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린
역린
숱한 암살 위협 끝에 왕위에 오른 정조(현빈)는 즉위와 함께 ‘사도세자의 아들’임을 천명한다. 때문에 즉위 이후에도 암살 위협은 여전했고, 즉위 1년, 1777년 7월 28일 정조의 서고이자 침전인 존현각에서 정조 암살 시도가 일어난다. 영화 ‘역린’는 정조 암살 시도가 벌어진 존현각에서의 24시간을 담고 있다. 실제 역사 속 정유역변이 모티브다. 살아야 하는 자, 죽여야 하는 자, 살려야 하는 자들의 엇갈린 운명이 영화를 가득 채운다. 15세 관람가, 30일 개봉.

10. 현빈의 ‘성난 등 근육’이 전부가 아니거늘 ∥ 관람지수 6
역린 스틸 이미지
역린 스틸 이미지
‘역린’은 뭐니뭐니해도 현빈이다. 군 제대 후 그가 선택한 첫 작품이란 사실 하나만으로 초민의 관심이 쏠렸던 작품 아니던가. 이 같은 대중의 기대를 알고 있다는 듯 ‘역린’은 시작부터 상의를 벗어 던진 현빈의 모습을 스크린에 가득 채운다. 예고편 등을 통해 화제를 모았던 ‘성난 등 근육’도 볼 수 있다. 화끈한 팬 서비스인 동시에 기존에 봐왔던 정조와 다르다는 것을 이 하나만으로 확인시켜 준다. 체력 단련에 힘쓰는, 팔 굽혀 펴기를 하면서 땀을 흘리는 임금의 모습은 분명 이색적이다.

정조의 옷을 입은 현빈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임금으로서 위엄도 가득했고, 불안한 내면도 잘 표현했다. 활시위를 당기고, 칼을 휘두르는 솜씨도 일품이다. 분명 젊고, 잘 생긴 매력적인 임금의 탄생이다. 무엇보다 과거에도, 이번에도 현빈은 자신의 역할을 100% 이상 해낼 만한 자질을 갖춘 배우였다. 때문에 ‘역린’은 현빈을 최대한 이용해야만 했다. 팬들도 그걸 원했을 테니까. 허나 아쉽게도 ‘역린’은 현빈을 최대치로 활용하지 못했다. “현빈 영화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는 이유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현빈은 자신의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해 냈고, 그 어떤 정조보다 멋있었다.

그 이유는 있다. ‘역린’은 정유역변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상상력을 입혔다. ‘광해, 왕이 된 남자’, ‘관상’ 등처럼 말이다. 그러면서 광백(조재현), 상책(정재영), 살수(조정석), 월혜(정은채) 등 허구의 인물들이 정유역변에 뛰어 들었다. 그리고 정조와 살수 집단의 대결로 역사를 살짝 비틀었다. 때문에 ‘역린’은 무엇보다 허구의 인물들, 즉 살수의 이야기를 탄탄하게 만들어야만 했다. 이로 인해 이야기의 중심은 살수 집단으로 슬며시 옮겨 간다. 생각해 보면, ‘광해’나 ‘관상’의 매력 중 하나는 허구의 인물들을 탄탄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매력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인물들은 실제 역사와 맞물리며 흥미로운 이야기로 이어졌다.

‘역린’의 아쉬운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현빈을 최대한 이용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그보다 살수 집단의 이야기를 촘촘하게 엮어내지 못했던 이유가 더 크다. 특히 허구의 인물이 많다보니 한정된 시간 안에 모두의 이야기를 탄탄하게 담아낼 만한 충분한 여유도 없었다. 피보다 진한 우애를 나눈 상책과 살수의 이야기도, 살수와 월혜의 로맨스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특히 비밀 살막의 주인 광백마저 뚜렷한 이야기를 품고 있지 못했다. 정조 주변에 여러 명의 살수를 잠입시켰지만, 그 이유가 다소 불분명하다. ‘정조 vs 살수’ 구도에 있어 가장 핵심이 약한 셈이다.

상상력으로 만들어 낸 인물들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동안 역사 속 실존 인물인 정순왕후(한지민), 혜경궁 홍씨(김성령), 홍국영(박성웅) 등의 이야기는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에 실존 인물의 역할이 크지 않다. 한지민은 기존에 봐 왔던 정순왕후와 다른 면모를 갖고 있지만, 그 색다른 매력을 느끼기엔 절대적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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