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이제 데뷔 일주일째다. 소감이 어떤가?
지난 2011년 ‘K팝스타’ 시즌1에서 고(故)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를 부르며 단번에 ‘제2의 유재하’라는 타이틀을 얻었던 소년을 기억하는가. 그 소년이 자신의 자작곡으로 가득 담은 데뷔 앨범으로 돌아왔다. ‘K팝스타’의 시작을 유재하로 열었던 윤현상은 이번엔 아이유와 함께 화려한 데뷔무대를 선보였다. 데뷔 앨범 ‘피아노포르테’의 타이틀곡 ‘언제쯤이면’에서 아이유와 함께 듀엣곡을 선보인 윤현상은 발표 직후 음원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신예의 등장을 알렸다. ‘K팝스타’에서 사랑받았던 유재하의 향기도 그대로다. 어린 시절부터 유재하, 고(故) 김광석, 이문세 등의 음악을 들었던 소년의 성장이 보여준 결과물이다. 그래서인지 윤현상의 음악은 1994년생이 보여줄 수 있는 어리고 풋풋한 감성이 아니다. 담담한 듯 진솔한 이야기가 가슴을 저릿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싱어송라이터의 등장이 정말 반갑다.
윤현상 :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음악방송하면서 조금씩 실감하고 있다. 어리둥절한 상태다.
Q. 아이유와 부른 듀엣곡 ‘언제쯤이면’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음원차트 상위권도 차지했다.
윤현상 : 상위권을 찍은 날에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게 뭐지?’하는 느낌도 있고.. 사실 데뷔를 하고 나서 밖에 나가본 적이 없으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다.
Q. 첫 음악방송 무대는 어땠나?
윤현상 : 기운이 많이 빠졌다. 음악방송 시스템을 말로만 들었지 직접 체험해보지 않았는데 피곤했다. 데뷔했다는 기분은 정말 뿌듯하다. 적응을 더 잘해나가야겠다.
Q. ‘K팝스타’ 생방송 무대와는 어떤 차이가 있던가?
윤현상 : 정말 다르다. 마음가짐의 차이가 크다. 그때는 살아남기 위한 무대를 해나가야 하고, 그 무대에 무조건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음악방송은 뭔가 조금 더 생각해야 할 점들이 많아진다. 무게감도 다를 수도 있고, 긴장되기는 하는데 조금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기대가 많이 된다.
Q. 첫 앨범부터 본인의 자작곡으로 모두 채웠다. 부담은 없었나?
윤현상 :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회사에서 전적으로 도움을 많이 주셨다. 진짜 회사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부담을 느끼면 내 색깔을 표현 못 할 거 같아서 떨치고 작업했다.
Q. 좋은 작곡가와 협업하고 싶기도 했을 텐데.
윤현상 : 막연하게 가수를 꿈꾼다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난 아무래도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데뷔 앨범에 담아낼 수 있어서 더 좋다.
Q. ‘K팝스타’ 이후 로엔과 계약했다. 이유가 있나?
윤현상 : 아이유가 회사를 추천해줬다. 아이유가 대중에 보여준 이미지가 아이돌뿐만 아니라 자기 음악성도 보여줬고, 나도 이 회사라면 그런 면을 부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Q. 아, 아이유랑은 회사에 들어오기 전부터 친했나?
윤현상 :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친했다. 그 전에 ‘K팝스타’ 생방송 무대 때 아이유가 미스에이 수지랑 함께 방청 와서 인사를 나눈 적은 있다. 그때 좋게 봐줘서 연이 닿았다.
Q. ‘언제쯤이면’에서 아이유와 듀엣은 어떻게 하게 됐나?
윤현상 : ’언제쯤이면‘은 레코딩까지 다 끝난 상태였다. 아이유에게 들려줬더니 처음에는 곡을 달라고 하더라. 이야기가 잘 돼서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쪽으로 됐다. 아이유가 참여하면서 많은 분의 관심을 받았고, 아이듀 덕을 크게 봤다. 고맙다. 솔로 버전의 ’언제쯤이면‘도 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공개하겠다.
Q. 아이유가 나름 대선배이지 않나. 조언도 많이 얻었을 것 같다.
윤현상 : 아이유에게서 무대에 서는 노하우를 많이 얻었다. 모니터링을 어떻게 하고, 무대에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많이 배웠다. 또, 레코딩하면서 이 노래가 내가 만든 곡이라 보컬 디렉팅을 보는데 내가 표현하려고 했던 것을 이야기하면 아이유는 이미 더 좋은 느낌으로 소화를 잘한다. 보고 많이 느꼈다.
