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메이저 기획사와 손을 잡고 발표한 자신의 첫 EP에요. 기분이 어때요?
힙합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솔직하게 말하자면 할리우드 영화 ‘8마일’에서 봤던 거친 모습들이다. 지하 창고에서 대마초를 피우며 거친 랩배틀을 펼치고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모습. 물론 다이나믹 듀오, 버벌진트 등 우리나라 대표 래퍼들을 살펴보면 영화 속 디트로이트 빈민가와는 거리가 먼 세련된 모습이다. 그 중에서도 매드클라운은 가장 지적인 모습을 보인다. 안경을 쓰고, 어딘가 수줍음을 타는 소년 같은 매드클라운의 모습은 속 시원히 하이톤 래핑을 펼치는 무대 위 모습을 신기하게 만든다. ‘힙합 손석희’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 만큼 모범생 이미지도 지녔다.
실제로 만난 매드클라운은 상상했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자신의 이야기를 속 시원히 털어놓는 모습만큼은 과연 가사와 라임으로 소통하는 래퍼다웠다. 매드클라운은 인터뷰 내내 솔직하고 간단한 답변을 내놨다. “혹시 물 흐르듯이 사는 편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며 쿨하게 인정했다. 심지어 씨스타, 케이윌이 소속된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의 레이블 스타쉽 엑스와 계약한 이유도 “씨스타가 반”이라고 말할 정도로 솔직했다.
매드클라운은 지난해 씨스타 소유와 ‘착해빠졌어’로 히트를 기록하고 최근 발표한 미니앨범의 타이틀곡 ‘견딜만해’에서는 씨스타 효린과 함께 불러 인기를 끌고 있다. 메이저 기획사와 손을 잡더니 가요를 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번 미니앨범 ‘표독’은 앞으로 매드클라운이 펼친 힙합세계의 일부가 담겨져 있을 뿐이다. 특히 매드클라운의 방식이 오롯이 녹은 수록곡은 대중성을 제대로 노린 타이틀곡과도 차별화를 이룬다. 매드클라운과 메이저 기획사가 만드는 시너지는 계속될 것이다.
매드클라운 : 별다른 건 없어요. (웃음) 먼저 걱정이 많이 돼요. 지난해 ‘착해빠졌어’가 워낙 잘 됐으니까 이번에도 잘될 수 있을지 부담감이 있었어요. 발표하고 나니 ‘할 만큼은 했구나’라는 안도감이 들었어요.
Q. 이번 앨범 제목이 ‘표독’이에요. 어떤 이야기를 담고자 했나요?
매드클라운 : ‘표독’이라는 단어 그대의 뜻인 ‘사납고 독살스럽다’라는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앨범 전체적으로 가져가는 화법이라든지 말을 뱉는 방식이라든지 들어보면 표독스러워요. 특히 타이틀곡을 제외한 수록곡 ‘스토커’, ‘살냄새’, ‘깽값’, ‘껌’이 다 그래요.
Q. 지난해 씨스타 소유와 ‘착해빠졌어’를 불렀고, 이번 타이틀곡 ‘견딜만해’는 씨스타 효린과 함께 불렀어요. 어땠나요?
매드클라운 : 소유는 배려심이 있고, 속이 깊어서 어른 느낌이 나요. 반면 효린은 철부지 애기 느낌이에요. (웃음) 시원시원하고, 장난 잘 치고! 그래서인지 소유는 노래를 부를 때 감성적인 면이 더 부각이 되는 것 같고, 효린은 가창력이 뛰어나니 에너지가 넘쳐요.
Q. 효린뿐만 아니라 모든 트랙에서 콜라보레이션을 펼쳐요. 효린 외에는 메이저 앨범에서 잘 볼 수 없는 사람들이에요. 이번에 참여한 가수들은 어떤 매력이 있는 사람들인가요?
매드클라운 : 먼저 ‘스토커’라는 곡 크루셜스타라는 친구랑 했어요. 예전 앨범에서도 같이 했던 친구에요. 원래 ‘스토커’에는 보컬 파트가 없었는데 약간 양념같이 노래가 더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크루셜스타에게 부탁했어요. ‘깽값’도 원래 제가 다 불러도 되는 곡이었지만, 회사에 주헌이라는 랩을 잘하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가 어떻게 해낼지 궁금하기도 해서 같이 했는데 역시 잘했어요. ‘살냄새’는 보컬이 반드시 필요했어요. 그래서 R&B보컬로 유명한 브라더수와 함께 했어요. ‘껌’은 지난해 케이블채널 Mnet ‘쇼미더머니’에서 무대로 만들었던 것을 다시 담았죠.
