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SNS 상에는 ‘교대역의 갑작스러운 촛불하나 떼창’이라는 제목으로 한 외국인이 교대역에서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화제를 모았다. 영상 속에서 외국인은 통기타를 치며 god(지오디)의 ‘촛불하나’를 노래했다. 그는 마치 한국 사람처럼 완벽한 한국어 발음으로 노래와 랩을 소화하며 행인들의 합창을 유도해냈다. 이 영상에서 놀라운 사실은 두 가지다. 외국인이 가요를 기막히게 부른다는 것. 그리고 그 노래가 바로 아이돌그룹 god의 노래라는 것.

god는 한국에서 나온 아이돌그룹 중 그 어떤 팀보다도 ‘노래’로 기억되는 그룹이다. 90년대 중반 H.O.T.와 S.E.S. 이후 근 20년간 등장한 수많은 아이돌그룹들은 화려한 군무와 패션, 파격적인 콘셉트, 섹시, 귀여움 등의 이미지로 우리 기억 언저리에 남아있다. 하지만 god는 달랐다. ‘촛불하나’를 비롯해 ‘어머님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거짓말’ ‘보통날’ 등의 노래는 중장년층도 기억을 할 정도로 다양한 세대들에게 사랑받았다. 어른 세대들은 빅뱅의 ‘거짓말’은 몰라도 god의 ‘거짓말’에는 반응한다. 그 옛날 가요들이 음악으로써 기억되는 것처럼 god의 노래가 그랬다.

잠시 시계를 과거로 돌려보자. 매 앨범마다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god의 인기는 대단했다. 한 가지 특기할만한 사실은 god의 성공이 H.O.T.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아이돌그룹의 관성을 살며시 바꿔 놨다는 것이다. H.O.T. 이후 공격적인 메시지와 사운드로 일관했던 아이돌 댄스 신에서 god는 특유의 미니멀하고 따뜻한 사운드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드럼과 베이스로 베이직을 깔고 스트링을 가미한 심플한 악곡에 공감을 주는 가사로 만들어진 ‘어머님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거짓말’ 등이 연달아 빅히트하면서 god는 H.O.T. 이후 가장 성공한 아이돌그룹이 됐다.



새 앨범 ‘챕터 8(Chapter 8)’ 팬들이 기억하는 god의 매력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선 공개된 이단옆차기의 ‘미운오리새끼’부터 기존 god의 스타일을 그대로 이어갔다. 오랜만에 돌아온 god는 굳이 트렌드를 쫓거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고 예전의 팬들이 사랑해줬던 고유의 멋을 택했다. 여기에 예전과 변함없는 god 멤버들의 노래, 랩이 얹어지니 팬들로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수밖에. 화장기 없는 god의 모습이 통한 것이다.

앨범에서 노래 사이 막간에 담긴 트랙 ‘아저씨와 메건리’에 담긴 god와 메건리의 담소를 들어보면 god가 노래로 기억되는 그룹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god가 데뷔했을 때 네 살이었다는 메건리가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차에서 god를 들었다는 이야기(박준형은 메건리 어머니와 동갑)가 전혀 억지스럽지 않은 이유는 실제로 당시 god의 노래가 비교적 다양한 세대에 어필했기 때문이다. 이는 일부 코어 팬덤에게 어필하는 다른 아이돌그룹에게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때문에 아이유와 god의 협연곡인 ‘노래 불러줘요’도 매우 자연스러운 울림을 전한다.

물론 god가 여유로운 비트의 곡만 히트시킨 팀은 아니다. god는 ‘관찰’ ‘프라이데이 나잇(Friday Night)’과 같은 곡에서 나름 섹시한 댄스곡을 선보이기도 했다. 새 앨범에서는 뮤직비디오와 함께 공개된 ‘새터데이 나잇(Saturday Night)’에서 느껴볼 수 있다. 이처럼 자신들이 과거에 일군 비옥한 토양을 외면하지 않은 god의 선택이 대중에게 통한 것이다.

‘챕터 8’은 1~5집의 타이틀곡을 연주곡으로 엮은 인트로 트랙인 ‘5+4+1+5=15’이 1번, 6집 타이틀곡 ‘보통날’이 2번곡으로 배치돼 있다. ‘보통날’의 원곡은 윤계상이 빠진 버전이지만, 새 앨범에 실린 곡은 윤계상의 노래 부분이 추가됐다. ‘보통날’의 작곡가인 권태은 씨는 “이번 앨범 프로듀싱을 맡은 태우에게서 ‘보통날’을 윤계상과 함께 부를 수 있는 버전을 만들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2절 첫 부분에 윤계상의 파트를 넣고 랩을 일부 보완했다”며 “god 멤버들이 새로운 ‘보통날’을 통해 5명이 모두 모였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어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새 앨범의 ‘보통날’에는 ‘오리지널’이라고 표시돼 있다. 권태은 씨는 “사실상 6집에 담긴 곡이 오리지널 곡이라 할 수 있지만, god 멤버들은 ‘보통날’이 원래는 이렇게 다섯 명이 부른 것이 맞는 것이라 생각해서 오리지널이라고 새롭게 표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싸이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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