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가 떨렸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순신이라는 캐릭터를 맡아 얼마나 중압감에 시달렸을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모습이었다. 21일 오후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첫 공개 된 ‘명량’ 시사회 후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최민식 얘기다.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이순신을 연기하는 것 자체가 배우에게는 하나의 도전이었다. 그래서였을 게다. 최민식이 촬영 전 김한민 감독에게 “죽은 이들에 대해 예의를 갖춰야한다”며 씻김굿까지 권한 것은. 그 정도로 최민식은 이순신 캐릭터에 진중하게 다가갔다.
결과론적으로 최민식은 자신은 물론, 관객들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다. 강렬한 눈빛, 리더로서의 고뇌, 우직한 카리스마. 이순신을 연기한다는 것에 부담감과 중압감을 토로해 온 배우의 모습이라곤 믿기 힘들 정도로 훌륭했다. 그동안 ‘불멸의 이순신’의 김명민표 이순신과 비교돼 왔지만, 더 이상 이러한 비교는 의미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 배우 중 누가 잘하고 못했느냐가 아니라, 김명민은 김명민대로 최민식은 최민식대로 자신만의 이순신을 멋들어지게 소화했다는 의미에서다.
이날 최민식은 기자들의 호평을 확인하고 나서야 특유의 온화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는 “묵은지를 꺼내서 먹는 기분”이라며 “(촬영한 지) 1년이 더 된 것 같다. 상업성은 제쳐놓고 우리도 이제 자부심을 느낄만한 영화를 만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우리의 제작 의도를 더욱 많은 관객 분들과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자신을 짓누르던 부담감을 완벽하게 벗어던지지는 못하는 모습이었다. “잘돼야 본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최민식은 “이번 작품은 이상하게 지금도 개운치가 않다. 그분의 눈빛이 과연 어땠을까. 신념을 어떠한 음성으로 전달했을까. 어떻게 고뇌하고 슬피 울었을까. 감히 상상이 안 됐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하지만 이젠, 그 짐을 살짝 내려놔도 되지 않을까 싶다. 확신하건대, 영화의 흥행과 상관없이, 최민식표 이순신에 대해 반기를 들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니까.
‘명량’은 1597년 임진왜란 6년,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승리한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최종병기 활’의 김한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30일 개봉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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