Q. 학창시절 혼자 밥을 먹고, 혼자 다녔다며 사교적인 성격이 아니라는 인터뷰를 봤어요. 그런데 래퍼로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콜라보레이션도 많이 해야 하는데 어렵지 않았나요?
매드클라운 : 사실 어려워할 때는 처음 만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예요. 작업 때문에 각각 할 말이 있잖아요. (웃음) 자주 보고, 오래 보고…. 그러다보면 재미있어요.
Q. 흔히 언더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를 많이 비교하잖아요. 오버그라운드에서 활동하면서 좋은 점이나 힘든 점이 있나요?
매드클라운 : 생각보다 재미있어요. 할만 해요. 그리고 메이저 기획사는 간섭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게 터치가 크지 않아요. 타이틀곡에 한해서는 조율이 조금 많이 들어갔지만, 수록곡 작업할 때는 생각보다 자유롭게 했어요. 또 언더그라운드에서 하던 거랑 다르게 앨범을 어떻게 잘 만들어 낼 것에 대한 전략이라든지, 방송을 돈다든지 돌아가는 내용을 보면 재미있어요. 딱히 힘들었던 것도 없어요. 처음에 몇 주에는 음악방송을 하면서 일찍 일어나야 하고, 밤을 샐 때가 조금 힘들었는데 지금은 적응했어요.
Q. 오버에서 활동한 후 주위에서 뭐라고 하던가요?
매드클라운 : 욕 많이 먹었죠. (웃음) 가요한다고. 이해가 잘 되는 것은 아니에요. 난 하던 걸 그대로 했을 뿐인데… 아무래도 타이틀곡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타이틀곡만 듣고 기존의 힙합 팬들이 실망을 하신 것 같아요.
Q. 가요랑 정통힙합이랑 차이가 뭐예요?
매드클라운 : 곡의 전체적인 리듬감이나 그루브라든지 차이가 나요. 랩을 얹는다고 힙합이 되는 게 아니에요. ‘착해빠졌어’는 힙합곡이 아니라 가요에 랩을 얹인 곡이었어요. ‘견딜만해’는 어느 정도 힙합의 작법을 가져가고 있어요.
Q. 본인도 대중성과 언더그라운드 정통 힙합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하나요?
매드클라운 : 많이 해요. 제 스스로 가요 기획사에 들어 왔으니까 당연히 대중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중성에 제 색깔이 묻어나는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Q. 그런데 왜 메이저 기획사와 계약한 것이에요?
매드클라운 : 많이 생각을 했어요. 여러 곳에서 제의가 왔지만, 그 중에서도 스타쉽을 선택한 것은 정말 씨스타가 진짜 반이에요. 씨스타가 반이면… 돈 벌고 싶은 것도 한 1/3? 하하.
Q. ‘착해빠졌어’, ‘견딜만해’에는 프로듀서 김도훈, ‘스토커’는 프로듀서 이단옆차기가 참여했어요. K-POP 대표 프로듀서들로 유명한데, 작업하면서 어땠나요?
매드클라운 : 가요를 하시는 분들이니까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장점은 대중들한테 어필할 수 있는 점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면서도 퀄리티 있는 곡을 뽑아내요. 단점이라면 내가 장르뮤지션인데 힙합적인 느낌을 원할 때 그런 느낌이 부족해요. 이건 그분들의 단점이 아니라 제가 원하는 곡을 부탁하면서 생기는 한계 같아요.
Q. 힙합의 매력은 뭐예요?
매드클라운 : 제 얘기를 할 때, 그것을 듣고 사람들이 공감을 해줄 때, 반응을 해줄 때가 정말 좋아요.
Q. 가사를 직접 쓰시잖아요. 슬럼프가 올 때도 있을 것 같아요.
매드클라운 : 대부분인 슬럼프인 시기예요. (웃음) 그러다 랩이 잘되고, 가사가 잘 써지면 그때는 정말 재미있는 시기예요. 다른 사람들 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열등감 느낄 때도 많아요. 요즘은 딱히 하는 게 없는 상태예요. 헤헤.
Q. 어떤 식으로 가사 작업을 하나요?
매드클라운 : 저는 똑같은 주제로도 계속 써요. 사랑 노래만 해도 각자 풀어내는 방식이 다르니까 여러 가지 관점에서 제한이 없잖아요. 쓰려면 몇 곡씩이라도 쓸 수 있어요. 곡을 먼저 듣고, 어울리는 주제를 찾고, 영감을 받아 써내려가죠.
Q. 하이톤 래핑의 대명사잖아요. 처음부터 하이톤으로 랩을 했어요?
매드클라운 : 네. 그런데 옛날 노래를 들어보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요. 그때는 목이 금방 아팠는데 지금은 아무리해도 목이 안 아파요. 랩도 발성이 정말 중요해요. 하이톤 래핑으로 유명한 래퍼들의 노래도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 중에서 가장 좋아했던 래퍼를 꼽자면 에비던스와 빅엘이에요.
