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렌기범, 이름만 봐서는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기범이란 이름과 함께 그의 얼굴을 본다면 모두들 유키스로 활동했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그는 유키스 활동 이후 일본에서 홀로 서기를 시작했다. 가수 활동 뿐 아니라 MC, 뮤지컬까지 오롯이 ‘알렌기범’이란 이름으로 활동을 해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어느덧 네 번째 뮤지컬 작품 ‘총각네 야채가게’를 하게 됐다. 카리스마 넘치는 아이돌의 모습이 아니라 이번 작품에서는 자연스러운 또래 청년을 그리게 됐다. 역할 만큼 알렌기범의 모습에서는 여유와 함께 편안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Q. 근황이 궁금하다. 한국에서 얼굴을 보기 힘들었는데 어떻게 지냈는지?
알렌기범 : 지난 7~8월에 뮤지컬 ‘카페인’을 했었다.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며 한달 전부터 ‘총각네 야채가게’를 준비 중이다.

Q.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와 본인이 맡은 배역 소개를 부탁한다.
알렌기범 : ‘총각네 야채가게’는 다섯 열혈 청년들의 좌충우돌 창업 성공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 중 5인방의 막내 철진 역을 맡았다. 철진이는 제주도에서 올라왔으며 전역한지 얼마 안돼서 군기가 바짝 든 청년이다.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함께 살기 때문에 서울에서 성공한 뒤 효도하고 싶어 하는 순수 청년이다.

Q. 트위터를 보니 함께 여행도 다녀오고 출연진의 사이가 정말 좋아보이더라.
알렌기범 : 전에 했던 뮤지컬들은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다. 또래도 많았는데 이번 ‘총각네 야채가게’에서는 동생들도 있지만 형들이 대부분이다. 형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결혼하신 분들도 있고… 가족 같은 분위기다. 오히려 이렇게 친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재밌게 하고 있다. 아마 이런 팀워크를 무대에서 관객들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뮤지컬 배우로서 점차적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어떤 계기로 뮤지컬에 입문했는지 궁금하다.
알렌기범 : 첫 작품은 3~4년 전에 일본에서 ‘카즈나’라는 뮤지컬을 했다. ‘카즈나’를 통해 뮤지컬의 재미를 느꼈고 기회가 된다면 자주 하고 싶었다. 뮤지컬에서는 가수 활동을 하며 느껴보지 못했던 호흡과 작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가수 활동도 재밌지만 뮤지컬과 스타일이 다르다. 뮤지컬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 새로운 연기를 하고 연관성을 느끼며 호흡하는 재미가 있다.

Q. 일본에서 뮤지컬을 하고 활동할 정도면 일본어 실력이 수준급이겠다.
알렌기범 : 유키스에서 나온 뒤 일본에 갔다. 아무래도 현지서 활동하고 살아가야 하니 일본어를 배울 수밖에 없었다. 아… 그런데 말은 잘 하는데 잘 읽지 못한다. 하하.

Q. 그렇다면 알렌기범이 생각하기에 뮤지컬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알렌기범 : 음… 뮤지컬만의 스타일이 있는 것 같다. 무대에서 약 2시간 동안 새로운 삶을 연기하고 호흡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이 가수 활동 때와는 다르게 스스로 성장을 보며 배워나갈 수 있다. 뮤지컬은 약 한 달에서 두달 정도 연습하는 편인데 끝났을 때 성취감과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공연을 점차적으로 하며 스스로에 대해 피드백하고 배워가는 재미가 있다.

Q. 이번 ‘총각네 야채가게’에서는 이전 뮤지컬에 비해 어떤 점이 성장했다고 볼 수 있을까?
알렌기범 : 어떻게 보면 철진이가 멋있는 인물은 아니다. 사회 초년생이기 때문에 오히려 순수한 모습이 많다. 그래서 멋있게 보이는 것보다 자연스러운 인물을 나타내기 위해 몰두하고 있다.

Q. 철진이와 실제 알렌기범의 닮은 점이 있다면?
알렌기범 : 일단 닮은 점은 형이나 누나들에게 깍듯하게 잘 하는 것이다. 주변 분들도 동생들보다는 형, 누나들이 많은 편이다. 철진이도 막내인 만큼 그런 점이 비슷하다. 조금 다른 점은 철진이는 제대한지 얼마 되지 않아 말투가 딱딱하고 군기가 바짝 든 모습이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친한 사이일수록 편하게 다가가는 편이다. 그런 부분은 좀 다른 것 같다.



