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음악 관계자들에게서 케이팝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다. 그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그레이트’라고 무조건적인 칭찬을 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케이팝보다는 막걸리가 미국에 진출하는 것이 더 빠를 것’이라고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는 이도 있다.(물론 이런 말은 기사에 쓰기 어렵다) 이렇게 극단적인 반응들이 나오는 이유는 대개 케이팝을 제대로 느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미사여구 식의 칭찬이나 고민 없이 던지는 폄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들의 케이팝에 대한 관심도 및 이해도는 점점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외국 관계자들의 케이팝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6~8일 서울 이태원에서 열린 2014 서울국제뮤직페어(MU:CON SEOUL 2014, 이하 뮤콘)를 통해 해외 음악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아이돌그룹부터, 록, 퓨전국악, 일렉트로니카, 재즈, R&B 등 다양한 한국 뮤지션들의 음악을 체험했다. 텐아시아에서는 그들 중 프로듀서 토니 마세라티, 디자인뮤직의 작곡가 안느 쥬디스 위크, XL레코딩스의 프로듀서 로디 맥도날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토니 마세라티는 ‘소울의 대부’ 제임스 브라운부터 레이디 가가에 이르기까지 미국 팝을 대표하는 수많은 아티스트와 작업한 프로듀서 겸 엔지니어다. 비욘세, 알 켈리, 머라이어 캐리, 블랙 아이드 피스, 세르지오 멘데스, 노토리우스 BIG, 투팍, 제니퍼 로페스, 리키 마틴, 제이슨 므라즈 등 함께 작업한 가수를 열거하는 것이 숨이 찰 정도다. 마세라티는 소녀시대의 ‘더 보이스’, 조용필의 ‘헬로’ 앨범 믹싱을 맡으면서 케이팝과 인연을 맺었다. ‘뮤콘’에 연사로 참가한 그는 7일 이태원 마초 스튜디오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더 많은 한국 뮤지션들을 만나보고 싶다며 노트북으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탱탱볼’을 듣는 모습이 뭔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Q. 처음 한국을 방문한다. 스튜디오를 둘러보니 어떤가?
토니 마세라티: 세계 수준의 스튜디오다. 이곳에 도착한지 20시간 정도밖에 안 돼서 한국의 인상은 아직 잘 모르겠다. 항상 서울에 오고 싶었다.

Q. 어제 본 쇼케이스는 어땠나?
토니 마세라티: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디오테잎과 크레용팝을 봤는데 둘 다 좋았다.

Q. 이디오테잎과 크레용팝은 다른 성격의 뮤지션들이다. 이디오테잎은 최근 트렌드에 맞는 일렉트로니카를 직접 만들고, 크레용팝은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한 걸그룹이다. 프로듀서로서 누구에게 더 매력을 느끼나?
토니 마세라티: 내가 도울 부분이 있는 아티스트와 일하고 싶다. 난 프로듀서로서 뮤지션과 청중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어제 본 이들의 경우 내가 특별히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거 같지는 않다. 둘 다 이미 프로듀싱이 잘 돼있는 뮤지션들이니까.

Q. 케이팝은 어떻게 접하게 됐나?
토니 마세라티: 소녀시대의 ‘보이스’를 작업하면서 케이팝을 처음 접하게 됐다. 내 작업 파트너인 작곡가 스테판 스컬백(Stefan Skarbek)을 통해서 케이팝 작업 의뢰를 받았다. 소녀시대의 곡 작업을 해보니 케이팝이 만들어지는 과정, 즉, 아티스트-프로듀서-매니저의 작업이 이루어지는 연결고리가 미국 팝과는 상당 부분 달랐다. 알아가는 중이다.

Q. 어떤 부분이 다르던가?
토니 마세라티: 각 나라의 음악이 다 다르지 않나. 스웨디시 팝, 브릿팝, 이탈리안 팝 모두 고유의 개성을 지닌다. 케이팝도 마찬가지다. 아시아권으로 보면 중국 팝, 대만 팝 등은 이해하기 쉽지가 않다. 하지만 케이팝은 미국 팝의 요소가 많이 들어가서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사운드다. 케이팝의 다양성을 알아가는 중이다. 내가 작업한 소녀시대와 같은 음악, 조용필과 같은 음악 외에도 힙합, 록, 일렉트로니카 등 매우 다양하다는 것에 놀랐다. 앞으로 7팀(로큰롤라디오, 산이, 자우림, 고래야, 글렌체크, 야야,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을 더 볼 것이다.

Q. 소녀시대, 조용필과 작업은 어땠나?
토니 마세라티: 한국 외에 여러 나라에서 작업을 의뢰받는다. 그들이 나에게 오는 이유는 음향적인 면을 확장시키고, 자국을 넘어서 미국 시장의 소비자들에게까지 어필할 부분을 찾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조용필은 내 매니지먼트를 통해 의뢰가 왔다. 조용필은 내 예상과 전혀 달랐다. 소녀시대를 통해 알았던 케이팝과는 전혀 다른 음악이었다. 음악이 완성도가 매우 높았다. 미국적인 사운드 외에 다양한 요소가 담겨 있었다. 좋은 인상을 받았다. 조용필과 작업은 보컬 사운드에 특히 많은 신경을 썼다. 며칠 동안 보컬만 만졌다. 마무리 작업은 조용필이 직접 한 것으로 알고 있다.

