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음악 관계자들에게서 케이팝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다. 그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그레이트’라고 무조건적인 칭찬을 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케이팝보다는 막걸리가 미국에 진출하는 것이 더 빠를 것’이라고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는 이도 있다.(물론 이런 말은 기사에 쓰기 어렵다) 이렇게 극단적인 반응들이 나오는 이유는 대개 케이팝을 제대로 느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미사여구 식의 칭찬이나 고민 없이 던지는 폄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들의 케이팝에 대한 관심도 및 이해도는 점점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외국 관계자들의 케이팝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6~8일 서울 이태원에서 열린 2014 서울국제뮤직페어(MU:CON SEOUL 2014, 이하 뮤콘)를 통해 해외 음악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아이돌그룹부터, 록, 퓨전국악, 일렉트로니카, 재즈, R&B 등 다양한 한국 뮤지션들의 음악을 체험했다. 텐아시아에서는 그들 중 프로듀서 토니 마세라티, 디자인뮤직의 작곡가 안느 쥬디스 위크, XL레코딩스의 프로듀서 로디 맥도날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XL레코딩스의 프로듀서 로디 맥도날드를 7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뮤콘’ 현장에서 만났다. XL레코딩스는 올해로 설립 25주년을 맞는 영국의 명문 인디레이블로 라디오헤드, 시규어 로스, 아델, 더 엑스엑스, 호러스, 바비 워맥, 뱀파이어 위켄드 등의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앨범을 제작했다. 로디 맥도날드는 7년째 XL레코딩스에서 근무 중이다.

Q. 한국에 온 목적은? 혹시 한국 아티스트를 찾고 있나?
로디 맥도날드: 케이팝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러 왔다. 물론 좋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함께 작업할 수도 있다.

Q. 첫 한국 방문이다. 어제 한국 뮤지션들의 쇼케이스를 봤다. 마음에 드는 팀이 있던가?
로디 맥도날드: 잠비나이가 좋았다. 한국의 전통악기로 현대적인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신선했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음악이었다. 난 한국어를 전혀 못 알아듣기 때문에 가사보다는 사운드에 집중을 하게 된다. 크레용팝의 퍼포먼스도 재밌었다.

Q. 해외에는 주로 아이돌그룹이 많이 알려져 있다. 이들은 기획사의 제작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인이 프로듀싱한 뮤지션들과는 다른 음악 아닌가?
로디 맥도날드: 그런 제작 시스템, 프로세스가 있기 때문에 케이팝이 지금의 색을 가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문화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케이팝이 없지 않았을까? 그렇게 깔끔하게 잘 포장된 퍼포먼스를 서양에서는 본 적이 없다.

Q. 아이돌그룹을 만드는 케이팝 제작 시스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로디 맥도날드: 한국의 케이팝 시스템은 서양의 산업혁명 시대에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낸 것과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서 빠르게 아웃풋이 나온다. 케이팝의 이미지와 현상은 바로 이러한 공정이 있기 때문에 계속 유지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긍정과 부정을 따지기보다는 문화의 차이로 여겨진다.

Q. 케이팝 제작 시스템을 ‘포디즘’을 적용한 미국의 전설적인 레이블 ‘모타운’의 방식과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로디 맥도날드: 그런 비교는 처음 듣는다. 나는 주로 아티스트의 예술적 가치를 충족시키는 것에 포커스를 두는 반면 케이팝은 수익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케이팝의 구조가 서양에서는 똑같이 적용되기 힘들겠지만, 한국의 그런 인프라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싸이와 같은 스타가 탄생된 거라고 본다.

Q. 케이팝의 음악적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로디 맥도날드: 케이팝은 서양의 팝을 수용해서 한국화해서 다시 수출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음악을 이루는 사운드 요소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음악 외적으로는 퍼포먼스가 중요한 것 같다. 싸이, 크레용팝을 보면 이미지가 상당히 재미있다. 지금은 전 세계인이 유튜브로 음악을 즐기는 시대다. 그런 면에서 퍼포먼스에 강점을 가지는 케이팝은 유리한 면이 있다.

Q. 케이팝이 세계적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기 위해 제안을 한다면?
로디 맥도날드: 케이팝은 패션, 춤 등 볼거리가 많다. 하지만 음악적으로 보다 진솔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볼거리로 치우치기보다는 음악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더 오래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본 케이팝 ① 디자인뮤직 “케이팝 작곡에는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터뷰)

그들이 본 케이팝 ② 토니 마세라티 “케이팝 자체가 한국적인 사운드다” (인터뷰)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한국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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