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바라기
별바라기
유년시절 또는 현재, TV 속 누군가를 좋아해 가슴 뛰어본 적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스케줄을 쫓아다닌다거나 꼬박꼬박 앨범을 구입하는 덕후는 아니더라도, 드라마 속 로맨틱한 대사, 비 오는 밤 흐르는 감미로운 목소리에 한번쯤 귀 기울여 봤을 것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별바라기’는 그 가슴 뛰는 설렘을 공감 코드로 내세웠다.

스타와 팬이 하나의 방송에 출연하는 합동 팬미팅 토크쇼 ‘별바라기’는 매회 다양한 스타들의 고백과 팬들의 귀여운 폭로로 시선을 끌고 있다. 오랜 친구 같이 막역한 사이를 자랑하는 스타와 팬도 있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수줍어 설레는 관계도 있다. 이들은 모두 서로를 열렬히 응원하는 긍정의 에너지를 내뿜으면서 보는 이에게도 추억과 힐링의 에너지를 전달한다. 평소 볼 수 없었던 스타의 또 다른 모습과 궁금했던 솔직한 속내까지 모두 담았다.

tvN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가 각각 1세대 아이돌 H.O.T의 팬덤이나 대학농구 팬덤을 다루면서 팬덤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실제 일반인 팬의 출연을 소재로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은 민감한 일이다. 대중과 덕후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공감으로 엮어내는 ‘별바라기’의 황교진 PD와 황선영 작가를 만났다.

Q. 스타와 팬의 만남을 본격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별바라기’는 흥미로웠다. 어떻게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나?
황교진 PD : 올해 초부터 이야기를 했다. tvN ‘응답하라 1997’이나 ‘응답하라 1994’ 또는 JTBC ‘히든싱어’나 KBS2 ‘안녕하세요’ 등에 팬덤 이야기들이 계속 나오는 차였다. ‘히든싱어’는 좋아하다가 모창하게 되는 팬들의 스토리들이 나오고 그런 것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스타와 팬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어떤 사람의 팬이었던 적이 있지 않나. 그래서 팬덤이 공감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예전에는 더 어린 세대만의 전유물이라면 이제는 그렇지만은 않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Q. 황선영 작가는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등을 통해 신화의 팬이란 것이 알려지기도 했다. 팬 문화를 잘 이해하기 때문에 프로그램 기획 소식에 반가웠을 것 같다.
황선영 작가 : 나는 사실 반대였다. 팬덤은 명암이 있기에 다루기엔 조심스러웠고, ‘별바라기’를 하게 되면 또 신화창조 출신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서 걱정이 있었다. 다른 걸 하자고 이야기를 했는데 설득 당했다. 하하.

Q. 어떤 점에서 설득 당한 건가?
황선영 작가 : 스타들은 기본적으로 누군가의 애정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보니 애정을 받을 때 기운도 올라간다. 사실 설득 당했던 부분은 ‘그 사랑의 에너지를 보여주자’였다. 황교진 PD가 누군가가 누군가를 좋아해서 생기는 에너지를 보여주자며 그 강한 에너지가 사람들한테 전달될 수 있도록 해보자고 제안해 결심했다.

Q. 강호동도 처음엔 망설였다고 들었다. 강호동의 마음을 움직인 건 무엇이었나?
황교진 PD : 강호동이 클로징 멘트로 무엇을 외쳐야 하냐는 이야기를 할 때 고맙다는 이야기 하면 좋겠다고 하니 본인이 팬한테 고마웠던 기억을 말했다. 쉬고 있을 때 어느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데 힘내라며 ‘1박2일’ 때 강호동 때문에 유학할 때 힘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쪽지로 받았다고. 그걸 보고 고마움을 느꼈고, 우리의 생각에 공감한 것 같다.

Q. MC로서 강호동은 어떤가?
황교진 PD : 쉽게 감동을 받는다. 편견이 잘 없는 편이고, 일반인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많이 해서 그런지 일반인을 주인공화 시키는 것도 잘 한다. 사람들이 강호동의 억지감동에 대해 비판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본인이 진짜 감동을 잘 받는다. ‘너무 좋았어. 닭살 돋았어’라는 말을 자주한다. 하하. 자신이 진심으로 느끼기 때문에 더 감동을 잘 전달한다.

