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투더스카이

200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R&B듀오 플라이투더스카이의 컴백 소식은 사실 놀랍지 않았다. 환희, 브라이언 모두 별다른 사건 사고도 없었던 데다 ‘해체’라는 공식 발표도 하지 않았던 그룹이기에 언젠가 돌아올 것이란 막연한 생각은 있었다. 플라이투더스카이가 8집 앨범 발표 후 촬영한 SBS ‘절친노트’에서 서로에게 편지를 읽어줄 때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던 장면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다.

그런데, R&B 오빠들이 5년 만에 발표한 9집 앨범이 10대 음원차트 1위를 올킬하고, 음악방송 1위를 달성하고 여기에 콘서트까지 예매 시작 10분 만에 매진이라는 돌풍을 일으킬 줄은 몰랐다. 비슷한 시기에 god가 9년 만에 신곡을 발표하고, 휘성이 제대 후 돌아왔으며, 월드투어를 마친 인피니트가 컴백했음에도 플라이투더스카이는 1위를 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플라이투더스카이는 “운이 좋았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는 초심을 잃지 않고 사람들이 자신들의 어떤 점을 좋아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그들 노력의 결과. 이제 더 이상의 해체설이 없다는 플라이투더스카이(이하 플라이)를 지난 10일 서울 압구정동 모 카페에서 만났다.

Q. 얼마 전 단독 콘서트를 마무리했다. 소감이 어떤가?
환희 : 너무 오랜만에 한 콘서트라 울 뻔 했다. 자리를 다 채워주실지 몰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를 따라 불러 주셔서 더 감동적인 콘서트가 됐다. 사실 서울에서 3일 연속 공연은 힘들긴 했다. 그동안 팬들이 듣고 싶어 하셨던 노래를 위주로 부른 것이어서 다른 콘서트보다 노래도 많이 부르고 힘들긴 했다. 그렇지만 정말 감동적이었다.

Q. 콘서트 때 브라이언 컨디션이 안 좋았다고 들었다.
브라이언 : 그랬다. 그런데 무대에 딱 올라갔을 때 느껴지는 따뜻한 반응 때문에 재미있게 했다. 많은 팬을 보면서 조금이라도 힘이 나서 즐겁게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Q. 콘서트를 본 많은 관객들이 시간이 지나도 둘은 여전히 티격태격한다고 전하더라.
브라이언 : 티격태격하는 게 우리 팀의 매력이다. 어떤 팀은 친하다고 하는데 티격태격도 안하고 쳐다 안 보는 게 티가 나더라. 우리는 농담으로 싸우는 척하고, 서로 안 맞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그것을 사람들이 재미있게 봐주시는 것 같다.

Q. 예전에는 실제 사귄다는 루머도 있고, 둘을 두고 커플이라는 표현도 쓰지 않나. 하하.
브라이언 :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징그럽지만, 그만큼 친했으니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는 거겠지. 후배들도 보고 느껴야 한다. 게이처럼 살아라. 하하하하. 그만큼 친하게 지내라는 뜻이다.
환희 : 불화설보다는 훨씬 낫다. 그런데 사람들이 우리가 친한지 안 친한지 꼭 확인하려고 하는데 안 그러셨으면 좋겠다. ‘뽀뽀해요’, ‘안아요’라고 하시는데……. 하하.

Q. 3일 간의 공연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다면?
환희 : 초반에 네 곡을 연속해서 메들리로 불렀다. 팬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곡들을 순위로 매겨 뽑아서 나온 곡인데 팬들이 눈물날 만큼 너무 좋아해주셔서 감동이었다.
브라이언 : ‘약속’을 불렀을 때는 우는 팬도 봤다. 그걸 보면서 ‘정말 우리를 많이 기다리셨구나’라고 느꼈다.

Q. 환희는 콘서트에서 댄스 무대도 선보였는데 다시 댄스에 대한 갈망이 꿈틀거리는 것인가. 하하.
환희 : 내가 공익 근무 중일 때 그룹 마이네임 콘서트를 가끔 갔다. 그걸 보고 너무 춤을 추고 싶더라. 콘서트를 하면 제대로 보여주자고 벼르고 있었다. 이번 콘서트에서 사람들이 우리보고 진짜 잘 논다고 무대에 있는 게 어울린다고 표현해주셔서 좋았다.

Q. 혹시 다음에 댄스곡으로 컴백…?
브라이언 : 아직은 댄스곡으로 활동하겠다고 결심하지 않았다. 다음 앨범은 계획을 잡지 않았다. 이번 앨범 먼저 열심히 해야지!
환희 : 막상 댄스곡으로 컴백해도 사람들이 ‘에이 늙어가지고 발라드하지’라고 말할걸?
브라이언 : 하지만 마돈나나 마이클잭슨도 나이가 들어서도 춤을 추잖아. 멋있다.

환희

Q. 컴백 3주차인데 여전히 음원차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어떤가?
환희 : 이번에 우리 목표는 1등을 하지 않더라도 ‘역시 플라이 노래는 좋구나’, ‘플라이는 계속 해야 된다’는 인식만 생겨도 지장이 없다고 생각했다. 준비는 진짜 열심히 하고, 우여곡절도 많았는데 나오자마자 그런 반응이 나와서 놀랬다. 이번에 운이 좋았던 것 같다.

