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를 듣는다면 나에게로 와주오, 그대여 난 기다립니다

조덕배 ‘나의 옛날이야기’ 中

아이유 ‘꽃갈피’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를 감상하고 처음 드는 생각은 ‘정말 여우같이 노래를 잘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잘한다는 의미는 가창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아니라 원곡의 아름다움을 잘 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앨범에 실린 노래들은 원곡자의 아우라가 강하게 박혀있는 곡들인데, 스물두 살 아이유는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곡들을 상당히 능숙하게, 그리고 원곡의 묘를 잘 살려 노래하고 있다. 조덕배의 ‘나의 옛 이야기’,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 김현식의 ‘여름밤의 꿈’은 마치 80년대 가요를 듣는 듯한 감흥을 전하는데 이 곡들에서 아이유는 선배들의 버릇을 나름대로 체화해서 노래한다. 김광석의 ‘꽃’은 클래식기타와 현악이 풍성하게 들어가 고풍스러운 멋을 발하며 김완선과 클론의 노래는 꽤 재미있는 리메이크가 행해졌다. 아이유 보컬의 매력 중 하나는 특유의 ‘뽕끼’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러한 매력이 ‘꽃갈피’에 잘 나타난다. 덕분에 이 앨범은 기존의 아이유 팬 외에 중장년층이 감상하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다. 성인들이 듣는 ‘어덜트 컨템퍼러리(Adult Contemporary)’로 구분해도 좋을 듯하다. 아이유는 ‘여동생’, ‘3단 고음’과 같은 이미지를 전작 ‘모던 타임즈’를 통해 어느 정도 털어냈고, ‘꽃갈피’를 통해서는 멀리 화성으로 던져버렸다.

솔루션스 ‘MOVEMENTS’
박솔(보컬)과 나루(기타, 프로그래밍)의 듀오 솔루션스는 2012년에 데뷔앨범 ‘솔루션스(Solutions)’를 통해 그해 최고의 신인으로 떠올랐다. 신인답지 않은 깔끔하고 스타일리시한 사운드 메이킹에 해외 록 트렌드를 충실히 재현한 솔루션스는 여성 팬들에게도 어필하며 나름 승승장구했다. 대개 트렌드를 쫓다보면 음악이 몰개성적이 되거나 가벼워지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솔루션스에게는 그런 모습이 없다. 새로운 시대의 ‘록 스타’라고 할까? 정규 2집 ‘무브먼츠(MOVEMENTS)’에서는 기타를 중심으로 한 록과 신디사이저를 통한 일렉트로 팝이 적당히 접붙이기된 음악이 담겼다. 솔루션스 측은 “2집의 모든 핵심은 앨범 제목에 있다. 곡 작업을 하면서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고 듣는 이도 무의식 속에 억눌린 여러 감정들에서 해방되었으면 했다”고 밝혔다. 아마도 솔루션스의 팬들이라면 이 음악을 듣고 몸이 붕붕 떠오르는 느낌을 받을 지도 모르겠다. 완성도도 출중하다. 감각적인 일렉트로 팝 ‘무브먼츠’를 비롯해 ‘캔트 웨이트(Can’t Wait)’는 공연장에서 팬들을 춤추게 할 트랙이라면 ‘마이 워(My War)’는 감성을 자극할 줄 아는 솔루션스가 센스가 잘 나타내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들의 지향점이 가요가 아닌 팝임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앨범.

파블로프 ‘26’
‘강북사운드’를 표방한 파블로프의 앨범. 강북사운드가 뭘까? ‘강남스타일’은 유명하지만, 딱히 ‘강남사운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파블로프 측은 보도자료를 무려 네 종류로 보내왔는데(이런 건 처음 봤다), 이를 읽어보면 ‘강북사운드라’는 것은 복잡다단한 상황에 놓은 한국의 록 신(scene)을 지칭하는 것 같다. 암튼 도통 감이 오지 않아 음반을 들어봤다. 파블로프는 87년생 고교 동창들로 이루어진 4인조 밴드로 음악 외에 북한 펑크 리성웅 전시, 마석가구단지 외국인근로자 페스티벌 등 이색적인 기획에도 참여해왔다. 첫 정규앨범인 ‘26’에는 최근 인디 신에서 나오고 있는 다양한 록 스타일이 뒤섞여 있다. 앨범속지에는 각각의 트랙이 임재범 ‘너를 위해’, 샌드페블즈 ‘나 어떡해’, H.O.T ‘캔디’, 신촌 블루스 ‘골목길’, 산울림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 등에 영감을 받았다고 표시돼 있는데, 곡들을 들어보면 별 상관관계가 없어 보인다. (한국 고전 록들의 요소가 다분하긴 하지만) ‘재즈의 모든 것’이란 노래가 재즈와 아무 관계가 없듯이 말이다. 파블로프의 음악에 담긴 청춘의 에너지가 담겼다는 것은 진짜.