Q. 언제부터 랩을 한 거예요?
매드클라운 : 대학교 2학년 때요. 이전에 비보이 생활을 오래했는데 그때 힙합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사실 노래를 잘했으면 저는 노래를 했을 거 같아요. 또 공부를 계속할 줄 알았어요. 하하. 래퍼가 된 건… 재미있는 것을 생각 없이 하다보니까 된 것 같아요. 하하. 제일 첫 공연 때를 생각하면 그때 만들어진 곡을 부른 게 아니라 노래 제목은 기억이 안나요. 그런데 제가 정말 엉망이었어요. 하하. 가사 까먹는 건 기본이고, 시선은 어디를 둘지 몰랐어요. 지금은 잘 안 까먹어요. 매니저가 저를 단련시키고 있어요. 하하.
Q. 요즘 대학교에서 매드클라운 인기가 상당하다던데 실감하나요?
매드클라운 : 에이, 모르겠어요. (매니저 : 인기 정말 많아요. 소리가 장난 아니에요.) 에이…
Q. 한국의 에미넴, 힙합 손석희라는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웃음)
매드클라운 : 저 ‘한국의 에미넴’이라는 말 정말 싫어해요. 손석희는 별칭이죠. 캐릭터잖아요. 음악적인 것과는 별개로, 손석희라는 별명이 음악적인 것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니까 괜찮아요. 저는 그냥 솔직한 노래하는 아티스트, 가사에 진정성이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Q. 가요 기획사와 계약하면서 세웠던 목표가 있어요?
매드클라운 : 사람들이 많이 듣는, 계속 회자 되는 곡을 부르고 싶어요. 지난해 ‘착해빠졌어’가 큰 인기를 얻었지만, 제 방식대로 만든 곡이 아니에요. 제 스타일대로 만든 곡으로 사랑받고 싶어요.
Q. 매드클라운의 방식이라면 어떤 것일까요?
매드클라운 : 제 감성이 온전히 드러난 곡이요. 이번 앨범도 콘셉트성이 강하기 때문에 제 이야기를 한 것이 별로 없어요. 스타쉽과 계약 이전에 발표했던 노래 중에서는 ‘외로움은 손바닥 안에’와 ‘바질’이 제가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에요.
Q. 50대의 매드클라운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매드클라운 : 학교를 하고 싶어요. 애들 가르치는 학교요. 학교인데 춤과 노래를 가르치고, 전반적인 음악을 가르치는 그런 학교요. 예전에 캄보디아 빈민가에 미국 출신 비보이가 브레이크 댄스를 가르치는 센터를 만들었어요. 그것을 보면 문화의 힘이란 게 정말 대단한 게 느껴져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기본적인 생활 요건이 충족이 되지 않아 자존감이 낮아요. 그런데 춤이라든지 바이올린이라든지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한 가지 분야를 습득하고, 칭찬을 받게 되니까 한 인격체로서 자존감이나 살아가는 데 있어서 굉장히 좋은 동기 부여가 된다는 걸 봤어요. 저도 비보잉을 처음 할 때 같이 춤추던 친구들이 다 가정형편이 어려웠어요. 그 친구들이 춤춘 이후부터 학교생활도 열심히 하고, 삶이 의욕적으로 변하게 되는 걸 느꼈어요. 나중에 돈도 벌고, 음악도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되면 꼭 아는 사람들이랑 다 같이 학교를 만들어 어려운 사람들에게 꿈을 주고 싶어요.
Q. 아참, 커먼콜드는 해체된 거예요? (커먼콜드는 매드클라운과 래퍼 저스디스의 유닛, 지난해 결성된 팀으로 힙합 팬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
매드클라운 : 엇, 어떻게 아셨어요? 흐흐. 저스디스는 조금 있으며 믹스테이프가 나올 거예요. 그 친구가 정말 잘해요. 뭐랄까… 지금까지 한국 힙합씬에 없었던 감성에다가 가사를 정말 잘 써요. 처음 듣는 사람은 난해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정말 잘 쓰고, 랩도 잘하고, 감성이 다르니까 표현방식이 창의적이에요. 기대가 많이 돼요. 스타쉽 들어오기 전에 피처링한 곡이 있는데 그게 아마 발표될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리스너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매드클라운 : 꼭 다른 수록곡들을 다 들어보면 좋겠어요. 수록곡 같은 경우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한 곡이니까요. 뮤지션으로서 수록곡을 고루고루 들어봐 주시면 보람도 있어요.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스타쉽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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