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청춘의 남자와 마흔 살 여인의 사랑을 다룬 드라마 한 편이 화제의 중심에 놓여있다. JTBC 월화드라마 ‘밀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는 스무 살 미혼의 청년과 마흔 살 유부녀의 금기시된 사랑을 가파른 속도로 그려나가고 있다.

실제로도 열 아홉 나이차가 나는 배우 김희애와 유아인의 캐스팅부터 화제가 된 이 드라마가 대중을 흔든 이유는 무엇일까. 금기시된 사랑이 가진 폭발적인 힘? 젊음과 늙음의 극명한 대비를 통한 허무? 그 역시도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을 테지만, 이 드라마가 대중을 매료시킨 가장 큰 이유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이들의 사랑이 바로 내 눈 앞에서 나 자신을 설득하기 때문아닐까.

‘밀회’의 비밀스러운 만남이 불륜이라는 오명으로 읽히지 않고 대중의 마음을 두드린 이유는 두 인물, 오혜원과 이선재를 통해 인생이라는 길고도 짧은 여정 속에 잃어버리고 만 순수의 가치를 돌이킬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밀회’를 조금 더 세심히 뜯어보고자 한다. 그럴 필요가 있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누가 이들의 사랑에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밀회’가 견지하고 있는 세계는 정확하게 둘로 나눠진다. 선재와 혜원의 사랑이 숨쉬는 순수 공간과 두 사람을 둘러싼 ‘그들만의 리그’ 유부녀와 미혼남이라는 신분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사랑은 사회적으로는 분명히 용인될 수 없는 조건이지만 어쩐지 용서받지 못할 이들은 선재와 혜원이 아닌 그들 바깥 세상에 있어 보인다.

음대 입시 비리를 비롯, 교수 자리를 위한 줄서기와 재벌가의 돈 세탁, 불륜 등 온갖 부조리가 얽혀 있는 ‘밀회’ 속 등장인물들의 세상은 약육강식의 세계와 다를 바 없다. 겉으로는 가장 고고하고 우아한 삶을 살 듯 하지만 이들이 발담근 세상은 부모 자식 간에도 결코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자본과 권력의 우위에 따라 상대방을 판가름짓는 세상일 뿐이다.

두 세계를 대비시키는 문제의식은 안판석 PD의 이전작인 JTBC ‘아내의 자격’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아내의 자격’의 두 남녀주인공 윤서래(김희애)와 김태오(이성재)는 유부남과 유부녀로 세상이 용납하지 않는사랑에 빠졌지만 실상 그들의 사랑은 그들을 둘러싼 어떤 것보다 순수했음을 작품 전반을 통해 얘기하고 있다.


앞서 안판석 PD의 권력집단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와 문제제기는 MBC ‘하얀거탑’(2007)부터 본격화됐다. 일본 원작을 드라마화한 작품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작품은 한국사회 특유의 줄서기 문화, 권력집단 내부의 정치싸움 등을 세밀하게 그려내며 그 해 가장 문제작으로 꼽혔다. 이처럼 한국사회 기득권층에 대한 그의 문제의식은 일관되게 이어져오고 있다.

중반을 향해 가는 ‘밀회’는 20여년간 자신의 영위를 위해 살아왔던 혜원이 선재를 통해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되면서 변화해가는 모습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그 균열은 7회에서 이미 시작됐다. 서필원(김용건) 회장이 마음에 둔 조선족 여성을 찾아간 혜원은 자신이 내민 돈봉투에 찬물 세례로 답하며 “있는 놈들 심부름이나 해서 먹고 산다면 말귀를 제대로 알아들으라”며 자신의 자존감을 잃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는다.

순수에의 열망을 의미하는 선재와의 사랑과 함께, ‘살기 위해서’란 이유로 돈과 권력 앞에 눈감고 살아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가지게 된 혜원의 변화는 바깥 세상에 파열음을 낼 수 있을까.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JTBC ‘밀회’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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