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가시내들이, 모여서 노랠 부르면, 온동네 청년들은 마음 설레어 하네, 가시내들 노래 들으러 오네바버렛츠 ‘바버렛츠 소곡집 #1’
바버렛츠 ‘가시내들’ 中
작년 여름 바버렛츠(안신애, 김은혜, 박소희)의 공연을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다. 50~60년 미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3인조 여성 보컬그룹들인 슈프림스, 로넷츠 또는 한국의 김시스터즈와 같은 예스러운 편성을 너무나 맛깔나게 소화해냈기 때문이다. 마이크 한 대를 가운데 놓고 노래하는 편성 외에 의상, 헤어스타일까지 옛 스타일을 표방한 제대로 된 두왑 그룹이었다. 세 명의 목소리가 한 대의 마이크를 통해 흐르는 하모니도 좋았지만, 익살스런 표정도 일품이더라. 그날 공연에 이효리도 나왔는데, 공연장을 나설 때는 바버렛츠만 가슴에 남았다. 이후 약 1년 사이에 바버렛츠는 입소문만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실력 때문이다. 첫 정규앨범에서는 바버렛츠가 라이브에서 보여줬던 고전적인 두왑 풍의 곡들이 그대로 담겼다. 팀의 주제가라 할 수 있는 ‘가시내들’부터 ‘미세스 론니(Mrs. Lonely)’까지 마치 50년대에 모타운에서 나온 앨범을 듣는 기분이다. 김시스터즈의 커버한 ‘봄맞이’는 녹음 스타일까지도 옛 가요의 정취를 자아낸다. 세 명의 화음이 출중하지만 거의 전곡을 만들고 편곡까지 해낸 팀의 안신애의 센스도 눈여겨볼만하다. 특히 ‘사랑의 마음’과 같은 곡에서 말이다.
15& ‘Sugar’
열다섯 살에 만난 피프틴앤드(15&)의 박지민과 백예린은 이제 열일곱 살이 됐다. 에릭 베네가 한국에 왔을 때 박지민과 듀엣을 한 공연을 실제로 봤다. 당시까지만 해도 어린 아이가 소울 풍의 노래를 잘 소화한다는 정도의 감흥을 받았다. 가창력이야 흠잡을 곳이 없었지만 ‘아이 드림(I Dream)’까지도 앳된 감성이 남아있었고, 큰 사랑을 받은 곡 ‘티가 나나봐’는 무난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데 정규 1집 ‘슈가(Sugar)’에서는 음악적으로 상당히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동시대 R&B 트렌드를 파고드는 JYP의 방식은 여전한데, 피프틴앤드는 의외로 더 깊이 있는 접근을 취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타이틀곡 ‘슈가’. 이 곡은 최근 미국 R&B 계열의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자넬 모네 특유의 전통적인 소울에 현대적인 어법을 얹은 악곡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진취적인 성향을 보인다. 지금 한국 가요계에서 이 정도로 세련된 스타일을 시도한다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다. 국내용 히트 어법을 따르지 않고 좋은 곡을 만들려 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 싱글로 발매된 바 있는 ‘티가 나나봐’ 외에 박진영의 곡이 하나도 없는 것이 눈길을 끈다.
휘성 ‘The Best Man’
‘리얼슬로우’ 휘성은 한때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R&B 보컬리스트였다. ‘안되나요’와 같은 발라드 외에 ‘위드 미(With Me)’와 같은 그루브한 곡도 멋지게 소화해냈고, 대중적인 성공도 이루었다. 약 2년 반 만에 발표한 새 EP ‘더 베스트 맨(The Best Man)’에서는 해외 본토의 정서에 가까운 소울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굴곡을 겪었던 휘성은 이번 앨범을 통해 나름 권토중래를 노렸을 것이다. 정답은 본인의 음악적 심지라 할 수 있는 흑인음악에 충실한 것이었다. ‘위드 미’를 만든 바 있는 김도훈 작곡가는 휘성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잘 살릴 수 있는 R&B를 선사했다. 타이틀곡 ‘나잇 앤 데이(Night & Day)’는 대중에게 어필할만한 완연한 가요이지만 나머지 트랙들에서는 휘성의 음악적 욕심이 느껴진다. 지금의 딱 에릭 베네, 알 켈리 정도의 딥한 소울을 파고들었다고 할까? ‘너라는 명작’은 근래 국내에서 들어본 가장 멋진 R&B발라드로 이런 감성을 소화할만한 국내 가수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싶다.
