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핑크 멤버이자 배우 정은지가 드라마 속 노래로 감동을 전달했다.

지난 24일 방송된 ‘트로트의 연인’ 2회에서는 최춘희(정은지)가 빚을 갚기 위해 오디션에 참가하는 모습이 담겼다. 참가번호 47번 최춘희가 초조함과 두려움에 떨다 가족의 환영을 보고 오디션장의 스타로 거듭나게 되는 장면이 이어진다. 이 장면은 ‘트로트의 연인’이 왜 정은지를 최춘희로 캐스팅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를 말해준다.

최춘희의 오디션 도전곡은 ‘고추’라는 제목의 트로트. 오디션이 시작되고 트로트 반주가 흘러나오지만, 처음 최춘희의 눈빛은 급격히 흔들리며 초조한 기색을 나타낸다. 춘희는 갑작스레 뒤돌아서서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돌발행동에 장준현(지현우)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당황한다. 가수에 대한 꿈도 없었고, 소녀가장 처지에 놓인 자신의 삶이 기구했던 춘희가 갑작스레 오르게 된 오디션 무대에서 급격히 자신감을 상실하게 된 것.

눈을 질끈 감으며 아무렇게나 노래를 부르고 있는 최춘희의 앞에 동생 최별(유은미)의 환상이 나타난다. 그렇게 최춘희만의 상상이 시작된다. 모든 반주는 멈추고 스포트라이트만이 최춘희를 비춘다. 최춘희의 구슬픈 목소리만 울려 퍼진다. 무반주 라이브로 “두리둥실 두리둥실 살아가련만”을 부르며 뒤를 돌아서는 춘희의 앞에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다정한 모습을 자신을 응원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때 천천히 그리고 웅장하게 반주가 다시 흐르기 시작하고, 떨리던 춘희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기 시작한다. 가족을 그리워하는 듯 촉촉이 젖은 눈가와 함께 “세상살이가 인생살이가 고추보다 맵다 매워”라 부르는 가사가 어우러진다. 이내 용기를 얻은 듯 2절이 시작되자마자 다시 배경은 오디션장으로 바뀌고 있고, 춘희는 1절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관객들의 호응까지 이끌어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대사는 단 한 줄도 드러나지 않았다. 오직 정은지의 노래하는 목소리만이 이어졌다. 정은지는 자신감 없는 목소리에서 상상 속 가족의 모습을 보고 감동, 슬픔, 용기라는 복합적인 감정이 스며든 목소리, 그리고 자신감을 찾고 시원하게 부르는 목소리까지 모두 한 큐에 해내면 멋진 장면을 만들었다. 무반주 라이브를 이어가며 감정의 변화를 나타내는 장면은 압권이다. 눈가에는 눈물이, 입가에는 미소가 머문 표정에는 그립지만 또 가족으로 인해 힘을 얻게 되는 복합적인 감정을 담아냈다. 정은지는 표정과 노래만으로 감동을 이끌어낸 것이다.

감동이 더욱 극적인 이유는 노래가 현장 라이브로 선사되기 때문이다. 보통 노래가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노래를 부를 때 사전에 녹음된 음원을 사용한다. 실제로 최춘희의 오디션 장면에 앞서 등장한 박수인(이세영)의 무대에서는 녹음된 음원이 사용됐다. 그러나 정은지는 오디션 장면을 실제 라이브로 소화해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실력이 뒷받침되는 정은지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정은지가 직접 ‘고추’를 선곡했다는 점에서도 이 장면은 멋지다. 정은지는 지난 26일 여의도 모처에서 취재진에게 “트로트 선곡은 감독님이 상황에 맞게 저에게 선택권을 맡겨 주시는 편”이라며 “대본을 미리 받은 상태에서 어떤 트로트가 잘 어울리는 것 같은지 물으시기에 ‘인생살이가 고추보다 맵다 매워’라는 가사가 상황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고추’ 선곡 배경을 밝혔다. ‘고추’는 실제 정은지의 어머니의 애창곡이어서 의미가 남다른 곡. 정은지는 올 초 출연했던 MBC 예능프로그램 ‘4남1녀’에서도 ‘고추’를 부른 바 있다. 앞으로 정은지는 또 어떤 목소리로 감동을 선사할까.

‘트로트의 연인’은 트로트에 재능이 있지만 소녀가장 처지에 놓인 최춘희가 천재 뮤지션 장준현을 만나 트로트 가수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멜로드라마다. 매주 월화 밤 10시에 방송된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KBS2 ‘트로트의 연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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