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5일(미국 시간) 마이클 잭슨이 세상을 떠났다. 그 전날 밤샘 취재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는 새벽 버스 안에서 부고 소식을 듣고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날 많은 이들이 그랬을 것이다. 마이클 잭슨은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있을 것만 같은 팝의 황제, 아니 팝의 어린왕자였기 때문이다.5년이 흘렀다. 마이클 잭슨의 이번 기일은 여느 때보다도 특별하다. 최근 나온 사후 두 번째 앨범 ‘엑스케이프(Xscape)’가 큰 사랑을 받으면서 다시 한 번 마이클 잭슨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3일 앨범이 나온 후 길거리와 카페, 라디오에서는 마이클 잭슨의 노래가 다시금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세환 소니뮤직 차장은 “한 달 만에 앨범 판매량이 만 장을 넘겼다. 웬만한 가요 앨범보다 빠른 속도로 팔려나가고 있다”며 “올해 안에 2만 장 넘게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앨범은 발매와 동시에 49개국 아이튠즈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하였으며, 82개국에서 5위권 안에 들었고 빌보드앨범차트에는 2위까지 올랐다.
평단의 반응도 뜨거웠다. 음악평론가 김성환 씨는 “사후 1년 만에 나온 ‘마이클(Michael)’보다 내용 면에서 훨씬 뛰어나다”며 “예전에 우리가 좋아했던 과거 마이클 잭슨의 느낌과 동시대적인 느낌이 공존하기 때문에 대중이 다시금 열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이 특히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이유는 타이틀곡 ‘러브 네버 펠트 소 굿(Love Never Felt So Good)’이 덕분이다. 90년대를 대표하는 댄스그룹 클론의 강원래 씨는 본인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이 곡을 처음 듣고 깜짝 놀랐다. “분명히 처음 듣는 곡 같은데 예전 히트곡들만큼 좋은 거예요. 옆에 있는 PD가 신곡이라고 말해주더라고요. 마이클 잭슨의 명곡이 또 다시 나왔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죠. 왠지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해주는 곡이었어요.”
컴퓨터 그래픽으로 환생한 마이클 잭슨
미국 시간으로 지난 5월 18일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2014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는 마이클 잭슨이 컴퓨터그래픽으로 환생해 신곡 ‘슬레이브 투 더 리듬(Slave to The Rhythm)’을 공연했다. 무대 위 마이클 잭슨은 생전에 즐겨 입던 ‘황제’ 의상을 입고 무대에 나와 전매특허인 ‘문워크’ 등 화려한 댄스를 선보였고, 관객들은 전원 기립해 공연을 관람했으며 눈물을 글썽이는 이도 보였다. 이를 기획한 프로듀서 래리 클래인(Larry Klein)은 “여러분은 마이클 잭슨이 실제로 공연할 때 볼 수 있는 그의 마법 같은 모습을 그대로 본 것이다”고 소감을 밝혔다.마이클 잭슨에 대한 국내 뮤지션들의 존경심도 여전하다. 팝핀현준이 마이클 잭슨을 기리기 위해 제작한 영상 ‘엑스케이프 포 베터(Xcape 4 Better)’에는 한국에서 처음 마이클 잭슨 춤을 선보인 박남정을 비롯해 이를 계승한 이주노, 현진영 그리고 박재범까지 가수들이 총출동했다. 이주노는 “위대한 우리들의 영웅 마이클 잭슨을 위한 움직임에 참여 할 수 있게 돼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이클 잭슨의 가요계에 대한 영향력은 대단했다. 김성환 씨는 “현대화된 댄스 팝을 거론할 때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 걸쳐 마이클 잭슨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며 “케이팝의 경우 무대 구성이 매우 중요한데, 노래와 안무 등을 통해 얼마나 화려한 무대를 연출하느냐에 있어서는 마이클 잭슨이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랩을 하면서도 동시에 비보잉을 해야 하는 게 케이팝의 특성이잖아요.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때부터 그랬죠. 이들이 아크로바틱한 댄스를 한 것도 마이클 잭슨의 영향이 크죠. 이후에 나온 유승준, 비 등 솔로 남자가수들도 마찬가지고요.”
강원래 씨는 “마이클 잭슨이 없었으면 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준엽이(구준엽)와 함께 이태원 클럽에서 춤을 출 때 마이클 잭슨의 비디오, 의상을 구하려고 애를 먹었어요. 저희 선배인 소방차, 박남정부터 우리 세대 그리고 후배들까지 누가 더 마이클 잭슨의 춤을 더 잘 따라 추느냐가 관건일 정도였죠. 우리끼리는 어떤 곡의 어떤 동작을 응용했는지 보면 알거든요.”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는 SM 1호 가수인 현진영과 와와를 준비할 때 마이클 잭슨, 자넷 잭슨을 절대 우습게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현재 케이팝의 안무를 짜는 79~85년생 현역 댄서들도 마이클 잭슨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는 것이 강원래 씨의 설명이다.
최근 국내에서 각광받고 있는 R&B 보컬리스트들도 마이클 잭슨을 추억했다. 정기고는 “사후 첫 앨범인 ‘마이클(Michael)’에 실린 노래 ‘베스트 오브 조이(Best of Joy)’를 들으면서 음악으로 위로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이클 잭슨이니까 가능했던 것 같다. 그의 노래에서는 진심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크러쉬는 첫 정규앨범 ‘크러쉬 온 유(Crush on You)’의 수록곡 ‘헤이 베이비(Hey Baby)’에서 마이클 잭슨의 오마주를 하기도 했다. 이 곡은 약 2년 전 크러쉬가 자이언티와 함께 녹음실에서 데모를 만든 곡이다. “‘엑스케이프’ 앨범이 나오기 전에 한국에서 마이클 잭슨이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다시 붐을 일으켜보면 좋을 것 같아서 이 곡을 오마주 형식으로 만들어봤죠. 가사를 보면 중간에 자이언티 형이 MJ(마이틀 잭슨의 애칭)이라고 하는 부분도 나와요. 이 곡을 편곡하는 중에 ‘엑스케이프’가 나왔는데 정말 반가웠어요. 특히 ‘러브 네버 펠트 소 굿’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좋았죠.”
마이클 잭슨의 5주기에 맞춰 이달 20일부터 29일까지 신사동 가로수길 피프티 피프티 갤러리에서는 마이클 잭슨을 추모하는 전시회 ‘오마주 투 마이클 잭슨 2014 - 홀드 마이 핸드’도 열린다. 전시를 기획한 오승아 작가는 마이클 잭슨의 팬으로 2012년부터 지인들과 함께 마이클 잭슨을 추모하는 전시회를 열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20여 명의 작가들이 마이클 잭슨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전시한다. 오승아 작가는 “처음에는 마이클 잭슨을 좋아하는 이들끼리 전시를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규모가 점점 커졌다. 이번에는 5주기와 새 앨범을 함께 조명할 겸 더 크게 열게 됐다”며 “마이클 잭슨이 음악으로 전하려던 메시지를 미술로 재해석해보려 했다. 수익금은 아동인권에 관심이 많았던 고인의 뜻을 받들어 관련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잭슨은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소니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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