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 PD

가정의 달을 맞아 MBC ‘휴먼다큐 사랑’이 돌아왔다. 지난 2006년 5월1일 시작해 올해로 아홉 번째 해를 맞았다. ‘휴먼다큐 사랑’은 올해는 1부 ‘꽃보다 듬직이’, 2부 ‘날아라 연지’, 3부 ‘수현아, 컵짜이 나’, 4부 ‘말괄량이 샴쌍둥이’ 총 네 명의 주인공이 시청자들과 만난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CGV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MBC 유해진 PD는 오랜시간 ‘휴먼다큐 사랑’과 함께 해온 연출자다. 2006년 ‘너는 내 운명’을 시작으로, ‘풀빵엄마’와 ‘해나의 기적’ 등 ‘휴먼다큐 사랑’에서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를 연출해왔다.

그는 계속해서 ‘휴먼다큐 사랑’을 연출하는 이유에 대해 “조직이 명해서 한다”라며 “사실 힘들어서 한 때 안하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2006년 ‘너는 내 운명’을 하면서 예기치않게 주인공 여자분이 돌아가셨습니다. 그 전에 사실 암이라는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했어요. 처음 촬영할 때도 단지 암 병동에 있을 뿐, 명랑하고 쾌할했던터라 암환자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죠. 그런데 촬영 중간에 돌아가셨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가 말한 주인공은 ‘너는 내 운명’의 서영란 씨. 간암말기 판정을 받은 그녀와 그런 그녀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남자 정창원 씨의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한 다큐멘터리다.

“2007년에는 ‘안녕, 아빠’를 했었습니다. 죽음을 목전에 둔 가장이 가족과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을 찍었죠.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학교에 있던 아이들이 임종을 지키기 위해 돌아왔는데, 그 때 ‘아빠 사랑해’라며 울부짖었던 장면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PD들이 편집과정에서 필름을 수없이 돌려보다보면 느낌이 줄어들게 되는데, 이 장면만은 몇 번을 봐도 울음을 참을 수 없었어요. 그 느낌만큼 후유증도 있어요. 그래서 그 이후로는 피하려고 했었습니다.”

‘안녕, 아빠’ 이후 그러나 유해진 PD는 또 2009년 ‘풀빵 엄마’를 찍게 된다. 고(故) 최진실 추모 다큐를 찍은 적이 있던 당시의 그는 싱글맘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생겼고, 이에 소재를 찾다 만나게 된 것이 ‘풀빵 엄마’의 주인공, 최정미 씨였다. 안타깝게도 그녀 역시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일찍 돌아가실 것이라 생각 못했어요. 그 이후로는 한동안 ‘휴먼다큐 사랑’을 안 했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해나의 기적’을 하게 됐죠. 해나 케이스도 전혀 그런 결말을 예상을 못했는데, 단 1%도.”

지난 해 방송된 ‘해나의 기적’편은 큰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 기도 없이 태어난 아이가 기적처럼 삶을 부여잡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큰 울림을 전했다. 그렇지만 지난해 7월 7일 이 세상과 이별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었습니다. 해나 엄마로부터 ‘삼촌, 해나가 하늘나라로 갔어요’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감독 봉준호’ 다큐를 찍고 있던 중이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조연출에게 인터뷰를 맡겼어요. 촬영 현장에서 그런 적은 처음이었어요.”

가까이서 이들과 수개월을 함께 했던 유해진 PD는 그 역시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 힘든 순간이 찾아왔었다고 고백했다. 순간순간 목소리가 젖어들었고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계속해서 ‘휴먼다큐 사랑’의 메가폰을 잡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랑이 주는 큰 매력이 있습니다 .주인공을 찾을 때 내가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요. 사람에게 선성과 악성이 있고, 누군가는 선성이 더 크고 누군가는 악성이 더 큽니다. 그런데 사람에게 일정한 시기 선성이 극대화되는 시기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바로 그 시기의 주인공을 포착하죠. 아름다운 삶이 극대화된 순간의 사람과 6개월 이상 같이 지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큰 매력이에요. 그리고 전 그 분들과 계속 관계를 가지고 가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죠.”

올해는 ‘날아라 연지’와 ‘말괄량이 샴쌍둥이’, 4편 중 2부와 4부의 연출을 전두지휘한 그는 “‘휴먼다큐 사랑’을 가장 많이 한 PD다. 오래 하다보니 시청률보다 반향에 더 주목하게 된다. 작년에도 시청률은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더 만족스럽고 더 행복했던 이유가 반향들이 잘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내 일이 참 보람되구나, 많은 분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만져줄 수 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작은 숫자인 시청률을 더 자극하는 소재에 대한 유혹은 사그라들었다”며 올해 그가 먼저 만나본 주인공들은 아프지만 밝은, 보기만 해도 안아주고 싶은 그런 매력적인 주인공들이라고 자랑했다.

‘휴먼다큐 사랑’은 오는 6일 오후 11시15분 첫 방송된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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