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톤스가 10주년을 맞았다. 마니아층에서 각광을 받았던 페퍼톤스는 열 살이 되며 대중적인 밴드로 자리 잡게 됐다. 페퍼톤스 멤버 신재평, 이장원은 대학 시절부터 함께한 동갑내기 친구다. 오래 보면 전혀 다르게 생긴 두 사람인데, 왠지 모르게 비슷해 보인다. 눈빛만 봐도 서로를 알 수 있을 것 같은 두 사람. 그들은 자신들과 어울리는 새 앨범 ‘하이파이브(HIGH-FIVE)’를 발매했다.

특히 이번 앨범은 오토튠 등 보정 작업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음악과 페퍼톤스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겼다. 또 그동안 객원 보컬과 함께한 음악을 주로 선보여온 페퍼톤스였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옥상달빛과 함께한 ‘캠퍼스 커플’을 제외하고 모두 페퍼톤스의 목소리로 채워졌다.

Q. 앨범 재킷을 런던에서 촬영했다고 들었다. 에피소드가 있나?
이장원 : 런던에 갔는데 캐리어가 도착하지 않았다. 열흘 정도 체류해야 했는데 4일 째에 받았다. 캐리어는 없지만 사진도 찍어야 했기에 면도도 하지 않고 수염이 난 상태에서 촬영했다. 그 김에 일부러 세보이고 싶어 며칠 수염을 깎지 않아 봤다. 왠지 사연 있어 보이는 사람 같을 것 같았다. 하하. 나는 학회 때문에 먼저 런던으로 출발했다.
신재평 : 장원이의 학회로 인해 내가 쫓아왔다. 그래서 그런지 어떻게 보면 좀 허술하다. 하하. 화보라기 보다는 조금 애매하다. 관광 콘셉트랄까. 앨범에 볼 거리가 가사만 있는 것보다 사진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사진을 찍었다. 의도가 잘 살았나…?

Q. 이번 앨범 ‘하이파이브’는 이전의 앨범과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신재평 : 음…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아지고 씩 웃을 수 있는 음악을 하자는 기본 방향은 변하지 않았다. 위트있고 가벼운, 농담 같은 이야기들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기존에는 연애 이야기는 일부러 안했다. 이번에는 시간이 지나다 보니 ‘못할 것은 또 뭐 있어!’하는 생각으로 해보게 됐다. 슬픈 이별노래를 하는 것은 적성에 맞지 않아서 해학적으로 재밌게 불러본 노래가 ‘몰라요’였다. 이 곡은 만들고 나서 나중에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학창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어갔다. 저희의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는 가사를 많이 쓴 것 같다.

Q. 옥상달빛과 함께한 ‘캠퍼스 커플’도 돋보인다. 두 사람의 학창시절 이야기가 녹아있다면 캠퍼스 커플 경험이 있는지?
신재평 : 하하. 워낙 한참 전 이야기인데. 저희 둘은 서로를 잘 알고 있다. ‘캠퍼스 커플’은 캠퍼스 커플이던, 솔로라 질투하던 모두가 다 예뻐 보이고 귀여워 보이는 마음을 담았다. 자신의 청춘 혹은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따뜻할 수 있는 짠한 노래를 해보고 싶었다. 농담도 실컷 하다 보면 마지막에 여운이 남는 것도 있지 않나. 그런 훈훈한 느낌의 곡을 만들고 싶었다.

Q. 페퍼톤스는 객원보컬과 주로 함께 했는데 4집 때부터 객원보컬의 비중이 줄어들었다. 특히 이번에는 옥상달빛이 참여한 ‘캠퍼스 커플’을 재회하고는 모두 두 사람의 목소리로 불렀다.
이장원 : 4집 활동을 하면서부터 밴드 포맷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며 전에 없던 기회가 생기기도 했다. 공연도 많아지고 밴드 형식이 되며 기동력이 좋아졌다. 4집 때부터 마음 속에 공연을 염두하고 작업한 것도 있다. 지금은 자리를 잡은 형태라 생각한다. 연주 자체도 조금 더 남성스런 쪽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 남자가 부를 때 더 어울리지 않았나 싶어서 그렇게 됐다.

Q. 이번 객원 보컬로 옥상달빛과 함께 한 이유가 궁금하다.
이장원 : 일단 저희가 두 명이다 보니 짝을 맞추기 위해 두 사람이 필요했다. 또 약간 익살스런 노래기에 옥상달빛과 잘 맞았다. 재평이가 라디오 DJ를 할 때 가장 대단한 게스트 두 번째가 옥삼달빛이었다. 아, 1위는 나다. 하하. 어쨌든 친분이 있어서 부탁을 하게 됐다. 뮤직비디오까지 도와줬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무대에서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어디까지 협조할 수 있을까…

Q. 벌써 두 사람이 함께 페퍼톤스로 확인한지 10년이 됐다. 이렇게 동반자가 될 줄 알고 있었나?
신재평 : 으하하. 컴퓨터 게임 하고 맛있는 김밥집이 새로 생겼다고 하면 함께 먹으러 다녔는데! 워낙 음악을 듣는 것도 함께하는 큰 오락 중 하나였다. 취향도 비슷하고 좋은 음악을 들으면 “야! 죽인다”며 우리도 함께 해볼까 했다. 운 좋게 지속될 수 있는 형태로 오고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Q. 10년을 열심히 달려온 페퍼톤스의 롤모델이 있다면 누가 있을까?
신재평 :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속 영감님들이 소셜클럽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그런 것을 보면 우리도 나이가 먹어서도 예전 우리가 20대 때 만들었던 노래를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 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이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에서 착안된 이름이라고 들었다.



