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더 잘 할 수 있어요.”Q. ‘에스나’라는 이름이 참 예뻐요.
에스나(본명 윤빛나라)의 눈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데뷔곡 ‘아이, 아이 러브 유(I, I Love You)’를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에스나(26)는 신인이 아니다. 그녀의 이름을 처음 본 건 올해 초 걸그룹 마마무의 싱글 ‘떠나가지마’의 작곡가로서다. 이어 올 상반기에 정기고 소유의 ‘썸’, 걸그룹 마마무의 출세작 ‘썸남썸녀’, 휘성 거미의 ‘스페셜 러브’, 매드클라운 효린의 ‘견딜만해’ 등의 히트곡들이 에스나의 손을 거쳐 나왔다. 에스나는 이 곡들을 만들면서 본인이 직접 노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꾹 참았다.
엄밀히 말하면 위의 곡들은 히트 작곡가 김도훈과 에스나가 함께 만들었다. 기존 김도훈의 음악보다 흑인 R&B의 색이 세련되게 드러난 이 곡들을 들으면서 자연스레 에스나의 정체가 궁금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에스나는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가수를 꿈꾸면서 자작곡을 유튜브에 올리다가 2011년에 ‘슈퍼스타K’에 나가기도 했다. 작년 9월 김도훈에게 발탁된 후에는 작곡가로 맹활약 중. 누군가의 작곡가로 먼저 이름을 알렸지만, 에스나는 노래 욕심이 대단하다. ‘아이, 아이 러브 유’만 들어봐도 정통 소울 풍의 깊이 있는 음색을 들어볼 수 있다. 지난 12일 텐아시아 스튜디오에서 만난 에스나는 성숙한 목소리와 달리 매우 앳된 모습이었다. 대답에서는 강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실력이 뒷받침된 자신감.
에스나: 영어 이름 에스더의 ‘에스’와 한국이름 윤빛나라의 ‘나’를 합친 이름이에요.
Q. 유튜브에 에스나 노래 영상이 많던데요. 커버 곡을 올리는 것이 보통인데, 에스나는 거의 다 자작곡이더라고요.
에스나: 2009년부터 1년 반 정도 집중적으로 영상을 올렸어요. 항상 음악이 꿈이었죠.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 앞에 앉아서 작곡이 뭔지도 모르고 노래를 흥얼거리곤 했어요. 느낌 가는 대로 만든 노래들이 점점 늘어가면서 자작곡들이 쌓이기 시작했죠. 제 노래 ‘아이, 아이 러브 유’가 나오는데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뮤직비디오 보면 저 같지 않은 여자가 피아노 앞에 앉아있는 것 같아요. 하하.
Q. ‘아이, 아이 러브 유’는 피아노 녹음도 직접 했어요. 악기는 언제부터 배웠어요?
에스나: 13살 때 어머니께 졸라서 한 5년 정도 피아노를 배웠어요. 그 뒤로는 혼자 계속 연습했죠. 맘에 드는 노래가 생기면 제 방식대로 편곡을 해서 노래하면서 놀았어요. 남의 노래를 ‘에스나파이드(Esnafied)’한 거죠. 하하. 절대 똑같이 카피하고 싶지는 않았고, 항상 다른 색을 내고 싶었어요.
Q. 에스나의 음악, 노래는 흑인 소울 풍이 매우 강해요. 동양 사람이 아닌 줄 알았어요.
에스나: 부모님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민을 가셔서 절 낳으셨어요. 중학교 때부터 흑인 친구들과 많이 어울렸어요. 엘 몬테의 USC 대학교 안에 있는 중학교를 다녔는데 흑인 학생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그냥 편하게 노래하면 자연스럽게 소울 쪽으로 가더라고요. 본능처럼 말이죠.
Q. 한국에서 음악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에스나: 유튜브에 곡을 올리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어느 새 구독자들이 5만 명을 넘어섰죠. 그러면서 데뷔를 고민할 때쯤에 주변에서 한국에 가라고 조언을 해줬어요. 미국에서는 합창단을 가르치는 일을 했는데 마침 그 일을 정리하던 중이어서 미련 없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어요. 한국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고생이 많았어요. 한국에서는 2010년에 팀 오빠의 5집에서 듀엣으로 노래한 것이 첫 작업이었죠. 에스나라는 이름으로 첫 보컬 레코딩이었어요. 이후 슈퍼주니어 동해와 함께 애즈원 언니에게 ‘온니 유’를 만들어주기도 했죠.
Q. 김도훈 사단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요?
에스나: 작년 이맘때 김도훈 대표님을 만나 함께 작업을 하게 됐어요. 그때 제가 많이 힘들어서 다시 미국으로 갈까 고민하던 때였죠. 사실 재작년에 대표님께 노래를 들려드렸었는데 그때는 별 말씀이 없으셨거든요. 그래서 인연이 아닌 줄 알았는데, 다시 만났을 때 제 자작곡을 들어보시고 바로 같이 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미국에 다시 돌아가려고 방도 빼고 짐도 다 싸놓은 상황이었어요. 한국에서 2년 정도 활동했는데 한계가 온 것 같았어요. 때마침 대표님이 절 잡아주신 거죠.
