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마신 술이 덜 깨 속이 부글부글, 거실에선 보글보글 된장국 냄새, 고양이 세수 대충 치카치카, 나이 먹어서 왜 이럽니까JYJ ‘Just Us’
JYJ ‘서른..’ 中
JYJ가 3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2집. JYJ는 다소 얄궂은 운명을 지니고 있는 보이그룹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한국에서 가장 굳건한 팬덤(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도)을 지니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방송활동이 제한돼 있음에도 이 정도의 인기를 유지해가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동방신기의 경우 SM 프로덕션 팀의 막강한 화력을 통해 항상 첨단의 음악을 들려줘왔다. 동방신기가 다양한 장르의 혼합으로(때로는 조금 넘친다 할 정도로) 무국적인 음악을 들려줬다면 JYJ는 미국 팝적인 트렌드를 따른 편이다. 특히 R&B를 잘 소화했는데, 이는 리드 보컬인 김준수의 스타일 때문이기도 하다. 새 앨범도 타이틀곡 ‘백 싯(Back Seat)’을 비롯해 ‘댓, 유 데어(Dad You There?)’ 등 어반(urban)한 R&B 곡들이 돋보인다. 크리스 브라운이 만든 ‘발렌타인(Valentine)’은 JYJ의 흑인음악 소화력이 특히 돋보이는 멋진 곡이다. 박유천이 작사한 ‘서른..’은 본인의 심정이 잘 드러난 진솔한 곡. ‘군대 갈 때 되니까 감추기 힘든 불안함’이란 가사는 팬들에게는 다소 슬프게 다가오겠지만, 이런 솔직함이 블루지한 기타 연주와 잘 어울리고, 그래서 기억에 남는다.
핫펠트 ‘Me?’
원더걸스 출신 예은이 싱어송라이터로 출사표를 던진 앨범. 예은이 전곡을 작사 작곡했고, 이우민 프로듀서가 이를 도왔다. 여러 가지 면에서 충격적인 앨범이다. 걸그룹 멤버가 싱어송라이터로 전곡을 작사 작곡한 앨범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SM, YG, JYP 3사를 통틀어 뮤지션의 의견을 이토록 존중한 앨범은 악동뮤지션을 제외하고는 거의 처음이라 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악동뮤지션의 앨범 ‘플레이’는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둘만한 음악이었지만, 핫펠트의 ‘미?’는 상업적인 것과 거리가 멀다. 철저한 상업 작곡가인 박진영 JYP 대표는 핫펠트의 음악이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애초에 알았을 테지만, 용감하게도 이 앨범을 내줬다.(이 또한 좋은 제작자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음악적으로 보면 ‘미?’는 의외로 완성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록부터 EDM, 발라드 등 각양각색의 음악들은 핫펠트의 욕심을 잘 보여준다. 각각의 곡들은 장르적인 특징을 잘 살리고 있으며, 가사도 억지스럽지 않아 공감을 유도한다. 가요보다는 팝의 감성에 가까운 앨범.(굳이 예를 들자면 여성 싱어송라이터 시아가 떠오른다) 이 앨범이 ‘텔 미’ ‘노바디’와 같은 히트곡을 낼 수는 없겠지만, 핫펠트에게는 뮤지션으로서 행보에 반석이 돼줄 것이다.
고고스타 ‘망가진 밤’
댄스펑크의 강자 고고스타의 정규 3집. 고고스타에 대한 첫 인상은 요란한 화장과 덤블링을 불사하는 막강한 퍼포먼스였다. 관객을 제대로 미치게 할 줄 아는 고고스타는 무대에서 콘돔을 풍선처럼 부는 등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음악적으로 보면 고고스타는 록과 전자음악을 결합한 움직임에 있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최근에는 이러한 신디사이저를 강조한 스타일이 대세가 됐지만 고고스타가 ‘헬로루키’를 통해 막 세상에 나왔던 2008년에는 비교적 낯선 음악에 속했다. 새 앨범 ‘망가진 밤’은 전작들에 비해 기타가 강조된 밴드 사운드가 한층 강화된 곡들이 보인다. 물론 고고스타의 강렬한 전자음악 스타일은 이번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전자음악은 마냥 신나기보다는 기괴하고, 때로는 음침한 색을 지니고 있다. 무대에서는 또 미친 듯이 폭발하겠지만.
