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트

그룹 비스트의 음악에는 데뷔 때부터 이어온 감성이 스며들어 있다. 비스트는 지난 16일 여섯 번째 미니앨범 ‘굿럭(Good Luck)’으로 컴백했다.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굿럭’은 발표되자마자 9개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비스트가 보이그룹 음원최강자라는 것을 증명했다. 비스트가 음원에서 성적을 거두는 비결 중 하나는 비스트만의 감성댄스곡이 공감을 일으키기 때문. 비스트는 데뷔곡 ‘배드걸(Bad girl)’부터 ‘굿럭’에 이르기까지 모든 타이틀곡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별을 노래한다. 마치 전 남자친구가 진짜 말을 거는 듯한 절절함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비스트가 노래했던 이별을 오빠들의 스토리텔링으로 재구성했다.

※ 가사 숙지 필요

# 배드걸(Bad girl)

아무리 생각해도 3D 안경

비스트 오빠들은 자신을 떠난 나쁜 여자 때문에 머리가 빙글빙글 돈다. 소리쳐 부르고, 붙잡고 싶어 여섯 명이서 다 같이 ‘헤이 헤이 헤이 걸’이라고 외치지만 여자는 돌아오지 않는다. 시계도 고장나고, 귀에서는 환청이 들릴 정도다. 그래서인지 스타일링도 빙빙 돈다. 영화관 3D안경을 연상케하는 선글라스를 끼고, 한쪽 팔이 없는 의상을 입었다. 떠나간 여자를 그리워하는 슬픈 내용에 경쾌하면서 독특한 사운드가 대비된다. 이별 노래를 웃으며 부르는 오빠들의 모습에서 첫 이별을 맞이한 남자의 풋풋한 마음마저도 엿보인다.

# 쇼크(Shock)

이별의 충격으로 머리를 밀었다.

나쁜 여자를 만나 머리가 빙빙 돌더니 이제 ‘충격(Shock)’를 받는다. 몸이 굳어가고, 눈이 멀어져간다. 매일 밤마다 쇼크를 받은 오빠들은 무엇 하나 할 수 없다며 모든 것이 멈추고, 끝났다 자책한다. 급기야 미친사람처럼 웃고 있는다니! 절대로 깨어날 수 없을 것 같다며 “이 노래는 안 끝났다(This song is not over)”고 마무리한다. 하긴, 한 노래에서 무려 28번이나 ‘쇼크’를 외치니 깨어날리가!! 충격을 받았는지 머리가 깨끗하게 가운데만 남기고 밀었다. 효과적인 충격을 위해 전기충격춤도 도입했고 표정 연기도 좋아졌다. 오빠들이 받은 충격에 가요계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비스트 오빠들은 ‘쇼크’로 케이블채널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 첫 1위를 만끽한다.

# 숨

‘숨’을 쉬어보려고 머리에 나뭇잎도 꽂았으나 소용이 없다.

첫 1위도 했건만 그녀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차갑게 뒤돌아선 모습에 시간도 멈추고, 머릿속도 하얘졌다. 가지말라며 여섯 명이 단체로 합체하며 서로를 붙잡지만 결국 숨도 못 쉴 지경에 이르렀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지나갈수록 오 난 더 숨을 참지 못해 영어로 읊조린다. ‘아이 캔트 테이크 마이 브리드 브리드 브리드’, ‘아이 캔드 홀드 마이 브리드 브리드 브리드’… ‘브리드 인 브리드 아웃’이라며 간주 부분에서 심호흡을 시도하지만 역부족이다. 이제는 지워보고 버릴 것이라며 마음을 추스르지만, 여전히 지우긴 힘들다. 결국 ‘아이 돈 노우’라며 절규하는 클라이맥스에 이르고, 될 대로 되라며 체념한다. 오빠들의 마음이 조금 가라앉은 것일까? 비스트 오빠들은 ‘숨’으로 KBS2 ‘뮤직뱅크’에서 1위를 하며 첫 지상파 음악방송 1위에 오른다.

