫 느낌이다.
씨네컬은 시네마(Cinema)와 뮤지컬(Musical)을 합성한 말로, 각기 다른 두 장르를 비교 분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편집자주>
글. 연동원 문화평론가 yeon04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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