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갓지상’으로 불리었던 남자, 성혁이다. 국민적 인기를 구가했던 전에 없던 막장 드라마 MBC ‘왔다!장보리’에서 그는 악녀, 연민정(이유리)에 브레이크를 거는 유일한 인물로 나와 ‘갓지상’ 내지는 ‘인간 사이다’라는 별명을 난생 처음 얻게 됐다.
실은 데뷔한 지 10년이 된 배우 성혁은 이토록 뜨거운 반응을 얻은 것이 처음이다. 인터뷰 당시에도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주변에 아직은 얼떨떨하고 어색하고 불편한 듯, 어리둥절해 하던 그는 그래도 연기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대단했다. 누가 알아주거나 말거나 고집해온 10년이란 세월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제 성혁은 홀로 쌓아온 그 10년의 저력을 증명해야할 시기에 다다랐다. ‘왔다!장보리’로 비로소 얻게 된 명성은 그에게 전보다 더 나은 혹은 나아보이는 무언가를 요구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Q. 유일하게 연민정에 맞설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였다. 연민정이 워낙에 대단했기에, 지상이라는 인물도 연기자 입장에서는 욕심나는 캐릭터가 됐다.
성혁 : 현장에서는 남자배우들이 지상 캐릭터를 부러워하고, 여배우들은 이유리 누나를 부러워했다.
Q. 그렇게 연민정에 복수하는 지상의 심리가 이해가 됐나.
성혁 : 이해는 된다. 되지. 하지만 왜 그렇게 살까 싶은 마음은 든다. 그렇게 살 이유가 없다. 하지만 분명 그 친구 입장에서는 민정에 대한 애증이 남아있을 것이라 가정했다. 더 몰락하게 만들고 싶었다기보다 브레이크를 걸려고 했던 것이다. 그렇게 살아 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었던 마음이 부른 복수였다.
Q. 지상이야말로 민정을 가장 사랑한 인물이었을 것이다.
성혁 : 가장 사랑한 것, 맞다. 생각을 해봐라. 가장 사랑한 사람이었기에 자신의 인생을 던지지 않았을까. 사법고시도 포기했지만 그 여자가 떠나갔다. 공교롭게 아버지마저 그 시기 돌아가셨고, 함께 키울 수 있었던 아이마저 어떻게 손을 써버렸다. 그리고 사라진 여자였다. 이것은 사랑에 대한 배신인 동시에, 인간, 사람에 대한 상처였다. 여자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상처.
Q. 그런 지상을 연기하며, 인간 성혁의 이성을 바라보는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보게 된다.
성혁 : 바뀌었다. 일단 외모적인 것에 대한 바람이 아예 없어졌다. 껍데기는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외모를 가꾸는 것은 여자나 남자나 결국 본인의 몫일테고, 그보다는 함께 살아가며 공동의 무언가를 이뤄나가려는 것이 맞느냐가 더 중요하다. 더불어 신중해진 것 같다. 그 전에는 괜찮다 싶으면 만나기도 했는데, 이제는 신중하게 만나야 하는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Q. 혹시 당신도 헌신적인 사랑을 해보았나.
성혁 : 해봤다. 그리고 주는 사랑이 결국 더 편하다. 받는 사랑보다 후회가 남지 않는다. 지상 역시도 민정에게 해주지 못한 것이 있었기에 그렇게 보내줄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다면 그저 보내주지 않았을까. 물론 실제의 나라면, 아무리 미련이 남고 후회가 되더라도 그렇게까지 하진 않았을 것이다.
Q. 이유리라는 배우가 재평가되는 분위기다. 현장에서 만난 그는 어떤 배우였나.
성혁 : 나는 ‘왔다!장보리’로 얻은 것이 바로 이유리와 연기한 것이라고 말한다. 누나와 직접 부딪힌 것이 좋았다. 물론 주말드라마 특성상 선배 배우들, 선생님들이 하시는 것을 보고 느낀 점도 많았지만, 같이 부딪히며 연기한 이유리 누나와의 호흡이 행복했다. 항상 고맙다고 말한다. 누나 역시도 내게 고맙다고 하더라.