Q. 형 김형준과 뮤지컬 ‘카페인’에 함께 출연했다. 아무래도 형과 함께 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점이 없지 않아 있었을 것 같다.
알렌기범 : 형과 직접적으로 일을 함께 하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집에서는 자주 보지만 작품에서 만나는 것은 어색할 것이라 생각했다. 음… 어색하긴 했다. 하하. 형도 초반엔 어색한 것 같았는데 나중에는 “기범아 너는 이렇게 했으면 좋겠어”라며 도와주기도 했다. 형이 도움을 많이 줬다. 출퇴근도 함께 하고 재밌었었다.

Q. 형과 정말 사이가 좋은 것 같다. 여느 형제가 그렇듯 싸운 적은 없었나.
알렌기범 : 그 질문은 정말 많이 받았다. 하하. 형제가 정말 친하다.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활동했기 때문에 싸우고 토닥일 시간도 없었다. 오히려 같은 분야에서 일찍부터 일을 하다보니 서로 의지가 됐다. (정말 싸운 적이 없다고?) 아! 예전에 딱 한번. 초등학교 때 컴퓨터 하면서 싸운 적은 있다. “내가 먼저 할거야!” 이러면서 하하. 형은 일찍부터 가장과 같은 느낌이었다. 형이 있어서 많이 의지되고 도움이 된다.

Q. 새 작품을 들어가며 형이 조언해준 것은 있는지?
알렌기범 : “열심히 해”라고 해줬다. 세 번째 작품이다 보니 여러 부분에 있어서 조언을 틈틈이 많이 해준다.

Q. 아무래도 알렌기범에게 유키스라는 수식어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유키스는 당신에게 있어 어떤 존재였나?
알렌기범 : 소중한 존재였다. 오랜 시간동안 유키스로 활동했다. 멤버들과 상황적인 이유로 연락을 하며 지내지 못해 아쉽지만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유키스 활동 당시 팬분들이 지금까지도 응원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Q. 유키스 탈퇴 후 어떻게 지냈나.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었다.
알렌기범 : 일단 유키스 탈퇴 당시 벙찐 느낌이었다. 꿈을 이어가고 싶었고 일본에서 활동할 기회가 생겼었다. 한류 페스티벌 MC도 하고 공연도 많이 했다. 활동할 당시 일본에서 지방으로 공연을 하러 다녔던 한류 가수는 많이 없었던 편이라 응원도 많이 받았다. 거의 매주 공연을 했던 것 같다. 그룹 활동 당시에는 30~40초 정도 노래하는 부분이 다였지만 혼자가 되니 많게는 2시간까지 공연을 혼자 해야 했다. 또한 그룹 활동 때와 달리 팬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또 유니버설 쪽에서 일본어로 된 앨범을 발매하고 콘서트나 방송 활동 등을 했다. 그리고 올해 초 한국에 돌아오게 됐다.

Q. 소통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
알렌기범 : 활동할 때마다 계속 와주시는 팬분들이 있다. 이제는 가족 같은 느낌이다. 일본 팬분 중에 모든 스케줄에 와주시는 분이 있는데 사정이 있어서 못 오셨을 때는 제가 일본어를 못 읽는 다는 것을 알고 한국어로 편지를 써주신다. 힘이 나고 정말 감사하다. 한국에서 그룹 활동할 때 어린 팬분들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니 벌써 취직도 했더라. 나보다 어렸던, 학교 다니던 친구들이 어엿하게 자라 사회 활동을 한다니 느낌이 묘하다. 재밌기도 하고.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활동하면서 포기하고 싶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이런 원동력 덕에 앞으로도 더 힘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5년, 10년이 지나고 팬분들과 또 어떤 관계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Q. 일본이라는 낯선 곳에서 활동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
알렌기범 : 일단 그룹 때에 비해 소화해야 할 양이 기하급수 적으로 늘어났다. 그 부분에 있어서 관객들에게 만족스런 무대를 보여드려야 하는데 고민이 많이 됐다. 역량도 많이 늘어야 하고 아무래도 그룹 활동 할 때는 나눠서 하니 부담도 덜 해지고 나태해지는 경향도 있었다. 솔로로 활동하며 하드하게 하고 성취감 느끼는 것이 너무 좋아서 열심히 활동에 임했다. 그래서 사실 힘들긴 했다. 개인적인 부분으로는 좌절감도 많이 왔다. 16세 때부터 활동했는데 그룹에서 나올 당시 마치 영화처럼 그동안 해왔던 일들이 갑작스레 사라졌으니 ‘지금까지 뭘 해온거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좌절감이 심했는데 일본에서 일을 하며 다시 즐거움을 느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내가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한 것뿐이지 또래 친구들을 보면 이제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갈 때다. 그런 것을 보며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할 것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친구들처럼 나도 지금부터라고 생각하고 성공해야지 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