고래야 ‘불러온 노래’
퓨전국악밴드 고래야의 정규 2집. 퓨전국악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조금 조심스럽다. 퓨전국악을 놓고 그저 국악기로 현대음악의 리듬과 멜로디를 연주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정도에 따라 나오는 결과물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고래야는 지난 앨범에서 국악에 삼바, 집시음악, 록 등 다른 장르를 섞은 음악을 선보였다. ‘불러온 노래’에서는 전작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옛 민요를 자신들의 색으로 재해석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민요를 다시 부르는 것을 구닥다리 작업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다. 고래야는 옛 민요를 ‘조상들이 부른 유행가’라고 생각하고, 캐주얼한 접근을 통해 이를 2014년의 유행가로 다시 태어나게끔 했다고 한다. 고래야가 불러온 옛 노래들은 고색창연한 맛을 잘 살리면서도 은근한 모던함을 가지고 있다. ‘상사놈아’를 들으며 마음에 안 드는 상사를 마음속으로 놀려보시길.
현아 ‘A Talk’
현아의 세 번째 솔로앨범. 현아는 ‘체인지’ ‘버블팝’ ‘아이스크림’에서 때로는 세고, 때로는 발랄한 힙합 걸의 이미지를 보여줘 왔다. ‘에이 토크’는 그러한 이미지를 벗고 ‘현아’라는 브랜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솔로가수의 이미지를 보다 굳건하게 하려는 것이다. ‘빨개요’가 현아의 이미지를 내세우는 대표적인 곡. 현아의 기존 곡들은 쉽고, 팝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빨개요’는 곡 구성이 다소 복잡해졌으며, 트렌디한 면을 강조해 앞서가는 느낌을 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간 건 현아, 현아는 예스’라는 가사는 야한 상상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현아의 이미지를 앞세우고 있다. 이처럼 여가수가 자신의 이미지를 노래에 심는 것은 기존에 이효리가 대표적이었는데, 무대를 봐도 이효리와 비슷한 점이 연상되곤 한다. 음악 스타일적인 면에서 최근 가요의 히트공식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는 지점은 느껴지지만, 현아의 랩이 다소 단조로운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지형 ‘Duet’
‘위퍼’ 출신이니 인디 1세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여전히 소년의 얼굴을 간직하고 있는 이지형의 소품집. 이지형은 이지형은 2007년 첫 번째 소품집 ‘바리스타 뮤직 Vol.1 커피 앤 티Barista Muzic Vol.1 Coffee & Tea)’를 시작으로 정규앨범과는 별개로 소품집을 발표해오고 있다. 음악에서 ‘소품’이라 하면 규모가 작은 작업, 가령 솔로 피아노와 같은 음악을 지칭하곤 하는데, 이지형의 소품은 어쿠스틱 악기를 통한 단출한 편성의 음악을 말한다. 바로 전에 나온 앨범인 3집 ‘청춘마끼아또’와 비교해보면 이지형이 말하는 소품이 무엇인지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다. ‘비 파인(Be Fine)’ ‘해피 버스데이 투 유(Happy Birthday To You)’ 등의 곡들은 단지 듣기 편하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한, 상당히 매력적인 곡들이다. 이것이 1세대의 내공인가.
박상연 ‘Traces Behind’
재즈 기타리스트 박상연의 첫 리더 작. 박상연은 재즈 기타의 전통적인 톤을 잘 살림과 동시에 서정적인 멜로디를 적극 활용하는 연주자다. 본래는 헤비메탈을 했고, 대학 진학 후에야 재즈를 시작했다고 한다. 음악 활동 중간에 네덜란드 연주자 마르타인 반 이터슨에게 매료된 것을 계기로 네덜란드 헤이그 왕립 음악원에 입학해 현지 연주자들에게 사사하고 현지에서 활동했다. 네덜란드 연주자 중에는 흔히 예세 반 룰레가 알려져 있는데, 박상연은 그와 같은 아카데믹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으며 작곡에서는 리리시즘이 돋보인다. 때문에 스타일은 다르지만 팻 메스니와도 일면 공통점이 느껴진다.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트레이시즈 비하인드(Traces Behind)’는 박상연의 첫 자작곡으로 그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대부분의 곡은 피아노-베이스-드럼이 포함된 퀄텟으로 녹음됐는데 이들은 해외 연주자들로 구성됐다. 몇몇 곡에서는 재즈 보컬리스트 강윤미가 스캣으로 참여했다.
