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청춘의 남자와 마흔 살 여인의 사랑을 다룬 드라마 한 편이 화제의 중심에 놓여있다. JTBC 월화드라마 ‘밀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는 스무 살 미혼의 청년과 마흔 살 유부녀의 금기시된 사랑을 가파른 속도로 그려나가고 있다.

실제로도 열 아홉 나이차가 나는 배우 김희애와 유아인의 캐스팅부터 화제가 된 이 드라마가 대중을 흔든 이유는 무엇일까. 금기시된 사랑이 가진 폭발적인 힘? 젊음과 늙음의 극명한 대비를 통한 허무? 그 역시도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을 테지만, 이 드라마가 대중을 매료시킨 가장 큰 이유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이들의 사랑이 바로 내 눈 앞에서 나 자신을 설득하기 때문아닐까.

‘밀회’의 비밀스러운 만남이 불륜이라는 오명으로 읽히지 않고 대중의 마음을 두드린 이유는 두 인물, 오혜원과 이선재를 통해 인생이라는 길고도 짧은 여정 속에 잃어버리고 만 순수의 가치를 돌이킬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극중 두 사람의 사랑을 대사보다 강렬하게 표현해주는 장치는 바로 음악이다. ‘밀회’를 통해 선보인 다양한 클래식 곡 중 시청자들의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 곡을 골라봤다.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판타지’(Schubert Fantasy in F minor D.940)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피아노곡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 중 하나다. 가난한 가정 환경으로 인해 피아노 가정교사로 일하던 슈베르트는 자신의 제자였던 귀족 가문의 딸인 까롤리네를 좋아했지만 신분의 차이 탓에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 어느날 까롤리네가 슈베르트에게 “당신의 많은 곡 중 왜 내게는 한 곡도 주지 않느냐”고 묻자 슈베르트는 “내 모든 곡은 당신에게 헌정된 것”이라며 이 곡을 까롤리네에게 바쳤다고 한다. ‘밀회’ 2회에서 선재와 혜원은 처음으로 함께 연주하는 이 곡은 나이와 환경의 차이로 가까워지기 힘든 장애가 있음에도 서로 뜨거운 교감을 나누는 두 사람의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곡으로 해석된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 ‘열정’ 3악장 (Sonata for Piano ‘Appassionata’ in f minor, Op.57)
베토벤의 작품 중 가장 격정적인 분위기의 곡으로 1800년대 초반 완성된 곡으로 추정된다.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이전의 작품과는 다른 곡에 대한 열망이 커져가던 베토벤은 동료들에게 새로운 곡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종종 들려주었다. 그 결과 탄생한 이 소나타는 격렬한 열정과 환상이 녹아들어간 곡으로 인간의 이상이 잘 표현된 곡으로 평가받고 있다. ‘밀회’ 2회에서 극중 선재가 다리 위에서 난간을 건반 삼아 열정적으로 연주했던 이 곡은 처음으로 혜원에게 인정받은 그의 천재성과 아직 세상을 향해 발현하지 못한 뜨거운 열망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장치로 쓰였다.


모차르트의 네 손을 위한 피아노 소나타 KV521(Sonatas For Four Hands kV521 ‘Allegro’)

모차르트의 네 손을 위한 피아노 소나타 작품은 그의 유년에서 성년시기까지 작곡된 총 5곡이다. 그 중 다섯번째 곡에 속하는 KV521은 빈에서 탄생된 곡으로 경쾌하면서도 시냇물이 흐르는 듯한 부드럽고 유려한 선율을 자랑하고 있다. 이 곡은 혜원과 선재가 5회에서 두 번째로 함께 치는 듀엣곡으로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청춘남녀처럼 풋풋하고 즐거워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을 담고 있다. 처음 호흡을 맞춘 앞서 보여줬던 듀엣곡이 첫 만남의 격정을 표현했다면 두 번째로 함께 한 곡은 이들이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감을 의미한다.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중 4월(Tchaikovsky The Seasons, op.37 ‘April snowdrop’)
‘사계’는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소품으로 1월~12월까지 총 12곡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4월은 이른 봄에 피는 흰 꽃을 의미하는 ‘달맞이꽃’(Snowdrop)이라는 부제가 붙여져 있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 희망을 노래한 이 곡은 격정적인 분위기를 지닌 차이코프스키의 다른 곡과는 달리 간결하고 자유분방한 느낌이다. ‘밀회’ 5회 중 혜원의 집 연습실에서 홀로 선재가 연습하던 곡으로 등장한 이 곡은 새로운 시작에 설렘을 안은 선재의 모습과 불안한 듯 잠을 이루지 못하는 혜원의 모습이 교차되는 가운데 흘러나왔다.



리스트의 ‘스페인 광시곡’ (Liszt spanish rhapsody s.254)
광시곡은 낭만주의 시대에 발표된 자유로운 형식의 곡을 뜻한다. 이 곡은 리스트가 유부녀인 비트겐슈타인 공작 부인과 헤어진 후 유럽 곳곳을 여행하던 중 스페인에 대한 감상을 담은 노래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으로 어쩔 수 없는 이별을 택한 리스트는 이후 교회음악 작곡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화려하면서도 애잔한 슬픔이 묻어 있는 이 곡은 현란한 기교로 유명하다. 6회에서 선재가 녹음한 스페인 광시곡을 들은 혜원은 두 팔을 내밀어 그를 안아준다. 이후 선재와 혜원의 사이를 눈치챈 남편 준형은 혜원에게 선재의 오디션 곡으로 이 곡을 추천하며 혜원을 떠본다. 이미 시작된 사랑의 격한 감정과 슬픔을 동시에 담아낸 곡이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JTBC ‘밀회’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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