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누적관객 1억명 돌파, 역대 최대 관객수, 역대 최고 극장 매출 앞에서 모두가 샴페인을 터뜨렸다. 연관 관객수 3억 돌파를 논하는 글도 나왔다. 한국영화의 전성기가 영원할 것처럼 호황을 외쳤다. 그게 불과 6개월 전 일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 한국영화 위기를 논하는 글들이 신문에, 인터넷 포털에, 잡지에 또 등장했다. 여기저기에서 곡소리가 들린다. 지겹도록 반복되는 이 위기론에는 실체는 무엇인가.

2014년 극장 관객수가 7월 7일을 기점으로 1억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7월 5일 1억 명을 돌파했으니, 속도 상으로는 50보 100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내용이 살짝 다르다.
8일 영화진흥위원회의 ‘2014년 상반기 한국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한국영화 관객 수는 4,153만 명을 기록했다. 시장점유율 43%. 한국영화 점유율이 50%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1년 상반기 이후 3년 만이다. 반면 외화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01만 명 늘어난 5,496만 명을 찍었다. 점유율도 41%에서 57%로 껑충 뛰었다. 한국영화가 극장가를 주도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1억 관객 돌파를 이끈 것이 외화라는 이야기다. 한국영화 위기론이니,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는 끝났다느니 하는 말은 여기에서 기인한다.

올해 한국영화의 시작은 좋았다. 송강호의 ‘변호인’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수상한 그녀’의 흥행은 수상하다 싶을 정도로 놀라웠다. A급 배우가 없어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전국 865만 명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비수기를 틈 탄 배급시기도 흥행에 주효했다. 여기에 류승룡의 ‘표적’(284만명)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며 한국영화에 힘을 실었다.
말도 말고 탈도 많았던 ‘역린’은 평타를 친 경우다. 현빈의 군 제대 후 첫 복귀작으로 주목을 끌었던 영화는 384만명을 달성하는데 그쳤다. 실패는 아니다. 기대만큼의 흥행을 못했다 뿐이지 손익분기점은 돌파했다. 다만, 영화의 허약한 만듦새로 인해 제작비 회수가 무색해졌다. 결과적으로 영화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스타의 힘으로 위기를 탈출한 영화가 됐다. 현빈이라는 배우의 스타성을 확인하는 영화로 남는 분위기다. 어쨌든 이때까지만 해도 올해 한국영화 1억 명 돌파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우울한 징조의 시작은 ‘인간중독’(143만명)이다. 송승헌의 노출로 화제를 모았던 ‘인간중독’도 화제성에 비해 아쉬운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송승헌의 ‘복근’은 탄탄하나, 이야기가 부실하다는 소문이 영화의 흥행을 가로막았다. ‘아저씨’의 이정범 감독과 장동건의 만남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우는 남자’의 흥행실패는 뼈아팠다. ‘600만 관객’을 희망했던 ‘우는 남자’는 ‘60만 관객’이라는 스코어 앞에서 진짜 울고야 말았다. 영화를 본 관객들도 영화의 완성도 앞에서 울었다. 뒤이어 나온 장진-차승원 콤비의 ‘하이힐’(34만명)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렸다. 비판의 소리가 있었지만 신선하다는 칭찬도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결과적으로 관객들로부터는 선택을 받지 못했다. ‘황제를 위하여’(59만명)는 흥행에서도 작품성에서도 상처만 입고 쓰러졌다.



이에 반해 할리우드 영화는 히어로 무비를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겨울왕국’을 시작으로 스파이더맨이 관객들의 관심을 거미줄로 낚았다.(‘어메이징 스파이더맨’, 396만명), 캡틴 아메리카가 극장가를 날고(‘캡틴 아메리아: 윈터 솔져’, 370만명), 엑스맨(‘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431만명)들은 초능력이라도 부리는 듯 관객들을 극장으로 빨아들였다. 북미에서는 흥행 ‘폭망’한 ‘엣지 오브 투모로우’(442만명)마저 국내에서는 톰 크루즈의 ‘의리’ 돌풍과 함께 흥행에 성공했다. ‘트랜스포머4’는 관객들을 빠르게 빨아들이며, 욕하면서도 보는 시리즈임을 다시금 입증하는 중이다.
이들 할리우드 영화의 흥행 성적을 보면, 상반기 한국영화의 부진이 세월호 대참사 때문이라는 일부의 평가가 힘을 잃는다. 사회 전반적으로 자숙하는 분위기가 영화 관람을 방해한 것이라면, 할리우드 오락 영화도 흥행에 실패했어야 타당하다. 결국 한국영화의 점유율 하락을 이끈 것은 사회분위기 탓도,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다. 진부한 소재와 기존 영화를 그대로 답습한 한국영화의 만듦새 그 자체다.

실제로 개봉 전까지 주목하지 않았던 ‘끝까지 간다’(300만 돌파)는 ‘엣지 오브 투모로우’와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공략 속에서도 잘 달렸다. 이 영화의 흥행을 이끈 것은 영화의 재미를 알아본 관객들의 입소문이었다. 좋은 영화는 관객들이 알아본다는 걸 입증한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영화 위기론?① 언제나 위기 아니었나!
한국영화 위기론?③ 적은 내부에 있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제공.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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