‘별바라기’에서 강호동의 일반인과 스타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별바라기’에서 강호동의 일반인과 스타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별바라기’에서 강호동의 일반인과 스타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Q. ‘별바라기’는 팬덤을 직접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예민한 부분이 있다. 먼저 스타와 팬의 만남은 자칫 그들만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위험성도 있다.
황교진 PD : 그들만의 이야기는 되지 않으려고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서로 많이 이야기한다. 스타와 별바라기는 깊은 관계이고 깊게 알고 있는데 대중은 못 따라간다. 아는 범위 안에서 공감을 일으킬 수 있게 해야 할 것 같다.
황선영 작가 : 팬덤을 경험했던 내가 공감 코드를 짚어낸다면 황교진 PD는 객관적으로 보는 역할을 한다. 구체적인 팬덤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재미있는지. 우리끼리만 재미있을 수 있으니까 점검하는 것이다.

Q. 공감을 하면서도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 스타와 팬을 선정하는 데에도 많은 고민이 있을 것 같다. 어떤 식으로 출연자를 선정하나?
황교진 PD : 팬들은 신청서도 받고 있고 소속사랑 이야기해서 추천도 받고 스타한테도 추천받는다.
황선영 작가 : 경력이 오래된 스타들은 고마워하는 팬들이 꼭 있더라. 오히려 대형 팬덤이 팬을 찾기 더 힘들다. 팬이 너무 많고 그들이 목격한 스타도 일반 대중과 다를 바 없을 정도다. 스타도 일정한 소수의 팬들에게만 잘해줄 수 없으니까. 조성모의 경우에 예전에는 엄청난 팬덤이 있다가 소수로 좁아졌을 때 스타와 팬들 사이에 끈끈함이 생기더라. 일부 게스트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팬을 찾았나 궁금해 하는데 누구에게나 팬은 있다. 하하.

Q. 대중과 팬 사이에서 공감을 위해 어떤 이야기를 끄집어내려고 노력하나?
황선영 작가 : 스타 덕분에 생활의 변화가 있다거나 잘됐다는 이야기는 충분히 많이 했다. 팬들만이 알고 있는 스타의 기사나 인터넷에서 접하지 못한 독특한 매력이나 그런 것들이 있는 팬들 위주로 찾으려고 한다. 김경호 같은 경우에는 투병하는 와중에 팬들 위해서 사인 해주려고 벌벌 떨면서 기다리고 있던 것을 목격한 이야기가 방송됐다. 그건 팬들만이 발견할 수 있는 그 사람의 매력을 본 것이니까 의미가 깊다. 스타와 팬 자체가 여러 가지 일들을 함께 겪었다면 그 당시의 팬의 시각은 어땠는지 보고 일반적인 관점에서 어떤지 보고 싶어 한다. 서로한테 도움이 됐으면 하는 사람들 위주로 많이 모시고 있다.

Q. 질투를 하거나 출연 자체에 불만이 있는 일부 팬들도 있더라.
황선영 작가 :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오빠랑 같이 있는 것도 불편해하고, 우리는 대중이 궁금해 하는 것을 물을 수밖에 없는데 거기에 혹시라도 상처를 주는 질문이 있으면 왜 팬을 불러다가 상처 주는 질문을 하냐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실제 녹화장에서는 오히려 스타들이 팬들한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라고 다독인다. 스타들도 팬들 앞에서 속마음을 꺼내놓고 더 이상은 상처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다.
황교진 PD : 의외로 팬들 앞에서 가릴 것 같은 스타가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그런 모습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Q. 팬 출연자 한 명이 팬 전체를 대표하게 되는 오해도 생길 수도 있다.
황교진 PD : 개인적인 성향이 드러나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팬이 출연해서 2시간 이상 이야기를 하지만 그 내용을 다 담아내지 않는다. 최대한 여러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을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는다.

‘별바라기’는 팬덤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데서 생기는 예민한 부분들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극복하고 있다.
‘별바라기’는 팬덤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데서 생기는 예민한 부분들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극복하고 있다.
‘별바라기’는 팬덤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데서 생기는 예민한 부분들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극복하고 있다.

Q. 매회 다양한 스타들이 출연하지 않나. 아이돌그룹부터 중견배우까지, 여러 팬덤을 경험하면서 예전 팬덤과 현재 팬덤의 달라진 점도 보일 것 같다.
황교진 PD : 아이돌의 경우, 1세대 팬덤의 모습은 대형 팬덤이 아니고 끈끈한 큰 사조직 같은 그런 게 있었다. 지금 팬덤은 너무 크니까 그런 점이 다르다. 그때 당시 에피소드들을 들어보면 더 격렬하다. 인터넷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한 번 보는 것이 너무 짧고 기회가 적어 요즘처럼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는 게 아니니까 더 치열했던 것 같다.

