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록밴드 Abby
“만나세, 만나세, 만나세, 만나세”김반장 & 한마당스가 3일 국제음악마켓 에이팜(Asia Pacific Music Meeting, 약칭 APaMM) 쇼케이스 무대를 흥겹게 달궜다. 객석에서는 한국의 음악을 둘러보러 온 해외 페스티벌 관계자들부터 동네주민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음악을 즐겼다. 독일 밴드 ‘애비(Abby)’가 공연을 시작하자 아이들도 춤을 추기 시작했다. ‘글래스턴베리’의 디렉터 말콤 헤인즈가 아이를 무대 위로 올리자, 백여명에 가까운 관객들이 무대 위로 다 같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본 이현기 네이버뮤직 과장은 “세계 최연소 ‘록 덕후’의 댄싱을 봤다”며 감탄사를 날렸다.
10월 2~4일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에이팜’은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음악마켓이다. 서울에서 거리가 먼 울산에서 열리는 행사라서 음악인들 사이에서도 낯설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에이팜’을 통해 여러 성과가 있었다. 김반장이 속한 레게벤드 윈디시티의 ‘2013 시에라 네바다 월드뮤직 페스티벌(Sierra Nevada World Music Festival)’ 출연,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잠비나이, 최고은의 세계 최대 규모의 페스티벌 ‘2014 영국 글래스톤베리’ 진출 등이 ‘에이팜’을 통해 이루어졌다. 최근 해외 페스티벌에서 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퓨전국악그룹 잠비나이가 해외 관계자들에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도 ‘에이팜’을 통해서였다. ‘에이팜’은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서 한국의 음악과 해외 관계자들이 만나는 ‘허브’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케이팝 이외 인디, 월드뮤직 계열의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해외 진출에 대한 열망이 커지면서 ‘에이팜’과 같은 음악마켓에 관심이 커졌다. 잠비나이의 소속사 대표 김형군 씨는 “인디 신의 팬덤은 한계가 있다. 우리가 도달한 결론은 해외 시장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같이 국내시장과 해외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음악마켓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열
‘에이팜’은 성대하거나 화려한 행사는 아니다. 울산문화회관 한 켠에 마련된 ‘에이팜 라운지’에서 해외 관계자들과 국내 뮤지션들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밤이 되면 울산문화회관 내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을 함께 감상하고, 자신의 행사에 데려갈 뮤지션들을 선택한다. ‘에이팜’의 장점은 마켓으로서 성격이 확실하다는 것. ‘에이팜’은 기본적으로 월드뮤직을 주로 다루며 페스티벌 관계자 및 공연과 뮤지션을 이어주는 에이전시들이 주로 찾는다. 이로써 해외 공연시장에 알맞은 국내 뮤지션들의 발굴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잠비나이의 해외진출을 이끈 네덜란드 공연 회사 ‘얼스 비트’의 제롬 윌리엄스는 중국 밴드 항가이를 ‘에이팜’에 데려왔다가 잠비나이를 만나게 됐다. 즉, ‘꾼’들끼리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이다.올해 ‘에이팜’에는 영국 ‘글래스턴베리’를 비롯해 스페인 ‘프리마베라 사운드(Primavera Sound)’, 세르비아 ‘엑싯(Exit) 페스티벌’, ‘워멕스(WOMEX)’ 등 세계 주요 페스티벌 및 뮤직 마켓 디렉터 25명이 내한했다. 이들은 쇼케이스 및 컨퍼런스를 함께 관람하며 서로의 의견을 공유했다.
해외 관계자들의 이야기에서 국내 음악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시에라 네바다’의 프로듀서 워렌 스미스는 “처음에 윈디시티를 ‘시에라 네바다’에 데려갈 때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공연에서 반응이 무척 좋았다. 특히 무척 겸손한 모습으로 강렬한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음악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에이팜’ 쇼케이스에는 이승열, 선우정아를 비롯해 바라지, 어어부 프로젝트, 타니모션, 무드살롱, 비둘우유, 일렉트릭 사물놀이, 이디오테잎, 루나와 시간여행자들, 적적해서 그런지 등 15개 팀들이 참여했다. 이 중에서 국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팀들이 큰 호응을 받았다. 이정헌 ‘에이팜’ 음악감독은 “최근 지원 팀 중에서 국악과 다른 장르를 콜라보레이션이 늘었다. 트렌드를 쫓는 것보다는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보여주는 것이 해외 관계자들에게 더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문화원의 책임자를 맡고 있는 까를레스 살라는 “한국의 전통음악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전통을 유지하면서 록, 일렉트로니카와 음악을 접목하는 실력이 대단하다”라며 “한국 국악이 가진 매력은 플라멩코가 주는 역동성과도 닮아있다. 여러 팀들을 바르셀로나로 데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여러 해째 ‘에이팜’을 찾는 글래스턴베리의 디렉터 말콤 헤인즈는 올해 ‘에이팜 쇼케이스’의 심사를 직접 맡았다. 말콤 헤인즈는 “처음 아무런 정보 없이 ‘에이팜’에 왔다가 여러 팀들을 보고 매우 놀랐다”며 “내가 직접 부킹한 잠비나이,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최고은과 ‘글래스턴베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말콤은 “유튜브나 음반만 듣고는 절대 부킹을 하지 않는다. 라이브를 실제로 봐야만 부킹을 한다”며 “올해에도 ‘에이팜’에서 ‘글래스턴베리’에 데려갈 팀들을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컨퍼런스에서는 해외 관계자들의 열정적인 토론도 이어졌다. ‘월드뮤직의 정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들은 잠비나이의 음악을 소재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흥미롭게도 해외 관계자들은 잠비나이의 음악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제롬 윌리엄스는 “잠비나이의 음악은 월드뮤직이 아니다. 한국음악이고, 현대음악이며, 충격적인 음악이지만, 월드뮤직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며 “단지 마케팅에 필요하다면 월드뮤직이란 단어를 써도 좋겠지만, 그런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말콤 헤인즈는 “흥미로운 토론이다. 사실 월드뮤직이란 단어는 런던의 한 음반회사가 홍보 때문에 만든 단어이고, 피터 가브리엘 때문에 널리 퍼진 것이다. 구태의연한 단어”라고 일축했다.
심각한 이야기만 오간 것은 아니다. 3일 해외 관계자들은 쇼케이스 관람을 마치고 클럽 ‘로얄 앵커’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노래방 기계로 ‘서머타임(Summertime)’을 부르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말콤 헤인즈가 마이크를 들고 관계자들에게 “오늘 어떤 뮤지션이 가장 좋았냐?”고 묻자 관계자들은 솔직한 답변들을 내놨다. 그 중 일부는 아마도 곧 해외 페스티벌에 서게 될 것이다.
기명신 러브락컴퍼니 대표는 “음악마켓이 잘 이루어지려면 참가하는 뮤지션, 관계자들이 흥이 나야 한다. 교류는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민간에서 주도하는 음악마켓인 ‘잔다리 페스타’의 공윤영 대표는 “‘에이팜’은 현재 한국 음악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음악마켓”이라며 “해외 진출에 대한 뮤지션들의 바람이 커지는 가운데 ‘에이팜’이 좋은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에이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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