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002_서태지_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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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통령’이라 불리는 서태지가 오랜만에 컴백을 알렸다. 특히 서태지는 이번 컴백 선공개곡 ‘소격동’에서 아이유와 콜라보레이션을 펼쳐 곡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서태지와 아이유가 함께한 ‘소격동’은 서태지가 프로듀싱, 작사, 작곡을 맡았으며 아이유와 서태지가 각각 다른 버전을 녹음했다. 아이유와 서태지의 버전은 각각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두 편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될 예정이다.

‘소격동’은 풍성하고 짜임새 있는 일렉트로닉 소스에 트랩(trap) 사운드를 가미한 스타일의 곡으로 느린 리듬에 강한 그루브가 실린 일렉트로닉 장르지만 선명한 멜로디 라인이 귓가를 자극하는 곡이다. 먼저 지난 6일 아이유 버전의 ‘소격동’이 공개됐다. 음원과 더불어 같은 날 공개된 뮤직비디오에는 아이유와 함꼐 아역배우 성유빈, 김현수가 출연해 1980년대 소격동의 모습을 그렸다.

소격동1
소격동1
# Chapter1. 슬픈 현실, 그 안에 담긴 몽환적 스토리텔링
뮤직비디오는 1980년대 서울 종로구 소격동을 배경으로 담았다. 독서실에서 나오는 한 평범한 남학생의 모습과 더불어 땅에 넘어져 바람개비를 잡는 김현수의 모습이 대비돼 뮤직비디오를 시작한다. 넘어져 상처가 난 김현수는 무언가에 쫓기듯 성유빈이 탄 택시 앞 좌석에 타며 기사에게 조금만 가면 된다고 부탁한다. 성유빈은 상처투성이에 조금은 이상해 보이는 김현수였지만 그와 그의 손에 있는 바람개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진다. 두 사람은 그를 계기로 친해지고 밤에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행복함도 잠시 두 사람은 라디오를 통해 ‘녹화사업’에 대해 듣고 놀란다. 이어 김현수는 학교에 가는 성유빈에게 종이학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런 모습의 김현수를 모두들 기피하지만 성유빈은 종이학을 받는다. 이어 공부를 하던 성유빈은 ‘등화관제’를 안내하는 종이 뒤 ‘불빛이 모두 사라지는 밤에 만나…’라는 김현수의 메시지를 확인한다. 성유빈은 김현수를 만나기 위해 자주 찾던 동네 장소를 갔지만 그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등화관제’ 어둠 속 불빛을 들고 김현수의 집을 방문한 성유빈은 폐허가 된 집과 동시에 무언가를 보고 놀란 듯 집을 빠져 나온다. 성유빈의 모습과 함께 소복소복 눈이 내린다. 그들을 바라보며 노래하던 아이유는 김현수의 바람개비를 놓고 그의 집에 머무른다.

