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이름이 독특하다. 왜 하이니인가?
처음부터 끝까지 반전이다. 여성스러운 외모에서 풍겨져 나오는 중저음 목소리부터, 발라드가 아닌 일렉트로닉 장르를 타이틀곡으로 선택한 것까지. 하이니의 정규 1집 ‘클러치백’에는 새로운 하이니를 볼 수 있는 반전의 순간으로 가득했다. 하이니는 지난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 OST ‘가질 수 없는 너’로 음원차트 상위권에 등장했다. 풍부하면서도 매력적인 중저음 목소리가 귀를 사로잡은 것. 하이니는 ‘가질 수 없는 너’ 이전에도 드라마 ‘제3병원’ OST ‘보고싶은데’를 비롯해 ‘전설같은 이야기’도 발표하며 발라드 가수로 입지를 굳히는 듯 보였다. 그런데 지난 23일 발표한 자신의 첫 정규 앨범 타이틀곡은 제목만으로도 발라드스럽지 않는 ‘클러치백’이다. ‘클러치백’은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인상적인 일렉트로닉 곡으로 양동근이 랩피처링을 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이니는 “이제야 나에게 맞는 옷을 입었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발라드로도 호평 받았던 하이니가 1년 여의 고민 끝에 맞춰 입은 옷의 맵시는 어떨까? 하이니의 가능성이 궁금하다.
하이니 : 베트남말로 ‘귀한 아기’라는 뜻이다. 아버지가 베트남에서 일하신지 5~6년이 되는데 이 이름을 추천해주셨다.
Q. 그동안 발라드 위주로 OST 작업에 참여해왔다. 이번엔 다른 스타일이다.
하이니 : 내가 제일 잘하는 장르는 발라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번 앨범 발표를 앞두고 여러 가지 장르를 다 들어보고 어울리는 것을 찾으려고 했다. 앨범에 있는 곡들 중에서도 ‘클러치백’이 제일 내 목소리와 잘 버무려지는 것 같아서 타이틀곡으로 하게 됐다.
Q. 맞는 장르를 찾아서 자신감도 있을 것 같다.
하이니 : 발라드보다는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다. 원래 내가 하고 싶었던 음악은 그루비한 곡들인데 가수로서 시작을 발라드로 하다보니까 발라드 가수로만 인식되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것이 사려졌다.
Q. 춤도 추는가?
하이니 : 추긴 춘다. 아이돌 그룹보다는 덜 추는 편인데 이번에 처음으로 댄스를 시도했다. 세 달 동안 매일 두 시간씩 춤을 췄다. 웨이브 같지 웨이브도 보여드릴 것 같다. 하하.
Q. ‘클러치백’이라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나?
하이니 : 먼저 공감을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여자애들이 좋아하는 게 뭘까 고민했다. 가로수길을 돌아보면서 무엇이 인기가 많은지 보고, 네일아트, 신발 등등 찾아 다녔다. 가방 쪽으로 이야기가 흘렀는데 그러고 보니 여자들이 파티가 있는 날이나 특별한 날에는 백팩을 매지 않더라. 특별한 날 가지고 가는 느낌이어서 클러치백을 해보자고 생각했다.
Q. 노래 제작 단계부터 같이 참여를 많이 한 것 같다.
하이니 : 내 색깔을 찾는 것이었기 때문에 프로듀서님이랑도 이야기를 많이 하고, 서로 절충안도 많이 만들었다. 모든 곡마다 그렇게 작업해서 재미있었다.
Q. 하이니라는 이름으로 발표하는 정규 첫 앨범이라서 기분도 남다르겠다.
하이니 : 1년을 준비하다보니 딱 만들어서 갖고 나가는 느낌이 든다. 걱정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
Q. 1년 동안 가장 힘을 썼다는 부분이 있다면?
하이니 : 역시 노래다. 발라드만 하다보니까 발라드에 맞춰 노래를 하게 됐다. 그래서 벤딩이 쳐지는 버릇이 생겼는데 지금은 빠른 곡도 해야 하고, 업비트에 때리는 곡도 해야 해서 곡마다 다르게 불러야 했다. 여러 창법 연구도 많이 해서 많이 배우기도 하고, 노래도 많이 늘었다.
Q. 수록곡을 추천한다면?
하이니 : 7번 트랙 ‘멈춰 있어’. 20세 때 생각했던 생각 그대로가 담겼다. 곡을 쓴 오빠가 ‘무슨 가사를 쓸까’라고 물었는데 내가 ‘우리 나이에 할 만한 고민을 써야죠’라고 해서 소스를 드렸더니 써주신 곡이다. ‘나 뭐하지, 어떡하지’ 그런 20세의 고민을 담은 곡이다. 정재일 씨가 피아노를 쳐주셔서 곡이 좋다.