Q. 대본 이상의 현장에서의 즉각적 호흡들이 좋았다는 말로 들린다.
성혁 : 대본은 하나의 가이드라고 생각한다. 작가 선생님을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작가 선생님이 대본에 대사를 쓰는 것 이상을 연기자가 표현해야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좋은 연기자라고 생각한다. 결국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연기자의 몫이니까. 그런 점에서 현장에서의 배우들끼리의 호흡이 중요한 법인데, 유리 누나와는 그 케미스트리가 참 좋았다. 그래서 이만큼 큰 관심을 받을 수 있게 된 듯 하다.
Q. 참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긴 했다. 체감하나.
성혁 : 인터넷 기사의 댓글도 엄청나게 많고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알아보고 이야기 하니까 당연히 안다. 성혁이라는 이름보다 문지상이라는 이름을 더 많이 알긴 하지만.
Q. 가장 힘이 되었던 반응은.
성혁 : 대중적 인지도라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생각하지 않는다. 연기를 함에 있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 탓에 중요한 것이지. 하지만 별 것 아닌 말들, 댓글들을 볼 때 그저 단순히 기분이 좋다. 예를 들어, ‘이 역할을 성혁이 아니었으면 아무도 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라는 반응. 그저 ‘멋있어요, 좋아요’ 그런 것보다는 확실히 연기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고 표현해야겠다며 다잡게 되는 계기가 된다.
Q. 현장에서 받았던 가장 행복한 칭찬은.
성혁 : 직접적으로 칭찬을 해주시지는 않지만, 귀에 들어오는 말들이 있었다. 감독님이 지상이 칭찬을 많이 하신다고 말씀해주신 스태프도 계셨고, 잘 해줘서 고맙다고 잘 안우는데 모니터 보고 울었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도 계셨다. 그런 말을 들으면 좋은 에너지를 받아 다시 일할 수 있는 힘이 된다.
Q.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 준 문지상을 이제 떠나보내야 하는데, 당신 머릿 속 드는 생각은.
성혁 : 시원 시원하다. 다만 연기에 대한 것은 아쉽다. 문지상을 떠나보내는 것은 쉽지만 말이다. 오히려 갖고 있기가 너무 힘들었다.
Q. 다시 지상을 연기하게 될 기회가 온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성혁 : 처음 백지 상태로 돌아가서 하라 그러면 할 수 있겠지만, 알고 있는 상태에서 돌아가라고 하면 글쎄.
Q. 당신은 주로 일일 드라마나 주말 드라마를 해왔는데, 여기서 캐릭터들은 명확한 성격을 띄고 있다. 배우로서 주로 이런 캐릭터들만 연기해온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성혁 : 분명하고 명확한 캐릭터이긴 하지만 배우들이 명확하게 표현하기는 오히려 힘들다. 그렇지 않을까? 비슷한 유형들이 항상 등장하는 것은 맞기에 오히려 더 명확하게 표현하기 힘들다. 혹여나 나쁘게 들릴까봐 조심스러운데 서로 비슷한 캐릭터이기에 배우 입장에서는 고민이 많이 되는 것이다. 만약 캐릭터 자체가 중요하다면 모든 일일 드라마 속 캐릭터들이 인지 되어야 하는데, 결국 또렷이 박히는 캐릭터는 소수이지 않나. 같은 캐릭터라도 어떻게 표현했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Q. 당신의 경우, 지금까지의 캐릭터와 지상은 달랐었나.
성혁 : 주인공이 아니었음에도 표현할 수 있는 폭이 많았다. 시놋비스에 적어둔 것 이외의 열어주신 것들이 많았고 현장에서 새롭게 만들 수 있는 폭이 넓었다. 다행이지.
Q. 차기작(KBS1 ‘당신만이 내 사랑’)이 벌써 정해졌다. 이번에는 어떤 역할인가.
성혁 : 레스토랑 셰프다. 그저 상남자같은 인물로 나오는데, 어떤 일이 생기게 될 테지. 하지만 지상만큼 불행해지지는 않을 그런 남자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F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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