게이트 플라워즈 ‘늙은 뱀(Neulguen Baemn)’
게이트 플라워즈의 두 번째 EP. 게이트 플라워즈는 첫 번째 EP ‘게이트 플라워즈(Gate Flowers)’를 통해 포효하는 날 것의 에너지를 뱉어낸 후 첫 정규작 ‘타임즈(Times)’에서 보다 다양한 록 사운드를 선보였다. 5곡이 담긴 새 앨범에서는 음악적인 스타일, 그러니까 그런지 록 특유의 멜로디에 고전 록의 미감이 느껴지는 앙상블이 전작들에서 이어지고 있다. 거칠게 휘몰아치는 게이트 플라워즈의 뚝심은 여전한데, 그 위로 사유하게 하는 록의 품격(노련해진 어법, 정돈된 연주, 보다 기승전결이 확실해진 곡의 구조, 화두를 던지는 가사)마저 더해지면서 두 개의 날개로 날 줄 아는 완성형의 밴드가 되어가고 있다. 게이트 플라워즈처럼 자신들의 색이 뚜렷한 팀이 변질되지 않고, 이처럼 매 앨범마다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늙은 뱀은 누굴까?

노이즈가든 ‘1992-1999 Deluxe Remastered Edition’
노이즈가든을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정말 감격스런 리마스터 앨범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노이즈가든의 이야기는 전설처럼 회자되곤 했다. 이들이 PC통신으로 만나 1994년 ‘톰보이 록 페스티벌’에서 ‘타협의 비(Rain of Compromise)’로 우승을 차지한 이야기,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정규 1집이 세상에 나온 일화 등을 1996년 중학교 때 음악잡지 ‘월드팝스’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노이즈가든의 음악은 록 마니아들 사이에서 최고로 회자됐지만, 안타깝게도 정작 앨범들은 절판돼 음반매장에 구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음원사이트에서도 들어볼 수 없었다. 때문에 이번 리마스터 앨범이 더욱 간절했던 것. 3CD 분량의 이번 디럭스 리마스터링 에디션 앨범은 1집 ‘노이즈가든(Noizegarden)’(1996)과 2집 ‘…벗 낫 리스트(…But Not Least)’(1999)와 그 외 데모 및 부틀렉 음원으로 구성됐다. 1~2집의 사운드는 지금 들어도 여전히 놀랍고 머리와 가슴을 자극한다. 고전이란 것이 이런 게 아니겠는가? 팬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바로 데모와 부틀렉 음원들일 것이다. 원곡보다 더 압권인 ‘레인 오브 컴프라미스’ 데모버전을 들어보라.

팬텀 ‘Phantom Power’
키겐, 한해, 산체스로 구성된 3인조 그룹 팬텀의 첫 정규앨범. 팬텀은 가요계에서 흥미로운 위치에 있다. 외관상으로는 아이돌그룹을 연상케 하지만, 연령대도 꽤 있고, 무엇보다도 직접 음악을 만드는 팀이다. 팬텀은 데뷔 당시 작곡가 김도훈과 브랜뉴뮤직의 라이머가 함께 제작한 팀으로 눈길을 끌었다. 때문에 이들은 R&B와 힙합 사이에서 적당한 접점을 유지하면서 나름의 음악을 선보여 왔다. 타이틀곡 무대만 보면 노래 중심의 보컬그룹으로 착각할 수 있겠지만, 정작 음반은 힙합 성향이 강한 편이다. ‘팬텀 파워(Phantom Power)’는 첫 정규앨범인 만큼 팀의 다양한 면모가 잘 나타난다. 맏형 키겐이 79년생, 산체스가 86년생, 막대 한해가 90년생을 멤버들 사이에 나이차가 꽤 난다. 이전까지 음악은 키겐이 만들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산체스와 한해가 솔로 곡을 준비하는 등 균형을 맞추고 있고 이로써 팬텀의 색이 더 다양해진 느낌이다. 가인, 산이, 버벌진트, 나비 등이 피처링해 풍부함을 더했다.