Q. ‘언제쯤이면’ 뮤직비디오를 보면 동화 속 판타지 설정이 눈에 띈다.
윤현상 : ‘언제쯤이면’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이 ‘우리가 언제쯤이면 만날 수 있을까’라는 기약 없는 기다림이었다. 굉장히 긴 시간을 표현해보자고 해서 몸에서 나무가 많이 자라날 만큼 시간이 흐르는 모습 같은 것을 준비했다.
Q. ‘언제쯤이면’을 들어보면 아이유의 보컬은 폭발적인 느낌인데 윤현상은 상대적으로 절제하는 느낌이 든다. 의도한 것인가?
윤현상 : ‘언제쯤이면’ 솔로곡을 들으면 계속 절제를 하다 후반부에 터트린다. 아이유가 참여하면서 편곡이 바뀌었다. 키 조절에도 난항을 겪었는데 내가 1절을 부르고 전조가 되면서 아이유가 이끌기 때문에 둘이서 같이 터트리려고 하면 받아들이기에 무거울 것 같았다. 그래서 절제하는 쪽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Q. ‘나 평생 그대 곁을 지킬게’에서는 다른 곡보다 보컬이 더 담백하다.
윤현상 :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해주고 싶은 말들을 표현하려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와 닿을까 고민을 하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니 옆에 내가 항상 있어줄게’보다 진정성 있는 말이 없을 것 같더라. 말해주듯이 표현을 하려고 했던 곡이다.
Q. ‘제2의 유재하’라는 수식어가 있는데 이 곡이 특히 그런 느낌이다.
윤현상 : 처음 가사를 먼저 쓰고, 멜로디를 썼을 때 그분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내가 고(故) 유재하님, 이문세님, 고(故) 김광석님의 음악을 듣고 자라서 편곡을 하는 과정에서 그런 감성을 담아내고 싶었다. 예스러우면서도 아날로그 시대의 감성을 표현했다.
Q. ‘제2의 유재하’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진 않나?
윤현상 : 사실 그런 타이틀은 평생 활동해도 들어볼 수 없는 타이틀이다. 오히려 내가 부담된다고 갇혀있으면 안 될 것 같다. 내가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붙여준 것이라 부담보다는 더 즐긴 것 같다.
Q. 앨범 수록곡을 보면 보사노바풍의 리듬도 있고, 알앤비도 있다. 다양하다.
윤현상 : 로엔에 와서 많은 것을 작업했는데 발매 시기가 가을로 정해지면서 어떤 곡을 첫 데뷔앨범에 꾸릴까 고민이 많았다. 내가 발라드 이미지가 있다 보니 많이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 앞으로는 다양한 장르를 할 것이다. 대중은 잘 모르는데 난 록, 브릿팝, 알앤비 소울도 정말 좋아한다. 천천히 보여드릴 것 같다.
Q. 오, 그럼 윤현상이 하는 록도 볼 수 있는 건가?
윤현상 : 로큰롤도 시도해볼 생각이다.
Q. 이번 앨범에서 추천하고 싶은 수록곡이 있나?
윤현상 : ‘시월애’가 가을과 어울리고 온전한 내 이야기라 정말 좋다. 또, ‘내방 어디에나’는 ‘K팝스타’ 당시 선보인 자작곡인데 팬들이 음원으로 출시되길 많이 기다린 곡이다. 이걸 다시 편곡해 잘 만들면 우스워질 거 같아서 원레코딩으로 그때 그대로의 버전으로 녹음했다. 기침 소리도 들어가고, 옆에서 불러주는 듯한 느낌을 담은 곡이다.
Q. ‘K팝스타’ 시즌1 출신인 박지민이나 이하이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지 않나. 빨리 데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나.
윤현상 : ‘나는 언제 데뷔하지’라는 초조함보다는 축하의 마음이 더 컸다. 동기들인데 먼저 나와서 음원차트에서 많은 사랑 받은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지난 2년 동안 음악 작업을 하면서 생각도 많이 바뀌었고, 나만의 스타일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음악적인 발전도 이뤘고, 인생관도 많이 발전할 수 있었던 시간이다.
Q. 잡으려고 했던 자기만의 스타일은 무엇인가?
윤현상 : 기승전결을 표현하고, 빵빵 터트리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노랫말에 집중하면서 절제하고 무덤덤 속에 감정을 표현하려는 것에 내 색깔이다.
Q.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가 버려진 피아노를 주워오면서 피아노를 접하게 됐다고 들었다. 그전에는 어떻게 음악에 빠졌나?
