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쇼미더머니3′ 출연진

“‘쇼미더머니 시즌 1’ 때부터 제작진이 ‘힙합을 잘 모르는 것 같다, 힙합인데 가사를 안 살리지 않고 엠카운트다운 만들 듯이 만든다’고 욕을 하도 먹어서 절박한 심정입니다. 그럼에도 계속 하는 이유는 안 하는 것보다 낫기 때문입니다. ‘쇼미더머니’가 계속되는 것이 힙합을 알리는 것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지난달 25일 열린 ‘쇼미더머니 시즌 3’ 제작발표회에서 Mnet 한동철 PD는 위와 같이 말했다. 약 한 달이 지난 지금 ‘쇼미더머니’ 측은 과거에 지적된 문제점들을 반복하며 언론과 힙합 팬들로부터 무진장 욕을 먹고 있다. 여기에 ‘슈퍼스타K’ 때 써먹었던 악마의 편집이 더해지면서 욕을 먹는 빈도는 더 잦아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과연 ‘쇼 미 더 머니’가 힙합을 대중에게 제대로 알리는 데 도움이 될까? 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더 많아 보인다.

‘쇼미더머니’는 대중에게 소외받는 특정 장르의 뮤지션을 데리고 서바이벌을 한다는 점에서 지난 2011~2012년에 방영된 KBS2 ‘탑밴드’와 비슷하다. 당시 ‘탑밴드’는 지금 ‘쇼 미 더 머니’의 논란을 그대로 겪었다. 제작진이 록밴드의 매력을 잘 살리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았고, 이미 실력이 검증된 중견 밴드들이 심사위원단에게 마구 혼나는 장면은 팬들의 분노를 샀다. 편집을 하면서 밴드의 음악을 소개하지 않고, 감정에 호소하는 개인사를 내보낸다며 ‘밴드 인간극장’이라는 비아냥거림도 들었다. 그리고 ‘탑밴드’는 작년부터 방영되고 있지 않다.

‘탑밴드’가 부정적인 결과만 나은 것은 아니다. 언론이 인디 록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고, 몇몇 밴드들은 대중적인 인기도 얻었다. 최대 수혜자는 장미여관. 장미여관은 ‘탑밴드’에서 노래한 ‘봉숙이’로 유명세를 탄 후 ‘무한도전 - 자유로 가요제’를 거치면서 일약 스타 밴드로 떠올랐다. 이외에도 오랜 활동 기간 동안 공중파에 외면을 받았던 수많은 밴드들이 ‘탑밴드’를 통해 잠시나마 전파를 탔다. 얼마 전 보컬리스트의 안타까운 사망소식을 전한 시베리안 허스키도 ‘탑밴드’ 출연을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Mnet ‘밴드의 시대’

‘탑밴드’의 포맷은 진화를 낳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Mnet ‘밴드의 시대’였다. 작년에 방영된 이 프로그램은 경연을 하기는 했지만, ‘탑밴드’의 단점은 최소화하고, 밴드의 개성을 존중한 무대 연출로 인해 호평을 받았다. ‘탑밴드’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후속 시즌이 불투명해지면서 아쉬운 소리도 들려왔다. 서바이벌에 대한 논란은 있었지만, 평소 공중파에서 보기 힘든 밴드의 라이브 무대가 TV에 마련된다는 것은 그래도 환영할만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쇼미더머니’가 시끌벅적해서일까? 최근 밴드 신(scene)에서는 ‘탑밴드’가 그립다는 말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한 인디레이블 관계자는 “기존에 지적받았던 문제점들만 보완한다면 부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그 그리워하는 이면에는 여전히 밴드가 나갈 곳이 없는 국내 공중파의 안타까운 현실이 버티고 있다. 최근 인디 밴드들은 어차피 나갈 곳이 없는 공중파를 뒷전으로 하고, 해외 페스티벌을 노크하며 활로를 찾고 있기도 하다. 이는 마치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그룹들이 국내 시장에서 이윤을 얻지 못해 해외시장으로 발길을 돌린 한류 초기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탑밴드’가 부활하다고 해서 많은 것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힙합 뮤지션을 데려다 ‘쇼미더머니’를 하려면 악마의 편집을 해서 선정적인 장면을 만들어야만 하고, 순수한 라이브 프로그램이 아닌 ‘탑밴드’ 하나 유지하기도 힘든 방송가의 현실이다. ‘탑밴드’를 기획했던 KBS 김광필 EP는 “아직 후속편 계획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탑밴드’를 다시 하고 싶지만, 제작비 사정 때문에 쉽지 않다”며 “제작비만 충당이 된다면 내년 봄에 다시 기획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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