우효 ‘소녀감성’
갓 스무 살을 넘긴 여성 싱어송라이터 우효(OOHYO)의 데뷔앨범. 앨범재킷 앞면에는 마치 크레용팝처럼 헬멧을 쓴 어린 소녀의 사진, 뒷면에는 춤을 추는 소녀의 모습이 담겼다. 아마도 우효의 어린 시절 사진인 듯하다. 우효는 데뷔앨범 ‘소녀감성’에 대해 “고등학생 때부터 최근까지 만든 곡들로, 어린 아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자라고 보기에도 아직은 미숙한 애매하고도 소중한 저의 소녀 시절을 담아 놓은 앨범”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소녀감성 100퍼센트’와 같은 곡은 마치 소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다. 우효는 대부분의 곡에서 피아노 위로 차분하게 노래하고 있으며 실제 악기와 전자 사운드가 적당히 섞여 있다. 굳이 음악스타일을 설명하자면 야광토끼를 예로 들면 될 것 같다. 유효의 목소리는 미성이면서 묘하게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산타나 ‘Corazon’
기타의 전설 카를로스 산타나가 이끄는 밴드 ‘산타나’의 37번째 앨범. 많은 이들이 산타나가 카를로스 산타나를 지칭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산타나는 엄연한 밴드다. 산타나는 1999년에 여러 아티스트들과 협연한 앨범 ‘슈퍼내추럴(Supernatural)’로 (스무드는 12주간 빌보드싱글차트 1위에 올랐으며 8개의 그래미를 수상) 대성공을 거둔 이후 꾸준히 이러한 협연 방식의 앨범들을 연거푸 내놓고 있다. 이번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을 보면 웨인 쇼터부터, 미구엘, 글로리아 에스테판, 지기 말리, 핏불에 이르기까지 면면이 화려하다. 이들과 함께 라틴 계열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협연앨범을 계속 내놓으면 그 결과물이 권태롭게 느껴질 수 있을 텐데 산타나는 그렇지 않다. 이는 누구와 협연을 하더라도 자신의 확고한 스타일을 보여주는 산타나의 힘, 그리고 누구와도 어울릴 수 있는 유연함 때문이 아닐까? 밴드의 영혼이라 할 수 있는 카를로스 산타나도 이제 66세이지만 환갑 넘은 뮤지션의 앨범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여전히 젊은 기운이 충만한 음반.

알렉산더 사다 ‘Continuation to The End’
프랑스 재즈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사다(Alexandre Saada)의 솔로 피아노 앨범. 알렉산더 사다는 여행을 하며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고,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나온 음악을 휴대용 카세트에 담는 작업을 오래도록 해오고 있다고 한다. ‘Continuation to The End’는 그가 카세트로 녹음한 곡을 솔로 피아노로 재구성한 음반이다. 각각의 곡들은 사색적이고 차분하다. 화자의 내밀한 감성이 담겼으며, 조금 감상적으로 말하자면 마치 사진처럼 풍경을 머금고 있는 듯하다. 대부분의 곡이 1~3분대의 소품이며, 짧은 곡은 40초정도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짤막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 같다.

콜드플레이 ‘Ghost Stories’
콜드플레이의 정규 6집. 밴드의 리더 크리스 마틴이 배우 기네스 펠트로와 이혼을 공식 발표한 직후 나온 앨범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 앨범은 크리스 마틴의 이혼과 함께 회자되고 있는 중이다. 크리스 마틴은 앨범 발매 전 가진 인터뷰에서 “내면적이고 개인적인 앨범이지만, 누군가는 이 앨범을 듣고 공감할 것이다. 상처받은 앨범 같지만, 사실은 굉장히 기쁜 앨범이기도 하다. 고통을 감내한 후의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긴, 음반에 음악가의 삶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에 이러한 음악적 변화를 가타부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초기에 자신들만의 멜로디를 확립하고 근작들에서 화려한 사운드의 실험을 보여줬던 콜드플레이는 ‘고스트 스토리즈(Ghost Stories)’에서 한결 차분해졌다. 전반적으로 내부로 침잠하는 사운드를 들려주지만, 그 결 하나하나는 역시나 풍성하다. 싱글로 공개된 ‘매직(Magic)’ ‘미드나이트(Midnight)’, ‘어 스카이 풀 오브 스타스(A Sky Full Of Stars)’에 잘 나타나듯이 사운드 메이킹 면에서는 일렉트로닉적인 면이 짙어졌다. 앰비언트 성향의 ‘미드나이트’는 제임스 블레이크의 앨범에 실려도 어색하지 않을 듯. ‘어나더 암스(Another’s Arms)’와 같은 사색적인 곡도 멋지다. 이 또한 멋진 변신이 아닐까?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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