Q. 김도훈 작곡가가 어떻게 설득하던가요?
에스나: “이 노래 좋다” 이 한마디가 컸어요. 수많은 히트곡을 만드신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니 감격스러웠죠. 그때 들려드린 게 마마무가 부르게 된 ‘행복하지마’였어요. 제가 노래해놓은 버전을 들으시자마자 “새로 준비하는 걸그룹이 노래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며 그 자리에서 그 곡을 마마무에게 메일로 보내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이 분이 정말 내 노래를 좋아하시는 구나”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사실 제가 부르려고 아껴놓은 노래였기 때문에 남한테 주는 게 조금 아깝긴 했지만요. 하하하.
Q. 이후 김도훈 작곡가와 함께 만든 ‘스페셜 러브’ ‘썸’ ‘견딜만해’ ‘썸남썸녀’ 등이 모두 히트했어요.
에스나: 처음 함께 만든 곡이 ‘스페셜 러브’였어요. 제가 휘성, 거미 선배님의 팬이어서 엄청 영광이었죠. 부담백배였는데 곡이 몇 시간 만에 뚝딱 나왔어요. 제각 작곡가로 처음 음원차트에서 1위를 한 곡이기도 해요. 이 곡 작곡가 크레디트에 제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을 몇 번이나 확인해봤는지 몰라요. 작년 12월 31일에 휘성 거미 콘서트에 갔는데 이 노래가 나오자 관객들이 따라 부르는 거예요. 그게 제가 만든 곡을 공연장에서 들은 첫 경험이었어요.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어요. 울진 않았지만 울컥 했답니다.
Q. ‘썸’은 상반기 최고 히트곡이 됐어요. 정말 난리가 났죠. 어떻게 만들었나요?
에스나: 대표님이 정기고가 부를 노래가 있는데 만들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대표님이 전체적인 틀을 잡아주시고 함께 멜로디를 만들어나갔어요. 소파에 누워서 편하게 작업한 곡이에요. “이거 어때요?”라고 묻자, “괜찮다”고 하셔서 바로 가이드를 떴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작사 작곡에 참여했잖아요. 다양한 사람들의 색이 잘 모아진 것 같아요.
Q. ‘썸’ 덕분에 에스나라는 이름도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에스나: 정말 감사하죠. 그동안 맘고생이 심했는데, ‘썸’이 인기를 얻으면서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어요. ‘아, 이제 내가 만든 음악들이 대중에게 통하기 시작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Q. 마마무는 에스나의 곡 ‘행복하지마’로 데뷔를 했잖아요. 이후 ‘썸남썸녀’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어요. 마마무에게 애착이 많이 가겠어요.
에스나: 귀여운 동생들이죠. ‘썸남썸녀’ 완성되고 나서는 곡이 너무 마음에 들어 제가 부르면 안 되냐고 대표님께 졸랐어요. 결과적으로 마마무가 부른 곡의 반응이 좋아서 정말 기뻤죠.
Q. 김도훈 작곡가와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하나요?
에스나: 대표님이 피아노 앞에 앉아서 이런 저런 코드를 쳐주세요. 그러면 전 솔직하게 제 의견을 말하죠. 그걸 다 수용을 해주세요. 제가 그 코드 위로 멜로디를 만들면, 대표님이 들어보시고 수정을 해주세요. 그런 방식으로 둘이서 곡을 만들어가죠. 대표님은 작곡가로서 대선배이신대도 절대 자기 의견을 고집하지 않으세요. 존경스러운 부분이죠.
Q. 최근 김도훈 작곡가 히트곡들은 대부분 에스나와 함께 만들잖아요. 김도훈 작곡가가 에스나를 매우 총애하는 것 같아요. 김도훈 작곡가가 에스나와 계약하기 전부터 주변에 칭찬을 많이 했다고 하던데.
에스나: 음악적으로나 성격적으로나 잘 맞아요. 작업실에서 놀고 있을 때 대표님이 음악을 틀면 제가 원래 좋아하던 곡들이 나올 때가 많아요. 보통 회사 소속 작곡가들이 새벽 5~6시까지 일하고 아침에 해를 보면서 퇴근하는데, 그렇게 일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음악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대표님이 하림의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를 들려주셨는데 그 노래를 정말 사랑하게 됐어요. 언젠간 리메이크해보고 싶어요.
Q. ‘아이, 아이 러브 유’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에스나를 알리는 곡이잖아요. 본인에게 남다를 것 같아요.
에스나: 작곡, 노래, 연주부터, 보컬 디렉팅, 코러스까지 거의 제가 만든 곡이에요. 온전한 저 자신을 보여주는 곡이고, 그래서 애착이 많이 가요. 회사에서 저를 믿어주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점이 너무 감사하고,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아요.
Q. 이제 싱어송라이터로 출사표를 던지는데 목표가 있다면요.
에스나: 제가 아직은 인지도가 있는 가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순위에 연연하기보다는 이번 노래를 통해 많은 분들이 에스나의 목소리를 알게 됐으면 좋겠어요. 제 노래를 듣고, ‘에스나 목소리구나’라고 느끼신다면 더 바랄게 없을 것 같아요.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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