윤현상 : 노래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랑 여행 다니면서 음악을 정말 많이 들었다. 나서서 노래하는 것도 좋아했다. 원래는 보컬리스트가 꿈이었다. 피아노를 시작한 것도 노래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다. 피아노를 치면서 계속 노래하니 나만의 음악관도 생겼고, 곡을 쓰고 싶더라. 입시 학원도 다니고 싶었는데 비싸서 노래만 배우고, 피아노 치는 친구들을 살펴보며 혼자 연습했다. 볼 줄도 모르는 악보 펴놓고, 계이름 적어 놓고. 손에 익을 때까지 연습하고.. 그러다 나만의 스타일이 구축된 것 같다.
Q. 내가 노래를 조금 잘한다고 생각한 건 언제부터였나?
윤현상 : 음..그냥 어렸을 때부터 노래가 좋았다. 하하. 일곱 살 때부터 막 ‘빗속의 여인’을 부르고 다녔다. ‘노래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더라. 고등학교 때는 스쿨밴드도 했다.
Q. 그럼 ‘K팝스타’에 나가기로 한 건?
윤현상 : 즉흥적이었다. 친구 집에서 TV를 보는데 광고를 하더라. 가볍게 생각했던 목표 중 하나가 스무 살 전에 TV에 나가는 것이었다. 그때가 19세였는데 ‘어, 저기 그냥 나가면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그런 마음가짐이었다. 오히려 그랬던 것이 레퍼토리가 준비가 잘되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 있다.
Q. ‘K팝스타’에서 다시 하고 싶은 무대가 있나?
윤현상 : 매 무대가 그랬다. 만족스러운 무대는 하나도 없었다. 정말 놀랐던 게 자작곡 ‘이별 참 못할 짓이더라’를 부를 때 감기에 걸리고, 노래도 못했었는데 그 감성을 좋아해 주셔서 의아해하면서 감사했다.
Q. 가장 도움이 됐던 심사평은 무엇이었나?
윤현상 : 심사평은 아니었는데 생방송에서 탈락했을 당시에 심사위원 분들이 무대 위로 올라오셨다. 그때는 너무 힘들었고, 나만의 줏대를 잘 못 잡아 괴로워하던 때였다. 그때 박진영 선생님이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아라. 처음으로 돌아가라”고 해주신 말이 있다. 방송엔 나오지 않았는데 그 말이 도움이 많이 됐다. 내가 고집도 세고, 나만의 철학도 있는데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도움이 많이 됐다.
Q. 어린 시절 경험 중 현재 가장 도움이 됐던 경험을 꼽는다면?
윤현상 : 아무래도 연애 경험. 하하. 간접적인 경험과 직접 겪어본 것은 차원이 다르다. 연애 경험이든 친구들을 만난 이야기든 생활 속 소소한 일상이 다 도움이 된다. 길을 가다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한다.
Q. 작업해 놓은 곡이 많나?
윤현상 : 지금 25곡을 써놨다. 그중에 데뷔 앨범에 맞는 6곡을 추린 곡이다. 시즌감을 생각해서 썼던 곡들이 있어서 그때그때 찾아뵐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싶다.
Q. 앞으로 어떤 음악을 들려주고 싶나?
윤현상 : 음악이라는 표현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 가사에 집중하는 편이기 때문에 인생 이야기나 일상이라든지 대중과의 공감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는 뮤지션이 됐으면 좋겠다. 음악적 장르에는 제한을 두지 않으려고 한다.
Q. 데뷔하고 나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윤현상 : 라디오와 공연.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대중과 소통하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노래하는 사람이니 당연히 공연으로 찾아뵙고. 라디오에 나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Q. 가수로서 로망은?
윤현상 : 많은 분이 제 앨범을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윤현상 왜 앨범 안내’라고 화내는 모습을 보고 싶다.
Q. 가수로서는 어떤 평가를 받고 싶나?
윤현상 : 싱어송라이터계에 롱런하는 뮤지션들이 많다. 그런 분들의 음악적 색깔을 따라가고 싶은 건 아닌데 그런 분들의 이미지 계보를 이어 가고 싶다. 많은 분이 사랑하는 이유가 있으니 그런 점을 닮고 싶다. 이번 앨범으로는 음악을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열심히 준비했고, 앞으로도 그런 소리를 듣기 위해 열심히 할 것이니 인정을 받고 싶다.
Q. 마지막으로 스스로 격려의 한 마디를 부탁한다.
윤현상 : 휘둘리지 말자. 데뷔하고, 앨범이 나오면 여러 반응이 있는데 내가 더 단단해져야겠다고 생각한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아닌 건 아니라는 나만의 잣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로엔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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