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청춘의 남자와 마흔 살 여인의 사랑을 다룬 드라마 한 편이 화제의 중심에 놓여있다. JTBC 월화드라마 ‘밀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는 스무 살 미혼의 청년과 마흔 살 유부녀의 금기시된 사랑을 가파른 속도로 그려나가고 있다.

실제로도 열 아홉 나이차가 나는 배우 김희애와 유아인의 캐스팅부터 화제가 된 이 드라마가 대중을 흔든 이유는 무엇일까. 금기시된 사랑이 가진 폭발적인 힘? 젊음과 늙음의 극명한 대비를 통한 허무? 그 역시도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을 테지만, 이 드라마가 대중을 매료시킨 가장 큰 이유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이들의 사랑이 바로 내 눈 앞에서 나 자신을 설득하기 때문아닐까.

‘밀회’의 비밀스러운 만남이 불륜이라는 오명으로 읽히지 않고 대중의 마음을 두드린 이유는 두 인물, 오혜원과 이선재를 통해 인생이라는 길고도 짧은 여정 속에 잃어버리고 만 순수의 가치를 돌이킬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밀회’를 조금 더 세심히 뜯어보고자 한다. 그럴 필요가 있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드라마 ‘밀회’는 주로 여자들이 시청하지만, 이 드라마에 빠져든 남자들도 분명 존재한다

종합편성채널 JTBC 월화드라마 ‘밀회’가 회를 거듭할 수록 자체최고시청률이라는 승전보를 알리는 가운데, 이 드라마의 열광하는 소수 남자들의 이야기를 따로 들어보았다.

시청률분포도를 살펴보면 ‘밀회’의 시청자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극이 주로 배우 김희애가 연기하는 마흔 살 오혜원의 심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만큼, 드라마에 쉽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이들은 역시 중년 여성들이다. 여성 중에서도 40대와 50대 비중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밀회’를 보는 남자들도 있다. 이들은 오혜원에 집중하는 여성들과는 또 다른 시각에서 이 드라마를 바라보고, 열광한다. 과연 남자들이 ‘밀회’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흥미로운 것은 세대별로 그 이유가 다르다는 점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밀회’에서 천재적 재능을 가진 피아니스트로 분한 유아인

20대 남성 K씨(신입사원) : 제가 ‘밀회’에 열광하는 이유요? 그냥 선재(유아인)가 좋아요. 가난한 천재 선재 말이에요. 왜냐고요? 천재가 되고 싶으니까요!

K씨는 말한다. 선재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발견한다고. 그가 ‘밀회’를 보는 이유는 농익은 매력을 발산하는 오혜원 때문이 아니었다. 순수하고 저돌적으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다미(경수진) 때문도 아니었다. 오로지 선재가 그 이유다. 그가 ‘밀회’에서 집중하는 스토리는 엄청난 재능이 있었으나 가난하다는 이유로 스스로도 그 재능을 깨닫지 못했고, 세상은 더더욱 알아주지 못한 천재 이선재의 성공이야기다.

요즘 20대들은 스펙경쟁에 지쳐있다. 취업은 갈수록 힘들고, 가까스로 취업해봐도 다음 관문으로 향해가는 계단 하나하나 올라서기가 버거운 것이 그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자신만의 재능을 지켜온 선재와 그 재능을 이제 막 알아주기 시작하는 세상에 관한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개천에서 용 나기 힘들다는 시대, 20대 K씨는 선재의 반전승리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선재의 승리는 금지된 사랑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전할 것이다.

‘밀회’에서 김희애는 마성의 여자로 등장한다

30대 남성 S씨(회사원) : 김희애요! 김희애의 연기력에 반했어요! 혜원과 선재 사이 묘한 스릴도 좋았고, 무엇보다 혜원의 밀당이 좋았습니다. 어쩌면 남자들의 로망 아닐까요?

S씨가 ‘밀회’를 보는 이유는 오로지 오혜원이다. 40대임에도 20대 못지않은 완벽한 라인을 갖춘 몸매를 카메라는 기꺼이 훑는다. 어쩌면 S씨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일지 모르겠다. 그 뿐만 아니다. 혜원은 스무 살 어린 선재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신기술을 보여준다. 고백하는 선재의 뺨을 내리치며 “난 선생님이야”라고 했다가, 어느 순간 뜨겁게 키스를 퍼붓는다. 그러면서 “널 아주 무섭게 혼내준 거야”라고 말한다. 선재는 정신을 못차리고 혜원에게 더더욱 빠져들게 된다. 요즘 말로 혜원은 ‘마성의 여자’, 마녀다.

연애가 가장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는 30대 남성에게 어필하는 것은 역시 이런 혜원의 스킬과 혜원과 선재 사이 긴장감이다. S씨가 혜원의 스킬을 통달하여, 혜원 같은 마녀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길 응원한다.

사랑 앞에 저돌적이고 솔직한 선재를 통해 잃어버리 순수를 돌이킬 수 있다

40대 남성 C씨(프리랜서) : 지나가버린 청춘에 대한 회한을 느끼죠. 잃어버린 순수성도 돌이키게 되고요. 정신없이 달려와보니 세월은 벌써 이만큼 지나가버렸어요. 요즘은 선재를 보며 내가 놓치고 산 것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죠.

C씨가 ‘밀회’를 보는 이유 역시 K씨처럼 선재이지만, 그 이유는 다르다. C씨는 선재를 통해 스무 살 자신의 청춘을 회고하고 훌쩍 지나간 세월 속에 자신이 놓쳐버린 것들을 되새긴다. 드라마 속 선재는 자신의 감정에 따라 행동한다. 그에게는 스무 살 나이차가 장애가 되지 못한다. 유부녀라는 점도 넘지 못할 벽이 아니다. 오로지 자신의 감정에 충실,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간다. 상처받는 순간에는 어떠한가. 상처받아 뾰족해진 마음을 드러내는 것에도 주저없다. 때가 탈 때로 타버린 30대나 40대에는 쉽사리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청춘이라는 이름 아래에 가능한 축복일지 모르겠다.

그러니 C씨는 이런 선재의 행동을 통해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그에게 ‘밀회’는 잃어버린 순수의 조각들을 다시 꿰맞춰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각자가 가진 저마다의 이야기에 비추어 ‘밀회’를 바라본다. 이것이 ‘밀회’가 흔히 불륜이라고 말하는 금지된 사랑, 그 이상의 것들을 담고 있는 명백한 증거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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