세인트 빈센트 ‘St. Vincent’
아마도, 지난달 24일 열린 세인트 빈센트의 공연은 2014년 최고의 내한공연으로 꼽힐 것이며, 그리고 이 앨범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는 세계 주요 매체에서 올해 최고의 앨범으로 기록될 것이다. 아름다운 외모, 살벌한 기타 연주, 아방가르드하면서도 팝적인 작곡 등 이질적인 요소들을 한 몸에 지닌 세인트 빈센트는 이미 록계의 아이콘, 내지 괴물로 자리하고 있다. 4집은 세인트 빈센트 역대 최고의 앨범을 꼽히며 그녀의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해주고 있다. 아방가르드한 측면은 첫 앨범부터 이미 보여졌다. 이번 앨범은 세인트 빈센트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팝적인(대중적인) 측면과 황금분할을 이루고 있다. 무릇, 명반이라는 것이 아티스트의 순수예술과 대중의 기호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질 때 탄생하는 법. 그런 면에서 이 앨범에 담긴 매혹적인 팝들은 세인트 빈센트에게도, 우리에게도 중요한 지점이 돼줄 것이다. 세인트 빈센트의 역사적인 첫 내한공연을 보지 못한 이들은 이 앨범은 한, 오만 번 정도 무한반복하시길.
시아 ‘1000 Forms of Fear’
근래 각광받는 여성 뮤지션 중 단연 색깔 있는 이가 바로 시아(Sia)다. 국내에는 이 앨범에 실린 ‘원투뜨리원투뜨리드링크’란 가사가 반복되는 노래 ‘샹들리에(Chandelier)’를 기점으로 빠르게 알려지다 보니 신인으로 알고 있는 이들도 있는데, 시아는 이제 데뷔 20년, 나이 마흔을 바라보는 엄연한 중견 뮤지션이다. 일종의 대기만성형 뮤지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니요, 리아나, 카일리 미노그 등 팝스타들의 앨범에 작곡가 및 프로듀서로도 활동했으며 2011년에는 데이빗 게타의 싱글 ‘타이타니움(Titanium)’으로 본인의 목소리를 알려나갔다. 시아 본인은 상업적인 성공에 별 관심이 없다고 하는데, 이번 앨범을 통해서는 빌보드차트 정상에 오르는 등 대단한 성공을 이루고 있다. ‘샹들리에’ 외에도 매력적인 곡들이 삼태기로 있으니, 반드시 앨범으로 들어볼 것. 이제 시아의 조금은 우울한 스타일은 후배 여성들에게 어느새 ‘워너비’의 모습이 돼가고 있는 것 같다.
이기 아젤리아 ‘The New Classic’
올 상반기 빌보드차트에서 가장 돌풍을 일으킨 가수로 이기 아젤리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뭐, 요새 빌보드차트 성적이라는 게 국내 대중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빌보드의 큰 의미 없는 케이팝 언급 기사만 난무할 뿐) 이기 아젤리아는 6월 7일자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자신의 곡 ‘팬시(Fancy)’와 자신이 랩 피처링한 아리아나 그란데의 ‘프라블럼(Problem)’으로 1~2위에 동시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모델 출신의 이 여성 래퍼는 미국에서 가장 ‘핫’한 신인 여가수로 떠올랐다. 모델 출신이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볼 수 있겠으나, 이기 아젤리아는 꽤 매력적이고 또 개성적인 랩을 들려주고 있다. 물론 팍시 브라운이나 미시 엘리엇 등 흑인 여성 래퍼들과 비교할 수준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팝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필시 눈여겨 볼만하겠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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