Q. 운이 좋았다니?
환희 : 가요계가 아이돌 위주이지 않나. 여기에 god도 컴백하고, 휘성도 나왔는데 사람들이 예전에 했던 가수들이 다시 나올 때 받아주실 수 있을지 걱정했다. 그런데 운 좋게 이런 감성적인 발라드를 발표한 가수가 많이 없었고, 그것을 원하는 시기도 겹쳤다. 우리 노래가 차트에서 새벽에 많이 상위권으로 올라가는데 밤에 많이 듣고 싶어 하시는 것 같다. 여러 모로 운이 좋았던 것 같다.

Q. 현재 활동 중인 아이돌 그룹이 많다. 보면 어떤가?
환희 : 우리 때보다 더 기계적으로 애들을 돌리는 것 같다. 연습도 많이 시키지 않나. 기계적으로 돌려서 애들이 여유가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불쌍할 때도 있다.

Q. 쟁쟁한 아이돌 그룹 사이에서 음악방송 1위도 했다.
브라이언 : 우리랑 나이 차이 꽤 나는 애들도 있고, 우리 데뷔연도에 태어난 친구들도 있던데 정말 신기하더라. 하하. 우리는 아직도 1999년에 데뷔한 느낌을 갖고 있는데 벌써 이렇게 세월이 지나고, 애들이 이렇게 컸다니.
환희 : 정말 어색하고 이상했다. 아이돌들이 굉장히 인사도 잘하는데 앨범을 가지고 대기실에 온다. 서로 불편하고 어색할 텐데도 꼬박 찾아와 줘서 고맙다.

Q. 선배로서 연예계에서 오래 살아남는 비법이 있나?
브라이언 : 그냥 나는 아직도 우리가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게 고맙다. 운도 좋은 것도 있고, 그만큼 항상 감사하다 생각하고, 잘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법에는 어느 정도 실력이 필요한 것도 인정해야 하지만, 타이밍과 운 그리고 겸손함이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가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환희 : 우리가 진실성 있게,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게 노래를 불러 우리 음악으로 위로 받으시는 분이 그 점들을 높게 사주시는 것 같다. 또 우리 둘의 조합을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감사하다.

Q. 9집 컴백을 결정할 때, 누가 먼저 뭉치자고 했나?
브라이언 : 애매하다. 누가 먼저 진지하게 ‘우리 뭉치자’고 말한 게 아니고, 둘이 오랜만에 만나서 술을 마시면서 농담으로 서로 “야, 다시 해야 되지 않을까?”, “그지?” 이런 식으로 말이 나왔다.
환희 : 사실 플라이는 공백기가 길었을 뿐이지 해체한 게 아니라 언젠가는 내야 하는데 생각이 있었다. 군대 가기 전에 앨범을 내려고 했는데 내고 가면 활동을 못하니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또 공익 근무를 하는 동안 화분에 물주고, 선풍기 닦으면서 생활했는데 공무원들이 나에게 플라이에 대해 정말 많이 물어보시더라. 그때 내가 너무 플라이를 제쳐 두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브라이언 : 친구들도 다들 옛날 플라이 그때가 좋았다고 하더라.

Q. 9집 활동 전 마지막으로 출연했던 방송이 ‘절친노트’다. 당시 루머가 무성했는데.
브라이언 : 이제 와서 말하지만, 그 방송 통해서 화해했다 비춰지는 것이 솔직히 어이없다. 헛소문 때문에 우리가 그 방송에서 화해를 하고 이제 뭉친다는 식으로 연결이 되니까. 사실 그때 녹화하면서도 환희랑 계속 ‘우리가 뭐하는 거지?’라고 했다.
환희 : 나도 촬영하면서 ‘우리 그렇게 사이 안 좋지 않은데…’라고 계속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당시 PD님이랑 친해서 우리가 사이가 좋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나간 것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울고, 풀고… 그리고 5년 공백이 생겼으니 이상하게 됐다. 하하.
브라이언 : 우리의 5년 공백 이유를 개인 사정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개인 활동도 하고, 환희가 군대에도 갔다왔으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치고 박고 싸운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하.

브라이언

Q. 예전 활동했던 시기를 회상하면 어떤 점이 가장 떠오르나?
브라이언 : 굉장히 많이 장난을 쳤던 게 떠오른다. 하하. 약 올리고, 농담도 하는 그런 게 재미있었다. 혼자서는 그게 안 되니까. 다시 뭉치니까 사람을 죽이는 우리의 팀워크가 살아났다.
환희 : 우리 둘이 워낙에 짓궂어서 5분 안에 한 명 울릴 수 있다. 하하하.

Q. 그런데 브라이언도 많이 우는 편이지 않나. 콘서트에서 울진 않았나?
브라이언 : 울지 않았다. 울컥하고 감동받았는데 그 감동이 울음 대신 웃음으로 나왔다. 환희가 오히려 울 뻔했다. 감동 받고 환희를 보니 ‘어, 울려고 하네?’라는 생각이 들더라.
환희 : 안 울었는데?
브라이언 : 표정 다 봤어.