Q. 알렌기범이 아닌 25세 김기범은 평소 뭘 하면서 지내는지 궁금하다.
알렌기범 : 사실 활동 있을 때는 시간이 거의 없다. 뮤지컬은 아침 열시부터 밤 열시까지 연습을 하는데 이른바 ‘텐 투 텐’이다. 뮤지컬 연습하는 동안은 누구를 만나기 힘들다. 그냥 주변 지인들과 SNS 등으로 안부를 묻고 지내다가 작품이 끝나면 만날 수 있다. 곡 작업을 하기도 하고 여름에는 물가에도 놀러가며 제트 스키 타는 것을 좋아한다. 취미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작곡이나 작사하는 것도 재밌다.

Q. 작곡을 한다면 주로 어떤 장르의 음악을 쓰는가?
알렌기범 : 음… 댄스도 많이 써보고 싶었다. 미디움 댄스가 강한 음악을 쓰고 싶었다. 하하. 그런데 좀 어색하더라.

Q. 한국에서 솔로 앨범을 발매할 계획이 있나?
알렌기범 : 올해 준비를 해서 내년 1월 쯤에 발매할 계획이 있다. 현실적으로 음악 방송에 나가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제 그런 것에 영향을 받지 않기로 했다. 그저 나의 음악을 듣고 싶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고 내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누군가는 조촐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나를 기다려주시는 분들도 많다. 그런 분들께 보답하는 의미로 열심히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

Q. 솔로 앨범이 나온다면 음악적 색깔은 어떤 것일까?
알렌기범 : 아마 발라드 쪽이 아닐까. 댄스도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하고 싶은 음악은 대중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려 한다.



Q. 예능이나 연기 등 다른 활동에 대해서는 계획이 있나?
알렌기범 : 음… 진행이나 MC 보는 것을 좋아한다. 리얼 버라이어티도 좋은데 일단 기회가 와야 되지 않겠나. 하하. 여러 방면에 도전해보고 싶지만 지금 뮤지컬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집중하고 싶다. 어떻게 보면 서두르는 마음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서두른다고 되는 것이 아니더라. 내가 손댈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노력하고 있다면 기회가 어느 순간에 찾아오는 것 같다.

Q. 그러고 보니 아이돌 활동 때는 왠지 모르게 차갑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같이 이야기를 해보니 유쾌한 성격이란 것을 알았다.
알렌기범 : 아무래도 유키스 초반에는 어릴 때라 그런지 냉정했던 구석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때 나는 내일 무대가 있다면 칼 같이 관리를 해야 하는 등 그런 나름의 철칙이 있었다. 아무래도 그런 눈빛이 보였나. 하하. 그런데 요즘은 많이 유해진 편이다.

Q. 당신의 롤모델이 궁금하다.
알렌기범 : 롤모델이라면 형이다. 난 중학교 3학년 때까지만 해도 요리를 하고 싶어 요리고등학교에 진학하려고 했다. 그런데 형이 먼저 데뷔를 하고 형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형을 동경하게 된 것이다. 그 때 동경했던 모습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일적으로도 롤모델이지만 형이 어머니께 잘 하는 그런 모습들이 정말 좋게 비춰지고 이런 형이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Q. 그렇다면 알렌기범의 목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알렌기범 : 뮤지컬을 더 하게 될 것 같고 더 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다. 요즘은 많은 분들이 잘 해주셔서 덜 해졌지만 아무래도 아이돌 출신이다 보니 선입견도 있는 편이다. 뮤지컬 배우라는 타이틀로 관객들이 찾아 와서 보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 아이돌 출신, 누구의 동생 이런 이유로 봐주시는 것도 감사하지만 그것보다 흡입력 있는 뮤지컬 배우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Q. 그룹 씽(XING)부터 시작해 어느덧 연예계 생활을 한지 약 10년을 향해 달려간다. 지나온 10년만큼 10년이 지난 뒤 당신은 어떤 모습일까.
알렌기범 : 음… 작품을 계속 할 수도 있고 어쩌면 배우나 가수가 아니더라도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지금처럼 내 곁에서 소중하게 아껴주는 팬들이 있어준다면 함께 맥주 한 잔도 하고 툭 터놓고 이야기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팬들과는 이제 가족같이 지낼 수 있는 사이가 된 것 같다.

글. 최진실 tru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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