어떻게 보면 이 뮤직비디오는 남학생과 여학생의 이뤄지지 못한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라 볼 수 있다. 하지만 1980년대 시대적 상황과 녹화사업, 등화관제 등 배경의 분위기를 나타낼 수 있었던 장치들로 단순한 첫 사랑을 넘어 억압의 시대와 자유를 향한 시민의 모습을 예측해볼 수도 있다.
소격동2
소격동2
# Chapter2. 바람개비 그리고 눈, 상징성
뮤직비디오의 처음과 끝은 김현수의 바람개비가 장식한다. 상처투성이였던 김현수는 바람개비를 가지고 다녔고 그가 사라진 뒤 눈이 오는 날 아이유는 바람개비를 위로하듯 살포시 내려 놓는다. 바람개비는 단순한 장난감이 아닌, 소원과 바람 그리고 자유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택시에서 김현수는 무언가에 쫓기는 분위기였지만 바람개비만은 더 활기차게 돌아갔다. 또 연기를 가득 내뿜는 소독차 뒤에서도 바람개비는 더 잘 돌아갔다. 이는 앞을 볼 수 없는 시대적 상황이지만 활기찬 바람개비처럼 자유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그렸다. 그리고 김현수는 계속해 라디오를 들고 다니며 어린 아이와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뉴스를 듣는다. 또 김현수는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에 다니지 않고 홀로 움직인다. 이를 통해 그의 가족이 녹화사업 등으로 모두 함께하지 못하는 상태가 아닐까 예상하게 한다. 그리고 김현수는 성유빈에게 만나자 했지만 어딘가로 사라진다. 이에 대해 김현수가 자살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노래를 부르는 아이유의 곁에는 자살을 한 뒤 넘어진 것과 같은 의자가 계속 함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김현수의 집에 간 성유빈은 위를 보고 당황함을 감추지 못한다. 카메라는 놀라서 나가는 성유빈을 마치 누군가가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비추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뮤직비디오는 4:3과 16:9 비율의 화면을 오간다. 보다 작은 화면은 과거 1980년대 소격동을 나타내며 보다 큰 화면은 2014년 현재를 의미한다. 재밌는 것은 김현수와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선 성유빈의 모습도 2014년을 뜻하는 큰 화면에 담긴다. 또 기계를 이용해 음악을 하던 2014년 아이유도 1980년대를 뜻하는 작은 화면에 담기기도 했다. 이에 과거나 현재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의미가 담겨있지 않나 추측해보게 된다.
소격동3
소격동3
# Chapter3. ‘소격동’의 메시지
처음 소격동을 들었을 때 의아해하는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소격동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동의 이름이다. 1980년대 소격동에는 국군기무사령부, 즉 기무사가 있었다. 1981년부터 1983년에는 운동권 학생들이 강제로 끌려가는 일이 많이 발생했다. 학원녹화사업이라 불렸던 소격동 사건은 강제 징집된 대학생에게 사상을 순화한다는 이유로 폭력과 정신교육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6명의 대학생이 의문사했으며 자세한 내용은 현재에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처럼 노래 소격동에서도 그 사건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성유빈이 김현수에게 받았던 등화관제 안내문에 적혀있던 1981년 9월 17일에는 실제로 등화관제가 있었떤 것으로 알려졌다. 뮤직비디오 말미에는 눈이 내리며 모든 것이 덮혀진다. 그 위로 아이유가 김현수의 바람개비를 살포시 놓아줄 뿐이다. 마치 소격동 사건에 대해 현재 알려진 것이 없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에 당시 소격동에서 일어난 슬픈 현실을 몽환적인 곡과 가사에 담은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성유빈과 김현수는 비슷한 또래지만 다른 처지를 보인다. 성유빈은 당시 학생이 택시를 타고 간식으로 카스테라를 먹는 등 유복한 집에서 바르게 자란 시대에 순응하는 모범생이다. 반면 김현수는 학교도 가족도 없이 혼자 떠돌아다닌다. 모두가 기피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유로운 모습으로 성유빈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며 먼저 뽀뽀를 하는 등 진취적인 성격을 보이고 있다. 마치 김현수의 모습은 1980년 당시 자유를 갈망하며 진취적으로 움직인 시민들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이와 더불어 현재와 과거를 알려주는 화면 비율은 김현수가 사라진 뒤 이해할 수 없게 오가기도 한다. 이는 마치 과거에는 김현수와 같이 진취적이고 부조리에 맞서는 이들이 현재에는 볼 수 없다는 것을 담은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10일 정오 서태지 버전의 ‘소격동’이 공개된다. 아이유 버전과 이어져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될 것으로 알려졌기에 아이유 버전에 담긴 숨은 의미가 드러날지, 어떤 스토리를 보일지 궁금증을 모으고 있다.

글. 최진실 true@tenasia.co.kr
사진. 서태지 아이유 ‘소격동’ 뮤직비디오 캡처, 서태지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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