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cm의 키와 날렵한 몸매,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외모의 강동원은 신은 불공평하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증명해 보이는 배우다. 아무거나 걸쳐도 분위기가 난다는 것은 아마, 그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외모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인 강동원은 ‘패션의 완성은 결국 얼굴’이라는 교훈을 사극에서도 여지없이 투척한다. ‘군도: 민란의 시대’ 개봉을 앞두고 사극 속 그의 모습을 훔쳐봤다.

# ‘형사 Duelist’(2005) 신비롭다, 신비롭다, 신비롭다

강동원이 도포자락 휘날리며 여심을 사냥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 개봉한 이명세 감독의 ‘형사 Duelist’에서부터다. 비운의 자객 ‘슬픈 눈’으로 분한 강동원은 신비스러우면서도 몽환적인 체취를 스크린 곳곳에 남기며 관객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특히 현대무용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칼싸움 연기로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고증에 얽매이지 않은 아방가르드적인 한복 의상이 춤을 추는 듯한 우아한 움직임의 강동원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상투나 댕기머리를 하지 않은, 그러니까 사극의 통념에서 벗어난 복장은 ‘금방이라도 훌쩍 떠날 것 같은 남자’ 강동원의 이미지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영화에서 ‘슬픈 눈’, 강동원은 대사가 거의 없다. 아니 사실 필요하지 않다. 촉촉한 ‘눈빛’ 하나, 움직임 하나하나가 모두 대사니까. 외모 자체가 드라마인 강동원에게 ‘슬픈 눈’은 몸에 잘 맞는 맞춤복 같았다.

# ‘전우치’(2010) 누더기 의상도 강동원이 하면 ‘패션 아이템’

지난 2010년 개봉한 ‘전우치’에서 강동원은 누덕누덕한 도포자락에 구겨질 대로 구겨지고 여기저기 찢겨나간 갓을 쓴 악동 전우치 도사로 분했다. ‘형사 Duelist’에서와는 180도 달라진 개구진 모습이었다.


‘전우치’는 고전 영웅소설 ‘전우치전’에서 캐릭터 모티브를 따와, 현대를 주요배경으로 재창조한 이야기다. 상대를 골탕 먹이는 도술이 특기인 전우치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악동이라는 점에서 배트맨과 스파이더맨 보다 아이언맨에 가까운 히어로다.

‘형사 Duelist’에서 강동원을 열심히 탐닉했던 카메라는 ‘전우치’에서도 그에 패션(passion/fashion)을 열심히 클로즈업했다. 영화는 조선시대에 사는 전우치를 2009년 현대 서울로 불러들이며 최신 패션까지 선사했다. 붉은 가죽재킷을 입은 전우치는 패셔니스타 강동원의 몸을 통해 여성 팬들을 유혹했다. 영화에서 그가 보여준 묘기는 도술일까, 여심 훔치는 기술일까. 이 영화가 알려준 또 하나의 진실! 누더기 의상이든 구겨진 갓이든 강동원이 하면 ‘패션 아이템’이 되는구나.

# ‘군도: 민란의 시대’(2014) 강동원, 악역을 입다!

‘군도’에서 강동원은 ‘악역’을 입는다. 지난 22일 ‘군도: 민란이 시대’가 공개한 스틸 컷(아래 사진 위의 컷)을 살펴보자. 사진 속에서 강동원은 장검을 높이 든 채 등 뒤의 적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 한과 독기를 가득 품은 듯한 표정은 순정만화 남자 주인공 같은 그의 외모와 대조돼 서늘한 분위기를 더욱 부각시킨다. ‘군도’를 통해 강동원은 그간 숨겨두었던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앞서 공개된 또 다른 스틸에서 강동원은 상투를 튼 헤어스타일과 녹색빛깔의 도포로 강한 인상을 남긴바 있다. ‘상투마저 유행시킬 미친 미모’라는 여성들의 아우성이 여기저기에서 빗발쳤다.

영화에서 강동원이 연기하는 조윤은 전라관찰사를 지낸 탐관오리의 대명사이자 대 후보인 조대감의 서자로 태어나, 아비에게 인정받지 못한 한을 지닌 인물이다. 한마디로 열등감을 먹고 자란 괴물…이라고 하기엔 너무 아름다워서 더 무서운 역설적인 인물. ‘초능력자’에 이어 다시 한 번 악역에 도전하는 강동원이 ‘군도’에서는 어떤 매력으로 여심을 사냥할까. 장애물이라면, ‘상남자’ 하정우?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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