인피니트 ‘Season 2’
인피니트의 정규 2집. 인피니트에게 영광을 가져다준 곡은 정규 1집의 ‘내꺼 하자’다. 하지만 이후의 앨범에서 ‘내꺼 하자’ 이상의 인기를 누리지 못한 인피니트는 다시금 정규 1집의 풍으로 돌아갔다. 스윗튠이 만든 ‘라스트 로미오(Last Romeo)’를 비롯해 수록곡들은 예전의 청량한 댄스음악을 들려주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성숙해진 모습을 보인다. 이번 앨범은 최근 아이돌그룹의 앨범 중 리얼 악기의 비중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라스트 로미오’의 경우 브라스, 기타, 드럼 등 실제 악기의 비중이 큰 파워풀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이외에도 세련된 멜로디의 ‘팔로우 미(Follow Me)’, ‘내꺼 하자’를 떠올리게 하는 복고풍의 사운드 ‘리플렉스(Reflex)’ ‘소나기’ 등이 인피니트의 특유의 매력을 잘 살리고 있으며, 미디에 기대지 진짜 악기의 않은 사운드가 박력을 더하고 있다. 각 멤버들의 솔로 곡, 유닛의 곡들이 각기 다른 매력을 선사해 결과적으로 풍부한 정규앨범이 됐다.
구본암 ‘Bittersweet’
구본암은 현재 한국 재즈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진 베이시스트로 꼽힌다. 여러 재즈 뮤지션들이 구본암을 말하며 ‘요새 가장 핫한 연주자’라며 엄지를 치켜 올리더라. 특히 일렉트릭 베이스에 있어서는 서영도의 뒤를 잇는 연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구본암은 기타리스트 박주원 등 재즈 연주자들을 비롯해 아이유, 원더걸스, 이승기 등의 라이브 세션으로도 활동했다. ‘비터스윗(Bittersweet)’에서는 자신의 첫 리더 작인만큼 자신의 다채로운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펑키한 재즈 록· 퓨전 스타일의 접근을 보이고 있는데, 베이시스트의 앨범인 만큼 베이스가 적당히 전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여자의 마음’과 같은 곡은 베이스가 테마를 이끌고 있다. 세 개의 즉흥적인 ‘잼 트랙’이 담겼는데 특히 드러머 임상우와 자유로운 교감을 나누는 ‘잼 트랙 1’는 자코 패스토리우스를 연상케 하는 현란한 핑거링을 들려주고 있다.
원 ‘Rocker’s Manual’
헤비메탈 밴드 원(Won)의 4년 만의 4집. 2014년 현재 한국이 헤비메탈의 불모지라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실한 밴드들의 활동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크라티아, 제로지 등 과거의 거물 밴드들이 재결성하면서 한국 메탈 신이 탄탄해지고 있다. ‘로커스 매뉴얼(Rocker’s Manual)’은 앨범 제목처럼 메탈의 기본에 충실하다. 메탈 팬들에게 있어서는 아이언 메이든과 같은 NWOBHM의 추억을 되살려줄만한 정통의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선 굵은 기타 리프와 육중하면서도 믿음직한 드럼과 베이스의 리듬파트, 그리고 보컬 손창현의 날카로운 샤우팅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특히 지광현과 신능섭의 트윈 기타는 화려하면서도 안정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타이틀곡 ‘맥시멈 스피드(Maximum Speed)’는 속을 후련하게 해주는 곡. ‘나는 말한다’에는 최근 재결성한 제로지의 보컬 김병삼이 함께 해 의미를 더했다.
스몰 오 ‘Temper of Water’
포크록 밴드 스몰 오의 첫 정규앨범. 스몰 오는 포크 록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취하는 국내에 보기 드문 밴드다. 2011년 여름에 홍대의 클럽에서 5인조로 공연하는 스몰 오를 처음 봤다. 당시에는 이스턴 사이드킥 멤버들의 심각하지 않은 어쿠스틱 프로젝트정도로 여겼다. 이후 약 1년 반 뒤 한 공연장에서 본 스몰 오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발전해 있었다. 첫 EP ‘댓 윌 페일(That Will Fail)’에서는 멈포드 앤 선즈, 플릿 폭시스와 같은 영미권의 포크 록의 새로운 트렌드를 체화해서 들려준 바 있다. 첫 정규앨범인 ‘템퍼 오브 워터(Temper of Warter)’에서는 기존의 미국 모던포크 스타일에 머무르지 않고, 더 나아가 브리티시 포크의 고색창연한 맛을 살리면서도 한국적인 멜로디를 들려준다. 지난 데뷔EP [That Will Fall]에서 보여준 풋풋함은 첫 정규앨범에서 단단한 음악으로 진화했다.