# 픽션(Fiction)

소설 속에서 발버둥쳐봤자 넌 제자리걸음

숨을 쉬지 못해 결국 체념에 이르던 비스트 오빠들은 ‘픽션’으로 돌아오자마자 고백한다. ‘아직 난 널 잊지 못하고, 모든 걸 다 믿지 못하고, 이렇게 널 보내지 못한다’고 고백한 오빠들은 급기야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소설(픽션)을 쓴다. 소설의 배경은 출구가 없는 좁은 방안이다. 소설 속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키스하고, 달콤한 너의 곁을 떠나가질 못한다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하지만 현실과는 다르다. 오빠들은 현실 속 무대 위에서는 제자리 걸음을 하는 안무를 추며 바뀐 게 없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끝까지 ‘픽션’이라 읊조리며 현실을 깨달으려 하지만, 오히려 소설 속 내용에 집착하는 오빠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픽션’은 소설 같은 전성기를 쓴다. 무려 7차례나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한다.

# 아름다운 밤이야

오빠들 즐거워요? 잠깐이에요.

드디어 비스트 오빠들이 새 사람을 만난 것일까! 별이 빛나는 아름다운 밤이라며 자신의 손을 잡으라고 내민다. 너만이 나를 설레게 하고, 아무도 널 대신할 수 없다며 달콤한 말도 속삭인다. 노래도 정말 신이 난다. 일렉트로닉 뮤직답게 경쾌한 사운드가 오빠가 이별을 씻은 듯이 잊은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사 내용 모두가 구애다. 어디에도 그녀가 사랑을 받아들였다는 이야기가 없다. 그렇다. 비스트 오빠들은 사랑을 찾았지만, 철저히 ‘을’의 입장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오빠들이 사랑을 찾았으니 신명난 댄스파티가 펼쳐진다. ‘아름다운 밤이야’에서 비스트 오빠들은 그 어느 때보다 무대를 즐기는 여유로움과 자신감을 선보인다. 음악방송도 다섯 차례 1위 트로피를 선사하며 같이 축하해줬다.

# 섀도우(Shadow)

이렇게 잘생긴 그림자 보셨나요

아름다운 밤을 함께 보내려 했던 그녀도 역시 떠나버렸다. 숨도 못 쉬고, 소설로 현실 도피를 했던 오빠는 이제 그림자에도 갇히는 신세가 됐다. 여자가 떠나버린 그때부터 존재 자체가 없어졌다며 그녀 없인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한다. ‘넌 내 마지막, 유어 마이 라스트(You’re my last)’라며 한국어와 영어로 똑같은 말을 하기까지. 간절하게 눈부셨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그림자처럼 항상 함께였던 그 시절을 회상한다. 얼마나 간절했는지 그녀의 그림자가 돼 네 곁에 머물고 싶다며 자신이 그림자(섀도우)라고 끝까지 강조한다. 그림자가 되고 싶은 오빠들의 열망을 담아 안무도 잔상의 착시효과를 이용한 안무가 주를 이루고, 다가갈 듯 다가가지 못하는 마음을 표현한 안무도 돋보인다.

# 굿럭(Good Luck)


‘굿럭’에서도 여전히 비스트 오빠들은 여자를 잊지 못한다. 다행인 것은 이전처럼 못 잊는다고 숨이 멎는다느니 소설을 쓰겠다느니 그림자가 되겠다느니 집착남에서는 탈피했다. 너 하나만 바라는데 그거면 충분하다고 왜 나를 두고 떠나가냐고도 말하지만, 결국은 그녀를 향해 ‘굿럭’이라며 행복하길 바란다고 전한다. 자신에게 남긴 상처만큼 더 행복하라며 뒤끝있는 모습도 보이지만, 장족의 발전이다. 음악 또한 발전했다. ‘쇼크’, ‘숨’에서 보여준 파워풀한 사운드와 ‘픽션’, ‘섀도우’에서 보여준 애절함이 적절히 섞였다. 도입부 요섭 오빠의 목소리는 떠나는 여자에 대한 마지막 울림 같이 절절하다. ‘굿럭’이라고 외친 만큼 비스트 오빠들에게도 행운이 깃들길.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MBC ‘쇼!음악중심’ 캡처,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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