Q. 그러고 보니 정재일을 비롯해 앨범에 도움을 준 사람들이 많다. 티저에는 낸시랭이 등장하더라. 친한가?
하이니 : 친하진 않고, 좋아한다. 하하. SBS ‘도전 1000곡’에서 같은 팀으로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인연 때문인지 흔쾌히 요청을 수락해주셨다.
Q. 타이틀곡엔 양동근이 랩피처링을 했는데.
하이니 : 정말 팬이다. 남자 가수 중에 롤모델로 삼는 분이다. 곡 작업할 때부터 피처링을 써야되면 양동근님을 해달라고, 내 소원이라고 계속 부탁했다. 개인적으로 힙합을 좋아하는데 ‘양동근느님’은 멋을 안내도 멋이 나는 스타일이다. 태생적으로 멋을 갖춘 사람이다. 연기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색깔도 확실하다.
Q. 정말 좋아하나보다. 하하. 여자 중에 롤모델로 삼는 사람도 있나?
하이니 : 보컬의 톤으로 닮고 싶은 사람은 이소라 선배님이다. 또 윤하 선배님도 좋다. 윤하 선배님은 예쁘고 맑은 목소리인데 나와 상반되는 색깔이어서 좋다.
Q. 목소리는 원래부터 그렇게 낮은 건가?
하이니 : 원래 낮았는데 성대결절이 두 번 와서 톤이 더 낮아졌다. 그때는 목을 잘못 써서 다쳤던 것이어서 이번 앨범 준비하면서 음성학적으로 성대 쓰는 법을 배우기 위해 선생님도 찾아갔다. 이제 예전만큼 다치는 일은 없다.
Q. 언제부터 가수가 되고 싶었나?
하이니 : 어릴 때부터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다. 어른들이 노래방 가는 거 따라 가고, 중고등학교때도 끝나고 친구들과 노래방을 매일 가다 보니 다른 것을 해보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어쨌든 음악적으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Q. 가수는 운이 좋게 됐다고 들었는데.
하이니 : 드라마 ‘제3병원’ OST인 ‘보고싶은데’의 가이드 버전을 녹음하러 갔다가 감독님께서 잠깐 오셔서 목소리를 들으시더니 괜찮다고 하셔서 가이드버전이 바로 데뷔곡이 됐다. 동아줄이었다. 하하.
Q. 지난해 tvN ‘응답하라 1994’ OST ‘가질 수 없는 너’를 불러 주목도 받았다. ‘응답하라 1994’ 참여 이후에 달라진 게 있나?
하아니 : 개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드라마가 잘된 것이고, 곡이 워낙 명곡이어서 그 배의 끄트머리에 타고 간 느낌이다. 그 덕분에 발라드로 더 주목받아서 이번 앨범에 내 색깔을 보여줘야겠다고 결심하고 잘 맞는 것을 찾으려고 했다.
Q. 여성 솔로보다 걸그룹이 더 많은데 요즘 가요계인데 걸그룹 생각은 해본 적이 없나?
하이니 : 걸그룹과는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라서 걸그룹을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렇다고 솔로로 데뷔할 거라고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막연한 꿈이었지…. 어쨌든 음악은 계속 하자는 생각으로 가이드도 하고, 알바도 하고 다녔던 거다. 난 항상 ‘될 놈은 되고, 순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하지만, 안 되도 잘 되도 내 탓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하되 너무 큰 기대를 실망도 크니까 흘러가는 대로 살다보니 이렇게 좋은 기회가 왔다.
Q. 솔로로서 자신감이 있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 자화자찬을 해보자.
하이니 : 목소리가 좋다. 다른 여자들이 낼 수 없는 음역대까지 내려간다.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또래에 비해서 뒤처지지 않는 감성표현력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 그런 면도 장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Q. 감정표현을 잘한다니 감수성이 풍부한가. 어린 나이에 좋은 장점이다.
하이니 : 원체 감수성이 풍부하다. 녹음실 부스에 혼자 있으면서 슬픈 반주를 들으면 그냥 슬프다. 난 남들이 안 우는 영화에도 꼭 슬픈 포인트를 찾아서 운다. 예를 들면 ‘터미네이터’의 ‘아윌비백’을 보면서 운다거나. 하하.
Q. 하고 싶은 음악이 있나?
하이니 : 힙합씬에 있는 분들 노래에 피처링을 하고 싶다. 양동근과 이센스를 정말 좋아한다. ‘이센스느님’은 랩을 정말 잘하는 것 같다. 언더에 있을 때부터 ‘꽐라’라는 노래를 듣다가 좋아하게 됐다.
Q. 이번 앨범으로 받고 싶은 평가가 있다면?
하이니 : ‘노래가 멋있다’, ‘노래가 스타일리시하다’ 등등? 아, ‘신인인데 음악에 공들였다’라는 이야기도 듣고 싶다.
Q. 스스로에게 격려의 한마디 부탁한다.
하이니 : 하이니야. 수고했다. 5번 트랙 ‘지구를 움직이는 법’ 가사처럼 욕심내지 말고, 지구에 네 몸을 맡기렴!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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