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널 사랑해' 장혁
'운명처럼 널 사랑해' 장혁
장혁은 언제 어디서나 참 열심히 하는 배우다. 그래서인가. 그는 전형적인 캐릭터를 연기할 지라도 그만의 분위기를 뿜어내는 배우다. 외모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개성이 있는 것이 아님에도 그는 노력으로 그만의 색깔을 만들어냈다.

현재 출연 중인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요즘은 다소 식상하게 여겨지는 재벌2세와 신데렐라의 사랑 이야기로, 무엇보다 독특한 개성의 캐릭터로 승부를 보기로 결심한 듯 보인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장혁이 존재한다.

대만 드라마 ‘명중주정아애니’를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첫 회 오프닝부터 원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신으로 시작을 알렸다. 제작진이 이 신을 통해 보여주려 했던 것은 다름아닌 ‘장혁이 연기하는 이건이라는 캐릭터의 살아있는 매력’이었고, 장혁은 기대와 예상을 저버리지 않고 그의 몫을 다하고 있다.

샴푸광고 신에서 장혁이 머리에 물을 끼얹으면서까지 보여준 장면은 마치 파닥거리는 활어와 같은 생동감이 느껴졌다. 이 강렬한 신 덕분에 이후 줄곧 이어지는 이건 캐릭터의 독특한 발성과 과잉된 웃음소리는 금세 시청자에게 익숙해질 수 있었다. 그런가하면 5회째부터는 본격적으로 진행된 갈등구조 속에 금방 표정을 바꿔 내적갈등의 깊이를 표현하기도 한다.

장혁의 연기 인생 17년을 돌이켜보면 초기부터 안주하려는 기색을 찾을 수가 없다. 청춘드라마 ‘학교’를 통해 반항기 짙은 얼굴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영화 ‘화산고’에서는 요즘 표현으로는 병맛스러운 느낌의 캐릭터 연기와 더불어, 액션에도 도전하고, 장나라와의 로맨틱 코미디 ‘명랑소녀 성공기’를 통해서는 말랑말랑한 연기에도 시도한다. 사극 ‘대망’에도 눈을 돌렸고, 영화 ‘영어 완전 정복’이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에도 출연해 캐릭터 연기의 유연함을 증명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런가하면 TJ라는 이름의 래퍼 활동을 통해서는 전혀 다른 분야로의 시도에도 도전했다.
운널사_장혁 마성 웃음
운널사_장혁 마성 웃음
한 차례 시련을 겪기도 한 장혁은 군제대 이후 역시 배우는 연기로 자신을 증명해낼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증명하는 사례로도 남게 된다. 드라마 ‘고맙습니다’에서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논란을 잠재웠던 그는 뒤이어 2010년 그의 연기 인생에 있어 특별한 작품으로 남았을 드라마 ‘추노’의 이대길을 만나게 됐다. 강렬한 카리스마와 액션 연기는 물론, 캐릭터가 가진 한의 깊이를 밀도가 느껴지는 연기력으로 소화하며 장혁은 그 해 연말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게 된다. 여전히 장혁하면 ‘추노’가 떠오를 정도이며 최근 도전했던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는 물론,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조차 ‘추노’의 BGM을 삽입할 정도로 그에게는 상징적인 작품이 돼버렸다. 배우로서는 부담이 될 법한 이 작품의 무게는 ‘뿌리깊은 나무’의 강채윤을 통해 희석시키는 것에 성공하고 만다. 당시 그는 가상의 인물, 강채윤을 연기하기 위해 시대의 역사는 물론, 캐릭터가 가진 설정의 세세한 정보들을 모두 찾아 공부하는 것에 매진했다. 철저한 분석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가 바로 이대길과는 또 다른 그만의 느낌을 뿜어낸 ‘뿌리깊은 나무’ 속 강채윤이었다.

그렇게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유독 도드라지는 작품은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추노’와 ‘뿌리깊은 나무’였으며, ‘운명처럼 널 사랑해’ 역시도 연장선상이 될 전망이지만 그렇다고 장혁이 캐릭터가 앞서는 연기만을 고집한 것은 또 아니다. 스스로 마초적인 이미지로 굳어져갈 것을 염려한 그는 영화 ‘의뢰인’이나 드라마 ‘마이더스’를 통해서는 다른 캐릭터에 스포트라이트를 내어주고 뒤를 받쳐주는 역할로도 충분히 제 몫을 해낸다는 것을 증명했으며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대사를 할 때 숨죽이는 법 역시 배웠다.

이 모든 시도들은 열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인가. 장혁의 주변 사람들은 그를 늘 ‘열정’이라는 키워드로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장혁의 이건은 간만에 그의 열정이 도드라지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더 없이 반갑게 느껴진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넘버쓰리픽쳐스/페이지원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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