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피센트
말레피센트
숲속 요정 세계를 지키는 어린 꼬마요정 말레피센트는 소년 스테판을 만나 우정을 키운다. 하지만 욕심에 눈이 먼 스테판(샬토 코플리)을 말레피센트(안젤리나 졸리)에게 크나큰 상처를 남기고, 원하던 왕위에 오르게 된다. 이후 스테판의 딸 세례식에 찾아간 말레피센트는 16세가 되는 날, 물레 바늘에 찔려 깊은 잠에 빠질 것이라는 저주를 내린다. 말레피센트와 인간 왕국은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동시에 말레피센트와 오로라 공주(엘르 패닝)은 남다른 정을 키워간다. 12세 이상 관람가, 29일 개봉.

10. ‘겨울왁국’에 이은 디즈니의 성공적인 동화 재해석 능력 ∥ 관람지수 7
말레피센트
말레피센트
‘말레피센트’는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재해석했다. 하지만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공주가 아닌 공주를 잠들게 한 마녀 말레피센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국내 대중에게 말레피센트란 이름 자체는 익숙하지 않겠지만,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게다. 착한 공주와 나쁜 마녀, 선과 악의 뚜렷한 대결로 그려졌던 이야기가 마녀 중심으로 새롭게 탈바꿈돼 매우 흥미롭게 펼쳐진다. 또 ‘겨울왕국’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백마 탄 왕자의 달콤한 키스도 사라졌다. 또 “알려진 이야기와 다르다”며 직접 이야기할 정도로 동화의 재해석에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마녀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말레피센트의 히스토리가 충실히 담겨 있다. 마녀가 될 수밖에 없는 나름의 합당한 이유도 제시된다. 그 이유는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그럴싸하게 관객의 마음에 스며든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어린 말레피센트가 숲속을 지키는 요정으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처럼 말이다. 생각해보면, 사악한 악녀로만 그려졌다면 안젤리나 졸리가 굳이 출연했을까 싶다. 여하튼 요정 말레피센트를 통해 만들어지는 이야기의 줄기가 우리가 알고 있던 동화의 내용과 엮이면서 같은 듯 다른 동화를 만들어냈다.

말레피센트는 순수함을 간직한 숲속 요정에서 한 남자를 만나 상처를 입고 복수심을 불태운다. 하지만 본래 심성이 착했던 말레피센트는 어린 오로라 공주를 지켜보면서 복수심을 거둬들이고, 다시 요정으로 돌아온다. 순수함과 표독함 그리고 모성까지 다양한 감정변화를 겪게 되는 말레피센트를 안젤리나 졸리는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오로라 공주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졸리의 표정에는 온화한 ‘엄마미소’가 가득했다. 오로라 공주 역의 엘르 패닝은 마녀도 무장해제 시킬 만큼 귀엽고 발랄한 매력을 마음껏 드러냈다.

이 같은 모습은 백마 탄 왕자의 키스를 앗아갔다. ‘겨울왕국’에 이어 ‘말레피센트’ 역시 저주를 풀 수 있는 ‘진정한 키스’를 조금은 다르게 표현했다. ‘겨울왕국’이 자매의 사랑을 진정한 사랑으로 내세웠다면, ‘말레피센트’는 피가 섞이진 않았지만, 그 어떤 사랑보다 위대한 모성과 닮았다. 누군가에겐 사악한 마녀지만, 오로라 공주에겐 수호천사다. 다만, ‘겨울왕국’의 영향력이 컸던 탓인지 ‘말레피센트’에서 저주를 푸는 그 순간이 어느 정도 예상된다는 점이다. 뜬금없는 생각이지만, 예상컨대 앞으로 디즈니 작품에서 소녀의 감성을 적시는, 백마 탄 왕자의 키스는 보기 힘들 것 같다. 또 한 가지, ‘정통’ 마녀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 같다. 캐릭터의 성격 때문인지, 두 개의 뿔이 달렸음에도 그 모습이 위협적이기 보다 귀엽다.

동화의 변형 속에 인간과 자연의 대립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도 인상적이다. 말레피센트의 근간은 자연을 수호하는 요정. 그리고 스테판을 통해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욕심이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또 인간에 대해 배신을 느꼈던 말레피센트(자연)와 오로라 공주(인간)의 관계 회복은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자연친화적 삶을 얘기하는 것 같다. 즉, 말레피센트는 극복하거나 물리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공존하고, 어울려야 하는 관계다. 영화의 마지막 역시 숲속 요정 세계와 인간 세계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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