플라이 투 더 스카이 ‘Continuum’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이번 앨범이 나오기 전날 점심을 먹다가 30대로 보이는 여성들이 “야, 플라이 투 더 스카이 새 앨범 나온대”라고 이야기 나누며 대화를 나누는 것을 봤다. ‘그렇게 반가울까?’라고 생각하고 넘겼는데 플라이 투 더 스카이는 20일 자정 앨범 발매 후 현재까지 음원차트 정상의 언저리에 있다. 2014년은 요 몇 년 사이 중견가수들이 가장 많이 컴백한 해로 기억될 것인데 이들 중 음원차트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것은 엠씨 더 맥스, 지오디, 그리고 플라이 투 더 스카이다. 이러한 차트 성적의 이유는 과거에 사랑받았던 ‘스타일의 재현’, 그리고 ‘팬덤의 존재’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타이틀곡 ‘너를 너를 너를’은 비롯한 수록곡들은 과거에 사랑받았던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R&B 발라드풍의 스타일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친숙한 곡들이 무난히 1등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팬덤은 아직도 안녕한가보다.
블랙 키스 ‘Turn Blue’
블랙 키스의 정규 8집. 블랙 키스는 최근 앨범들이 모두 ‘올해의 앨범’ 후보에 오를 정도로 평단의 극찬을 얻고 있다. 이제 록 마니아라면 ‘닥치고 들어야 할’ 밴드가 된 것 같다. 지난 앨범인 ‘엘 카미노(El Camino)’(텍사스 오스틴에 가니 ‘엘 카미노’라는 술집이 있더라)는 3개의 그래미상을 거머쥐었으며 미국에서 플래티넘을 기록했다. 댄 아우어바흐(기타, 보컬), 패트릭 카니(드럼) 2인조인 블랙 키스는 크림, 레드 제플린과 같은 올드 록의 향취를 지니면서도 트렌디한 사운드를 놓치지 않는다. 올드 록도 시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까? 이번 앨범에도 오랜 파트너인 프로듀서 데인저 마우스가 참여했다. 지난 작에 이어 리얼 악기로 촘촘하게 다진 바탕에 적당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가 섞여 매우 스타일리시한 느낌을 준다. 특유의 안개가 뿌옇게 낀 듯한 사운드도 그대로. ‘피버(Fever)’와 같은 곡을 보면 이펙팅이 꽤 걸린 편이지만, 전반적으로 블랙 키스의 ‘황토색’ 사운드는 유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앨범재킷은 역대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듯.
머라이어 캐리 ‘Me. I Am Mariah… The Elusive Chanteuse’
머라이어 캐리의 정규 14집. 머라이어 캐리는 9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디바다. 빌보드차트 성적을 기준으로 보면 머라이어 캐리는 90년대에 마돈나, 휘트니 휴스턴보다도 더 큰 인기를 누렸다. 무려 18곡의 빌보드차트 1위곡을 가지고 있어 이 부문에서 비틀즈의 20곡 다음으로 역대 2위라는 무시무시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2000년 들어와 전과 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 그녀의 페이스북을 보면 남편 닉 캐논, 그리고 쌍둥이 아이들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새 앨범은 90년대 머라이어 캐리의 스타일을 느껴볼 수 있는 곡들이 대거 수록돼 있으며 복고 성향의 곡들이 특히 귀를 잡아끈다. 첫 곡 ‘크라이(Cry)’의 경우 가스펠 풍의 악곡이 돋보이며 래퍼 왈레가 함께 한 타이틀곡 ‘유 돈 노우 왓 투 두(You Don’t Know What To Do)’는 60~70년대 펑키한 디스코 풍을 느껴볼 수 있다. 특히 조지 마이클의 노래를 리메이크 한 ‘원 모어 트라이(One More Try)’는 딱 90년대 풍의 소울로 편곡돼 예전 머라이어 캐리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메리 제이 블라이즈가 피처링한 ‘이츠 어 랩(It’s A Wrap)’은 정말이지 섹시한 곡.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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