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파블로프의 살림꾼인 드러머 조동원은 두 얼굴을 지닌 뮤지션이다. 평소에는 소극적이고 말이 없는 무덤덤한 표정이지만 무대에 올라가 스틱만 잡으면 밝고 신나게 음악을 즐기는 소년으로 돌변한다.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음악을 접했던 그는 멤버들과 함께 하는 공연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록 마니아다. 자신이 좋아하는 밴드의 록 스타들과의 만남에 진심으로 감동하는 팬심은 그 때문이다.

조동원은 서울 북창동에서 삼겹살집 ‘거북정’을 운영했던 집안의 2남 중 장남으로 1987년 2월 17일에 태어났다. 성북구 돈암동에서 성장한 그는 음악을 좋아했던 아버지가 앰프로 음악을 크게 틀면 겁을 먹었던 소심한 아이였다.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를 듣다 아카펠라 부분이 너무 웃겨 빵 터졌던 기억이 납니다.”(조동원) 교육열이 대단했던 어머니로 인해 그는 취학 전부터 동네 피아노학원에서 체르니 30번까지 배웠지만 긴 곡이 지루해 그만두었다. 미술에 재능이 있음을 감지한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온갖 장난감을 구해주었다. 7살 때, 동네 비디오가 망하자 아버지는 만화영화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만화비디오를 마루에 쌓아 놓을 정도로 구해왔을 정도.

조동원 초등학교 4학년 사물놀이 부, 중1 리코더 합주단, 중2 밴드부 시절(위부터)

돈암동 성신초등학교에 들어가 방과 후 활동으로 바이올린을 시작했지만 흥미가 없어 오래가질 못했다. 3학년 때 만화부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1학년 때 담임선생이 소극적인 성격을 고치라며 권유한 사물놀이부에 들어갔다. 원치 않았던 장구를 배우게 된 그는 곧 꽹과리를 치는 상쇠가 되면서 활발한 성격으로 변해 6학년 때는 인기가 많아 전교 어린이회장에 당선되었을 정도. 선생님과 어른들에게 온갖 칭찬을 받자 전국에서 꽹과리를 가장 잘 치는 아이로 착각까지 했다. 사물놀이와 병행해 초등학생과 중학생 30명으로 구성된 ‘한국청소년리코더합주단’에서 테너 리코더 활동도 했다. “태국으로 해외공연까지 다녀왔을 정도로 재미 있었습니다. 중2 때까지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조동원)


로봇 만화를 좋아했던 그는 만화영화 ‘영혼기병 라젠카’에 나오는 넥스트의 노래에 반했다. 마침 넥스트 팬인 글짓기학원 선생이 그에게 만화영화에 나오는 넥스트(N.EX.T) 4집 Lazenca 카세트테이프를 선물로 주었다. 처음으로 음반을 소장하게 된 그는 친한 친구들이 들었던 양현석 1집을 직접 샀다. “처음으로 들어본 힙합인데 가사에 ‘닥쳐’가 있어 놀랬죠. 욕이 많아 소리를 줄이고 몰래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조동원) 초등학교 6학년 때, H.O.T를 좋아했던 그는 강타의 예쁜 사랑 노래보다 문희준이 작사에 참여한 일렉트릭 기타 연주에 거친 목소리를 내는 장우혁의 노래를 좋아했다. 당시는 DDR(Dance Dance Revolution) 열풍시대. “최고 난이도를 깨겠다는 목표로 임해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오락실에 데려와서 게임을 하는 모습으로 폼을 잡으려했죠. 잘되진 않았어요.(웃음)”(조동원)


혜화동에 위치한 미션스쿨인 동성중학 신입생 환영회에서 스쿨밴드 ‘DNM(드림앤뮤직)’공연을 보면서 드럼에 홀딱 반했다. 밴드부에 들어가려고 오락실에서 ’드럼 마니아‘ 게임으로 연습에 몰두했다. “드럼을 처음 시작할 때 제일 힘든 것 중 하나가 손과 발이 따로 움직이는 것인데 저는 오락실에서 마스터했지요. 록음악을 찾아 듣는 것보다 게임용 음악을 더 열심히 찾아 들었습니다.”(조동원) 밴드부에 들어간 그는 미사가 있는 주는 성가연습을, 나머지 주에는 당시에 좋아했던 딥퍼플(Deep Purple), 메탈리카(Metallica), 크라잉넛, 엑스재팬(X-JAPAN)의 히트 넘버들을 연주하며 드럼 내공을 익혀 나갔다.


중학생시절부터 지금까지 그가 가장 좋아하던 밴드는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 드림시어터(Dream Theater)다. ‘테이크 더 타임(Take The Time)’에서 8분 동안 난무하는 변화무쌍한 박자에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반했다. 또한 격렬한 욕을 하며 힙합같이 랩을 구사하는 하림프 비즈킷(Limp Bizkit), 메탈리카(Metallica), 판테라(Pantera), 린킨 파크(Linkin Park), 피아(Pia), 콘(Korn), RATM, 크라잉넛 등 메탈 밴드의 음악에 빠져들었다.

만화가의 꿈을 가졌던 조동원은 4달간 입시준비를 해 서울예고에 합격했다. 입학 전에 밴드부 ‘타락(打Rock)’의 존재를 알고 학교축제를 찾아가 밴드공연을 관람했다. “밴드부가 있어 안심이 됐지만 어설픈 실력에 실망했는데 미술과에 비슷한 실력의 기타 두 명과 베이스 한 명이 있어 좋았습니다.”(조동원) 밴드부 활동가간에 많은 음악을 친구들과 공유했다. “흥미로웠던 건 도함이의 MP3 플레이어였어요. 멤버들 각자가 취향이 뚜렷한 것에 비해 도함이는 이것저것 뒤섞여있는 짬뽕처럼 다양한 음악이 들어있었습니다.”(조동원)

파블로프 멤버들 서울예고 미술과 재학시절, 오른쪽 앞줄 두 번째에 빈지노가 보인다

한예종 디자인과 합격 후 친구들과 파블로프를 결성한 그는 한국의 바인스(The Vines), 울프마더(Wolfmother)를 꿈꿨다. “제가 연주하는 드럼 리프에는 어린 시절부터 익혀온 사물놀이, 리듬게임, 메탈, 하드코어가 섞어 있을 겁니다. 그래서 신나고 시끄러운 음악을 하는 밴드를 하고 싶었습니다.”(조동원) 파블로프의 드러머 조동원은 진심으로 록 음악을 즐기고 사랑하는 뮤지션이다. 밴드 가장 뒤에서 드럼을 연주하는 그는 오도함 등 친구들이 부르는 노래에 맞춰 신나게 드럼마니아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한 웹과 핸드폰 엡 디자인 전공을 살려 디자이너로서도 활동하고 싶은 그는 욕심쟁이다.



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사진제공. 조동원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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