Q. 페퍼톤스는 이번 앨범에서 무려 11개나 뮤직비디오를 발표했다. 아직도 남은 뮤직비디오가 있는 것인가?
신재평 : 당장은 없다. 계속 만들 계획은 있는데…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이장원 : 셀카봉으로 한번 해볼까? 하하. 구체적으로 얘기한 적은 없다. 거의 전곡을 만들었는데 전 수록곡을 만들고자 하는 욕심은 있다. 뮤직비디오를 많이 찍자는 기획을 했을 때 훌륭하고 볼거리가 풍부한 것을 원한 것이 아니었다. 요즘 대중들은 동영상 사이트를 검색해 음악을 들으며 볼거리가 없는 음악에 지루해하기도 한다. 우리도 발을 맞추자는 생각에서 기획했다. 소박하고 수수해도 좋으니 음악과 어울릴만한 영상을 만들자는 의도로 만들었다. 가볍게 시작한 프로젝트였는데 하다 보니 거대해지고 힘들었다.

Q. 페퍼톤스의 음악은 힐링음악이라는 꼬리표가 늘 붙어다녔다. 좋은 의미의 힐링도 있지만 긍정적인 음악을 해야한다는 부담감은 있지 않았나?
신재평 : 꼬리표가 계속 붙어있다. 데뷔 초반에는 톡 쏘는 사이다 같은 청량한 밴드라는 소개를 받았다. 우울증 타파를 위한 밴드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왔다. 이제 시간이 지나니 힐링을 주는 밴드라고 하시더라. 그런 특정한 표현이나 단어들이 그 때 우리를 온전히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통해 얻어가는 그 때마다 표현이 된다고 생각한다. 부담감을 받고 힐링 뮤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최근 ‘힐링’이란 표현이 붐을 일으켰는데 사실 저희는 이전에도 신나는 밴드 음악을 하고 있었다. 위안을 얻고자 하시는 분들이 유행하는 단어를 써서 페퍼톤스를 표현해주신 것 같다.

Q. 10년 이상의 시간을 음악과 함께 하며 변한 점이 있다면?
신재평 : 데뷔 후 많이 변했다. 사실 지금 10년이란 숫자를 들었을 때 ‘벌써 10년 됐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데뷔가 비교적 빠른 편이었다. 그래도 아직 갈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음… 10년 전 24세 때 저희와 지금의 저희는 사람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음악도 그 때 패기 넘치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좀 더 노련해지고 능청스러워지는 음악이 아닐까 싶다.

Q. 이번 앨범에는 전혀 오토튠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유가 따로 있었는지 궁금하다.
신재평 : 이번 앨범은 자연스럽게 만들고 싶었다. 연주부터 노래까지 보정을 하지 않았다. 박자가 뒤로 밀린다던지 그런 부분은 그냥 살렸다. 사람이 좀 빨라지거나 느려질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을 칼같이 딱 맞추면 기성 가요 사운드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서 날 것 그대로 사운드를 들려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앨범의 콘셉트는 내츄럴? 자연스러움? 그래 날것! 날것이다.

Q. 페퍼톤스는 방송에서 보기 힘들다. 앞으로도 방송 출연 계획은 없는가?
신재평 : 항상 필요한 것 같으면서도 무섭고 두려운 것이 방송이다. 음악 잘하는 것과 방송 잘하는 것은 완전 별개인 것 같다. 음악을 잘하면서 방송도 편하게 하시는 분들은 ‘금상첨화’라 생각한다. 음악은 열심히 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 방송은 아직 쑥스럽다고 해야하나… 조심스럽다. 한편으로는 그래도 익숙해져야지 더 오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장원 : 일단 자신감과 용기가 필요하다. 기회가 오면 생각해 보겠다고 하는데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 하하.

Q. 페퍼톤스의 10년을 결산하며 앞으로 하고 싶은 음악이 있다면?
신재평 : 들었을 때 듣는 사람이 미소 짓게 만드는 음악을 하고 싶다. 해왔다고도 생각한다.
이장원 : 앞으로도 작은 변화들을 부지런히 찾아 나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내는게 우리들의 일이라 생각하다. 기본적으로 듣는 사람을 웃게 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맨 처음에는 신나서 어쩔 줄 모르는 음악을 만들고자 했다. ‘세상에 너무 신나는 노래가 부족해’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긍정적이고 여유로운 음악을 하려 했다. 앞으로도 플러스 쪽으로 쭉 유지가 됐으면 좋겠다.

Q. 페퍼톤스의 5집 주제를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신재평 : 음… 청춘이란 말을 써도 괜찮을까. 한 단어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들으시는 분들의 판단이 더 중요할 것 같다. 모든 트랙을 순서대로 들어봐 주시고 단어들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글. 최진실 true@tenasia.co.kr
사진제공. 안테나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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