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나이, 최고은, 술탄 오브 더 디스코(위부터)
“얼떨떨해요. 며칠 동안은 흥분이 가라앉지 않고 진정이 되지 않더라고요. ‘글래스턴베리’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일평생 한번쯤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잖아요. 대학시절 친구들과 ‘글래스톤베리’ 영상을 보며 언젠가 한 번 꼭 놀러가자 했던 곳인데, 음악인으로서 참여하게 돼 정말 영광스럽고 기쁩니다.”(최고은)지금 한국 뮤지션들의 해외 진출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돌그룹을 중심으로 한 케이팝의 해외 시장 진출,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인디 뮤지션들의 해외 페스티벌 진출이 그것이다. 아이돌그룹의 해외 진출이 대형기획사를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인디 뮤지션들의 경우 각개전투처럼 소규모의 프로모션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중요한 사실은 이로써 해외에서 인지하는 케이팝의 층위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디뮤지션들은 꽤 오래 전부터 해외 음악 페스티벌 및 음악박람회의 문을 두드려왔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음악 쇼케이스인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에서도 한국 인디 뮤지션들의 공연이 현지의 호응을 얻어내고 있다. 이는 꾸준한 해외 진출 시도의 결과다. 올해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의 음악페스티벌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 페스티벌’(이하 글래스톤베리)에 잠비나이,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최고은이 당당히 라인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로 44회째를 맞는 ‘글래스턴베리’는 20만 명 이상이 수천 평방미터에 달하는 야외에서 3일간 캠핑을 하며 24시간 내내 음악을 즐기는 지상 최고의 페스티벌로 알려져 있다. 1971년 개최된 이래 미국의 ‘우드스탁’과 함께 명실상부 최고의 음악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번 ‘글래스톤베리’는 6월 27~29일 사흘간 열린다. 한국 뮤지션들은 ‘글래스톤베리’에서 가장 큰 존을 구성하고 있는 실버 헤이즈(Silver Hayes) 무대에 선다. 잠비나이의 김보미는 “처음에 ‘글래스톤베리’에 초청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혹시 동명의 다른 페스티벌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믿기지 않았다. 농담인줄만 알았다”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한국 뮤지션들을 초청한 것은 ‘글래스톤베리’의 책임자 중 한 명인 말콤 헤인즈(Malcolm Haynes)였다. 말콤은 재작년 음악박람회 ‘뮤콘(mu:con)’을 통해 한국을 처음 방문한 뒤 이후 ‘아시아 퍼시픽 뮤직 미팅(APaMM)’ ‘울산 월드뮤직 페스티벌’ 등에 참여하면서 한국 뮤지션들의 음악에 반하게 됐다.
“‘울산 월드 뮤직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것을 말콤이 보고 관심을 가졌어요. 아마 우리 의상 때문에 아랍이나 인도네시아 팀으로 오해하지 않았을까요? 사실 ‘글래스톤베리’를 목표로 삼은 적은 없지만, 그렇게 대단한 무대에 서게 돼 무척 영광입니다.”(나잠수,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말콤 헤인즈가 제 공연을 보고 마음에 들었는지 음반을 달라고 하더라고요. 이후 말콤이 자기 페이스북에 제 공연 동영상을 몇 차례 올렸고 우리는 친구가 됐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글래스턴베리’에 와달라는 요청을 받게 됐죠.”(최고은)
퓨전국악그룹 잠비나이의 경우 최근 한국 뮤지션들을 통틀어 중 가장 활발한 해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잠비나이는 5월부터 7월까지는 네덜란드, 슬로베니아, 영국 등 유럽 14개국에서 총 22회 공연이 예정돼 있으며 이 중에는 덴마크 ‘로스킬데’, 세르비아 ‘엑시트’, 슬로바키아 ‘포호다’, 포르투갈 ‘FMM’, 그리고 ‘글래스톤베리’와 같은 대형 페스티벌이 껴있다.
“처음에 해외 페스티벌에 설 때는 반응이 없을까봐서 걱정이 됐어요. 현지 스태프들이 ‘반응이 없어도 서운해 하지 마라’라고 말해주기도 했죠. 그런데 걱정과 달리 매 공연마다 관계자, 일반 관객들이 너무 좋아해주셨어요.”(김보미) “각 나라의 페스티벌마다 분위기가 다 달라요. ‘글래스톤베리’는 어떤 분위기일지 매우 궁금합니다. 유튜브로 영상도 찾아봤는데, 그 곳의 진짜 공기는 가봐야 알겠죠?”(이일우, 잠비나이)
무대가 무대인만큼 각오도 남다르다. 열정적인 퍼포먼스로 유명한 아라비안 펑키 소울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글래스톤베리’에서도 온 몸을 불사를 계획이다. “웬 미친놈들이 다 있냐고 할 정도로 퍼포먼스를 보여줄 계획이에요. 기왕에 가는 김에 발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산소 호흡기를 끼는 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저희가 좋은 인상을 남기면 이후에 ‘글래스톤베리’를 찾는 한국 뮤지션들에게 더 좋은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요? 프리미어에 진출한 박지성처럼 열심히 하고 오겠습니다.”(나잠수)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붕가붕가레코드, GMC레코드, 소닉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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