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태양왕’ 공연 모습.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지만 어머니와 재상 마자랭의 섭정으로 자신의 뜻을 펼쳐보지 못한 루이 14세. 성년을 맞이해 당당히 왕권을 행사하려 했으나 견제의 끈이 녹녹치 않다. 재상 마자랭이 권력을 놓지 않으려 한 것. 이에 왕권을 견고히 하고자 직접 군대를 이끌고 출정하고 평민 출신인 마리와의 사랑도 키우는 루이. 하지만 전쟁터에서 큰 부상을 입고 마리마저 재상에게 살해당하는데….(중략)서양의 절대왕정시대를 대표하는 인물, 루이 14세. “짐이 곧 국가”라는 표현을 거침없이 할 정도로, 그는 당대 서유럽에서 최고의 권력을 구가했다. 또한 그의 치하에 세워진 베르사유 궁전은 당시 프랑스 왕실의 권위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유명하다. 마치 바늘과 실처럼 연상이 되는 루이 14세와 베르사유 궁전.
이러한 역사적 사실의 상징성을 모티브로 흥미로운 극적 구성을 가지고 탄생한 것이 뮤지컬 ‘태양왕’이다. 전작 ‘모짜르트 오페라 락’,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십계’등 일련의 흥행작을 만든 명콤비 도브 아티와 알베르 코엔이 제작한 이 뮤지컬의 극적 특성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루이 14세의 인간적인 면모를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극의 구성과 아주 유사한 내용의 영화가 있는데, 제라르 코르비오가 연출한 ‘왕의 춤’(The King Is Dancing , 2000)이다.
영화 그 이상의 매력
영화 ‘왕과 춤’ 포스터.
똑같이 루이 14세를 소재로 하고 왕권을 견고히 하는 과정을 주요 줄거리로 담아내는 영화 ‘왕의 춤’과 뮤지컬 ‘태양왕’. 하지만 두 작품은 권력 쟁취의 모티브로 활용하는 수단이 다르다. 영화는 왕이 애착을 가졌던 발레와 춤으로 자신의 권력을 과시했고, 뮤지컬은 여인과의 진정한 사랑을 얻기 위해 왕이 직접 나섰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극 내용상의 차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왕의 춤’과 ‘태양왕’은 서로 간에 보완 관계에 있는 것 같다. 특히 뮤지컬을 보기 전에 영화 보기를 추천한다. 이 영화를 통해 세간에 알려진 루이 14세의 모습과는 다른 방식으로 프랑스의 절대왕정 성립과정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한국 무대에 처음 오른 뮤지컬 ‘태양왕’은 관객의 기대를 충족한 것 같다. 우선 무대 장치와 의상이 17세기 프랑스의 화려한 궁정 모습을 잘 재현했다. 게다가 장면의 분위기에 맞춰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노래 그리고 정통발레와 현대적인 춤이 객석을 들썩이게 했다. 배우들의 호연도 돋보였는데, 재상 마자르 역의 김덕환은 묵직한 존재감이 느껴졌고, 왕의 동생 필립 역의 정원영은 감초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주인공 루이 14세 역의 신성록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왕의 권위를 잘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감미로운 고음의 가성이 참으로 매력적이다. TV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살인마 역으로 시청자에게 각인된 것과는 너무나 다른 그의 변신이 놀라울 정도.
뮤지컬 ‘태양왕’ 공연 모습.
끝으로 이 뮤지컬에서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건 내용과 실제 역사가 차이점이 있다는 것. 마자랭을 아주 부정적인 인물로 묘사하여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킨 것도 그 중의 하나다. 실제로 마자랭은 절대군주제를 확립시키는데 심혈을 기울였으며, 한 예로 그는 지방 총감제를 실시하여 각 지방 총감이 각자의 관할 구역 내에서 왕권을 대표하는 최고 권력자가 되게 함으로써, 귀족 세력을 약화시켰다. 따라서 루이 14세가 왕권신수설을 신봉할 정도로 왕권을 강화시킨 그 배경에는 마자랭의 탁월한 정치적 수완을 꼽을 수 있다.씨네컬은 시네마(Cinema)와 뮤지컬(Musical)을 합성한 말로, 각기 다른 두 장르를 비교 분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편집자주>
글. 문화평론가 연동원 yeon04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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