Q. 여러 팬덤을 상대하면서 새롭게 알게 돼서 놀랐던 점이 있나?
황선영 작가 : 새롭게 발견했다기 보다 오히려 달라지지 않아 놀란 적이 있다. 한 원로가수의 오랜 팬덤이 있는데 그 팬덤이나 최근에 내흉을 겪은 팬덤이나 똑같이 사람들이 다 스타를 외면해도 우리는 이 사람을 지키겠다는 것이 놀랐다. 오래된 팬들도 50년 가까이 지키고 있구나… 그런 것들이 보이면 그들만의 문화 같은 느낌이 없어지지 않을까.

Q. 출연하는 스타들의 반응은 어떤가?
황교진 PD : 좀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팬들과 함께 하는 것이 쑥스럽고 낯설다고 하시더라. 특히나 방송을 함께 하는 것이 쑥스럽다고. 팬들한테는 스타가 멋있어 보이고 싶고, 거리를 둬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게 혹시라도 무너질까봐 걱정하는 분들이 있다.
황선영 작가 : 아이돌 스타보단 꾸준히 신비주의를 유지하신 분들은 계속 그러고 싶어 하신다. 이해는 한다. 그런데 와서 후회하고 가는 스타는 없다. 감사하고, 자기도 잊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들, ‘저 사람은 나의 이런 면을 좋아하는구나’ 다시 한 번 생각해서 감동받으시는 분들도 있다.

Q. 다양한 스타가 출연하는데 출연하는 스타마다 팬들의 성향도 다양할 것 같다.
황교진 PD : 맞다. 닮아가는 것 같다.
황선영 작가 : 서로 닮아가야 한다. 비슷해야 오래가듯 스타와 팬도 마찬가지로 오래간다. 아무리 잘생기고, 노래를 잘해도 성향이 나랑 다른 세상에 있으면 안 맞듯이 오래된 팬들은 친구처럼 변해간다.

Q. 출연한 팬들이 방송 후엔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
황선영 작가 : 파일럿 프로그램 때 출연했던 팬들은 서로 꾸준히 연락하고 피드백을 준다. 우리 오빠가 많이 달라졌다고.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도 보람도 느낀다. 언젠가는 화제가 됐던 별바라기들을 모시고 한번 해보자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 프로그램이 초반 단계라 많은 것을 구상하고 있다.

Q. 방송 후 일부 팬덤 사이에서는 후유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는데.
황교진 PD : 조심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크게 보면 일반인이 출연하는 방송에 비해 자극적인 내용이 전혀 아닌데도 아이돌 팬덤의 시각에서 보면 그럴 수 있는 이야기니까. 조율하는 게 참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별바라기’ 출연하는 스타들은 녹화 후 항상 고마움을 전한다.
‘별바라기’ 출연하는 스타들은 녹화 후 항상 고마움을 전한다.
‘별바라기’ 출연하는 스타들은 녹화 후 항상 고마움을 전한다.

Q. 앞서 말했듯이 ‘응답하라 1997’ 같이 팬덤 문화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있다. 팬덤 문화를 구체적으로 다뤄볼 계획은 없나?
황교진 PD : 팬덤 문화를 소개하자는 취지로 기획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스타의 매력을 아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대중이 몰랐던 스타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자는 것이 목표였다. 꼭 스타 말고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나와서 배우의 연기가 어떻고, 매력이 어떻다는 이야기도 듣고 싶기도 하다.

Q. 결국 열쇠는 대중의 공감, 가장 쉬운 말이면서도 어려운 포인트다.
황교진 PD : 강호동이 ‘황금어장-무릎팍도사’ 이문세 편에서 노래를 부를 때 울컥했던 모습을 봤다. 이문세의 팬은 아니지만, 라디오 ‘별밤’을 들으면서 지냈던 유년 시절이 떠올랐다더라. 어느 한 스타를 봤을 때 자신의 일부분, 자신의 유년시절을 느끼는 그런 느낌이 팬이 아닌 일반 대중이 얻을 수 있는 큰 공감이 아닐까.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팬이었다.

인터뷰. 배선영 sypova@tenasia.co.kr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MBC ‘별바라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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