Q. 음악방송에도 팬들이 많이 찾아 와서 좋았을 것 같다.
환희 : 진짜 그렇게 많이 올지 몰랐다. 팬들이 나이가 있는 편이라… 하하. 음악방송에는 아이돌 팬이 굉장히 많은데 우리 팬이 거기 앞에서 딱 지키고 있으면서 응원하시니 정말 좋더라. 그것 때문에 힘을 받고 자신감 있게 노래를 하는데 그 응원소리 듣다가 라이브를 놓친 적도 있다. 하하.

Q. 공백기 동안 절실하게 서로가 필요했던 순간이 있었다면?
환희 : 혼자 콘서트를 하는데 혼자이기 때문에 할 수 없는 플라이 노래들이 있다. 내가 정말 부르고 싶은 노래를 브라이언이 없어서 못할 때 플라이 콘서트를 정말 하고 싶더라. 브라이언과 함께 하는 콘서트가 정말 재미있었구나. 준비하면서 힘이 되는 것도 많았었다.
브라이언 : 같은 생각이다. 이전에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에 있으면서 그룹 빅스를 준비하는 과정에 참여했었다. 팀을 만드는 기간에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더라. 나도 팀이었구나. 환희가 필요하다! 무대에서는 우리 멤버 환희가 있으면 자신감이 더 생긴다.

Q, 빅스를 뽑을 때 참여했다니, 환희도 지금 그룹 마이네임을 키우고 있지 않나. 브라이언은 앞으로 새로 가수를 키우는데 관심이 있나?
브라이언 : 빅스를 선발할 때 내가 이수만 선생님이 된 기분이었다. 하하. 나도 사람을 선택하는 능력이 있구나. 먼저 돈을 벌어야 하지만, 솔직히 내 욕심은 플라이 같은 2인조를 만들고 싶다. 노래도 잘하는데 목소리가 서로 다르면서 노래할 때 감성을 전달하는 팀 말이다. 이수만 선생님이 되고 싶다. 하하

Q. 두 사람이 노래 부르는 모습도 닮아가는 것 같다.
환희 : 목소리는 전혀 다르지만, 잘 섞이는 것 같다.
브라이언 : 다른 가수들을 보면 노래만 하고 내려가는 느낌인데 환희랑 나랑은 무대에 올라가면 그 노래의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해 감정을 싣는다. 어쩔 때는 음이탈이 생기고, 음이 안 올라갈 수도 있지만 항상 노력한다.
환희 : 또 무대에서 브라이언이 예정되지 않던 화음을 넣을 때가 있다. 그걸 들으면 우리 호흡이 정말 좋다는 것을 느낀다.



플라이투더스카이

Q. 오랜만에 컴백이라 팬들을 위해 외모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브라이언 : 팬들 위해 준비했던 것은 그냥 그동안 못 보여줬던 음악들이다. 가수들은 타이틀곡 외에 수록곡에도 애착이 가고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많은데 이번 콘서트 때 어떤 노래를 해야 팬들이 좋아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운동의 경우, 그냥 운동하는 게 즐거워서 계속 하고 있고, 크로스핏이 정말 재미있다. 크로스핏은 내가 여태까지 했던 것은 운동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주면서 도전정신을 만들게 할 정도로 힘든 운동이다. 그것에 중독돼 자격증까지 땄다. 환희도 도전한다기에 첫 수업 때 코치까지 하러 갔는데 어느 순간 환희가 없어졌더라. 보니 구석에서 죽고 있더라.
환희 : 난 우리가 나이가 많은데 아저씨 같은 소리 안 들으려고 팩도 하고, 살도 빼고 노력했다. 노래를 제대로 부르려면 다이어트를 안 해야 하는데 오랜만에 나오는 것이니 신경을 많이 썼다. 크로스핏은 힘들다.

Q. 7월 말까지 전국투어도 하고, 이후에는 해외 공연도 준비한다고. 지방 공연에서는 세트리스트에 변화가 있나?
환희 : 일단 지방에 계신 분들은 서울 공연을 못 보셨으니 세트리스트는 그대로 갈 것이다. 이 세트리스트를 짜는데도 너무 부르고 싶은 곡이 많아서 한 달이 걸렸다.
브라이언 : 다 들려주는 방법은 콘서트를 많이 하는 것밖에 없다.

Q. 후속곡 활동은 계획하고 있나?
환희 : 먼저 타이틀곡 ‘너를 너를 너를’을 계속 더 알리려고 한다. ‘니 목소리’를 두 번째 타이틀로 하려고 했는데 ‘전화하지 말아요’도 반응이 좋아서 고민이다.
브라이언 : ‘너를 너를 너를’ 다음으로 순위가 가장 올라가는 노래로 해야지.

Q. 앞으로 어떤 음악을 계속할 것인가.
환희 : 플라이는 플라이를 좋아해주는 팬층이 있어서 대중성 있는 발라드라는 기본 틀을 무조건 가지고 갈 것이다. 공감할 수 있는 감성적인 발라드 말이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에이치투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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