Q. 조용필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나?
토니 마세라티: 한국의 슈퍼스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미국으로 치면 프랭크 시나트라, 빌리 조엘과 같은 위치의 뮤지션이라고 하더라. 하지만 음악을 들어보니 내 예상과 달랐다. 프랭크 시나트라를 예상했는데, 조용필은 트랙은 매우 모던했다. 그래서 놀라웠다.

Q. 조용필과 소녀시대 중 어떤 음반이 본인이 다루기에 좋은가?
토니 마세라티: 둘 중에 고른다면 조용필을 택하겠다. 하지만 앞으로 다양한 케이팝을 살펴볼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 쪽으로 기울고 싶지는 않다. 일단 케이팝을 즐기면서 고르고 싶다.

Q. 음악 믹싱의 트렌드가 있을 것 같다. 당신이 작업한 비욘세의 ‘크레이지 인 러브(Crazy in Love, 2003)’ ‘드렁크 인 러브(Drunk in Love, 2013)’을 비교해서 설명한다면?
토니 마세라티: ‘크레이지 인 러브’는 컴퓨터로 만드는 음악, 즉, 디지털 방식의 작업이 막 활성화되기 시작한 시기에 나온 곡이다. ‘드렁크 인 러브’는 그 디지털 작업이 정상에 이른 시점에 나온 곡이라 할 수 있겠다. 둘 다 혁명을 일으킨 곡이라 할 수 있겠다.

Q. 누구와 작업했는지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나 많은 유명 가수의 음악을 프로듀싱했다. 그 중에서 한 장의 앨범을 꼽는다면?
토니 마세라티: 메리 제이 블라이지의 ‘마이 라이프(My Life)’도 좋았고…. 메리 제이 블라이지의 앨범만 4장을 햇다. 데스티니스 차일드는 3장, 비욘세 3장 등 너무나 많다. 한 장을 꼽을 수 없다. 너무 많다. 블랙아이드피스는 ‘엘리펑크(Elephunk)’는 8개월 동안 만들었는데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아티스트들이 즉각 만족감을 느꼈던 것이 기억난다.

Q. 제임스 브라운과 레이디 가가를 함께 작업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다양한 장르를 다루는 본인만의 비결이 있다면?
토니 마세라티: 내가 제임스 브라운의 음반을 작업한 것을 어떻게 알았나? 제임스 브라운은 레이디 가가 음악을 작업하기 약 20년 전에 한 것이다. 그 20년 동안 레이디 가가와 함께 하기 위해 준비했다고 하면 설명이 될까?

Q. 좋은 프로듀서, 엔지니어의 조건은?
토니 마세라티: 연습이 중요하다. 장비를 다루는 그런 연습 말이다. 연주자들은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머리로 생각을 하지 않아도 즉각적으로 음악이 나온다. 엔지니어도 연습을 통해서 생각하지 않고도 즉각 음악에 반응할 정도가 돼야 한다. 그리고 음악의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Q. 무엇이 좋은 음악인가?
토니 마세라티: 훌륭한 음악은 정의를 내릴 수 없다. 굳이 정의한다면, 청중을 얼마나 고려하느냐가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한다.

Q. 음악을 소비하는 환경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 요새는 디지털 스트리밍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 이러한 것이 작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토니 마세라티: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음악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줄어들고 있다. 수익은 적어지는 데 계속 좋은 퀄리티의 음악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Q. 본인의 목표가 있다면?
토니 마세라티: 약 10년 전부터 내 목표에 대해서 차츰 생각을 하는 중이다. 이제는 내 노하우를 젊은 프로듀서, 엔지니어들에게 전수를 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또 점점 어려워지는 음악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Q. 약 50년 전에는 필 스펙터의 ‘월 오브 사운드(Wall of Sound)’와 같이 특정 사운드를 정의하는 개념이 있었다. 지금 2010년대의 소리를 정의한다면?
토니 마세라티: 시대를 대표하는 혁신적인 사운드가 있었다. 필 스펙터의 월 오브 사운드 외에도 비치 보이스의 사운드, 조지 마틴이 프로듀싱한 비틀스의 사운드, 지미 헨드릭스의 멀티 트랙을 통한 실험적 사운드 등. 지금은 디지털 세계에서 그런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다음은 무엇이 될지 모르겠다. 기계의 발전에 따라 변화될 것이다.

Q. 케이팝은 아이돌 댄스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케이팝의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가?
토니 마세라티: 짧게 대답한다면 ‘그렇다’이다. 왜냐? 세상은 점점 작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케이팝 자체가 한국적인 사운드다. 내가 7팀을 더 보려고 고른 기준은 그들의 음악에 한국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보러 온 팀은 미국 음악을 잘하는 팀이 아니다. 한국적인 특색을 지닌 팀이다.

그들이 본 케이팝 ① 디자인뮤직 “케이팝 작곡에는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터뷰)

그들이 본 케이팝 ③ 로디 맥도날드 “기획사가 만들어낸 케이팝의 이미지도 곧 문화” (인터뷰)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한국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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